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감사관은 탑 보상도 압류한다

2화: 보전 신청
강율의 변호인은 빌딩 밖까지 따라 나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도윤의 시야 안으로 밀어 넣었다. 화면에는 방금 접수된 전자 의견서가 떠 있었다. 제목은 길었고 내용은 더 길었다.
핵심은 한 줄이었다.
임시 동결 표식 집행 무효 및 즉시 해제 요청.
"현장에서 충분히 고지했을 텐데요."
도윤은 택시 문을 잡은 채 말했다.
"고지가 절차를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변호인은 정중했다. 정중함은 시간을 끌기 좋은 도구였다.
"한도윤 감사관님은 의료형 권리 항목을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특정하지 못한 항목을 근거로 자산 보전까지 신청한 것은 비례 원칙 위반입니다."
"의료형 권리는 동결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렇다면 동결 근거가 더 약해집니다."
"동결 근거는 임대료 수납권입니다. 등기부, 보상 신고서, 수익 배분표가 서로 맞지 않습니다."
강율이 한 걸음 늦게 현관을 나섰다. 로비 안의 푸른 표식은 유리문 너머에서 아직 희미하게 빛났다. 강율은 그 빛을 보지 않는 척했다.
"한 감사관님."
이번에는 직급을 제대로 불렀다.
"의료형 권리는 건드리지 않았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원장 보전 신청서에 지하 3층 로그를 넣으셨습니까?"
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강율은 지하 3층이라는 말에 걸려 있었다. 도윤이 어디까지 봤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사본에 없는 것을 짚었다고 의심하는 눈이었다.
의심을 사실로 만들어 줄 필요는 없었다.
"신고 누락 가능성이 있는 권리 항목의 관련 로그입니다."
"관련성은 누가 판단합니까?"
"보전 단계에서는 감사관이 신청하고 운영청이 승인 여부를 판단합니다."
강율은 웃지 않았다.
"운영청 승인 없이는 원본 접근이 안 된다는 말, 들으셨죠."
"그래서 보전 신청을 했습니다."
도윤의 휴대폰이 주머니 안에서 진동했다. 병원 번호였다. 그는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강율의 시선이 다시 도윤의 주머니로 내려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공무원도 바쁠 때가 있고 가족도 아플 때가 있죠."
문태겸이 택시 지붕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그 말은 조언이야, 아니면 협박이야?"
"일상적인 위로입니다."
도윤은 메모 패드를 열었다.
"현장 관계자, 집행 공무원의 사적 상황을 추정하며 집행 관련 대화에 포함."
강율의 입매가 굳었다.
"말을 그렇게 쓰면 세상이 전부 사건처럼 보일 겁니다."
"사건이면 기록이 남습니다. 사건이 아니면 기록도 해가 되지 않습니다."
도윤은 택시에 탔다. 문태겸이 따라 타며 기사에게 시청 별관을 말했다.
차가 움직이자 강율과 변호인단이 유리벽처럼 뒤로 밀렸다. 도윤은 그때서야 휴대폰을 꺼냈다.
부재중 전화 하나. 문자 하나.
보호자님, 약제 예약 보류 사유 확인을 위해 원무과로 연락 바랍니다.
도윤은 화면을 오래 보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엄지손가락은 이미 통화 버튼을 눌렀다.
원무과 직원은 세 번의 연결음 뒤에 받았다.
"한미정 환자 보호자 되십니까?"
"네. 오늘 약제 예약 취소가 보류됐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잠시만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길었다. 택시 창밖으로 제1탑의 그림자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도윤은 무릎 위에 사건 수첩을 펴고 한쪽에는 공적 자료, 다른 쪽에는 사적 확인이라고 적었다.
사적 확인은 증거가 아니었다.
증거처럼 쓰는 순간, 그는 강율과 다를 것이 없어졌다.
"보호자님."
"네."
"현재 약제 예약은 취소 보류 상태가 맞습니다. 사유 코드는 미확인 보상 조정으로 뜹니다."
"원권리자나 보상 기관이 표시됩니까?"
"저희 화면에는 표시가 안 됩니다. 보통 이런 코드는 운영청 연계로 넘어온 건데 병원 쪽에서는 상세 권한이 없어서요."
"그럼 누가 확인할 수 있습니까?"
"운영청이나 보상 원장 쪽에서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는 예약을 보류할 수만 있고 확정 변경은 못 합니다."
도윤은 펜 끝을 세웠다.
"예약은 언제까지 보류됩니까?"
"오늘 자정까지 임시 보류입니다. 그 뒤에는 원장 회신이 없으면 다시 취소 절차로 돌아갑니다."
