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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열두 시 십이 분)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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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고친 문장의 오타

고친 문장에는 반드시 오타가 생긴다.

화요일 오후 12시 24분. 도서관 구석자리에서 눈을 뜬 윤재의 머릿속으로 '수정된 어제'의 기억들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월요일의 시험장. 도식은 사고를 피했고, 지각하지 않았으며, 윤재의 뒷자리에 앉아 시험을 치렀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도식은 사색이 된 얼굴로 윤재의 어깨를 붙잡았었다.

“선배님, 대체 뭐예요? 그 문자…….”

하지만 그때의 윤재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손등을 파고드는 낙인의 통증과 인과를 뒤튼 대가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그는 도식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학교를 빠져나갔었다. 그리고 도식 역시 사고를 당한 친구 이지호를 챙겨 급히 응급실로 향해야만 했다.

그렇게 어긋났던 두 사람이 다시 마주한 것은, 하룻밤이 지난 화요일 정오였다.

“선배님, 어제는 왜 그냥 가버린 거예요? 제 전화도 안 받고.”

도서관 복도에서 마주친 도식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밤새 응급실에서 지호를 간호하다 온 모양이었다.

“진짜로 사고가 났어요. 721번 버스요. 어제 사거리에서 택배차랑 박았다면서요. 선배님이 말한 그대로예요.”

“……그래. 다행이다. 너 안 타서.”

윤재는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하지만 도식의 다음 말은 안도감을 산산조각 냈다.

“다행이라고요? 아니요, 전혀요. 지호가…… 문창과 이지호가 제 대신 그 버스 탔단 말이에요. 제가 정류장에서 멍하니 서 있으니까, 자리 났다면서 신나서 타더니…….”

도식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떨렸다.

“사고 나면서 손목이 박살 났대요. 지호 걔, 이번 공모전 준비하던 애인데…….”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윤재는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소매 밑에 숨겨진 검은 선이 욱신거렸다.

자신이 도식을 버스에서 밀어내자, 비어버린 그 자리에 ‘이지호’라는 새로운 이름이 채워졌다. 세상의 인과는 마치 정해진 피해자의 총량을 맞추려는 듯, 윤재가 구해낸 사람만큼 다른 희생자를 찾아내 톱니바퀴를 맞물렸다.

“선배님, 정말 뭐 알고 계신 거예요? 어떻게 사고가 날 걸 알았어요? 어제 아침에 보낸 그 문자, 대체 뭐냐고요!”

도식의 추궁은 비명이 되어 복도에 울려 퍼졌다. 윤재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내가 어제로 돌아가서 네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어’라고 말하는 순간, 자신은 구원자가 아니라 살인자나 다름없는 괴물이 될 테니까.

윤재는 대답 대신 도망치듯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등 뒤로 도식의 원망 섞인 시선이 화살처럼 꽂혔다.


캠퍼스 광장을 가로지르는 윤재의 발걸음은 위태로웠다. 정오의 햇살이 유난히 시렸다.

“강윤재!”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낚아챘다. 서연이었다. 그녀의 표정은 평소보다 훨씬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너 아까 민도식이랑 무슨 얘기 했어? 걔 표정이 왜 그래?”

“별거 아냐. 그냥 버스 사고 얘기 좀 했어.”

“거짓말하지 마. 너 지금 손 떨고 있잖아.”

서연은 윤재의 소매를 움켜쥐었다. 윤재는 반사적으로 팔을 뺐지만, 서연의 시선은 이미 그의 손등에 머물러 있었다.

“그거 뭐야?”

서연이 가리킨 곳에는 후드티 소매 끝자락 사이로 비죽 튀어나온 검은 낙인이 있었다. 손목을 향해 더 길게 뻗어 내려간 그 선은, 이제 단순한 잉크 자국이라기엔 지나치게 선명하고 기괴했다.

“문신 아니지? 아까 복도에선 분명히 이 정도는 아니었어.”

“……나중에. 나중에 다 말할게.”

“넌 맨날 나중이래! 지금 네 눈, 어제랑 딴판인 거 알아?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사람 같다고.”

서연의 통찰은 예리했다. 그녀는 윤재가 겪고 있는 시공간의 괴리를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윤재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동시에 이 공포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는 유혹에 휩싸였다.

그때였다.

위잉―

윤재의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도식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선배님, 방금 지호한테 전화 왔는데…… 지호가 좀 이상해요. 사고 나기 직전에,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누가 자기 이름을 아주 작게 부르는 소리를 들었대요.

윤재는 길 한복판에 멈춰 섰다. 서연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는 윤재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것은 환청이었을까, 아니면 인과가 뒤틀리는 순간의 비명이었을까. 윤재는 문득 어제 자신이 도서관에서 능력을 쓰기 직전 보았던 기묘한 잔상을 떠올렸다. '수정된 월요일'의 기억 속에서, 그는 정신없이 도망치다 도서관 지하 계단 쪽으로 사라지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았었다. 검은 코트, 그리고 서늘한 체취.

“서연아, 도서관 지하에…… 누가 사는 거 본 적 있어?”

“무슨 소리야? 거긴 창고잖아. 관재팀 직원들 말고는 들어갈 일도 없어.”

“아니, 분명히 있었어. 어제…… 아니, 내 기억 속에.”

윤재는 홀린 듯 중앙도서관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손등의 낙인이 맥박치며 열을 냈다.

낡은 도서관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자, 퀴퀴한 종이 냄새와 서늘한 냉기가 피부를 훑었다. 평소라면 굳게 잠겨 있었을 보관실 철문이, 마치 누군가를 기다렸다는 듯 미세하게 열려 있었다.

문틈 사이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찌이익, 찌익.

종이가 찢기는 듯한 그 기괴한 소음이 지하 복도 전체에 낮게 깔렸다. 윤재가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밀어젖힌 순간, 시계가 다시 12시 12분을 가리켰다.

세상이 다시 한번 진동하며 뒤집혔다. 하지만 이번엔 타임슬립이 아니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서고였다. 천장까지 닿은 수천 개의 책장마다 '강윤재', '민도식', '이지호'…… 수많은 이들의 이름이 적힌 검은 책들이 꽂혀 있었다.

[ 정오 보관실 ]

그 거대한 기록의 바다 한가운데, 검은 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책 한 권을 넘기더니, 윤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무 자주 쓰지 마라. 그 선이 심장에 닿으면, 넌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될 테니까.”

남자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윤재는 정신을 잃기 직전,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선은 이제 손목을 지나 팔꿈치 근처까지 뱀처럼 기어오르고 있었다. 이곳은 현실의 도서관 지하가 아니었다. 이곳은 뒤틀린 인과가 보관되는, 시간의 무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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