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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18화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18화: 특별 아티팩트 마스터

시우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들린 것은 심장 박동음이 아니었다.

삐. 삐.

그보다 먼저 아스칼론의 투덜거림이 귀 안쪽을 긁었다.

이 병실은 기름 냄새가 형편없군.

시우는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렸다. 하얀 천장과 투명한 결계막이 겹쳐 보였다. 팔에는 수액 라인이 붙어 있었고 산소 마스크는 코와 입을 덮고 있었다.

"깼습니까."

윤채아가 침대 옆에 서 있었다. 평소보다 더 흐트러짐 없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밤을 꼬박 새웠다는 것이 티가 났다.

"게이트는요."

"입구 안정. 고립 헌터 전원 후송. 아이기스는 임시 보존 케이스 안에 있습니다."

케이스라는 말에 아이기스가 낮게 울었다.

가장자리가 아직 더럽다.

에제키엘이 차분히 말했다.

보존 케이스 내부 습도는 적절하지만 광택 예우가 부족합니다.

아스칼론이 바로 받았다.

광택 예우라니 말은 번드르르하군. 결국 닦아 달라는 뜻 아닌가.

시우는 웃으려다 기침을 했다. 목 안쪽이 모래처럼 말라 있었다.

윤채아가 물컵 대신 젖은 거즈를 내밀었다.

"말을 줄이세요. 강시우 씨는 이제 현장 협력자가 아닙니다. 관리국 전담 보호 대상입니다."

그 말은 방금 깨어난 몸보다 무겁게 내려앉았다.

"보호 대상이면 움직이지 말라는 뜻입니까."

"지금은 그렇습니다."

"무기들은요."

"분리하지 않습니다. 대신 전부 보호 결계 안에 둡니다."

시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병실 오른쪽에는 세 개의 보존 케이스와 두 개의 봉인 받침대가 놓여 있었다. 아스칼론의 검집은 낮게 빛났고 에제키엘은 반사면에 병실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글레니르의 매듭은 케이스 다리를 느슨하게 잇고 있었다. 그림자의 계약은 보존지 위에 얌전히 누워 있었지만 검은 문장은 조금씩 움직였다.

아이기스는 가장 안쪽 케이스에 있었다. 녹슨 가장자리에는 아직 검은 점액이 얇게 남아 있었다.

앞을 막는 것과 안에 가두는 것은 다르다.

아이기스가 말했다.

시우는 그 말을 듣고 윤채아를 보았다.

"아이기스가 보호와 구속은 다르답니다."

윤채아는 예상했다는 듯 단말기를 넘겼다.

"그래서 지금부터 구분할 겁니다. 긴급 심사가 열립니다."

"제가요?"

"강시우 씨의 법적 지위가요."

윤채아는 병실 문 쪽을 보았다. 바깥 복도에서는 발소리가 여러 겹으로 지나갔다.

"전담 보호 대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보호만 받는 사람으로 두면 또 누군가 강시우 씨의 이동권과 아티팩트 접근권을 대신 쥐려고 할 겁니다. 관리국 권한으로 임시 직위를 부여하겠습니다."

시우의 눈꺼풀이 다시 무거워졌다.

"직위요?"

"특별 아티팩트 마스터 후보."

아스칼론이 짧게 웃었다.

꼬맹이에게 거창한 이름이 붙는군.

에제키엘은 만족스럽게 반사면을 밝혔다.

직함은 품격 있게 들립니다. 후보라는 단서가 조금 아쉽습니다.

윤채아는 시우가 듣는 말을 대충 짐작한 듯 고개를 살짝 저었다.

"좋아하기는 이릅니다. 심사에는 반대자가 있습니다."

임시 심사실은 병실 바로 옆 격리 회의실이었다.

시우는 침대째 이동했다. 의료 대원은 산소 라인을 확인했고 백은서는 보존 케이스들을 하나씩 끌고 따라왔다. 마도윤은 문 앞에 서서 회의실 안쪽을 먼저 확인했다.

회의실 중앙에는 긴 테이블이 있었고 반대편에는 회색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명패에는 관리국 법무감사관 류정한이라고 적혀 있었다.

류정한은 시우보다 보존 케이스들을 먼저 보았다.

