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6화: 검은 가시의 보관실
측정실 보호문이 닫히자 병원 지하의 소리가 갑자기 멀어졌다.
시우는 들것 위에서 어깨를 붙잡고 숨을 골랐다. 붕대 밑 상처가 맥박에 맞춰 뛰었다. 단말기 한구석에는 방금 확인된 글자가 아직 남아 있었다.
[특성 후보: 무기 소통자]
이번에는 끝까지 보였다.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몸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무거웠다. 자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보다 이제부터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먼저 왔다.
폐기물 보관실 화면 아래쪽에서 검은 가시 조각이 천천히 기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거 아직 살아 있는 거죠?"
아스칼론이 짧게 웃었다.
"살아 있다기보다 물고 늘어진다. 씨앗 주제에 집념이 더럽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은 보안 화면보다 더 선명했다. 바닥 틈에서 뻗은 검은 실이 측정실을 향해 굽어 있었다. 정확히는 시우의 손목과 아스칼론의 검자루와 에제키엘의 테두리가 맞닿은 곳을 향했다.
윤채아가 화면을 확대했다.
"감응 파형을 따라오는 겁니까?"
"저희 셋이 닿아 있는 지점을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측정 담당자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강시우 씨 이동 금지입니다. 특성 후보 확인 직후 외부 위협에 노출시키는 건 절차상 불가합니다. 중앙 보고도 지연할 수 없습니다."
"중앙 보고는 두 번 간섭을 받았습니다."
윤채아가 차갑게 말했다.
"지금 전송하면 특성 자료와 강시우 씨 위치를 같이 넘기는 셈입니다."
"그 판단을 현장에서 단독으로 내리실 권한은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현장 분석관 권한으로 임시 봉인 기록을 만듭니다. 사유는 병원 내 미확인 침입체 발생과 생존자 보호입니다."
측정 담당자의 입술이 굳었다.
윤채아는 바로 명령했다.
"강시우 씨는 이동시키지 않습니다. 보관실을 봉쇄하고 측정실 안에서 추적합니다. 에제키엘의 반사 정보를 현장 영상과 동기화하십시오."
"거울을 장비에 고정해야 합니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탁하게 흐려졌다.
"저를 장비라고 부르지 말아 주십시오. 게다가 고정이라는 단어는 품격 있는 존재에게 매우 불쾌합니다."
시우가 그대로 전하자 측정 담당자의 눈썹이 올라갔다.
"아티팩트 발언을 절차에 반영할 수는 없습니다."
"방금 보호 조건에 넣기로 했습니다."
시우는 마른 목으로 말했다.
"의사 확인 절차요."
윤채아는 잠깐 시우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하십시오. 에제키엘은 강제 고정을 거부합니다. 손상 없는 임시 거치 방식으로 전환합니다."
"분석관님."
"나중에 징계 서류도 제가 씁니다."
보관실 쪽 화면이 흔들렸다. 검은 가시 조각이 빈 카트 그림자 밑으로 사라졌다.
아스칼론이 낮게 말했다.
"숨어도 냄새는 남는다. 꼬맹이. 저걸 보려고 하지 마라. 들으려고 해라."
"보이지도 않는 걸요?"
"무기라는 놈들은 보이지 않을 때 더 시끄럽다."
시우는 눈을 감았다.
처음에는 병원 기계음만 들렸다. 보호문 안쪽에서 마력 차단 문양이 돌아가는 낮은 진동도 들렸다. 그 뒤에 아주 작은 긁힘이 섞였다. 쇠가 돌을 긁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말인지 명령인지 모를 잔향이 따라왔다.
주인 없는 것은 다시 묶어라.
시우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말을 합니다. 정확한 목소리는 아니고요. 주인 없는 것은 다시 묶으라고 합니다."
에제키엘이 조용히 말했다.
"저는 주인 없는 물건이 아닙니다."
"알아요."
시우는 거울 테두리를 조심스럽게 잡았다. 구리 테두리 한쪽에 관리국 비품 번호가 적힌 종이 찌꺼기가 아직 붙어 있었다. 그는 멸균 거즈 끝으로 그 찌꺼기를 살살 문질렀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아주 조금 밝아졌다.
