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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12화

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

탑의 1층만 만 년째, 드디어 올라갑니다

12화 20층 문 앞에서 밥값을 치르는 법

17층 쉼터에는 구운 감자 냄새가 남아 있었다.

강현우는 접시 위에 남은 감자를 하나 더 집었다. 겉은 딱딱했고 속은 뜨거웠다. 1층 보급 식량에 비하면 지나치게 훌륭했다.

다서연은 맞은편에서 기록판을 펼쳐 놓고 있었다.

"18층과 19층에는 우회로가 있다. 정식 검문로가 막혔을 때 구조대와 전령이 쓰는 길이다. 길드 검문을 피할 수는 있지만 안정적인 통로는 아니다."

"밥 먹고 가면 되지?"

"그건 지금 먹고 있지 않나."

"하나 더 먹고."

다서연은 잠깐 말을 잃었다.

쉼터 접수자는 멀찍이서 두 사람을 보다가 기본 식사 증표를 한 장 더 밀어 주었다. 강현우가 17층 시련을 무음으로 통과했다는 기록은 이미 쉼터 기록방에 떠 있었다. 접수자의 손은 친절하다기보다 조심스러웠다.

다서연이 낮게 말했다.

"20층 문은 적요길드가 잡고 있다."

"잡고 있으면?"

"레이드 문은 선점한 길드가 순서를 관리한다. 보통은 다섯 파티 이상이 함께 들어간다. 적요길드는 그 규칙을 우선 공략권이라는 이름으로 넓게 쓴다."

"길 막는다는 말이네."

"문서상으로는 통제다."

"말 어렵게 하네."

강현우는 감자를 씹었다.

다서연의 시선은 기록판과 강현우의 손 사이를 오갔다. 이 남자는 공략권보다 식사를 먼저 보았다. 하지만 길을 막는다는 말에는 바로 반응했다.

"네가 말한 조건은 기억한다. 길을 막지 않을 것. 필요한 정보는 줄 것. 쉼터 위치를 알려 줄 것."

"응."

"그래서 우회로를 말하는 거다. 다만 20층 문 앞에서는 충돌이 생길 수 있다."

"생기면?"

"그때부터는 네 방식이 필요하겠지."

강현우는 빈 접시를 내려놓았다.

"밥값은 치러야겠네."

18층 메아리 계단은 소리가 늦게 따라오는 길이었다.

발을 디디면 뒤에서 같은 발소리가 한 박자 늦게 났다. 늦게 난 소리는 다시 계단에 붙어 새로운 발자국을 만들었다. 보통 사람은 세 걸음 안에 자신의 발소리와 남의 발소리를 구분하지 못했다.

다서연은 검을 낮게 들고 걸었다.

"소리를 무시하지 마라. 검문로로 되돌리는 판정이 소리에 붙는다."

"고블린도 그런 거 했어."

"고블린이?"

"북 치는 놈들이 있었거든."

강현우는 네 번째 계단을 밟기 직전 발을 멈췄다.

뒤에서 따라오던 발소리가 그보다 먼저 계단을 건드렸다.

검은 문양이 그 발소리를 물고 솟았다. 계단 벽이 비틀리며 둘을 검문로 쪽으로 밀어내려 했다.

강현우는 그 다음에 발을 내렸다.

문양은 주인을 잃은 줄처럼 허공에서 꼬였다. 먼저 잡아야 할 발을 이미 잡았다고 오판한 모양이었다. 계단이 짧게 흔들렸고 왼쪽 벽에 숨은 통로가 열렸다.

다서연의 눈이 좁아졌다.

"어떻게 알았지?"

"원래 먼저 친 놈이 맞는 거야."

"설명이 부족하다."

"발소리가 먼저 맞았잖아."

다서연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기록판에 짧게 적었다.

강현우는 그 글을 보려 하지 않았다. 그는 벽 뒤 통로에서 나는 먼지 냄새를 맡았다.

"이쪽이네."

