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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5화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5화: 무기 소통자

구급차가 병원 지하 램프로 내려갈 때 시우는 천장 조명의 흔들림을 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네 번째 조명에서 눈꺼풀이 내려앉았다가 아스칼론의 목소리에 다시 떠졌다.

"자지 마라. 꼬맹이. 너 자면 저 인간들이 나를 상자에 넣으려고 할 것이다."

"저도 환자 취급은 받고 싶습니다."

"환자는 숨 쉬는 놈에게 붙이는 이름이다. 그러니까 숨 쉬어라."

에제키엘이 품 안쪽에서 작게 울렸다.

"그리고 저를 깔고 누르지 말아 주십시오. 품격 있는 거울에게 흉부 압박은 몹시 무례한 자세입니다."

"구급차 침대가 좁아서요."

"그럼 침대의 품격이 부족한 겁니다."

윤채아는 옆 좌석에서 그 대화를 빠르게 받아 적고 있었다. 그녀의 손목 단말기는 아직 검은 잡음이 낀 채였다. 화면 한구석에는 깨진 글자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특성 후보: 무기 소...]

시우는 그 글자를 보려다 눈을 감았다. 글자보다 먼저 어깨 통증이 왔다.

병원 지하 비공식 측정실 문은 일반 병실 문처럼 생기지 않았다. 두꺼운 회색 금속판에 마력 차단 문양이 여러 겹 박혀 있었고 문 앞에는 관리국 대원 둘과 의료 대원 셋이 기다리고 있었다.

측정 담당자는 회색 가운을 입은 중년 남자였다. 그는 시우보다 시우 손에 고정된 검과 거울을 먼저 보았다.

"유물 분리부터 하겠습니다."

아스칼론이 바로 무거워졌다.

들것 바퀴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췄다. 의료 대원 하나가 손잡이를 놓칠 뻔했다.

"분리라는 말은 대체 왜 저렇게 쉽게 하는 것이냐."

에제키엘도 반사면을 탁하게 흐렸다.

"저는 분리보다 예의를 먼저 요구합니다. 최소한 자기소개는 하셔야지요."

시우가 힘겹게 말했다.

"둘 다 싫대요."

측정 담당자의 눈썹이 꿈틀했다.

"강시우 씨. 지금은 절차가 우선입니다."

윤채아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현장 기록상 두 아티팩트는 강시우 씨와 접촉할 때 안정 반응을 보였습니다. 분리 측정은 2차 단계로 미룹니다."

"측정실 규정과 다릅니다."

"측정 불가 대상의 규정은 현장 판단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책임자는 저로 기록하십시오."

측정 담당자는 불만을 삼켰다. 대신 손짓으로 측정대를 열었다. 시우가 들것째로 안쪽에 들어가자 바닥 문양이 희미하게 켜졌다.

그 빛이 아스칼론의 검날을 스치자 검이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싸구려 은가루 냄새다."

"여기 병원인데요."

"병원도 냄새가 나쁘면 혼나야 한다."

시우는 피식 웃다가 상처가 당겨 이를 악물었다. 의료 대원이 붕대를 갈려고 다가오자 아스칼론이 낮게 경고했다.

"날 쪽에 피가 말랐다. 먼저 닦아라."

"제 피가 먼저 멈춰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네 피는 계속 새고 있잖나. 나는 말랐다."

윤채아가 의료 대원에게 눈짓했다. 대원은 멸균 거즈와 중성 오일을 가져왔다. 시우는 떨리는 손으로 보호포 위 검날 가장자리를 가볍게 닦았다. 오일 냄새가 퍼지자 아스칼론의 무게가 조금 줄었다.

에제키엘이 바로 말했다.

"저도 반사면 가장자리에 먼지가 있습니다."

"거울 선생님도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유지하신 점은 좋습니다."

시우는 새 거즈로 에제키엘의 구리 테두리를 살짝 닦았다. 반사면이 맑아지며 측정실 천장의 문양을 비췄다.

단말기들이 동시에 울렸다.