"환자가 깨어난 지 십 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 심사가 필요한 이유를 먼저 듣겠습니다."

윤채아가 단말기를 테이블에 올렸다.

"강시우 씨는 B급 게이트 입구 방어와 미확인 자의식 유물 안정화에 핵심 기여했습니다. 기존 보호 대상 절차만으로는 본인 동의와 아티팩트 의사 확인이 누락될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미성년 감응자에게 직위를 줍니까."

"임시 후보 지정입니다."

"듣기 좋게 바꾼 현장 동원권 아닙니까."

그 말에 시우가 눈을 들었다.

윤채아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반대입니다. 회복 전 현장 진입은 금지합니다."

"그럼 더 이상합니다. 현장 진입도 못 하는 인물에게 아티팩트 마스터 후보라니요."

류정한은 문서를 한 장 밀어 냈다.

"보호 명령을 강화하는 편이 낫습니다. 감응 대상과 유물은 회복 전 분리하고 고위험 유물은 관리국 보존고로 옮깁니다."

아스칼론의 검집이 덜컥 울렸다.

저놈은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든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흐려졌다.

문서 아래쪽에 다른 글자가 있습니다.

시우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 문서 원문을 볼 수 있을까요."

류정한의 눈썹이 움직였다.

"환자에게 법률 문서를 읽힐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문서를 읽자는 게 아닙니다. 얘들이 싫어합니다."

회의실 공기가 잠깐 멈췄다.

윤채아가 문서를 회수해 시우 침대 옆 받침대 위에 올렸다.

"비접촉 열람으로 진행합니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문서를 비췄다. 평범한 보호 명령서 뒤쪽에서 옅은 회색 문장이 떠올랐다.

감응 대상 비상 분리 시 유물 운용 권한은 승인자에게 위임한다.

승인자 칸은 비어 있었다.

그 빈칸 위로 검은 잉크가 천천히 번졌다. 뒤집힌 왕관처럼 보이는 인장이 종이 안쪽에서 솟아나려 했다.

글레니르가 낮게 울었다.

빈 이름을 묶는다.

은빛 매듭이 문서 모서리를 타고 퍼졌다. 검은 인장이 더 번지지 못하고 움찔거렸다.

그림자의 계약이 보존지 위에서 문장을 세웠다.

동의 없이 숨은 주인은 효력을 갖지 못한다.

검은 인장이 종이 위에서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류정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문서는 표준 양식입니다."

윤채아가 즉시 화면을 확대했다.

"표준 양식에 승인자 미기재 운용 위임 조항은 없습니다. 감사관님도 지금 처음 보신 겁니까."

류정한의 얼굴에서 피가 빠졌다.

"내부 서버에서 내려받은 양식입니다."

아스칼론의 울림이 검집 안에서 번졌다.

잡음 냄새가 난다. 검은 가시 조각 때와 닮았다.

시우가 그대로 옮기자 윤채아의 손가락이 멈췄다.

"외부 간섭 가능성 기록. 문서 원본 봉인."

마도윤이 문 앞에서 통신했다.

"회의실 외부 봉쇄. 서버 접근 로그 즉시 확보."

아이기스가 케이스 안에서 낮게 말했다.

등 뒤에 둔 이름을 빼앗지 마라.

시우는 잠깐 눈을 감았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또 누군가 앞에 세우고 뒤에서 권한을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서가 완전히 닫히기 전에 무기들이 먼저 알아챘다.

윤채아가 새 빈 서식을 띄웠다.

"강시우 씨. 조건을 말하세요. 직접 기록하겠습니다."

류정한이 낮게 말했다.

"환자 상태가 불안정합니다. 발언 능력 확인이 필요합니다."

"필요합니다."

시우가 먼저 대답했다.

목은 아팠지만 말은 분명했다.

"첫째. 제 옆에 있는 유물들은 물건처럼 강제 분리하지 않습니다. 위험할 때도 의사를 확인합니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맑아졌다.

"둘째. 제가 회복하기 전에는 현장 진입을 하지 않습니다. 들리는 정보만 필요하면 윤채아 분석관이나 마도윤 팀장을 통해 전달합니다."

아스칼론이 투덜거렸다.

싸우지 않겠다는 조건을 스스로 쓰다니 재미없군.

