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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3화

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

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

3화: 신입 파티의 괴물

붉은 이정표는 숲속에서 유난히 잘 보였다.

나무줄기마다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붉은 빛이 박혀 있었다. 부상당한 도전자들은 서로 어깨를 빌려 그 빛을 따라 걸었다. 이성진은 앞장서려다 자꾸 뒤를 돌아봤다.

강현우가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눈빛이었다.

"안 도망간다."

"아닙니다. 도망을 걱정한 건 아니고요."

"그럼."

"형님이 갑자기 사라져도 제가 잡을 방법이 없어서요."

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무 사이로 사람 냄새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피와 땀과 약초 냄새. 그 사이에 아주 약하게 기름에 구운 고기 냄새가 섞였다.

현우의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이성진이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저쪽입니다. 등록소 옆에 식당이 있습니다."

"고기 냄새 맞지?"

"맞습니다. 다만 먼저 생존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먹고 받으면 안 되나."

"보통은 안 됩니다."

현우는 아주 작은 한숨을 쉬었다.

숲이 끝나자 낮은 목책으로 둘러싸인 거점이 나타났다. 나무와 돌을 섞어 만든 건물 몇 채가 있었고 중앙에는 커다란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2층 공략 파티 등록소]

[미등록 도전자 단독 통행 제한]

[구역 통행증 발급 및 생존 확인 접수]

현우는 표지판을 보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단독 통행 제한."

"위험해서 그렇습니다. 2층은 길도 자주 바뀌고 마수도 무리로 움직입니다."

"아까 그 늑대들이 기준인가?"

"그게 보통 신입한테는 재난입니다."

입구 주변에는 현우 또래로 보이는 도전자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새 창을 끌어안고 있었고 누군가는 방금 산 듯한 방패의 흠집을 손끝으로 만지고 있었다. 다들 겁먹지 않은 척했지만 붉은 이정표 너머 숲에서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어깨가 움찔했다.

현우는 그 반응을 이상하게 보았다.

두려워하는 사람들.

그것도 오랜만이었다.

등록소 입구 앞에 있던 여자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짧게 묶은 머리에 회색 조끼를 입은 접수원이었다. 손에는 마력 잉크가 묻은 판을 들고 있었다.

"부상자 넷. 생존 확인 먼저."

이성진이 허리를 숙였다.

"박하린 접수원님. 회색갈기 숲 초입에서 검은등 늑대와 조우했습니다."

주변이 조용해졌다.

"검은등?"

박하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구역 보스가 왜 초입까지 내려와?"

"저도 모릅니다. 그런데 처치는 끝났습니다."

"너희가?"

이성진은 현우를 돌아봤다.

모든 시선이 자연스럽게 현우에게 꽂혔다. 낡은 가죽 아머, 녹슨 단검, 튜토리얼 지급품을 그대로 걸친 남자. 등록소 앞에 서 있던 신입 도전자 몇 명이 헛웃음을 흘렸다.

"저 사람이?"

"장비가 1층 지급품인데?"

"검은등 늑대를 저 단검으로?"

현우는 그 말보다 식당 쪽 굴뚝을 보고 있었다.

"냄새 좋네."

박하린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이름."

"강현우."

"소속 파티."

"없어."

"등록 기록."

"없을걸."

박하린은 판을 두드렸다. 희미한 빛이 떠올랐다가 꺼졌다.

"정말 없네. 1층 막 올라온 신입으로 뜹니다."

주변의 웃음소리가 조금 커졌다.

그때 키 큰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새것 티가 나는 철제 흉갑을 입고 허리에는 길쭉한 검을 찼다. 얼굴에는 자신감과 불안이 이상하게 섞여 있었다.

"그럼 우리 파티에 넣죠."

이성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조민혁. 갑자기 왜 끼어?"

"규정 몰라? 신입 임시 파티는 네 명부터 접수잖아. 너희 파티는 부상자 셋 빠지면 인원 부족이고 저 사람은 혼자 못 가. 서로 좋은 일이지."