[접촉 안정률 상승]

[아티팩트 반응 동기화]

측정 담당자의 표정이 굳었다.

"의도적 조작 가능성을 배제해야 합니다. 강시우 씨가 실제로 음성 정보를 듣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아스칼론이 웃었다.

"저 인간이 방금 우리를 거짓말쟁이 취급했다."

"저는 정중한 검증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에제키엘의 목소리는 정중했지만 반사면은 싸늘했다.

측정 담당자는 작은 차단 천을 꺼내 아스칼론의 검자루 일부를 덮었다. 그리고 시우에게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손가락으로 문양 하나를 눌렀다.

"검이 무엇을 말합니까?"

"손대지 말랍니다."

"그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시우는 잠시 귀를 기울였다.

"정확히는 세 번째 매듭 아래를 누른 손가락에 땀이 많고 그 땀이 은가루 냄새랑 섞여서 최악이라고 합니다."

측정 담당자의 손이 멈췄다.

아스칼론이 만족스럽게 말했다.

"최악 앞에 매우를 붙여라."

"매우 최악이래요."

윤채아의 단말기에 기록음이 이어졌다.

측정 담당자는 에제키엘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번에는 작은 종이 조각을 거울 뒤쪽에 붙였다. 시우에게는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거울은요?"

에제키엘이 분노를 눌러 말했다.

"제 뒤에 접착제를 붙였습니다. 게다가 문구가 형편없습니다."

"뭐라고 쓰여 있는데요?"

"관리국 비품 삼십칠 번. 삼십칠이라니요. 저의 품격에 번호표라니요."

시우가 그대로 옮기자 측정 담당자는 종이를 떼어 확인했다. 얼굴에서 의심이 조금 빠졌다.

그 순간 중앙 단말기가 하얗게 켜졌다.

[감응 대상: 강시우]

[복수 아티팩트 음성 동기화 확인]

[특성 후보: 무기 소통자]

시우는 숨을 멈췄다.

무기 소통자.

짧은 이름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그동안 자신만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한꺼번에 뒤집혔다. 미친 것도 아니고 우연도 아니었다.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화면 위로 검은 잡음이 번졌다.

글자가 찢기듯 흐려졌다.

[특성 후보: 무기 소■■]

윤채아가 단말기를 잡아당겼다.

"저장."

[저장 실패]

"외부 간섭입니까?"

측정 담당자가 당황해 콘솔을 확인했다.

"측정실은 완전 차단 상태입니다. 외부 신호가 들어올 수 없습니다."

아스칼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들어온 게 아니라 따라붙은 것이다."

시우가 고개를 들었다.

"뭐가요?"

"씨앗 냄새다. 아주 작지만 살아 있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저절로 어두워졌다. 천장을 비추던 거울 속에 가느다란 검은 점이 생겼다. 점은 실금처럼 길어지더니 측정실 벽 너머로 이어졌다.

"벽 바깥에 무언가 있습니다."

윤채아가 바로 물었다.

"방향."

"인간 기준으로 설명하면 불안정합니다만... 문 밖 복도 끝. 아니 더 멉니다. 병원 외곽 아래쪽입니다."

윤채아가 병원 보안망을 열었다. 폐기물 보관실 CCTV가 화면에 잡혔다. 아무것도 없었다. 빈 카트와 소독약 통뿐이었다.

에제키엘은 낮게 말했다.

"보이지 않는 것이 꼭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시우는 거울을 조금 더 세웠다. 어깨가 비명을 질렀다. 의료 대원이 말리려 했지만 그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반사면 속 폐기물 보관실 바닥에 검은 뿌리 같은 선이 보였다. 아주 가늘고 짧았다. 하지만 그 끝은 측정실 쪽을 향해 있었다.

"이쪽을 찾고 있어요."

시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검은 가시 조각이... 우리 쪽을 찾는 것 같습니다."

측정실 보호문이 둔하게 울렸다.

의료 대원들이 물러섰다. 관리국 대원들이 총을 잡았고 윤채아가 손을 들어 멈췄다.