"에제키엘. 저희한테 진짜 위치를 보여 줄 수 있어요? 보이는 척하는 방향 말고 붙으려는 곳이요."
"표현이 투박하지만 의도는 좋습니다."
"오늘 제일 믿을 만한 눈입니다."
"그 표현은 보존 가치가 있습니다."
반사면이 맑아졌다.
보안 화면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바닥만 보였다. 하지만 거울 속에는 검은 실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그중 하나가 보관실 안쪽 폐기 유물 선반 밑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세 번째 선반 아래."
시우가 말했다.
"녹슨 창 조각이랑 깨진 장식검 상자 사이입니다. 바닥 그림자가 떠 있어요."
봉쇄 대원이 무전으로 답했다.
"확인. 열 신호 없음. 마력 반응 미약."
"마력 반응 말고 그림자 아래를 보세요. 조명을 낮추면 보일 겁니다."
대원이 조명을 낮추자 검은 가시 조각이 드러났다. 손톱만 한 조각이었지만 끝에서 실 같은 뿌리가 뻗어 있었다. 뿌리는 보관실 바닥을 찍으며 측정실 방향을 찾고 있었다.
측정 담당자가 콘솔에 손을 뻗었다.
"원격 집게로 회수합니다. 병원 시설 안에서 더 기다릴 수 없습니다."
"기다려요."
시우가 말했지만 이미 집게가 움직였다. 금속 팔이 조각을 누르는 순간 검은 실이 튀어 올랐다.
화면이 하얗게 번졌다.
에제키엘이 날카롭게 외쳤다.
"제 반사면으로 들어옵니다!"
거울 위에 검은 점이 생겼다. 점은 작은 균열처럼 퍼지며 테두리를 향했다.
"불쾌합니다. 저것이 제 안쪽을 비품 창고처럼 뒤지고 있습니다."
시우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어깨가 타는 듯 아팠다. 의료 대원이 그를 눌렀다.
"움직이면 봉합 전 처치가 풀립니다."
"그럼 손만요."
그는 에제키엘의 테두리를 더 꼭 잡았다. 종이 찌꺼기가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아스칼론이 으르렁거렸다.
"저건 잡는 게 아니다. 제 모습을 보려는 놈에게 달라붙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비추게 해라. 제대로."
시우는 숨을 들이마셨다.
"에제키엘."
"듣고 있습니다."
"당신이 보고 싶은 방식으로 비춰 주세요. 번호표나 비품명이 아니라 진짜로요."
반사면의 떨림이 멈췄다.
"그 말을 더 정중하게 할 수 있습니까?"
"황금 거울 에제키엘. 저희에게 당신의 눈을 빌려 주세요."
아스칼론이 못마땅하게 중얼거렸다.
"거울 하나 달래는 데 궁정 예법이 다 나온다."
"질투하십니까?"
"내가 거울을 질투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
"방금 목소리가 조금 날카로웠습니다."
"원래 날카롭다. 검이니까."
시우는 짧게 웃었다. 상처가 당겨 바로 얼굴을 찡그렸지만 효과는 있었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깊어졌다. 검은 점이 표면 안쪽으로 가라앉지 못하고 위로 떠올랐다. 동시에 보관실 바닥과 거울 표면이 겹쳐 보였다. 검은 가시 조각의 본체가 어디에 있고 뿌리가 어디로 뻗는지 한눈에 드러났다.
"아스칼론. 약점 보여요?"
"가운데가 아니다. 뿌리 끝 세 갈래 중 가장 짧은 놈이다. 저게 숨구멍이다."
윤채아가 바로 명령했다.
"세 번째 선반 아래. 뿌리 끝 짧은 갈래에 차단핀 사격."
봉쇄 대원이 망설였다.
"거울 반사 정보 기준입니다. 실제 화면에서는 확인 불가입니다."
"강시우 씨 감응 정보와 에제키엘 반사 정보 동기화 확인. 사격하십시오."
작은 은빛 핀이 화면을 가르며 박혔다.
검은 가시 조각이 꿈틀거렸다. 병원 지하가 한 번 울렸고 측정실 단말기에 검은 잡음이 번졌다. 보호문 문양이 하나씩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시우의 귀에 또 잔향이 닿았다.
묶어라.
되찾아라.
듣는 아이를 찾아라.
