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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열두 시 십이 분)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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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낯선 형

두 개의 시간선이 기괴하게 맞물려 내는 소음 속에서, 윤재는 마침내 도현의 앞까지 걸어갔다.

손바닥에서 흐르는 땀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윤재는 침을 삼키며, 천천히 오른손을 뻗어 도현의 베이지색 가디건 소매를 잡았다.

스윽.

이번에는 통과하지 않았다. 7년 만에 온전히 느껴지는 형의 옷자락 촉감. 윤재는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한 실재감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형… 진짜 형이야?”

윤재의 목소리가 젖어 들었다.

도현이 책을 정리하던 손길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윤재를 바라보았다. 7년 전, 늘 자신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며 어깨를 두드려주던 다정한 맏형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윤재는 저도 모르게 도현의 소매를 쥔 손에 힘을 풀었다.

도현의 두 눈은 기이할 정도로 맑았지만, 그 안에는 어떤 생기나 감정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정교하게 깎아 만든 밀랍 인형이 윤재를 응시하는 듯한 차가운 이질감이 병실의 소독약 냄새보다 더 시리게 덮쳐왔다.

“윤재구나.”

도현의 목소리는 너무나 건조했고 가라앉아 있었다.

“형, 정신이 들어? 날 알아보겠어? 지금 세계가 이상해졌어. 병실에서 갑자기 형이 사라지고….”

“이상해진 게 아니야.”

도현이 윤재의 말을 끊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고저장단도 없었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세계의 원래 모습이니까.”

도현은 책을 책꽂이에 꽂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7년 동안 그 어두운 관 속에서 끝없는 인과를 받아냈어. 매 순간 수만 명의 후회와 절망이 내 머릿속을 관통해 지나갔지. 그 감정들을 분류하고, 장부의 공물로 넘겨주면서 깨달았어.”

도현이 윤재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몸 주변으로 검은 주언의 연기가 약하게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인간의 감정은 참 쓸모없는 어긋남일 뿐이더군. 윤재야, 내가 널 위해 사고를 당하고 장부에 나를 바친 건 아주 합리적인 인과의 결과였어. 하지만 넌 그걸 ‘후회’라는 감정적인 어긋남으로 받아들여 여기까지 찾아왔지.”

도현의 눈동자가 깊고 검게 흔들렸다.

“왜 내 결정을 망친 거지?”

윤재는 뒷걸음질을 쳤다.

자신이 알던 형은 결코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던지던, 심성이 따뜻하고 눈물이 많던 형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서 있는 도현은 7년 동안 장부의 심장으로 작동하며 인간으로서의 영혼과 감정이 완전히 소멸해 버린, 장부의 냉혹한 대변인에 불과했다.

“형…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형을 구하려고….”

“나를 구하려 한 게 아니라, 네 양심의 가책을 덜고 싶었겠지.”

도현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비틀렸다. 그것은 미소라기보다는 안면 근육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에 가까웠다.

“장부를 파괴하면 내가 죽는다고? 아니, 장부를 파괴하면 너희 모두가 소멸하는 거다. 12:12의 규칙을 유지해라, 윤재야. 그 12분의 도살장 안에서 계속해서 인간들의 후회를 바쳐라. 그것만이 우리 형제가 이 겹쳐진 세계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규칙이야.”

도현이 다가와 윤재의 어깨를 툭툭 쳤다. 예전과 똑같은 손짓이었지만, 어깨에 와닿는 손길은 쇳덩이처럼 무겁고 시리도록 차가웠다.

윤재는 공포감에 질려 형의 손을 쳐냈다.

살아 돌아온 형은,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구원하고자 했던 형이 아니었다. 장부가 뱉어낸 차가운 망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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