"사격 대기. 병원 안입니다."

아스칼론이 시우에게 말했다.

"겁먹을 시간은 있다. 도망칠 시간은 별로 없다."

"저는 지금 누워 있는데요."

"그러니까 네가 할 수 있는 걸 해라. 들어라."

시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기 소통자라는 단어가 아직 머리 안에서 울리고 있었다. 멋진 이름 같지는 않았다. 책임을 떠넘기는 이름 같았다. 하지만 아스칼론의 무게가 손안에 있었고 에제키엘의 차가운 테두리가 손끝에 닿아 있었다.

둘은 도망치지 않았다.

"에제키엘. 저 뿌리가 뭘 따라오는지 보여 줄 수 있어요?"

"칭찬이 부족하지만 시도하겠습니다."

"오늘 제일 믿을 만한 눈입니다."

반사면이 환해졌다.

검은 뿌리 끝에서 아주 얇은 선이 뻗어 나와 시우의 손목을 향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아스칼론과 에제키엘이 닿은 지점이었다.

윤채아가 화면을 확대했다.

"감응 파형을 역추적하는 겁니까?"

아스칼론이 으르렁거렸다.

"주인 없는 무기 운운하던 놈이 씨앗에 코를 달아 놓았군."

"코요?"

"비유다. 이번에는 알아들어라."

윤채아는 짧게 결론을 냈다.

"측정 중단. 외곽 폐기물 보관실 봉쇄. 강시우 씨 기록은 임시 봉인합니다."

측정 담당자가 반발했다.

"측정 불가 특성자는 즉시 중앙 보고 대상입니다. 특성 후보가 확인됐으면 바로 등록으로 보내야 합니다."

"등록 전송이 두 번 방해받았습니다. 지금 올리면 누가 받는지 모르는 쪽에도 위치를 알려 주는 셈입니다."

"규정 위반입니다."

"생존자 보호 절차입니다."

윤채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시우 쪽으로 몸을 돌렸다.

"강시우 씨. 정식 등록 전까지는 관리국 임시 보호 대상 신분이 유지됩니다. 이동과 통신에 제한이 생깁니다. 대신 아스칼론과 에제키엘은 강제 분리하지 않겠습니다. 제 감독하에 접촉 상태를 유지합니다."

시우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제가 거절하면요?"

"병원 치료는 계속됩니다. 다만 측정 불가 특성자라 절차가 더 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 조건이 있습니다."

아스칼론이 작게 웃었다.

"말해라. 꼬맹이."

"둘을 물건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보호라고 하면서 상자에 넣거나 번호표만 붙이지 말아 주세요."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조용히 밝아졌다.

윤채아는 아주 잠깐 시우를 바라보았다.

"기록하겠습니다. 아티팩트 의사 확인 절차를 보호 조건에 포함합니다."

"그게 가능한 말이에요?"

"지금부터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측정실 밖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폐기물 보관실 화면이 검게 흔들렸다. 빈 카트 아래에서 손톱만 한 검은 가시가 바닥 틈을 밀고 나왔다. 뿌리는 아직 가늘었지만 끝이 병원 지하 측정실 방향으로 천천히 휘었다.

시우는 에제키엘의 반사면에서 그 움직임을 보았다.

아스칼론이 낮게 말했다.

"씨앗이 싹텄다."

시우는 붕대 감긴 손으로 검자루를 다시 잡았다.

"저 치료 먼저 받으면 안 됩니까?"

"받아라. 그리고 일어나라."

에제키엘이 부드럽게 덧붙였다.

"가능하면 저도 한 번 더 닦아 주십시오. 이런 장면은 선명하게 비춰야 품격이 삽니다."

윤채아가 대원들에게 명령했다.

"폐기물 보관실 봉쇄팀 출동. 측정실은 내부 차단으로 전환합니다."

보호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단말기 화면 한구석에 잡음 사이로 글자가 다시 떠올랐다.

[특성 후보: 무기 소통자]

이번에는 시우도 그 글자를 끝까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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