조민혁이 현우를 훑어봤다.

"짐은 내가 들게 안 할 테니까 뒤에서 따라와요. 검은등 늑대 이야기는 등록소에서 잘못 들은 걸로 해두고."

이성진의 얼굴이 붉어졌다.

"잘못 들은 게 아니야. 이분이 진짜로..."

"진짜로 뭐. 녹슨 단검으로 보스를 잡았다고? 성진아. 살려준 사람한테 고마운 건 알겠는데 눈은 뜨고 살아야지."

현우는 두 사람 사이를 지나 식당 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 박하린이 앞을 막았다.

"강현우 씨. 식당 이용은 등록 후 가능합니다."

"또 등록."

"임시 파티에 이름을 올리고 생존 확인을 받아야 식권도 나옵니다."

현우가 멈췄다.

"식권?"

이성진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저희 파티 임시 전력으로 넣겠습니다. 통행증도 받고 식권도 받으면 됩니다."

"그럼 해."

현우의 대답은 빨랐다.

조민혁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밥 때문에 파티를 들어온다고?"

"중요하지."

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박하린은 한숨을 삼키고 판 위에 이름을 적었다.

"임시 등록은 말 그대로 임시입니다. 시험장 통과 기록이나 파티 보증이 있어야 구역 통행증이 나갑니다."

"시험장?"

"안쪽에 있습니다. 신입들이 마수의 돌진을 버티는지 확인하는 곳입니다."

현우는 식당 굴뚝을 한 번 더 보았다.

"그것도 밥 전에 해야 하는 거고."

"예."

"까다롭네."

[임시 파티 등록 심사 중]

[대상자: 강현우]

[최근 전투 기록 확인 중]

판의 빛이 흔들렸다.

[2층 초입 보스 단독 처치 기록 감지]

[기록 등급 판정 불가]

[정상 접수 불가]

박하린의 손이 멈췄다.

"등급 판정 불가?"

조민혁도 웃음을 멈췄다.

그 순간 등록소 안쪽에서 쇠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시험장 문양이 깨졌다!"

누군가의 비명과 함께 목책 너머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검붉은 털을 가진 멧돼지였다. 등에는 철판 같은 가죽이 겹겹이 솟아 있었고 어금니에는 푸른 마력이 맺혀 있었다.

놈의 목에는 끊어진 쇠사슬이 매달려 있었다. 사슬 끝에 박힌 푸른 문양이 깜빡거리다 꺼졌다. 원래는 시험장 안에서 방향만 바꾸게 만드는 제어 문양일 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붙잡지 못했다.

[훈련용 마수: 철가죽 멧돼지 제어 이탈]

[절단 저항 적용]

[돌진 판정 준비]

신입들이 흩어졌다.

조민혁이 검을 뽑았다.

"비켜! 내가 막는다!"

그는 자세를 잡고 멧돼지의 옆구리를 베었다. 금속이 긁히는 소리만 났다. 칼날은 가죽 위에서 튕겨 나갔다.

멧돼지가 고개를 틀었다.

조민혁의 눈이 흔들렸다. 방패를 든 다른 신입이 끼어들었지만 충돌은 짧았다. 방패가 구겨지고 두 사람이 동시에 바닥을 굴렀다.

"전원 대피! 시험장 밖으로!"

박하린이 외쳤다.

멧돼지는 멈추지 않았다. 쓰러진 부상자들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성진이 반사적으로 몸을 던져 앞을 막았다. 그의 방패는 이미 검은등 늑대에게 금이 간 상태였다.

"또 그 자세네."

현우가 말했다.

이성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웃었다.

"이게 제가 할 줄 아는 전부라서요."

"괜찮아. 그거면 됐다."

현우가 앞으로 나갔다.

박하린이 소리쳤다.

"강현우 씨! 저 마수는 베기 저항이 있습니다. 지급 단검으로는..."

현우는 녹슨 단검을 뽑았다.

"가죽이 질기면 결을 찾으면 돼."

