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

5화: 밥 먹는데 시끄럽게
식당 안은 뜨거웠다.
구운 고기 냄새와 소스 냄새와 젖은 가죽 냄새가 섞여 있었다. 다친 신입들이 벽 쪽에 앉아 붕대를 감았고 멀쩡한 사람들은 그릇을 끌어안은 채 서로의 무용담을 낮게 떠들었다.
강현우는 문 앞에서 식권을 꺼냈다.
"제일 빨리 나오는 걸로."
식당 아주머니가 식권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현우의 낡은 가죽 아머와 녹슨 단검을 보았다가 등록소 쪽에서 따라온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박하린은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 덮밥 하나요."
"고기."
현우의 눈이 아주 조금 밝아졌다.
이성진이 옆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현우 님. 자리는 저쪽이 비었습니다."
"밥 나오면."
쟁반이 나왔다. 넓은 그릇 위에 밥이 깔려 있었고 얇게 썬 고기가 그 위를 덮었다. 갈색 소스가 밥알 사이로 스며들며 김을 올렸다.
현우는 빈 식탁에 앉았다.
식당 안의 소리가 낮아졌다. 방금 측정실에서 격리 문양을 해체한 사람을 가까이서 보고 싶은 눈과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눈이 동시에 움직였다.
현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숟가락을 들고 첫 숟갈을 입에 넣었다.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기는 질겼다. 소스는 조금 짰고 밥은 고슬고슬하지 않았다. 그래도 따뜻했다. 씹을수록 기름이 나왔고 혀에 단맛이 남았다.
1층 보급식은 늘 같은 맛이었다. 루프가 돌 때마다 빵은 같은 굳기였고 수프는 같은 온도였다. 몇천 년이 지나자 맛이 아니라 날짜를 세는 도구에 가까웠다.
이건 달랐다.
현우는 두 번째 숟갈을 떴다.
이성진이 숨을 죽이다가 물었다.
"입에 맞으십니까?"
"사람 밥이네."
"예?"
"좋다고."
이성진의 표정이 이상하게 풀렸다. 박하린도 아주 짧게 시선을 내렸다. 식당 사람들 중 누군가는 그 말의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눈을 피했다.
현우는 고기를 한 점 더 씹었다.
그때 식당 벽에 박힌 기록석이 붉게 켜졌다.
[상층 기록망 긴급 열람]
[철왕길드 2층 지부 접근]
[대상 기록 확인 요청]
박하린의 얼굴이 굳었다.
"벌써 왔다고?"
그녀 옆으로 한도윤의 투영창이 떠올랐다. 그는 기록판을 넘기며 식당 문을 보았다.
"기록 공유를 막을 권한은 없습니다. 현장 충돌만 막아야 합니다."
"식당에서요?"
"대형 길드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습니다."
문이 열렸다.
검은 철판 갑옷을 입은 남자 둘이 먼저 들어왔다. 그 뒤로 목에 붉은 길드 인장을 건 사내가 걸어왔다. 넓은 어깨와 굵은 팔뚝을 가진 남자였다. 얼굴에는 하층 도전자들을 자주 내려다본 사람 특유의 지루함이 묻어 있었다.
식당의 신입들이 급히 그릇을 끌어안고 물러났다.
"측정 불가 신입이 여기 있다지."
남자의 시선이 현우에게 멈췄다.
"강현우."
현우는 숟가락을 입에 넣은 채 고개만 들었다.
"밥 먹는 중인데."
"철왕길드 2층 지부장 류태건이다. 네 기록을 봤다. 검은등 늑대 단독 처치. 관리국 격리 실패. 훈련 장치 제압."
류태건은 현우 앞에 계약서를 내려놓았다.
두꺼운 종이 위에 붉은 인장이 찍혀 있었다. 종이 자체에서 얇은 마력 냄새가 났다.
"우리 밑으로 들어와라. 장비와 숙소와 상층 정보까지 보장하지. 네 기록은 길드가 관리한다."
"싫은데."
대답은 바로 나왔다.
식당이 조용해졌다.
류태건의 눈썹이 올라갔다.
"읽지도 않고 거절하나?"
"밑으로 들어오라며."
"신입한테는 과분한 제안이다."
"나 혼자 올라갈 건데."
현우는 고기 한 점을 더 씹었다.
"그리고 밥 식는다."
수행원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말조심해라. 지부장님은 18층 출신 랭커다."
현우가 그제야 류태건을 제대로 보았다.
"18층?"
류태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제 감이 오나?"
"1층 슬라임보다 약한 놈이 소리를 지르네."
웃음이 사라졌다.
류태건의 길드 인장에서 검은 빛이 흘렀다. 빛은 식탁 다리를 타고 바닥으로 내려가 현우의 발밑에 문양을 만들었다.
[길드 결투 문양 감지]
[비등록 도전자 압박 판정]
[관리국 중재 권고]
한도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류태건 지부장. 현장 결투 문양은 금지입니다."
"위협 반응 확인이다. 우리 길드가 데려갈 전력인지 봐야지."
박하린이 이를 악물었다.
