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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17화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17화: 등을 허락한 방패

아이기스가 펼친 청동빛은 성벽이라기보다 얇은 숨결에 가까웠다.

게이트 깊은 곳에서 밀려온 마수들이 그 빛에 부딪혔다. 첫 줄은 멈췄다. 그러나 뒤쪽 무리의 압력이 밀려오자 원형 막의 가장자리가 물결처럼 흔들렸다.

마도윤이 아이기스 뒤에 선 채 외쳤다.

"방패 앞쪽 비워. 전원 뒤로 붙어."

방어팀 몇 명이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서려다 멈췄다. 방패가 있으면 앞을 막아야 한다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아이기스가 낮게 울었다.

앞은 비워라.

뒤에 서라.

시우는 산소 마스크 너머로 그 말을 옮겼다.

"앞에 서면 안 된답니다. 뒤에 서야 힘이 납니다."

의료 대원이 팔걸이 단말기를 확인하고 굳은 얼굴이 됐다.

"강시우 씨. 산소 수치 더 떨어집니다."

"조금만요."

시우는 손끝에 힘을 주었다. 몸은 이미 바닥 가까이에 있었다. 그런데 아이기스의 목소리도 완전하지 않았다. 중앙은 깨어났지만 가장자리에는 아직 검은 점액과 녹이 남아 있었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성벽 끝을 비췄다.

"가장자리가 닫히지 않았습니다. 먼지가 아니라 기억에 가까운 오염입니다."

아스칼론이 검집 안에서 낮게 웃었다.

"방패라면서 뒤를 요구하다니 까다로운 놈이군."

아이기스가 바로 대답했다.

뒤가 없으면 방패도 없다.

시우가 그 말을 전하자 방어팀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그들은 아이기스 앞을 비우고 성벽 뒤쪽으로 한 줄씩 물러났다.

글레니르가 낮게 울었다.

뒤를 묶는다.

바닥을 따라 은빛 매듭이 뻗었다. 매듭은 사람을 묶지 않았다. 방어팀의 발밑과 구조선을 느슨하게 이어 주어 접힌 통로가 흔들려도 서로의 위치를 잃지 않게 했다.

그림자의 계약이 보존지 위에 검은 문장을 세웠다.

허락받은 등 뒤는 보호 구역이다.

청동빛이 조금 두꺼워졌다.

하지만 게이트 안쪽의 마수들은 바로 약점을 찾아냈다. 접힌 날개를 단 개체들이 정면 충돌을 멈추고 성벽 가장자리로 기어갔다. 놈들은 발톱으로 아이기스의 녹슨 테두리를 긁었다.

뒤이어 먼지 마수들이 달려들었다. 놈들은 검은 가루를 토해 성벽 끝에 뿌렸다. 조금 전 걷어 낸 오염과 같은 냄새였다.

아이기스가 짧게 떨었다.

앞에 선 자들이 부서졌다.

뒤에 선 자는 적었다.

시우는 그 울림 속에서 오래된 전장을 느꼈다. 누군가 방패를 높이 들고 앞으로 뛰었다. 누군가는 아이기스 앞에서 무너졌다. 방패는 막기 위해 태어났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방패보다 앞에서 죽었다.

"마수들이 가장자리의 남은 오염을 공격합니다."

시우가 힘겹게 말했다.

"그 부분에 예전 기억이 눌려 있습니다. 앞에서 죽은 사람들에 대한 기억 같습니다."

윤채아가 즉시 기록했다.

"아이기스 미정화 가장자리. 잔류 오염 및 방어 실패 기억 반응."

마도윤이 방패 뒤에서 자세를 낮췄다.

"성벽 유지. 앞쪽은 비우고 측면 엄호."

아스칼론의 울림이 거칠게 번졌다.

"놈들이 손톱을 세우면 손톱부터 겁을 줘야지."

검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아스칼론의 울림을 받았다. 거울 속 오른쪽 통로에서 수십 자루의 검이 동시에 검집을 치는 소리가 났다.

접힌 날개 마수들이 몸을 움츠렸다.

그 틈에 그림자의 계약이 문장을 뒤집었다.

초대받지 않은 오염은 성벽에 효력을 갖지 못한다.

검은 가루가 허공에서 멈췄다. 백은서가 차단 케이스를 들고 앞으로 나서려 하자 윤채아가 손을 들었다.

"샘플 회수는 최소만. 방어 유지가 우선입니다."

"확인했습니다."

백은서는 케이스 끝으로 가루 일부만 받아 냈다.

게이트 깊은 곳에서 지휘 개체가 나타났다. 왕관처럼 접힌 뼈막을 가진 작은 마수였다. 그것은 앞발로 바닥을 긁어 통로 전체를 입구 쪽으로 접기 시작했다.

환승 통로의 벽과 천장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성벽 뒤에 있던 부상 헌터가 비틀거렸다. 글레니르의 매듭이 그를 붙잡았다.

[입구 압력 상승]

[의료 결계 부담 증가]

윤채아의 단말기가 붉게 깜박였다.

의료 대원이 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제 후퇴해야 합니다. 강시우 씨 상태가 먼저 무너집니다."

시우도 알고 있었다. 숨을 들이마셔도 공기가 얇았다. 눈앞의 청동빛은 밝아졌다 흐려지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아이기스의 목소리가 아직 한 걸음 남아 있었다.

나는 들린 적이 많다.

나는 던져진 적이 많다.

하지만 맡겨진 적은 적다.

시우는 그 말을 듣고 입술을 다물었다.

자신도 비슷한 실수를 하려 했다. 방패를 구한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다시 앞으로 나가려 했다. 보호받는 자리에 서는 것이 답답해서였다.

