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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16화

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

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

16화: 선별 구역은 줄을 먼저 고른다

21층 문턱 너머에는 줄이 있었다.

현우는 빵을 씹다 말고 멈췄다. 따뜻한 국물 냄새도 고기 냄새도 없었다. 대신 젖은 돌과 차가운 금속 냄새가 길게 깔려 있었다.

바닥에는 은빛 선들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었다. 선마다 작은 문양판이 매달려 있었다. 등록 파티. 길드 동행. 단독 공략자. 부상자 후송. 임시 이동권.

그중 가장 어두운 선 하나가 현우의 발밑에서 켜졌다.

[21층 선별 구역 진입]

[임시 이동권 소지자 우선 검문]

[동행자 기록 재확인]

"줄이네."

현우의 목소리가 바로 낮아졌다.

다서연은 기록판을 들고 주변을 살폈다. 선별 구역은 방처럼 넓었지만 길처럼 길었다. 양쪽 벽에는 검문 창구가 촘촘히 박혀 있었고 창구 안쪽에는 사람이 없었다. 흰 문양만 눈꺼풀처럼 열렸다 닫혔다.

도율과 적요길드 공략대도 뒤따라 들어왔다. 그들은 전장보다 조용해져 있었다. 불씨갈비수의 재를 털어낸 뒤였지만 손목을 보는 버릇은 남아 있었다.

도율이 검문선을 보았다.

"선별 구역이다. 21층부터는 기록이 맞지 않으면 길이 갈린다."

"길이 갈리면 다시 붙으면 되잖아."

"그게 안 되는 곳도 있다."

현우는 빵을 한입 더 물었다. 딱딱한 빵은 이빨에 걸렸다. 그는 씹는 동안 바닥 선을 봤다.

임시 이동권 선이 그의 발목 쪽으로 감기려 했다. 전처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대신 아주 정중했다. 발목에 고리를 걸고 이쪽으로 오시라는 듯 잡아당겼다.

그게 더 싫었다.

[임시 이동권 단독 검문선 배정]

[비등록 예외 대상 강현우]

[동행자 기록 불일치]

다서연의 발밑에도 다른 선이 켜졌다.

[아르페우스 현장 관찰자]

[정보 협조 기록 확인]

[공식 동행 기록 미확정]

두 선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벌어졌다.

다서연의 표정이 굳었다.

"나를 동행으로 읽지 않는다."

"따라왔잖아."

"기록상으로는 현장 관찰과 정보 협조다. 네 이동권에 묶인 동행 판정은 아니다."

현우는 발밑 선을 밟았다.

은빛 선이 눌렸지만 끊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밝아졌다.

[검문선 이탈 시도 감지]

[임시 이동권 소지자 단독 선별 우선]

현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또 혼자 들어가라네."

다서연은 기록판을 조작했다.

"아르페우스 현장 보고. 강제 충돌 금지 유지. 정보 협조자 다서연은 강현우의 21층 진입 과정에 동행 중이다. 동행자 기록 재확인 요청."

기록판 너머에서 급한 응답이 왔다. 잡음 섞인 목소리가 짧게 이어졌다.

"현장 동행은 승인 대기입니다. 대상자의 분류가 방금 갱신됐습니다. 정산 우선 생존권 보유자는 단독 검문으로 먼저 넘기는 게 절차상 안전합니다."

"그 절차가 대상을 분리한다."

"분리 자체가 선별 구역의 기능입니다."

다서연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 구역은 사람을 고르는 곳이었다. 올라갈 수 있는 사람과 기다려야 하는 사람. 같이 갈 수 있는 사람과 갈라져야 하는 사람. 기록은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길을 나눴다.

도율이 낮게 말했다.

"적요길드는 정식 이의 제기를 유지한다. 비등록 예외 대상은 본정산이 끝나기 전까지 단독 검문을 받아야 한다."

다서연이 도율을 보았다.

"여기서도 막을 생각인가."

"막는 게 아니다. 기록을 따르는 거다."

현우는 빵을 삼켰다.

"기록이 밥 주냐."

도율은 대답하지 않았다. 선별 구역의 문양들이 대신 밝아졌다.

[상층 기록망 이의 제기 존재]

[공식 동행 미확정]

[단독 생존자 검문선 강제 배정]

바닥 선이 당겼다.

현우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낡은 가죽 아머 끝이 바람에 잡힌 것처럼 흔들렸다. 다서연의 발밑에서는 길드 동행 재승인선이 열렸다. 선 끝에는 작은 문이 있었다. 문 너머에는 아르페우스 문장이 흐릿하게 떠 있었다.

다서연이 이를 악물었다.

"저 문으로 들어가면 나는 본부 승인 절차로 빠진다."

"얼마나 걸리는데."

"짧으면 몇 시간. 길면 하루 이상."

현우의 얼굴이 확실히 구겨졌다.

"밥집 알려준다며."

다서연은 잠깐 말을 잃었다.