"몇몇 길드만 아는 정식 우회로다."

"먼지 많으면 길 맞아."

다서연은 그 말에도 반박하지 못했다. 실제로 숨은 통로는 오래 쓰이지 않은 먼지와 마른 횃불 냄새로 가득했다.

19층 침묵 창고는 말이 사라지는 방이었다.

입구를 넘자마자 다서연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력 신호도 희미하게 꺾였다. 천장에는 낡은 상자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바닥에는 짐을 끌고 간 흔적이 여러 겹 남아 있었다.

강현우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귀를 가리켰다.

안 들린다는 뜻이었다.

다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으로 왼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검문로로 이어지는 넓은 통로가 있었다.

강현우는 오른쪽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빈 술통과 찢어진 보급 포대가 쌓여 있었다.

다서연은 눈썹을 올렸다.

강현우는 포대 하나를 들어 냄새를 맡았다.

오래된 기름. 젖은 나무. 마른 빵가루.

1층 보급 창고에서 수천 번 맡았던 냄새였다. 보급품은 늘 문턱 가까이에 놓였다. 문을 넘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문을 넘어온 뒤 처음으로 내려놓는 것이 보급품이었기 때문이다.

강현우가 술통 밑을 발끝으로 밀었다.

바닥의 나무판이 아주 조금 내려앉았다.

침묵 속에서 기록 문양 하나가 붉게 켜졌다.

[비등록 예외 대상 감지]

[적요길드 우선 공략대 정보선 연결]

[20층 레이드 문 접근 제한 준비]

다서연이 기록판을 급히 눌렀다.

검은 문양 하나가 그녀의 기록선 위에 내려앉았다. 단순한 감시가 아니었다. 기록을 읽는 것이 아니라 보고선을 끊고 그 자리에 적요길드의 문장을 덧씌우려는 움직임이었다.

강현우는 술통을 들어 문양 위에 올려놓았다.

문양이 술통을 기록 대상으로 착각했다.

잠깐의 틈이었다. 다서연은 그 틈에 자신의 기록선을 접었다. 손등에 가느다란 검은 선이 남았지만 더 번지지는 않았다.

말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다서연이 손가락으로 짧게 썼다.

적요길드 관찰

강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른 손으로 썼다.

밥값

다서연은 그 글을 보고 아주 짧게 웃었다.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눈가가 조금 풀렸다.

침묵 창고의 숨은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20층 레이드 문 전실은 쉼터보다 넓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문 근처에 몰려 있었다. 붉은 갑옷을 입은 적요길드 공략대가 문 앞 반원을 차지하고 있었고 다른 모험자들은 그보다 바깥에 서 있었다. 바닥에는 길드 우선권 문양이 굵은 선으로 새겨져 있었다.

문은 거대했다.

검은 쇠와 돌이 섞인 문짝 위에는 짐승의 갈비뼈 같은 장식이 걸려 있었다. 문틈에서는 뜨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강현우가 문을 자세히 보기도 전에 붉은 갑옷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비등록 예외 대상 강현우. 아르페우스 다서연. 접근은 여기까지다."

다서연이 차분하게 말했다.

"도율. 우리는 문을 점거하러 온 것이 아니다."

"적요길드가 20층 레이드 문 우선 공략권을 확보했다. 우선권이 켜진 동안 문턱 안쪽은 공략대 관리 구역이다. 비등록 예외 대상의 개인 통과는 거부된다."

"그 결정은 관리국 승인 전이다."

"승인 대기 중에도 우선권은 효력을 가진다."

도율의 목소리는 단단했지만 손가락은 창대를 더 세게 쥐고 있었다. 적요길드는 20층 문을 잡아야 했다. 17층에서 아르페우스가 비등록 예외 대상과 동행한다는 보고가 올라간 직후였다. 여기서 물러나면 우선권은 명분이 아니라 허세가 된다.

강현우는 두 사람 사이를 지나 문 쪽으로 한 걸음 더 갔다.

