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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13화

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

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

13화 우선권은 문 안에서도 발목을 잡는다

20층 레이드 문 안쪽은 뜨거웠다.

문이 닫히자 바깥 전실의 소음이 한꺼번에 끊겼다. 대신 달아오른 쇠 냄새와 오래된 재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바닥은 둥근 투기장처럼 깊게 패여 있었다. 가장자리에는 짐승의 갈비뼈를 닮은 검은 기둥들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기둥 사이에는 식은 재가 발목 높이로 쌓여 있었다.

강현우는 뒤를 돌아봤다.

문은 이미 닫혔다.

적요길드 공략대도 안쪽에 있었다. 도율은 창을 든 채 문과 현우를 번갈아 보았다. 방금 전까지 문 앞을 막던 붉은 갑옷들이 이제는 같은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20층 레이드 문 내부 진입]

[우선 공략권 보유자 동시 진입]

[비등록 예외 대상 강현우 입장 판정 선행]

도율이 이를 악물었다.

"진형 잡아. 문이 꼬였어도 공략권은 우리에게 있다."

적요길드 공략대가 즉시 움직였다. 방패 둘이 앞에 섰고 창대 셋이 좌우로 벌어졌다. 기록 담당은 뒤쪽에서 붉은 문양을 띄웠다.

움직임은 빨랐다.

허세만으로 20층 문을 잡은 길드는 아니었다.

바닥의 우선 공략권 문양도 그에 맞춰 살아났다. 붉은 선이 공략대 발목을 감고 중앙으로 모였다. 원래라면 역할 배치와 보상 판정을 묶는 선일 터였다.

그런데 선 하나가 현우 쪽으로도 뻗었다.

현우는 자기 발목을 내려다봤다.

"또 잡네."

다서연이 기록판을 확인했다. 그녀의 눈썹이 아주 조금 내려갔다.

"네가 문턱 판정을 먼저 밟아서 우선권 선이 입장 순서를 다시 읽고 있다. 조심해라. 문 안에서는 문 앞보다 규칙이 무겁다."

"무거우면 더 귀찮은데."

도율이 창끝을 현우 쪽으로 돌렸다.

"움직이지 마라. 공략대 배치가 끝나기 전 움직이면 전체 피해 판정이 흔들린다."

"너희가 따라 들어왔잖아."

"네가 문을 비틀었다."

현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말이 길어지면 늘 배가 더 고파졌다. 그는 전장 한가운데를 보았다.

검은 갈비뼈 기둥들이 하나씩 붉어졌다.

기둥 사이의 재가 솟았다. 재 속에서 거대한 짐승의 등뼈가 일어섰다. 머리는 없었다. 대신 갈비뼈 안쪽에 불씨가 여러 개 박혀 있었다. 불씨마다 사람의 심장처럼 작게 뛰었다.

[20층 중간 레이드 보스 출현]

[불씨갈비수]

[공략대 역할 판정 시작]

[불씨 공유 대상 지정]

첫 숨이 밀려왔다.

뜨거운 바람이 아니라 무게였다. 가슴 안쪽에 돌을 넣는 것처럼 숨이 눌렸다. 방패 담당 둘의 갑옷 위에 붉은 점이 찍혔다.

도율이 외쳤다.

"방패 둘이 첫 불씨를 받는다. 창대는 오른쪽 갈비를 끊어. 기록 담당은 공유 선 확인."

방패 담당들이 동시에 무릎을 낮췄다. 창대는 갈비뼈 틈을 노렸다. 정석적인 대응이었다.

하지만 불씨는 방패 위에서 멈추지 않았다.

붉은 점이 방패 담당의 어깨에서 팔꿈치로 흘렀다. 그 뒤 우선 공략권 문양을 타고 뒤쪽 기록 담당 손등까지 번졌다. 도율의 창대에도 작은 불씨가 붙었다.

전장 가장자리의 갈비뼈 기둥들이 낮게 떨렸다.

누군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재가 바닥에서 일어났다. 재는 사람의 발목을 덮고 우선권 선 위에 얇은 막처럼 내려앉았다. 막 아래에서 붉은 선들이 더 선명하게 빛났다.

레이드 문은 공략대를 보호하는 척하며 모두를 한 묶음으로 읽고 있었다.

"분산이 아니다."

다서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우선권 선이 먹이줄로 바뀌었다."

도율도 그것을 봤다. 그는 방패 담당 하나가 휘청이자 창을 돌려 붉은 선을 찍었다. 선은 끊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창대에 붙은 불씨가 커졌다.

"방패 교대!"

"교대 판정이 안 먹힙니다!"

기록 담당이 비명을 삼켰다. 손등의 붉은 점이 손목까지 번지고 있었다.

도율의 턱 근육이 굳었다.

그는 현우를 노려보다가 다시 자기 공략대를 보았다. 길을 막는 명분과 부하를 살리는 일 사이에서 한 박자 늦은 선택이 지나갔다. 결국 창끝은 현우가 아니라 쓰러지는 방패 담당 쪽으로 돌아갔다.

"대기열 뒤로 빼. 불씨가 심장까지 가기 전에."

"공략권 선이 놓아주질 않습니다."

현우는 불씨갈비수를 바라봤다.

불은 그 자체로 공격이 아니었다. 불씨가 누구에게 붙었는지 정하고 그 사람에게 다음 숨을 밀어 넣는 구조였다.

1층 보급 불씨도 관리가 안 되면 비슷했다.