그 말은 가볍게 들렸다. 하지만 현우가 기억한 조건은 정확했다. 길을 막지 않을 것. 필요한 정보를 줄 것. 휴게소 위치를 알려 줄 것.

그 조건을 어기게 만드는 것은 다서연이 아니라 선별 구역이었다.

현우는 바닥을 내려다봤다.

은빛 선은 복잡했지만 냄새는 단순했다. 줄 냄새였다. 오래 서 있던 사람들의 발 냄새와 식은 쇠 난간 냄새. 새치기하면 뒤에서 누군가 욕을 하던 자리의 공기.

1층에도 줄은 있었다.

매일 보급 시간이 되면 낡은 창구 앞에 줄이 생겼다. 처음에는 고블린도 줄을 설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자 알았다. 줄은 사람이 서는 게 아니었다. 창구가 사람을 세웠다.

창구 앞 문양이 먼저 온 발자국을 읽었다. 그 발자국을 따라 빵이 나왔다. 줄을 벗어나면 빵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 발자국 뒤로 돌려보냈다.

처음 몇 년은 그게 짜증 났다.

나중에는 어느 발자국이 줄이고 어느 발자국이 창구 담당자의 자리인지 외워 버렸다.

현우는 주머니를 뒤졌다.

다서연이 숨을 멈췄다.

"또 생존 보급권인가?"

"아니. 줄표."

현우가 꺼낸 것은 작은 금속 조각이었다. 식권보다 더 낡았다. 숫자는 지워졌고 한쪽 모서리는 씹힌 것처럼 패여 있었다.

[1층 보급 대기표]

[순번 식별 불가]

[대기열 잔여 판정]

도율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물건이 왜 아직 남아 있지."

"안 버렸으니까."

현우는 대기표를 임시 이동권 선 위에 떨어뜨렸다.

은빛 선이 순간 멈췄다.

선별 구역의 검문 창구들이 동시에 열렸다. 흰 문양들이 대기표를 읽으려다 서로 다른 글자를 띄웠다.

[하위 대기열 판정 감지]

[선별 검문선과 생존 보급 대기열 충돌]

[순번 재확인]

현우는 발끝으로 대기표를 밀었다.

대기표가 다서연의 선과 현우의 선 사이에 멈췄다. 두 선은 그것을 피해 벌어지려 했다. 현우가 한 번 더 밟았다.

이번에는 선이 벌어지지 못했다.

[대기열 담당 위치 확인 실패]

[안내자 판정 탐색]

다서연의 기록판이 울렸다.

[정보 제공자]

[길 안내 조건 보유]

[동행자 후보 재분류]

다서연은 눈을 크게 떴다.

"나를 안내자로 읽고 있다."

"밥집 알려준다며."

"그게 검문 판정으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

"나도 줄 서는 건 싫어."

현우는 대기표를 다시 밀었다. 이번에는 다서연 쪽으로 완전히 보내지 않았다. 자기 발과 그녀의 발 사이에 두었다. 낡은 금속 조각이 바닥의 은빛 선을 누르며 아주 작은 고정점이 됐다.

선별 구역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벽의 검문 창구 하나가 검게 변했다. 흰 문양이 사라지고 깊은 구멍 같은 어둠이 열렸다.

[부적합 동행자 분리]

[공식 승인 없는 안내자 동행 불가]

[동행자 기록 재확인 강제 실행]

다서연의 발밑이 꺼졌다.

그녀는 즉시 검을 뽑아 바닥 틈에 걸었다. 은빛 선들이 검날을 감고 아래로 당겼다. 아르페우스 문장이 떠 있는 작은 문이 더 크게 열렸다.

기록판 너머에서 목소리가 터졌다.

"다서연 대원. 본부 재승인선으로 이동하십시오. 대상자는 단독 검문 뒤 합류 절차를 밟게 됩니다."

다서연은 검을 놓지 않았다.

"합류 절차가 얼마나 걸립니까."

"상층 기록망 이의 제기와 병합되면 예측 불가입니다."

현우는 고개를 들었다.

"예측 불가가 제일 싫어."

도율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강현우. 이건 네가 손댈 문제가 아니다. 동행 기록은 길드와 본부가 정한다."

"그럼 길은 누가 알려주는데."

"단독 검문을 통과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또 줄."

현우가 빵 남은 조각을 입에 넣었다.

그는 씹으면서 다서연의 발밑을 봤다. 꺼지는 바닥의 첫 매듭은 깊지 않았다. 사람을 떨어뜨리는 함정이 아니라 선을 바꾸는 문턱이었다. 발이 넘어가면 이름이 바뀌고 이름이 바뀌면 길이 바뀐다.

1층 보급 창구에도 그런 문턱이 있었다.

줄 선 사람은 창구 앞에서 받는 사람이 됐다. 창구 안쪽의 사람은 주는 사람이 됐다. 그런데 어느 날 창구가 고장 났을 때 현우는 안쪽으로 들어가 빵 상자를 직접 꺼낸 적이 있었다.

그때 문양은 잠깐 망설였다.