도율의 창끝이 바닥을 찍었다.

[적요길드 우선 공략권 작동]

[비등록 예외 대상 접근 거부]

[임시 강제 대기]

강현우의 발목에 붉은 선이 감겼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번엔 발목이네."

도율의 얼굴이 굳었다.

"저항하면 길드 간섭으로 기록된다."

"길드가 내 발목을 잡았는데?"

"우선권 문양이다."

"그러니까 발목 잡는 줄이잖아."

강현우는 발을 뺐다.

선은 끊어지지 않았다. 대신 바닥 전체가 그를 중심으로 흔들렸다. 전실의 모험자들이 한 걸음 물러났다.

다서연이 작게 숨을 들이켰다.

강현우는 문양을 보았다.

복잡해 보였지만 처음 물리는 선은 하나였다. 가운데를 차지하고 양쪽에서 조이는 구조. 1층 보스방 문턱에도 비슷한 것이 있었다. 보스가 죽었는지 확인하기 전 문을 닫아 두는 판정이었다.

그 판정은 문 안쪽 주인이 아니라 문턱을 밟은 사람의 의사를 먼저 물었다.

만 년 동안 너무 많이 밟아서 닳아 버린 문턱. 문이 열리기 전 한 호흡 늦게 들어오던 안내문. 강현우는 그 틈을 기억했다.

그는 발끝으로 붉은 선의 첫 매듭을 눌렀다.

[우선 공략권 확인]

[입장 의사 판정 선행]

[판정 순서 충돌]

도율의 눈이 커졌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문이면 들어가야지."

강현우는 지급품 주머니에서 낡은 금화 하나를 꺼냈다. 10층 관문에서 받은 금화였다. 금화에는 아직 희미한 통과 증표 판정이 남아 있었다.

그는 금화를 문턱 선 위에 던졌다.

금화가 굴렀다.

붉은 선이 금화를 붙잡으려다 방향을 잃었다. 강현우의 오래된 지급품 우선권이 금화의 관문 통과 판정과 섞였다. 20층 문은 길드의 이름을 먼저 읽으려 했지만 문턱은 이미 누군가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읽고 있었다.

[1층 튜토리얼 지급품 우선권 감지]

[관문 통과 증표 확인]

[20층 레이드 문 문턱 판정 재정렬]

문 앞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적요길드 공략대의 문양이 안쪽으로 끌려갔다. 도율이 급히 창을 들었지만 창대의 붉은 문양도 문을 향해 미끄러졌다.

다서연이 기록판을 붙잡았다.

"강현우. 멈추면 문은 다시 닫힐 수 있다."

"닫히면?"

"적요길드가 네가 문을 훔쳤다고 기록할 거다."

"문을 훔칠 수 있어?"

"보통은 없다."

"그럼 들어가면 되겠네."

강현우는 문턱을 밟았다.

검은 문이 아주 천천히 벌어졌다.

안쪽에서 뜨거운 숨이 밀려나왔다. 쉼터의 감자 냄새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쇠와 피와 오래된 재 냄새가 전실을 채웠다.

문 안쪽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숨을 쉬었다.

[20층 레이드 문 개방]

[우선 공략권 보유자 동시 진입 대기]

[비등록 예외 대상 강현우 입장 판정 선행]

도율이 창을 움켜쥐었다.

적요길드 공략대가 동시에 움직였다. 바닥의 문양이 그들의 발밑에서 안쪽으로 끌렸다. 공략권은 문을 막는 줄이 아니라 문 안으로 같이 끌려 들어가는 줄로 바뀌고 있었다.

다서연은 강현우의 옆에 섰다.

"네가 밥값을 너무 크게 치르는군."

강현우는 문 안쪽을 보았다.

"아직 안 치렀어."

문 안에서 두 번째 숨이 울렸다.

이번 숨은 사람의 귓속에 직접 박히는 소리였다.

강현우가 어깨를 가볍게 풀었다.

"먹었으면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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