하지만 아이기스가 원하는 것은 누군가가 자기 앞에서 멋지게 쓰러지는 일이 아니었다.

살아남는 뒤였다.

"아이기스."

시우가 물었다.

"누구를 막고 싶습니까?"

마수들의 발소리가 성벽을 두드렸다. 답은 바로 오지 않았다.

시우는 질문을 바꾸었다.

"누구를 뒤에 세우고 싶습니까?"

아이기스의 청동빛이 조용히 떨렸다.

다친 자.

도망칠 자.

묻고 기다린 자.

아직 앞에 서는 법밖에 모르는 자.

시우는 자신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지금도 이동 보조 의자에서 내려가고 싶었다. 귀에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한 걸음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아이기스에게 또 다른 앞모습을 보여 주는 일인지도 몰랐다.

시우는 천천히 말했다.

"저도 뒤에 서겠습니다."

의료 대원이 놀라 그를 보았다.

"오늘은 제가 앞에 나가지 않겠습니다. 그러니까 막아 주세요."

아이기스가 대답했다.

그럼 등을 허락한다.

윤채아의 단말기가 하얗게 켜졌다.

[진명 개방 조건 충족]

[아이기스]

[S급 불멸 수호의 성벽]

청동빛이 폭발하듯 퍼졌다.

둥근 방패 하나에서 나온 빛이 게이트 입구 전체를 가로질렀다. 얇던 원형 막은 겹겹의 성벽으로 변했다. 표면에는 닫힌 눈 같은 문양들이 줄지어 떠올랐다. 그 문양들은 앞을 노려보지 않았다. 성벽 뒤에 선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하듯 천천히 움직였다.

마도윤이 바로 명령했다.

"생존자 전원 성벽 뒤로. 부상자 먼저."

방어팀이 고립됐던 헌터들을 끌어냈다. 방패 손잡이만 쥐고 있던 헌터가 성벽 뒤에 들어오는 순간 청동빛이 한 겹 더 두꺼워졌다.

에제키엘이 반사면을 밝혔다.

"보호 대상의 수와 의사에 반응합니다. 뒤에 서겠다는 선택이 성벽의 두께를 만듭니다."

아스칼론이 투덜거렸다.

"뒤에 숨는 놈이 많을수록 세진다니 참 방패답군."

아이기스가 낮게 말했다.

숨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는 것이다.

시우가 그 말을 옮겼다.

"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거랍니다."

그 짧은 말에 방어팀의 표정이 바뀌었다. 뒤로 물러나는 일이 부끄러운 후퇴가 아니게 되는 순간 성벽은 더 밝아졌다.

부러진 방패 손잡이를 쥔 헌터가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뒤에 있어도 됩니까."

그 말은 마도윤에게 한 질문 같았지만 아이기스가 먼저 답했다.

그래야 한다.

시우가 그대로 전하자 헌터는 손잡이를 내려놓았다. 그는 두 손으로 부상자의 어깨를 받치고 성벽 뒤로 한 걸음 더 물러났다. 그 작은 후퇴에 청동빛 문양 하나가 새로 떠올랐다.

윤채아가 낮게 말했다.

"보호 대상의 생존 의사도 반응합니다."

지휘 개체가 마지막으로 뼈막을 긁었다. 접힌 통로가 통째로 입구를 향해 쏟아졌다. 벽과 광고판과 마수 무리가 한 덩어리처럼 밀려왔다.

아이기스의 성벽은 밀리지 않았다.

글레니르의 매듭이 성벽 아래를 고정했다. 그림자의 계약은 초대받지 않은 침입 무효 조항을 청동빛 표면에 겹쳤다. 에제키엘은 가짜 통로를 비춰 마수들의 방향을 뒤집었다. 아스칼론의 울림은 성벽 너머에 검날이 기다리는 듯한 소리를 냈다.

마수 무리가 성벽에 부딪혔다.

청동빛이 깊게 울렸다.

불멸은 부서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부서지기 전에 뒤를 살린다는 뜻이다.

성벽이 앞으로 한 걸음 밀렸다.

마수들은 자신들이 접어 놓은 통로 안으로 되밀렸다. 지휘 개체의 왕관 같은 뼈막이 성벽에 닿자 금이 갔다. 놈은 비명을 질렀고 접힌 길들이 하나씩 펴졌다.

마도윤의 목소리가 통신으로 터졌다.

"입구 압력 안정화. 구조 대상 전원 후퇴 완료."

윤채아의 단말기에 붉은 경고가 노란색으로 내려갔다.

[B급 게이트 입구 안정]

[추가 공세 차단]

[자의식 방어 유물 아이기스 임시 보호 성공]

의료 대원은 더 기다리지 않았다. 시우의 이동 보조 의자를 뒤로 밀고 산소 마스크를 고정했다.

"이제 정말 끝입니다."

시우는 대답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이기스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묻는 아이.

가장자리는 아직 더럽다.

시우는 거의 숨소리로 웃었다.

"나중에 닦아 드릴게요."

아스칼론이 검집 안에서 불평했다.

"새로 온 방패가 벌써 청소 예약을 잡는군."

에제키엘이 차분히 말했다.

"정당한 요구입니다. 품격은 가장자리에서 완성됩니다."

윤채아는 시우의 수치를 확인하고 표정을 굳혔다.

"강시우 씨. 지금부터 현장 협력자가 아니라 관리국 전담 보호 대상입니다. 이의 제기는 회복 후 받겠습니다."

시우는 눈을 감았다.

보호 대상.

그 말은 여전히 무겁게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목줄처럼 조여 오지 않았다. 적어도 누군가는 먼저 말했고 누군가는 등을 허락했다.

게이트 입구의 청동 성벽이 낮게 울렸다.

뒤에 서라.

살아라.

시우는 그 말을 들으며 의식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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