"식당에서 결투 문양을 펼치면 민간 피해가 납니다."
"그러니 빨리 끝내야겠군."
류태건은 현우를 내려다봤다.
"강현우. 길드는 네가 고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길드가 너를 골랐으면 감사히 받아야 한다."
현우는 숟가락을 내려다봤다.
발밑의 문양이 그의 발목과 무릎을 묶으려 했다. 결은 뻔했다. 무게 중심을 빼앗고 마력 흐름을 눌러 상대를 무릎 꿇리는 방식.
1층 점액 함정과 닮았다.
다만 점액 함정은 최소한 자기 주인을 묶지는 않았다.
현우는 숟가락 끝으로 식탁을 톡 쳤다.
딱.
검은 문양의 중심선이 한 박자 어긋났다.
류태건의 인장에서 흘러나오던 마력이 식탁 다리에서 되돌아갔다. 압박 판정은 대상을 잃고 가장 가까운 마력 주인을 다시 찾았다.
[결투 문양 소유권 판정 오류]
[압박 대상 재산정]
[대상: 류태건]
"뭐?"
류태건의 무릎이 꺾였다.
그는 버티려 했지만 검은 선들이 그의 발목을 감았다. 수행원들이 동시에 손을 검자루로 가져갔다.
현우가 밥그릇을 잡았다.
"움직이면 엎어진다."
수행원들이 멈췄다.
그 말에는 살기가 없었다. 그래서 더 섬뜩했다. 현우가 정말로 걱정하는 것은 식탁 위의 밥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차렸다.
류태건이 이를 악물었다.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네가 깔아둔 거 네가 밟은 건데."
"이건 철왕길드 공인 결투 문양이다."
"그러니까 약하다고."
현우는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1층 함정은 이것보다 성실했어."
류태건의 몸에서 붉은 마력이 치솟았다. 결투 문양을 힘으로 뜯어내려는 움직임이었다. 바닥이 낮게 울렸고 식당 그릇들이 떨렸다.
박하린이 외쳤다.
"전원 벽에서 떨어져요!"
현우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식탁을 손가락으로 한 번 더 눌렀다.
딱.
류태건의 마력이 목 안에서 꺼졌다.
찍어누른 것이 아니었다. 흐르려던 길목이 먼저 닫혔다. 마력은 방향을 잃고 갑옷 안쪽에서 흩어졌다. 류태건은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고위 도전자 위압 판정 실패]
[대상자의 1층 판정 우선권과 충돌]
[길드 기록망 보고 대기]
현우는 류태건을 보았다.
"일할 생각 없냐고 물었지."
류태건은 대답하지 못했다.
"없어."
현우는 남은 고기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밥 먹을 때 오지 마라."
식당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성진은 거의 무릎을 꿇을 듯한 자세로 현우를 보고 있었다. 박하린은 수행원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철왕길드 측은 문양을 회수하십시오. 이 이상 진행하면 길드 위협 행위로 보고됩니다."
한도윤도 차갑게 말했다.
"접촉 실패로 기록하겠습니다. 류태건 지부장. 관리국이 보는 앞에서 더 움직이지 마십시오."
류태건은 겨우 문양을 거두었다. 목의 길드 인장에는 가느다란 금이 생겨 있었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현우를 노려봤다.
"후회할 거다. 혼자 올라가는 도전자를 길드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라고 한 적 없는데."
현우는 빈 그릇을 내려놓았다.
"한 그릇 더 되나?"
식당 아주머니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식권은 한 장인데요."
현우가 멈췄다.
박하린이 자기 주머니에서 작은 식권 하나를 꺼내 창구에 올렸다.
"등록소 시설 피해 방지 보상입니다."
현우는 박하린을 보았다.
"좋은 사람이네."
"문제만 더 만들지 말아주세요."
"밥 먹고 갈 거야."
두 번째 그릇이 나왔다.
이번에는 아무도 수군거리지 않았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식탁 근처가 넓게 비었다. 신입들은 고개를 숙였고 경비대는 문 쪽을 지켰다.
류태건은 식당 밖으로 나가며 기록판을 움켜쥐었다.
[철왕길드 2층 지부 접촉 실패]
[대상자 강현우 스카우트 거절]
[지부장 류태건 제압]
[상위 길드망 긴급 공유]
현우는 그 창을 보지 못했다.
그는 두 번째 그릇에 집중했다.
마지막 밥알까지 비운 뒤에야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이제 가자."
이성진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디로 말씀이십니까?"
"위로."
박하린이 식당 입구에서 통행증을 확인했다.
"붉은 이정표 구간을 지나면 3층 문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중간에 길드 검문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밥 먹는데 오진 않겠지."
"장담은 못 합니다."
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빨리 가야겠네."
등록소 밖에는 회색갈기 숲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붉은 이정표가 나무 사이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현우는 통행증을 대충 품에 꽂고 길로 걸어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 위로 보이지 않는 기록망이 다시 열렸다. 이번 알림은 2층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현우는 모른 채 걸었다.
만 년 동안 막혀 있던 길은 이제 너무 느려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