아이기스가 바로 눌렀다.

살아남는 조건이다.

시우는 희미하게 웃었다.

"셋째. 특별 아티팩트 마스터라는 이름이 무기를 소유하는 권한으로 쓰이면 안 됩니다. 묻고 닦고 듣는 권한이어야 합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류정한은 시우를 한참 보았다. 처음에는 위험물을 보는 눈이었고 다음에는 이상한 아이를 보는 눈이었다. 마지막에는 문서 앞에서 자기보다 정확히 조건을 말하는 당사자를 보는 눈이 됐다.

"책임 소재가 필요합니다."

윤채아가 바로 답했다.

"관리국 현장 분석관 윤채아가 임시 감독 책임을 집니다."

마도윤이 문 앞에서 말했다.

"현장 접근 통제와 호위는 기동방어팀이 맡습니다."

백은서도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보존 케어 기록은 제가 맡겠습니다. 단 유물별 선호 조건은 강시우 씨 확인 후 진행하겠습니다."

아스칼론이 흡족하게 울었다.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군.

윤채아는 새 문서를 시우에게 보이게 띄웠다.

[관리국 전담 보호 대상]

[특별 아티팩트 마스터 후보]

[자의식 아티팩트 의사 확인 조항]

[회복 전 현장 진입 제한]

[강제 분리 금지. 긴급 상황 시 감응 당사자 또는 지정 감독관 확인 필수]

글레니르의 매듭이 문서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감았다. 그림자의 계약은 마지막 줄 아래에 검은 문장을 작게 덧댔다.

초대받지 않은 주인은 서명할 수 없다.

검은 인장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류정한이 도장을 찍었다.

"임시 승인합니다. 단 회복 수치가 기준 이하이면 모든 현장 호출은 차단됩니다."

"그건 저도 찬성입니다."

시우가 대답했다.

윤채아가 처음으로 아주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의 제기는 회복 후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건 제시는 지금 받는 편이 낫군요."

"제가 자는 사이에 이상한 보호자가 생기면 곤란하잖아요."

"이미 이상한 보호자는 많습니다."

윤채아의 시선이 케이스들을 훑었다.

아스칼론이 버럭했다.

이 몸을 이상하다고 묶지 마라.

에제키엘이 조용히 정정했다.

품격 있는 특이성입니다.

아이기스는 짧게 말했다.

뒤에 선다.

시우는 그 말이 자신에게도 향한다는 걸 알았다. 그는 이번에 앞으로 뛰쳐나가지 않았다. 대신 자기 뒤에 설 사람들과 자기 곁에 있을 무기들의 조건을 문서에 박아 넣었다.

그것도 방어였다.

회의가 끝나자 의료 대원이 침대를 다시 병실로 밀었다. 복도 조명이 길게 지나갔다. 시우의 의식도 그 빛처럼 조금씩 끊겼다.

윤채아가 곁에서 말했다.

"강시우 씨. 지금부터 최소 여섯 시간은 감응 차단 수면입니다."

"차단하면 얘들 목소리도 안 들립니까."

"완전 차단은 아닙니다. 과부하를 줄이는 겁니다."

시우는 안심인지 아쉬움인지 모를 숨을 내쉬었다.

아스칼론이 작게 중얼거렸다.

자라. 꼬맹이. 일어나면 기름부터 챙겨라.

에제키엘이 말했다.

반사면 케어도 우선순위에 넣어 주십시오.

글레니르는 짧게 울었다.

매듭은 풀지 않는다.

그림자의 계약은 마지막 문장을 남겼다.

쉼은 허락된 조항이다.

아이기스는 가장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뒤에 있어라.

시우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아주 먼 곳에서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땅.

땅.

그 소리는 병실 장비도 게이트 경보도 아니었다. 닦아 준 검과 거울과 사슬과 계약서와 방패의 울림이 한곳에 모여 서로 자리를 찾는 소리였다.

어둠 속에 작은 불씨가 켜졌다.

누군가 오래 비어 있던 화덕에 숨을 불어넣는 것 같았다.

아스칼론이 잠결보다 더 먼 곳에서 말했다.

꼬맹이.

여긴 또 어디냐.

시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불씨 너머로 낡은 대장간 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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