철가죽 멧돼지가 땅을 찼다. 목책 아래 흙이 뒤집혔다. 덩치에 비해 빠른 돌진이었다. 시스템 창이 현우 앞에서 급히 떠올랐다.

[돌진 판정 고정]

[회피 가능 각도 제한]

[초보 도전자 방어 불가]

현우는 멧돼지의 어깨를 보았다.

두꺼운 가죽. 그 아래에서 움직이는 근육. 근육 사이로 흐르는 마력의 줄기. 1층 고블린의 낡은 가죽 방패를 벗길 때 보던 결보다 조금 복잡했다.

조금뿐이었다.

현우는 반걸음 들어갔다.

멧돼지의 어금니가 그의 옆구리를 스칠 거리였다. 주변에서 비명이 터졌다. 현우의 단검은 그 순간 멧돼지의 앞다리와 가슴 사이를 지나갔다.

소리는 작았다.

종이를 가르는 것 같은 소리.

멧돼지의 돌진이 멈췄다. 앞다리 힘줄이 끊겼고 어깨의 마력 줄기가 풀렸다. 현우는 멈추지 않고 두 번째 선을 그었다. 이번에는 목덜미와 등가죽 사이였다.

철판처럼 붙어 있던 가죽이 조용히 벌어졌다.

"뭐야."

조민혁이 바닥에서 중얼거렸다.

"회 뜨는 것도 아니고..."

현우는 세 번째로 단검을 움직였다.

멧돼지는 쓰러졌다. 피가 폭발하지 않았다. 몸 안의 마력 결만 정확히 끊겼다. 거대한 마수는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흙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철가죽 멧돼지 제압]

[절단 저항 판정 해체]

[시험장 제어 문양과 대상자의 1층 판정 우선권이 충돌합니다.]

현우는 단검을 털었다.

"이거 먹을 수 있나?"

등록소 전체가 조용해졌다.

박하린은 한동안 말을 잃었다. 이성진은 방패 뒤에서 천천히 일어나 현우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 위험하게 반짝였다.

"역시..."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눈으로 했어."

박하린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판을 들어 올렸다.

"강현우 씨. 식권은 발급하겠습니다."

"좋네."

"대신 먼저 측정실로 오셔야 합니다."

현우의 표정이 굳었다.

"밥은."

"측정 후입니다. 정상 신입으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보스 단독 처치, 판정 불가 기록, 시험장 마수 제압. 전부 관리국 보고 대상입니다."

"보고는 그쪽이 하고 난 먹으면 안 되나."

"안 됩니다."

박하린은 접수대 밑에서 투명한 수정구를 꺼냈다. 안쪽에 작은 숫자 문양들이 떠 있었다.

"간단합니다. 손만 올리세요. 스탯과 등급을 확인하는 기초 측정구입니다."

현우는 수정구를 바라봤다.

1층에도 비슷한 것이 있었다. 기본 능력치를 확인하라며 첫날 떠올랐던 창. 그 뒤로는 수치가 너무 길어져 표시가 잘리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시스템도 보여주기를 포기했다.

"이거 튼튼해?"

박하린이 눈썹을 찌푸렸다.

"관리국 인증품입니다."

"그럼 아니네."

"예?"

현우는 손을 올렸다.

수정구 안쪽 숫자들이 한꺼번에 켜졌다. 흰 빛이 붉게 변하고 붉은 빛이 검게 뒤집혔다. 판 위의 문양들이 미친 듯이 회전했다.

[측정 시작]

[대상자 수치 검색 중]

[검색 범위 초과]

박하린이 숨을 삼켰다.

수정구 중심에 머리카락 같은 금이 갔다.

현우는 손을 떼려다가 멈췄다.

"이거 내가 물어냈다고 하지 마라."

금은 순식간에 수정구 전체로 번졌다.

[경고]

[경고]

[측정 한계 초과]

등록소 밖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다시 흘러왔다.

현우는 그쪽을 보며 진심으로 아쉬운 얼굴을 했다.

"밥 먹기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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