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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열두 시 십이 분)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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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서연의 눈물

쏴아아아아--.

윤재는 차갑게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 주저앉아 있었다.

비극의 연쇄를 끊기 위해 무리하게 인과율을 비틀었을 때 마주했던 참상들. 서연의 죽음, 그리고 이어진 도식의 불타버린 모습. 윤재는 비극을 다시 돌려 간신히 그들이 살아있는, 그러나 여전히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첫 번째 대가의 세계선’으로 되돌려놓고 도망쳤다.

온몸이 비에 젖어 얼어붙었지만, 가슴을 갈가리 찢어발기는 절망과 피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뭐 해요, 여기서?”

갑자기 머리 위로 떨어지던 차가운 빗방울이 멈췄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노란색 우산이 보였고, 그 아래에 옅은 코트 차림의 서연이 서 있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윤재를 이방인으로 보고 있었지만, 그 경계심 너머에 기묘한 감정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바보같이 왜 맞고 있어요.”

윤재는 대답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사랑했던, 그리고 자신을 지키려다 다른 굴레 속에서 죽어갔던 서연의 맑은 얼굴이 빗속에 겹쳐 보였다. 윤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쏟아냈다.

“가… 가 줘, 서연아. 나한테 엮이면 너도 불행해져.”

“이서연인데요.”

서연이 차갑게 정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오히려 윤재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노란 우산을 비스듬히 눕혀 그의 머리 위를 완전히 덮어주었다.

스르륵.

서연의 뺨 위로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빗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서연의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눈물이었다.

“어…?”

서연이 깜짝 놀라 손등으로 자신의 뺨을 훔쳤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뚝뚝 떨어져 아스팔트의 빗물 위로 흩어졌다.

“나 왜 이러지… 기분 진짜 이상해.”

서연은 당황한 듯 가슴팍을 꾹 움켜쥐며 밭은 숨을 내쉬었다.

“선배를 보는데… 머리는 정말 선배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가슴이 너무 아파요. 마치…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선배를 좋아했고, 선배 때문에 많이 울었던 것 같은… 그런 말도 안 되는 기분이 들어요.”

기억(기록)은 지워졌지만, 영혼의 밑바닥에 새겨진 감정의 흔적(남겨진 흔적)까지는 인과율의 리셋도 완전히 지워내지 못한 것이었다.

윤재는 서연을 향해 닿지 못했던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살며시 닦아주었다. 이번에는 그녀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기가 깃든 윤재의 손가락 끝을 느끼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선배가 하던 얘기들… 장부니, 보관실이니 하는 것들. 처음엔 미친 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서연이 붉어진 눈으로 윤재를 똑바로 응시했다.

“하지만 이 눈물이 증명해 주는 것 같아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선배는 나를 위해 정말 외롭게 싸우고 있었다는 걸.”

서연이 윤재의 젖은 오른손을 꼭 맞잡았다.

“도와줄게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말해줘요. 비록 머리로는 선배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 마음이 선배를 돕고 싶다고 소리치고 있으니까.”

차가운 빗속에서, 홀로 무너져 가던 윤재의 마음에 은은하고 따뜻한 빛이 스며들었다. 모두가 자신을 잊은 이 지옥 같은 세계에서, 서연의 본능적인 신뢰와 구원의 손길은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지막 연료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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