12:12

39화: 무너지는 현실
하늘이 쪼개지고 있었다.
도식이 자신의 존재를 보관실 제단에 완전히 결합해 던져 넣은 직후, 보관실 입구 밖에서 요란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윤재와 서연이 헐떡이며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캠퍼스의 풍경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낮 12시 12분.
머리 위에 똑바로 솟아 있는 태양은 그 자리에서 못박힌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선명하고 눈부신 정오의 빛은 시간이 정지한 방처럼 미동도 없이 대지를 짓누르고 있었다.
윤재는 자신의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초침이 정각 12시 12분 00초를 가리킨 채 벌벌 떨기만 할 뿐, 단 1밀리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멈췄다.
아니, ‘정오의 12분’이라는 장부의 도살장이 온 세상을 집어삼키고 영원히 고정된 것이었다.
“윤재야, 저길 봐…!”
서연이 공포에 질린 비명을 지르며 하늘을 가리켰다.
가을빛이 완연했던 파란 하늘 한가운데가 거대한 거울에 망치질이라도 한 것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틈새 사이로 칠흑 같은 우주의 어둠과 함께 핏빛 진언과 주술적 문자열들이 은하수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현실의 물리 법칙을 지탱하던 인과율의 뼈대가 하늘 밖으로 노출된 것이었다.
“꺅!”
길을 걷던 한 여학생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발밑 아스팔트가 물처럼 출렁이더니, 그녀가 떨어뜨린 전공 서적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 높이 둥둥 떠올랐다.
캠퍼스 곳곳의 벤치, 자전거, 흩날리던 낙엽들이 마치 무중력 공간에 던져진 것처럼 공중에 정지해 있었다.
더 끔찍한 것은 사람들이었다.
도서관 앞 계단에 서 있던 남학생은 얼굴 절반이 심하게 흐려진 검은 안개로 일렁이며 마치 고장 난 마네킹처럼 똑같은 대사를 반복하고 있었다.
“오늘… 비가… 오려나? 오늘… 비가… 오려나? 오려나…?”
시간이 멈추고 인과율이 마비되자, 세계의 인과가 제자리에서 멈춰 맴돌고 있었다.
이 무한한 정오가 계속된다면, 결국 이 세계선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은 자아와 기억을 상실하고 금기의 제물로 박제될 터였다.
두근, 두근!
윤재의 가슴 속 검은 점이 터질 듯한 열을 뿜었다.
“장부의 마지막 발악이야. 세계를 강제로 12시 12분에 묶어두고 영원히 복원되지 못하게 하려는 거야.”
윤재는 주머니에서 꺼낸 깨진 시계 파편을 서연에게 보여주었다.
시계 파편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불빛만이 멈춰버린 정오의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생동감 있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도식이가 열어준 마지막 길이 닫히기 전에 가야 해. 서연아, 멈추지 말고 날 따라와.”
“응!”
서연은 도식의 희생과 이 묵시록적인 광경 앞에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윤재의 손을 꽉 잡았다.
두 사람은 공중에 떠 있는 벤치와 자전거 파편들, 그리고 기괴하게 멈춰서 삐걱거리는 사람들의 숲을 뚫고 달렸다.
하늘의 갈라진 틈은 점점 더 넓어지며 도심의 빌딩 숲까지 집어삼키고 있었고, 멈춰버린 태양은 핏빛으로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진짜 ‘내일’을 되찾기 위한 최후의 12분이,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급박하게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