자정.
도윤은 시간을 적었다. 손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흔들리지 않게 너무 세게 쥐고 있었을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환자에게는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문태겸이 물었다.
"집?"
"병원입니다."
"괜찮냐고 물으면 안 괜찮다고 할 얼굴인데."
"괜찮은지 아닌지는 보고서 항목이 아닙니다."
"그런 말 하는 사람치고 진짜 괜찮은 사람 못 봤다."
도윤은 수첩의 오른쪽 칸을 접었다. 사적 확인란이 보이지 않게.
"우선 흑림자산관리 계약서부터 봐야 합니다."
"방금 병원에서 뭔가 나왔다며."
"병원은 확인 경로가 아닙니다. 원장 회신 전까지는 추정입니다."
문태겸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추정이 사람 속은 태우지."
시청 별관의 탑보상감사과는 점심 전부터 소란스러웠다. 흑림길드 항의 공문이 도윤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과장은 종이 출력물을 들고 복도에서 그를 기다렸다.
"한 주무관. 이거 뭔가."
"집행 무효 요청서입니다."
"그건 나도 읽었어. 왜 내 전화가 먼저 터지게 만들었냐고 묻는 거야."
"집행 직후 전자 의견서를 넣은 것 같습니다."
"흑림길드는 시의회 쪽도 빨라. 오늘 오후에 설명 요구 들어올 수 있어."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범위를 좁혔습니다. 임시 동결은 흑림자산관리 명의로 넘어간 임대료 수납권 중 신고 누락 의심 비율에만 걸었습니다. 의료형 권리는 열람 보전 신청만 했습니다."
과장은 잠깐 말이 없었다.
"의료형 권리?"
"원장 사본에 관련 흔적이 있습니다. 아직 압류 근거는 아닙니다."
"흔적이라는 말 말고 서류로 말해."
"서류로 만들겠습니다."
도윤은 자기 자리로 갔다. 모니터 두 개를 켜고 등기부 사본, 보상 신고서, 임대 수익 배분표를 동시에 띄웠다. 문태겸은 뒤에서 의자를 거꾸로 돌려 앉았다.
"내가 봐도 돼?"
"집행관 열람 권한 범위 안입니다. 화면 촬영은 안 됩니다."
"숨 쉬는 것도 신청해야 하나?"
"자료 앞에서는 천천히 해 주십시오."
문태겸이 코웃음을 쳤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
첫 번째 문서. 흑림길드 보상 신고서.
12층 공략 보상: 삼우로 19번지 빌딩 지분 18.2퍼센트, 임대료 수납권 없음.
두 번째 문서. 등기부 권리 변동 내역.
흑림길드 지분 31.6퍼센트 취득.
세 번째 문서. 흑림자산관리 수익 배분표.
관리 위탁 수수료 3.1퍼센트. 손실 보전 우선권 100퍼센트. 잔여 수납액 보관. 원권리자 배당 없음.
도윤은 세 번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관리 위탁이면 남는 돈은 원권리자에게 돌아가야 했다. 수수료를 떼고 비용을 정산하고 잔액을 넘기는 구조여야 했다.
그런데 이 배분표에는 원권리자가 없었다. 손실 보전 우선권이 먼저였고 잔여 수납액은 보관으로 묶였다. 보관 주체는 흑림자산관리였다.
위탁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 흐름은 권리 이전에 가까웠다.
도윤은 새 문서를 열어 조사 메모를 작성했다.
관리 위탁 주장과 배분표 불일치. 원권리자 배당 항목 부재. 손실 보전 우선권이 수납권 전체에 우선 적용됨. 보상 신고서의 임대료 수납권 없음 기재와 모순.
과장이 뒤에 섰다.
"그걸로 버틸 수 있나?"
"임시 동결은 버틸 수 있습니다. 전체 압류는 못 합니다."
"그럼 전체 압류는 하지 마."
"하지 않았습니다."
과장은 피곤한 얼굴로 화면을 보았다.
"의료형 권리는?"
"아직 열람 보전입니다. 원권리자 확인 전에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한 주무관."
과장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개인 사정 있으면 이번 건에서 빠져도 돼."
도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개인 사정은 있습니다. 그래서 더 좁게 가겠습니다."
"그게 답이 될 때도 있고 더 위험할 때도 있어."
"위험하면 제 결재선에서 막아 주십시오."
"말은 잘해."
과장은 공문 뭉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상위 감사 검토로 올릴 거면 근거 세 장 이상 붙여. 운영청 원장 보전은 우리 과장 전결로 안 끝난다."
