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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감사관은 탑 보상도 압류한다3화

세무감사관은 탑 보상도 압류한다

세무감사관은 탑 보상도 압류한다

3화: 청구서의 붉은 줄

도윤은 첨부 파일을 열지 않은 채 화면을 껐다.

검은 모니터에 자기 얼굴이 흐리게 비쳤다. 그 아래쪽에 파일명만 남아 있었다.

한미정_예약보류_비대상확인.pdf

알고 싶은 마음은 문서 하나를 여는 일보다 빨랐다. 그래서 도윤은 손을 뗐다.

과장이 그의 뒤에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

"가족 이름이 들어갔으면 네가 바로 보면 안 되는 건 맞아. 그런데 자정까지라며. 상위 감사가 그 안에 움직이겠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방법은?"

"직접 열람은 보류하고 제출 경위와 원본 보존부터 요청하겠습니다. 자료를 낸 쪽이 병원 원본을 가졌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문태겸이 창가에서 팔짱을 꼈다. 창밖의 탑 그림자가 건너편 청사 벽을 반쯤 덮고 있었다.

"저쪽이 병원 자료를 들이밀었는데 우리는 파일 이름만 보고 있자고?"

"제가 열면 저쪽 말이 맞아집니다."

도윤은 키보드를 다시 끌어왔다.

"가족 사정을 근거로 압류를 밀어붙였다고 할 겁니다. 그러면 흑림길드가 어떻게 자료를 얻었는지는 묻히고 제 사정만 남습니다."

문태겸의 턱이 굳었다.

"그럼 저쪽은 네 어머니 이름을 미끼로 던진 거네."

"그럴 가능성도 기록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도윤은 이해충돌 회피 기록을 열었다. 이미 저장했던 문장 아래에 범위를 더 적었다.

첨부 파일의 직접 열람 및 내용 평가는 보류한다. 제출 계정, 생성 시각, 원본 보존 여부, 외부 제공 경위에 대한 독립 검토를 요청한다. 담당 감사관은 의료 세부 정보와 원권리자 식별 정보에서 배제한다.

어머니 이름이 화면에 떠 있는데도 알아내지 않겠다고 쓰는 말이었다. 그는 지우지 않았다.

저장 버튼을 누르자 입력창 아래 빈 공간에 붉은 점 하나가 맺혔다. 점은 가느다란 글자가 되어 번졌다.

조건 2 충족. 열람 범위 분리 가능.

도윤은 화면을 끄지 않았다. 붉은 주석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다.

"상위 감사 담당자에게 대면 검토와 삭제 방지 보전을 요청하겠습니다."

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형 권리에는 손대지 마. 네 어머니 건도 예외 없어."

"예외로 만들 생각 없습니다."

도윤은 보전 요청을 전송했다.

잠시 뒤 흑림길드 측 추가 의견서가 하나 더 들어왔다. 변호인 명의의 짧은 문장이었다.

담당 감사관의 직계 가족 관련 사정이 집행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속한 사건 분리를 요청합니다.

문태겸이 낮게 욕했다.

"분리하라고 찔러 놓고 분리하라고 난리네."

도윤은 그 문장을 사건 기록에 붙였다. 자료 제출 직후 사건 분리를 요구한 사실도 남겼다.

한 시간 뒤 사무실 유리문이 열렸다.

회색 정장을 입은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과장에게 신분증을 보인 뒤 도윤의 자리로 왔다.

"국가탑감사원 특별감사팀 윤서진입니다. 한도윤 감사관님 맞습니까?"

"맞습니다."

"회피 기록부터 보겠습니다."

윤서진은 첨부 파일이 떠 있던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 먼저 도윤이 작성한 기록과 보전 신청 범위를 읽었다. 문태겸이 의자를 옆으로 빼며 자리를 내줬다.

"직접 열람을 멈춘 이유가 가족 이름 하나입니까?"

"사건 상대방 제출 자료에 직계 가족 환자명이 포함됐습니다."

"그럼 상대방은 왜 넣었을까요?"

도윤은 잠깐 숨을 골랐다.

"확인해야 합니다. 제 추정은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추정이 없다는 뜻입니까?"

