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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열두 시 십이 분)29화

12:12

12:12

29화: 기억의 조각

“지금이야! 강윤재!”

차이준의 외침과 함께 그의 장부 파편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주술적 사슬들이 허공을 날아다니는 붉은 저주의 괴수들의 관절을 강하게 옭아맸다. 괴수들이 괴성을 지르며 바둥거렸고, 붉은 주언의 파편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윤재는 가슴속에 박힌 검은 점의 격렬한 통증을 견디며 손에 쥔 깨진 시계 파편을 앞으로 내밀었다.

“흐아아압!”

시계 파편에서 번쩍인 붉은 섬광이 검은 잉크의 궤적을 그리며 뻗어 나가 정면의 괴수들을 관통했다. 파괴된 근원에서 저주의 파편들이 폭발하듯 흩어지며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

쾅, 쾅, 쾅!

금기의 저주들이 하나둘 무력화되며 마침내 도로 한복판에 짧은 정적이 찾아왔다. 차이준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잉크로 덮인 도로 위로 주저앉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 주변에 실핏줄이 터져 붉게 물들어 있었다.

“쉽지 않군… 과거 시간선의 금기의 장벽이 훨씬 강력해.”

윤재는 차이준을 뒤로하고 다시 형 도현의 곁으로 달려갔다.

시간선의 하늘은 더욱 맹렬하게 갈라지고 있었고, 남은 제한 시간은 이제 3분도 채 되지 않았다. 빗물 고인 웅덩이 속에 반쯤 잠긴 채 쓰러져 있는 도현의 형체는 아까보다 훨씬 흐릿해져 가고 있었다.

윤재는 떨리는 손을 뻗어 형의 가슴팍 근처를 짚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도현의 옷자락 표면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의 인과율이 극적으로 동조되고 있다는 신호였다.

“형… 들려? 어서 내 손을 잡아. 같이 돌아가야 해.”

도현은 초점 잃은 눈으로 윤재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 사이로 핏물이 흘러내렸다. 도현은 남은 힘을 쥐어짜 내어 덜덜 떨리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에는 꽉 쥐어진 무언가가 있었다.

도현이 힘겹게 손가락을 펴자, 윤재의 손바닥 위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현실의 병실에서 가져온 깨진 시계와 똑같은 기종의, 하지만 깨지지 않은 도현의 완전한 ‘12:12 시계’였다.

시계 뒷면에는 칼로 날카롭게 긁어 새긴 듯한 작은 글씨가 있었다.

윤재는 시계를 뒤집어 그 글씨를 읽었다.

[12:12를 믿지 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12:12. 그들이 매번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이용하고, 이 굴레 속의 모든 이적을 가능케 한 그 기적의 시간.

도현은 죽어가는 눈빛으로 윤재를 다급하게 응시하며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그 시간은… 장부의 함정이야…. 정오 12시 12분부터 12분 동안은… 장부가 인간의 가장 큰 후회를… 가장 맛있게 수확할 수 있도록 열어둔… 도살장이야….”

도현의 목소리가 점차 흩어졌다.

“그 12분을… 믿어서는 안 돼…. 12:12를 완전히 파괴하지 않으면… 누구도 이 굴레에서… 진짜 내일로 넘어갈 수 없어….”

동시에 띠리링- 하는 날카로운 이음이 두 사람의 머릿속을 울렸다.

“안 돼! 형! 같이 가!”

윤재의 몸이 강한 인력에 이끌려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빗속에 쓰러져 있는 형의 모습이 멀어져 갔고, 차이준 역시 가죽 장부를 품에 안은 채 공간의 왜곡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12:12를 믿지 마….”


귓가에 맴도는 형의 마지막 경고와 함께, 윤재의 시야는 다시 하얀 무덤 같은 현실의 병실 천장으로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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