"알겠습니다."
도윤은 출력 버튼을 눌렀다.
프린터가 낮게 돌기 시작했다. 첫 장이 나왔다. 두 번째 장이 이어졌고 세 번째 장이 밀려 나왔다.
세 번째 장의 오른쪽 아래 빈 여백에 붉은 점이 맺혔다.
도윤은 숨을 천천히 들이켰다.
점은 이번에도 글자가 되었다.
열람 조건 일부 충족. 조건 1: 현실 권리 흐름 2건 이상 대조.
그 아래에 한 줄이 더 번졌다.
지하 3층 로그 보전 가능. 원권리자 열람 조건 미충족.
도윤은 손가락으로 종이를 누르지 않았다. 눌러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았다. 대신 출력물의 원래 글자만 읽는 척했다.
문태겸이 옆에서 물었다.
"또 뭔가 보이냐?"
도윤은 곧바로 부정하지 못했다.
너무 늦게 부정하면 거짓말이 되었다.
"아직 설명할 수 없는 이상 표시가 있습니다."
"이상 표시?"
"현장에서 본 것과 같은 종류입니다. 다만 판단 근거로 쓰지는 않습니다."
문태겸은 한참 도윤을 보았다.
"그럼 왜 말했어?"
"집행관이 현장 위험을 알아야 하니까요."
"위험이 뭔데."
"누군가 원장 사본에 없는 내용을 먼저 지우거나 옮기려 할 수 있습니다."
문태겸은 거꾸로 앉은 의자를 바로 돌렸다.
"그건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위험이네."
도윤은 보전 신청서에 새 항목을 넣었다.
보전 대상: 12층 보상 원장 사본 관련 지하 3층 로그. 범위: 생성 시각, 열람 이력, 권리 항목 존재 여부. 제외: 원권리자 신원 및 의료 세부 정보.
원권리자 신원은 제외했다.
그 문장을 쓰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알고 싶었다. 지금 당장 알고 싶었다. 어머니의 약제 예약이 자정 뒤에 어떻게 되는지, 그 코드가 누구의 권리에서 왔는지, 흑림길드가 왜 의료형 권리라는 말에 반응했는지.
그러나 알고 싶은 것과 열람할 수 있는 것은 달랐다.
도윤은 제외 항목을 지우지 않았다.
신청서가 접수되자 내부 결재 시스템이 붉은 알림을 띄웠다.
운영청 원장 보전 협의 필요. 상위 감사 검토 자동 배정 대기.
잠시 뒤 담당자 칸에 이름 하나가 회색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윤서진 감사관
도윤은 그 이름을 기억했다. 국무 탑감사원 쪽에서 내려온다는 소문이 있던 사람. 흑림길드 같은 대형 건은 시청 혼자 붙들기 어렵다는 말이 사무실 안을 몇 번 돌았었다.
과장도 화면을 봤다.
"벌써 상위로 튀었네."
"아직 배정 대기입니다."
"그 말이 그 말이야. 오늘부터 우리 과 전화는 죽었다."
도윤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병원이 아니었다. 사건 접수 시스템 알림이었다.
흑림길드 측 추가 의견서 접수: 의료기관 연계 자료의 감사 대상성 부인.
도윤은 알림을 열었다.
추가 의견서 첨부 목록에 낯선 파일명이 있었다.
한미정_예약보류_비대상확인.pdf
도윤의 손이 멈췄다.
그 이름을 흑림길드가 알고 있었다.
문태겸이 화면을 보고 욕을 삼켰다.
"이제 추정 아니지?"
도윤은 파일을 열지 않았다. 아직은 열 수 없었다. 그의 어머니 이름이 들어간 자료를 그가 먼저 여는 순간, 절차가 오염될 수 있었다.
그는 과장을 불렀다.
"과장님. 이해충돌 회피 기록부터 남기겠습니다."
과장이 다가오다 화면을 보고 얼굴이 굳었다.
"저쪽이 선을 넘었군."
"그 선을 제가 밟으면 안 됩니다."
도윤은 손을 키보드 위에 올렸다.
알고 싶은 마음은 목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기록은 손끝에서 시작됐다.
신고: 사건 상대방 제출 자료에 직계 가족 환자명 포함. 담당 감사관 직접 열람 보류. 상급자 및 상위 감사 검토 요청.
입력창 아래에서 붉은 주석이 아주 희미하게 깜빡였다.
조건 2 대기: 이해충돌 회피 기록.
도윤은 그 문장을 읽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말하는 대신 저장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