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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열두 시 십이 분)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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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변수

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빗물에 젖은 도현의 눈동자에 윤재의 형상이 똑똑히 맺혔다. 그것은 물리적인 간섭이 불가능한 이 시간 굴레 속에서 일어난 유일한 균열이었다.

윤재는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닿지 않는 손을 뻗어 형의 이마 근처로 가져갔다.

두근-!

윤재의 가슴속 검은 점이 또 한 번 요동쳤다. 동시에 손바닥에 쥔 시계 파편에서 스며 나온 붉은 빛이 도현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순간, 윤재의 뇌리에 낯선 기억의 파편들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것은 윤재의 기억이 아니었다. 형 강도현의 기억이었다.


“도현 씨, 이 장부의 계약을 수락하면 당신 동생은 살아납니다.”

기억 속, 도서관 지하였던 공간에서 검은 코트를 입은 차이준이 어린 도현의 앞에 서 있었다. 당시의 도현은 윤재가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절망적인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화면이 전환되었다. 윤재가 보이지 않는 다른 시간선. 고등학생이었던 윤재가 트럭에 치여 즉사하는 참혹한 장면이 도현의 눈앞에 펼쳐졌다.

도현은 동생의 죽음을 막기 위해 몇 번이고 시간을 돌렸지만, 장부의 인과율은 어떻게든 윤재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동생을 살리려면, 장부가 요구하는 ‘가장 큰 후회’의 제물이 필요합니다. 인과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동생 대신 당신의 존재를 시간의 공백에 던져 넣어야 합니다.”

도현은 울고 있었다. 그리고 결심한 듯 차이준의 펜을 건네받아 장부에 서명했다.

“내가 갈게. 윤재 대신 내가 그 사고를 당하겠어. 그리고 내 기억과 영혼을 장부에 넘겨 보관실을 유지하겠다.”

그것이었다.


7년 전 그날의 교통사고는 단순한 빗길 사고가 아니었다. 동생 강윤재를 살리기 위해, 강도현이 장부와 거래하여 스스로 트럭 앞으로 걸어 들어간 ‘인과율의 비틀림’이자 의도된 희생이었다.

“형… 그랬던 거야? 나 때문에….”

윤재는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에 짓눌렸다.

형은 자신이 아닌 동생을 살리기 위해 트럭 앞에 서는 결정을 내렸고, 그 대가로 7년 동안 정오 보관실의 금기의 심장으로 봉인되어 살아있는 유령처럼 지냈던 것이다.

도현의 입술이 다시 한번 움직였다. 이번에는 윤재의 귓가에 희미한 바람 소리 같은 목소리가 와닿았다.

“윤재야… 여길… 나가야 해. 장부는 완전히 죽지 않았어.”

도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장부를 유지하려는 금기의 ‘복원 본능’이 나를 다시 끌어가려 하고 있어. 내 사고가 취소되면, 네가 죽는 인과율이 다시 작동할 거야. 장부는 그 ‘변수’를 원하고 있어. 그래서 날 여기에 묶어둔 거야….”

그 순간, 쏟아지던 빗방울들이 허공에서 멈췄다.

바람도, 트럭의 클랙슨 소리도 모두 소거된 완벽한 정적.

정지된 빗방울 사이로 아스팔트 바닥에서 검은 잉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장부의 파괴된 파편들이 과거의 시간선까지 쫓아와 도현의 육신을 다시 옭아매려는 것이었다.

시간의 카운트다운이 맹렬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단 6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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