받는 사람인가.

주는 사람인가.

결국 굶어 죽지 않기 위한 행동은 생존 보급 절차 안에 남았다.

현우는 다서연 쪽으로 손을 뻗었다.

"잡아."

다서연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가 현우의 손목을 잡자 선별 구역 전체가 울렸다.

[비등록 예외 대상과 현장 관찰자 직접 연결]

[강제 동행 판정 위험]

[분리 절차 강화]

현우는 다서연을 끌어당기지 않았다.

대신 자기 발밑의 대기표를 밟았다. 낡은 금속 조각이 얇게 휘었다. 그 위로 1층의 오래된 글자가 떠올랐다.

[생존 보급 대기열]

[수령자 이탈 방지]

[안내 위치 유지]

현우가 중얼거렸다.

"줄 세웠으면 안내판도 같이 둬야지."

그는 다서연의 발밑으로 뻗은 분리선을 발뒤꿈치로 눌렀다.

선이 끊어지지 않았다. 방향만 바뀌었다. 아래로 열리던 문턱이 옆으로 밀렸다. 다서연을 본부 재승인선으로 떨어뜨리던 힘이 현우와 다서연 사이의 대기표를 돌아 검문 창구 쪽으로 흘렀다.

[동행자 분리 실패]

[정보 안내자 위치 유지]

[공식 동행 기록 요청]

다서연의 기록판이 새하얗게 빛났다.

본부 쪽 목소리가 멎었다.

다서연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르페우스 현장 보고 갱신. 다서연은 강현우의 정보 협조자 지위를 현장 동행으로 전환한다. 조건은 기존과 같다. 길을 막지 않는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휴게소 위치를 공유한다."

기록판 너머에서 누군가 바로 반박하려 했다.

"그건 본부 승인 전에는..."

다서연이 말을 끊었다.

"승인을 기다리면 대상자는 단독 검문으로 분리되고 상층 기록망 이의 제기에 묶인다. 현장 피해 통제를 위해 동행 기록을 우선 확정한다."

현우는 다서연을 힐끗 보았다.

"밥집도."

다서연은 아주 짧게 눈을 감았다 떴다.

"휴게소와 식당 위치도 공유한다."

[아르페우스 현장 동행 기록 생성]

[강현우 정보 안내자: 다서연]

[동행자 기록 재확인 완료]

선별 구역의 검문 창구들이 하나씩 닫혔다.

도율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창대를 들지 않았다. 대신 자기 기록판을 내려다봤다. 적요길드 이의 제기 문양은 아직 살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현우의 발목을 지금 잡지 못했다.

[상층 기록망 이의 제기 유지]

[21층 선별 구역 현장 분리 실패]

[임시 이동권 검문 완료]

현우는 다서연의 손목을 놓았다.

"됐네."

"네가 한 일이다."

"네가 밥집 알려준다고 했잖아."

다서연은 대답 대신 기록판을 다시 확인했다. 새로 붙은 동행 기록은 불안정했다. 본부가 나중에 문제 삼을 수 있었다. 적요길드의 이의 제기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길이 열렸다.

선별 구역 끝의 문이 움직였다. 젖은 돌 냄새 너머로 바람이 들어왔다. 이번에도 음식 냄새는 아니었다. 대신 먼 곳에서 여러 길드 문양이 서로 부딪히는 얇은 금속음이 들렸다.

문 위에 글자가 떠올랐다.

[22층 예비 관문 개방]

[선별 결과: 임시 통과]

[신규 분류 기록]

[선별 거부 생존 동행권]

현우는 마지막 빵 부스러기를 털었다.

"이름 길다."

다서연이 낮게 말했다.

"상층 기록망에는 더 길게 보일 거다."

"읽는 놈들이 고생하겠네."

도율이 뒤에서 말했다.

"적요길드의 이의 제기는 끝나지 않았다."

현우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

"22층 이후에는 더 많은 길드가 네 기록을 본다."

"그럼 줄도 더 많겠네."

현우는 열린 문 쪽으로 걸었다. 다서연은 한 박자 뒤에서 따라붙었다. 이번에는 바닥이 그녀를 다른 쪽으로 당기지 않았다.

문턱 앞에서 현우가 물었다.

"다음 휴게소는 어디야."

다서연은 기록판을 넘겼다.

"22층 예비 관문을 지나면 짧은 중계소가 있다. 식당은 확실하지 않다. 물과 간단한 보급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 말고 확실한 건."

"길드 검문이 있을 가능성은 확실하다."

현우의 표정이 다시 시큰둥해졌다.

"쓸데없는 건 확실하네."

그는 22층 예비 관문의 문턱을 밟았다.

문 너머 어둠 속에서 여러 문양이 동시에 켜졌다. 적요길드의 붉은 문장. 아르페우스의 푸른 문장. 그리고 아직 이름을 모르는 검은 문장 하나.

현우는 그것들을 보고 빵 봉지를 접었다.

"이번엔 누가 줄 세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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