"있습니다. 하지만 제 추정이 이 자료의 평가 기준이 되면 안 됩니다."

윤서진의 시선이 처음으로 도윤에게 머물렀다.

"본인에게 불리한 답을 고르셨군요."

"그래서 확인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녀는 화면 연결을 차단한 제한 열람 장치를 꺼냈다.

"한 감사관님은 이 자리에서 파일 내용을 보지 마십시오. 제출 계정과 형식값만 제가 읽겠습니다. 문 집행관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태겸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내가 보기엔 종이 쪼가리인데 규칙이 많네."

"종이 쪼가리가 사람을 밀어낼 때가 있어서요."

윤서진은 파일을 열었다. 도윤은 의자를 뒤로 밀고 창가 쪽으로 물러났다. 모니터에 무엇이 뜨는지 보지 않으려 고개까지 돌렸다.

키보드 소리만 들렸다.

"병원 발급 문서 형식이 아닙니다."

윤서진의 목소리는 평평했다.

"서명 칸이 비어 있습니까?"

"서명 칸 자체가 없습니다. 병원 화면의 예약 상태를 중계 계정이 내려받은 뒤 일부 항목만 캡처했습니다. 생성 시각은 오늘 오전 열 시 사십육 분입니다. 현장 집행 직후군요."

"원본 생성자는요?"

"의료기관 연계 중계 계정입니다. 병원 직원 계정도 흑림길드 계정도 아닙니다. 다만 이 계정이 예약 보류 신호를 받은 건 맞습니다."

"사유 코드는 확인됩니까?"

윤서진은 몇 번 더 화면을 넘겼다.

"미확인 보상 조정. 상세 사유는 차단되어 있습니다. 대신 상위 분류가 보이네요. 의료형 보상 중간 정산 계정의 자동 보류입니다."

도윤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탑 보상 원장의 흐름이 현실의 약제 예약까지 밀어낸 것이다.

"길드가 조작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길드는 중계 계정에서 내려온 상태를 편집해 제출했을 수 있습니다. 그 경로를 어떻게 알았는지가 문제입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출 경위 보전 범위에 계정 접근 이력도 넣겠습니다."

흑림길드 변호인은 곧바로 사건 분리를 요구했다. 윤서진은 자료 확보 경위를 묻고 첨부한 순간부터 보전 대상이라고 통보했다.

문태겸이 헛웃음을 냈다.

"저 말투는 잘못한 놈 말투인데."

"말투는 증거가 아닙니다."

오후가 기울 무렵 도윤은 새봄의료원으로 향했다. 윤서진은 병원 원본 기록을 독립적으로 대조하겠다고 남았고 문태겸이 동행했다.

병실에 들어가기 전 보호자 상담실부터 들렀다. 원무과 직원은 미안한 얼굴로 화면을 돌려 보였다.

"보호자님, 저희도 이 코드가 뜨면 예약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자정이 지나면 현재 보류는 취소 절차로 전환됩니다. 그 뒤에 원장 회신이 오면 다시 잡아야 하고요."

"보류 시간을 연장할 방법은 없습니까?"

"병원 권한으로는 없습니다. 다만 오늘 오전에 들어온 신호의 식별 일부는 남아 있습니다."

직원이 조심스럽게 숫자를 읽었다.

"M-12-7입니다. 상세 항목은 저희도 못 봐요."

도윤은 그 번호만 적었다. 더 묻고 싶었지만 직원이 알 수 없는 것을 캐묻는 일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상담실을 나오자 문태겸이 복도 끝을 가리켰다.

"여기 아까 누가 왔대. 환자 보호자 상담 예약을 물어보고 갔다더라. 이름은 안 남겼고 탑 12층 정산 구역이 언제 열리는지도 물었다고 해."

"누구에게 들으셨습니까?"

"원무과 안내 직원. 얼굴은 기억 못 한대. 대신 목에 길드 출입증 끈 같은 게 걸려 있었다고."

"진술로 남겨야 합니다. 추측은 빼고요."

"내가 지금 그걸 모를까 봐?"

"알지만 화난 상태라서요."

문태겸은 한 번 노려봤다가 고개를 돌렸다.