"저쪽도 저를 알아요."
그 말이 나오자 측정실 안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아스칼론의 무게가 손안에서 안정됐다.
"그럼 더 빨리 닫아라."
에제키엘이 반사면을 밝게 열었다.
"저는 아직 더 비출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뒤에는 부드러운 천이 필요합니다. 먼지가 묻었습니다."
"끝나면 제일 먼저 닦아 드릴게요."
"그 약속은 기록 가치가 있습니다."
윤채아가 두 번째 명령을 내렸다.
"차단핀 추가. 이번에는 바닥 틈을 삼각으로 막습니다."
세 개의 핀이 박혔다. 검은 실이 끊기며 공중에서 타들어 갔다. 보관실 바닥에 검은 재가 남았다.
단말기가 낮게 울렸다.
[봉쇄 완료]
시우는 그제야 숨을 뱉었다.
의료 대원이 곧바로 붕대를 확인했다.
"출혈이 다시 늘었습니다. 이제 정말 처치해야 합니다."
"네. 저도 찬성입니다."
측정 담당자는 식은땀을 닦고도 콘솔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회수 조각은 격리 보관합니다. 관련 유물도 관리국 비품 보관으로 넘깁니다. 거울 역시 미등록 유물입니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다시 탁해졌다.
"또 비품입니까."
시우는 들것 위에서 고개만 돌렸다.
"에제키엘은 비품이 아닙니다. 방금도 스스로 판단했고 저 조각을 막는 데 도움을 줬잖아요."
"법적 분류는 별도 문제입니다."
"그럼 분류를 새로 만들면 되잖아요."
측정 담당자가 어이없다는 듯 시우를 보았다.
윤채아는 대답 대신 콘솔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
"임시 보호 서식 새로 엽니다."
"그런 항목은 없습니다."
"만듭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의사 확인 필요 아티팩트]
측정 담당자가 숨을 삼켰다.
"현장 임시 항목은 중앙 심사에서 반려될 수 있습니다."
"그때 반려 사유를 받겠습니다. 지금은 현장 기록이 먼저입니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에 희미한 금빛이 돌았다.
"보관 조건은요?"
시우가 물었다.
"먼지 없는 천. 번호표는 제 몸이 아니라 보호 케이스 바깥. 이름은 에제키엘. 가능하면 황금 거울이라는 수식어를 빠뜨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윤채아가 그대로 적었다.
"황금 거울 에제키엘. 접촉 안정 대상 강시우. 강제 고정 거부. 반사면 오염 금지."
아스칼론이 혀를 찼다.
"거울 주제에 요구가 많다."
"검 주제에 참견이 많습니다."
"나는 적어도 번호표 따위로 마음 상하지 않는다."
"검날에 삼십칠 번이라고 붙여도 괜찮다는 뜻입니까?"
아스칼론이 잠깐 조용해졌다.
시우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번에는 상처가 아파서 웃음이 금방 신음으로 바뀌었다.
"강시우 씨."
윤채아가 엄하게 불렀다.
"이제 치료받으십시오."
"네."
그가 눈을 감으려는 순간 윤채아의 단말기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검은 잡음이 아니었다.
병원 지하 보관실 지도 위에 작은 점들이 여러 개 떠올랐다. 아주 약한 감응 신호였다. 점들은 병원 안쪽에서 끝나지 않았다. 관리국 구 박물관 창고 목록과 연결된 낡은 지도 위로 번졌다.
"이건 또 뭡니까?"
측정 담당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윤채아가 지도를 확대했다.
"방금 봉쇄 파형에 반응했습니다. 구 국립 신화 박물관 창고 보관 목록입니다."
거울 속에는 아직 흐릿한 글자가 떠 있었다. 이름처럼 보였지만 완전히 읽히지는 않았다.
에제키엘이 낮게 말했다.
"제 반사면에 아직 완전히 보이지 않은 이름이 있습니다."
아스칼론이 조용히 웃었다.
"꼬맹이. 네가 치료받을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군."
"제발 그런 말 좀 하지 마요."
하지만 시우도 알고 있었다.
무기 소통자라는 이름은 끝이 아니었다. 어딘가에 아직 말하지 못한 무기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쪽에서도 시우를 향해 아주 작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