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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열두 시 십이 분)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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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끊이지 않는 굴레

“거짓말이야… 다 가짜야!”

윤재는 거울의 방을 뒤로하고 다시 한번 자신의 가슴속을 쥐어짜는 인과율의 힘을 끌어올렸다.

형의 시계 파편이 피로 물든 윤재의 손안에서 붉게 웅웅거렸다. 미래의 윤재가 비웃으며 건넸던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이대로 포기하면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자신을 지워낸 텅 빈 세계에서 그저 망령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윤재는 가슴 속 검은 점의 마지막 힘을 쏟아부어 다시 한번 7년 전 사고 당일의 12분으로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트럭의 궤적을 억지로 비틀기 위해, 그 사고의 시작점이 되었던 빗길의 사소한 원인 하나를 비틀기로 결심했다. 사고 발생 5분 전, 트럭 운전사의 눈을 멀게 했던 앞차의 급정거를 막는 시도였다.

아스팔트의 흙냄새가 지나갔다.

윤재는 자신의 가슴 속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가까스로 현실 개입을 성공시켰다. 붉은 이정표가 빗속에서 흔들렸다. 앞차가 미끄러지지 않고 무사히 횡단보도를 지나갔고, 그로 인해 트럭 역시 정상 속도로 직진했다.

도현이 서 있는 횡단보도 옆으로 트럭이 평온하게 지나쳐 갔다.

성공이었다. 트럭은 형을 치지 않았다.

“하아… 하아…!”

윤재는 빗물 속에 주저앉아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형이 무사하다. 이번엔 역사가 바뀌었다.

하지만 기쁨은 1초도 가지 않았다.

갑자기 번쩍이는 은빛 일렁임과 함께, 윤재의 시야가 다시 현실의 대학 캠퍼스로 강제 전송되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맑은 가을 하늘 아래 학생들이 웃고 있었다.

“형!”

윤재는 도서관으로 달려가려다, 캠퍼스 중앙 분수대 앞으로 모여든 거대한 학생 인파를 보았다. 웅성거리는 비명과 웅얼거림. 경찰차의 붉은 사이렌이 광장 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간 윤재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참상이 펼쳐졌다.

분수대 옆 가로수가 벼락에 맞아 쓰러져 있었고, 그 거대한 나무통 아래에 한 여학생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서연이었다.

“서연아…!”

윤재는 숨이 턱 막혀 비명을 지르며 그녀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학생회 부원들이 그를 가로막았다.

“윤재 선배! 오지 마세요! 이미 숨을 안 쉬어요…!”

형의 목숨을 구한 인과율의 섭리는, 대가로 이서연의 목숨을 청구했다.

윤재는 피 묻은 손으로 소리치며 다시 한번 시계를 쥐었다. 이 비극을 되돌려야 했다. 서연을 살리고, 형도 살릴 수 있는 다른 인과의 실타래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는 또다시 12:12의 힘으로 과거를 뒤틀었다. 서연이 분수대 앞 가로수 길을 걷지 않도록, 과거의 작은 대화를 조작했다.

결과는 더 참혹했다.

서연은 살았지만, 이번에는 도식이 동아리방 누전 사고로 흔적도 없이 불타버린 잿더미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다시 돌리면 다른 누군가가, 또다시 돌리면 더 끔찍한 비극이 꼬리를 물며 찾아왔다. 굴레를 깰 때마다 세계의 인과관계는 복수라도 하듯 윤재의 심장에 더 날카로운 칼날을 꽂아 넣었다.

미래의 윤재가 했던 말이 마침내 뼈저리게 와닿았다.

‘이 굴레는 깰 수 없는 원이다. 네가 억지로 짜 맞추려 할 때마다 비극의 구멍은 더 크게 벌어질 뿐이야.’

윤재는 피투성이가 된 채 잿더미가 된 동아리방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가슴속의 검은 점은 이제 어깨를 넘어 목구멍까지 타오르듯 아파왔다. 굴레를 돌릴 때마다 장부는 윤재의 존재 자체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비극의 무한 굴레 속에서 윤재는 마침내 가슴을 찢는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은 시간을 구원하는 신이 아니며, 단지 이 잔인한 연옥의 바퀴를 돌리는 가엾은 햄스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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