"너도 화났어."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병실 문을 열자 한미정이 침대에 기대 앉아 있었다. 손등에는 수액 줄이 붙어 있었고 무릎에는 읽다 만 잡지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도윤을 보자마자 시계를 먼저 봤다.

"일하던 중이었지? 내가 별일 아닌데 전화를 크게 만들었네."

"별일인지 확인 중이에요."

"원무과 직원이 그러더라. 기계가 잠깐 멈춘 거라고. 기계는 사람보다 덜 미안해해서 문제야."

도윤은 떨리는 손끝을 보다가 의자를 끌어당겼다.

"오늘 자정 전까지는 확인이 필요해요."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말하려고 왔어요."

"네 일하고 관련 있니?"

도윤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거짓말을 하면 어머니는 알아챌 것이다. 그렇다고 탑 보상 원장과 환자보호권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었다.

"확인 중인 사건 자료에 어머니 이름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결론 내리지 못하게 해 뒀습니다."

"그래도 잘했어."

미정은 도윤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나 하나 때문에 네가 나쁜 방법을 배우면 내가 더 아프지. 확인할 사람한테 확인시키고 와."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윤서진이었다.

"병원 아래 상담실로 내려오실 수 있습니까? 원본 대조 결과가 나왔습니다."

윤서진은 상담실 탁자 위에 출력물 세 장을 나란히 놓았다. 도윤은 첫 장의 윗부분만 보았다. 환자 이름과 세부 치료 내역은 검은 막대로 가려져 있었다.

"이게 병원 원본 청구 흐름입니다. 이쪽은 중계 계정의 자동 보류 신호고요. 마지막은 흑림길드가 제출한 편집본입니다."

그녀는 세 번째 장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편집본은 날짜와 보류 상태만 남겼습니다. 중간 정산 계정 식별자는 의도적으로 잘랐어요."

"M-12-7 말입니까?"

"맞습니다. 병원 상담 기록에 남은 식별자와 일치합니다. 그리고 이 식별자는 흑림자산관리 배분표의 정산 경로에도 있습니다."

출력물의 빈 여백에 붉은 줄이 번졌다.

현실 권리 흐름 3건 대조. 로그 열람 조건 일부 충족.

도윤은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윤서진이 그 움직임을 보았지만 묻지 않았다.

"이 계정이 환자보호권과 연결됐다고 볼 수 있습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윤서진은 단호했다. "중간 정산 계정이 같은 경로에 있다는 것만 확인됐습니다. 원권리자도 조정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흑림길드는요?"

"편집본을 이용해 당신의 판단을 흔들려 했습니다. 그 이상은 추가 기록이 필요합니다."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답답했지만 선을 넘지 않은 답이었다.

"그럼 의료형 권리는 압류하지 않겠습니다. M-12-7의 수정 권한과 열람 이력만 보전 신청하겠습니다. 병원 원본은 독립 보관으로 두고요."

윤서진이 물었다.

"자정 전에 답이 나오지 않아도요?"

도윤은 병실 쪽 복도를 한 번 바라봤다.

"답을 만들려고 권리를 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 결정은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제가 혼자 결정하지 않으려고요."

윤서진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신청서의 공동 검토자 칸에 전자 서명을 남겼다.

"좋습니다. 다만 이 신청이 열어 주는 건 기록뿐입니다. 사람을 지목할 근거는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보전 시스템이 낮은 알림음을 냈다.

대상 계정 접근 기록 일부 확보.

다음 줄이 늦게 떠올랐다.

최종 자동 보류 신호 직전 탑 12층 정산 구역 접속 1건.

접속자 이름은 가려져 있었다. 수정 권한도 열람 권한도 확인할 수 없었다.

윤서진이 화면을 읽고 말했다.

"이 기록은 탑 내부 로그와 대조해야 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확인 가능한 건 정산 구역에 누군가 먼저 들어갔다는 사실뿐이군요."

도윤은 시간을 확인했다.

자정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었다. 불안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병실의 불빛도 약제 예약도 가려진 접속자도 그대로였다.

그래도 다음에 확인할 장소만은 가려지지 않았다.

탑 12층 정산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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