비 오는 날 젖은 장작에 불을 붙이면 꺼지는 척했다. 그러다 옆에 쌓아 둔 마른 짚으로 옮겨붙었다. 처음엔 그걸 몰라서 보급막을 태워 먹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만 년 동안 불씨를 살리려면 불을 세게 하는 것보다 어디에 붙을지 정하는 일이 먼저였다. 불씨는 제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도 가장 먼저 허락한 곳을 따라갔다.

도율이 이를 악물었다.

"강현우를 격리해! 선이 저쪽으로 새고 있다."

적요길드 마법사가 기록 문양을 펼쳤다.

[비등록 예외 대상 분리]

[공략대 외부 변수 차단]

문양은 현우 쪽으로 날아오다 중간에서 불씨갈비수의 숨을 맞았다. 붉은 불씨가 분리 문양에 들러붙었다. 마법사의 손등이 타들어 갔다.

"크윽!"

도율이 바로 몸을 날렸다. 그는 창대로 마법사의 손등을 누르며 불씨를 갑옷 쪽으로 옮기려 했다. 부하를 버릴 생각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선권 선은 그 행동까지 읽었다.

도율의 창대에 붙은 불씨가 더 커졌다.

현우가 눈을 찡그렸다.

"그걸 왜 나한테 던져."

다서연이 검을 뽑았다.

"베면 안 된다. 불씨가 문양을 따라 되돌아간다."

"알아."

현우는 바닥을 보았다.

문양은 복잡했지만 처음 매듭은 쉬웠다. 문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묶는 선. 그 선 위에 우선권이 올라탔고 보스가 그것을 먹이줄로 쓰고 있었다.

1층 보스방 문턱에도 그런 선이 있었다.

안에 들어가겠느냐고 묻는 선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안내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문턱 위에서 한 호흡 늦게 들어오는 판정이 있었다. 들어갈 사람의 발을 먼저 읽고 그다음 문을 닫았다.

너무 많이 밟아서 닳아 버린 문턱이었다.

현우는 주머니에서 낡은 금화를 꺼냈다. 10층 관문 증표로 받은 금화는 아직 희미한 통과 판정을 품고 있었다.

그는 금화를 바닥에 세웠다.

도율이 소리쳤다.

"멈춰! 공략권 문양을 더 건드리면 전원이 불씨 대상이 된다!"

"이미 됐잖아."

현우는 금화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금화가 붉은 선 위를 굴렀다.

불씨갈비수의 첫 숨이 금화를 향해 빨려 들어갔다. 우선권 문양은 현우의 발목 대신 금화를 붙잡으려 했다. 금화가 문턱 위의 작은 발자국처럼 읽혔다.

[관문 통과 증표 접촉]

[입장 판정 대체 대상 감지]

[불씨 공유 소유권 재검토]

현우는 바로 튜토리얼 지급품 주머니를 풀었다.

낡은 가죽 주머니가 바닥에 닿았다. 20층 레이드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문양은 그것을 먼저 읽었다.

[1층 튜토리얼 지급품 우선권 감지]

[보급품 소유자 판정 선행]

[불씨 공유 대상 재지정 실패]

불씨가 주머니 주변에서 맴돌았다. 붙을 대상을 찾지 못한 불씨는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현우가 발끝으로 첫 매듭을 눌렀다.

"불 붙은 줄은 놓으면 되잖아."

붉은 선이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더 정확히는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적요길드 공략대 발목을 조이던 선이 느슨해졌다. 방패 담당의 갑옷에 붙은 불씨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마법사의 손등을 파고들던 붉은 점도 손목 앞에서 멈췄다.

도율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우선권이..."

다서연이 기록판을 붙잡았다.

"정지된 게 아니다. 선점 기록은 남아 있다. 독점 통제만 빠졌다. 생존 판정이 우선으로 올라왔다."

도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적요길드가 문을 잡았다는 기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록으로 현우를 묶거나 공략대 전체를 보호하는 일은 막혔다. 권한이 방패가 아니라 짐이 된 셈이었다.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타면 치우기 힘들어."

다서연은 잠깐 현우를 보았다.

말은 가벼웠다. 하지만 방금 현우가 한 일은 적요길드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붙잡은 줄을 떼어 내며 불씨가 사람에게 들어가는 길을 막았다.

전장 뒤쪽에서 방패 담당이 헐떡이며 숨을 뱉었다. 손목까지 번졌던 붉은 점은 숯가루처럼 부서졌다. 마법사는 손등을 감싸 쥔 채 주저앉았지만 손가락은 움직였다.

도율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도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창을 다시 세웠다. 창끝은 이번에도 현우를 향하지 않았다. 불씨갈비수의 갈비뼈 사이를 겨누고 있었다.

불씨갈비수가 포효했다.

머리가 없는데도 소리는 났다. 갈비뼈 안쪽의 불씨들이 한꺼번에 열리자 둥근 전장 전체가 붉게 밝아졌다. 첫 기믹이 무너지자 보스는 더 깊은 안쪽을 드러냈다.

갈비뼈 사이에 두 번째 심장 같은 불씨가 있었다.

그 불씨는 붉지 않았다.

검고 푸른빛이었다.

재 냄새가 바뀌었다. 탄 고기 냄새도 쇠 냄새도 아니었다. 오래 젖은 뼈를 다시 태울 때 나는 눅눅한 냄새였다.

현우는 표정을 살짝 구겼다.

"저건 굽기 전 고기 냄새가 아닌데."

다서연이 검을 들었다.

"그럼 뭐지?"

불씨갈비수가 앞발을 내딛었다. 바닥의 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방금 느슨해진 우선권 선들이 재 밑으로 끌려 들어가며 검푸른 빛을 띠기 시작했다.

현우는 주머니를 다시 묶었다.

"썩은 불씨."

검푸른 심장이 한 번 더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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