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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열두 시 십이 분)35화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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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거울의 방

도식이 남긴 좌표는 폐쇄된 도서관 보일러실 깊숙한 곳의 낡은 철문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윤재는 철문의 잠금장치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섰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입김이 하얗게 흩어지는 어둠 속에서, 어느 순간 윤재의 발끝에 단단하고 매끄러운 바닥이 닿았다.

기이한 촛불 같은 미세한 푸른 불빛들이 일제히 켜졌다.

그곳은 수천 개의 거울이 사방의 벽과 천장, 바닥을 가득 메운 기묘한 공간이었다. 거울들은 단순히 사물을 비추는 것이 아니었다. 각 거울 속에서는 윤재가 겪었던 과거의 사건들이 어지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지각을 면하기 위해 달렸던 순간부터 장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 팔을 찔러 넣었던 참혹한 순간까지.

시간의 거울 방, 정오 보관실의 심층 제어부였다.

윤재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방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중앙의 가장 거대하고 깨진 거울 앞에, 누군가 뒤돌아 앉아 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누구지…?”

윤재가 긴장하며 시계 파편을 꽉 쥐었다.

그 형체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몸을 돌려 윤재를 바라보았다.

“…!”

윤재는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학생 강윤재. 하지만 그의 모습은 너무나 참혹했다. 온몸의 피부는 잉크를 쏟아부은 듯 검은 선으로 촘촘하게 뒤덮여 핏줄처럼 꿈틀거렸고, 두 눈동자는 흰자위조차 없이 완전히 칠흑같이 변해 있었다. 그의 가슴 한가운데에는 씻기지 않는 검은 점 대신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고 검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것은 수없이 많은 굴레를 돌며 영혼이 장부에 완전히 좀먹혀 버린, 먼 ‘미래의 강윤재’였다.

“드디어 왔군, 과거의 나.”

미래의 윤재가 갈라진 쇳소리로 웃었다. 그 목소리에는 그 어떤 희망도,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너… 어떻게 된 거야? 그 몸은….”

“어떻게 되긴. 너의 미래지. 나 역시 너와 똑같이 형을 구하겠다고 이 방에 들어섰고, 차이준의 뺨을 갈겼으며, 동료들의 기억을 잃은 채 울부짖었다.”

미래의 윤재는 깨진 거울 조각을 매만졌다. 날카로운 유리가 그의 검은 손가락을 찢었지만 피 대신 검은 잉크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매번 실패했지. 12:12의 금기의 심장을 파괴하려 할 때마다 장부는 인과율의 역류를 일으켰고, 세계는 붕괴했어. 그걸 막기 위해 난 또다시 시간을 돌렸고… 결국 이 꼴이 되었다. 장부의 새로운 노예이자 금기에 속박된 혼이 된 거지.”

그가 윤재에게 다가왔다. 그의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바닥의 거울들이 쩍쩍 갈라지며 파편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포기해라, 윤재야. 이 굴레는 깰 수 없는 원이다. 네가 형을 구한 시점에서 이미 인과율의 저울은 망가졌어. 네가 12:12를 깨부수면 형의 목숨뿐만 아니라 너와 얽힌 모든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이 차원의 틈새로 소멸한다. 그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장부의 다음 지배자가 되어라.”

미래의 윤재가 뻗은 검은 손이 윤재의 목덜미를 가볍게 감싸 쥐었다. 그 손길은 실재하는 쇠사슬처럼 무겁고, 숨이 막힐 정도로 차가웠다.

“이것이 네가 마주할 결말이다. 수백 번을 반복해도 변하지 않는, 거울 속의 단 하나의 미래.”

윤재는 미래의 자신의 칠흑 같은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어두운 연옥의 심연만이 일렁이고 있었다. 윤재는 이를 악물고 손에 쥔 깨진 시계 파편을 들어 올려 미래의 자신의 손을 내리쳤다.

창그랑!

유리가 깨지는 요란한 굉음과 함께 미래의 윤재의 형체가 깨진 거울 파편더미로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하지만 사방의 수천 개 거울 속에서, 검은 선에 뒤덮인 미래의 윤재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보며 기괴하게 웃기 시작했다.

“도망칠 수 없다, 강윤재….”

수천 개의 목소리가 거울의 방 전체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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