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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16화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16화: 먼지를 긁어 낸 방패

시우는 산소 마스크를 쓴 채 게이트 입구를 보고 있었다.

의료 결계는 아직 노란빛이었다. 이동 보조 의자 팔걸이에 붙은 수치도 좋지 않았다. 의료 대원은 그 화면을 볼 때마다 윤채아 쪽으로 눈치를 보냈다.

"강시우 씨는 여기서 더 앞으로 못 갑니다."

윤채아가 먼저 말했다.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압니다. 들어가겠다는 말 아닙니다."

게이트 안쪽에서는 낡은 쇠가 돌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아주 얇게 들렸다.

긁어라.

먼지를 긁어라.

그 목소리는 조급했다. 하지만 누군가를 붙잡고 끌어당기는 소리는 아니었다. 오래 기다린 물건이 더는 묻히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문 소리였다.

"방패가 아직 말합니다."

시우가 숨을 고르고 말했다.

"그냥 꺼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뭘 먼저 긁어야 하는지 묻고 가야 합니다."

아스칼론이 검집 안에서 툭 웃었다.

"방패 놈들은 원래 까다롭다. 아무 데나 손대면 백 년은 삐진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차갑게 빛났다.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예법입니다. 특히 방어 유물은 앞면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품격을 가릅니다."

글레니르가 낮게 울었다.

막는 것은 자리부터 묶는다.

그림자의 계약이 보존지 위에 짧게 적었다.

묻고 긁는다.

윤채아는 바로 기록했다.

"2차 진입 목적은 미확인 자의식 방패 구조. 강시우 씨는 의료 결계 안에서 감응 정보만 전달합니다. 현장 접촉은 마도윤 팀이 담당합니다."

마도윤은 방어팀을 다시 정렬했다. 구조선 세 줄이 게이트 입구에 고정됐고 표식탄과 차단막이 준비됐다. 그 옆에 백은서가 멸균 솔과 중성 오일을 놓았다.

B급 게이트 앞 구조 장비 사이에 청소 도구가 섞이자 방어팀 한 명이 어색하게 손을 멈췄다.

아스칼론이 즐거운 듯 말했다.

"좋군. 전장 한복판에 솔이라니 꼬맹이 취향이 널리 퍼지는구나."

"웃을 일 아닙니다."

시우는 작게 대꾸했다.

"저분은 그걸 원합니다."

방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중앙.

가장자리는 아직 아니다.

피 냄새 나는 물은 싫다.

"중앙부터입니다. 가장자리는 건드리면 안 된답니다. 피 냄새 나는 물도 싫어합니다."

윤채아가 백은서에게 말했다.

"멸균 솔. 무향 중성 오일. 물 세척 금지."

"준비됐습니다."

마도윤이 헬멧을 고쳐 썼다.

"진입합니다."

게이트 안쪽 통로는 앞선 진입 때보다 더 깊게 접혀 있었다. 매표소가 보이다가 사라졌고 지하철 광고판이 천장으로 올라붙었다가 다시 바닥에 내려왔다. 방향 감각을 믿는 순간 같은 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구조였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입구 결계 안에서 각도를 바꿨다.

"오른쪽 벽은 벽이 아닙니다. 왼쪽 바닥도 바닥이 아니군요. 상당히 불성실한 공간입니다."

거울 속에는 실제 길이 실처럼 보였다. 글레니르의 빛나는 매듭이 그 실을 따라 뻗었다. 허공 한가운데에서 매듭이 조여지자 접힌 통로가 억지로 펴졌다.

마도윤과 방어팀 셋이 그 틈으로 진입했다.

시우는 의자 팔걸이를 꽉 잡았다.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대신 자신의 귀가 그들의 손보다 먼저 닿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무너진 매표소 구석이 에제키엘의 반사면에 잡혔다.

둥근 방패가 반쯤 묻혀 있었다. 표면은 녹과 흙과 검은 점액이 겹겹이 눌러 붙어 있었다. 방패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만큼 낡아 보였다.

하지만 시우는 그 안쪽에서 아주 가는 울림을 들었다.

나는 아직 막을 수 있다.

흙만 걷어라.

그 앞에 작은 마수들이 있었다. 놈들은 사람을 노리지 않았다. 앞발로 바닥의 검은 먼지를 긁어 방패 위에 계속 덮고 있었다. 방패 표면이 조금 드러날 때마다 더러운 먼지를 끌어다 묻었다.

"저 먼지 자연스럽게 쌓인 게 아닙니다."

시우가 말했다.

"마수들이 일부러 덮고 있습니다."

아스칼론의 울림이 낮아졌다.

"이름을 숨기는 흙이다. 그냥 더러운 게 아니군."

에제키엘이 반사면을 좁혔다. 거울 안에서 흙 아래의 선이 보였다. 방패 중앙에 둥근 문양이 있었고 그 위를 검은 때가 얇은 껍질처럼 덮고 있었다.

"표면을 눌러 진명 반응을 가리고 있습니다. 품격 없는 봉인 방식입니다."

마도윤이 즉시 손짓했다.

"표면 직접 타격 금지. 마수만 밀어냅니다."

표식탄이 짧게 터졌다. 작은 마수들이 흩어졌다가 다시 방패 위로 몸을 던졌다. 놈들은 죽기보다 방패를 더럽히는 쪽을 택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림자의 계약이 보존지 위에 검은 문장을 세웠다.

초대받지 않은 은폐는 무효다.

문장이 게이트 바닥으로 번졌다. 허공으로 뿌려지던 먼지 일부가 툭 멈췄다. 글레니르의 매듭이 먼지 더미를 감아 바깥쪽으로 끌어냈다.

그제야 방패 중앙이 손바닥만큼 드러났다.

마도윤은 전투용 단검을 집어넣고 멸균 솔을 들었다. 게이트 안쪽에서 검은 먼지를 뒤집어쓴 헌터가 무릎을 꿇고 솔을 드는 장면은 이상했다.

하지만 누구도 웃지 않았다.

"시작합니다."

솔이 방패 중앙에 닿았다.

시우의 손바닥이 간질거렸다. 방패 표면의 감각이 아주 얇게 전해졌다. 거칠고 답답하고 오래 눌린 감각이었다.

느리게.

위로.

아니다. 더 약하게.

"더 약하게요. 위쪽으로 쓸어야 합니다."

마도윤은 곧바로 힘을 뺐다. 솔 끝이 방패 표면을 살짝 스쳤다. 검은 때가 밀리며 청동빛 한 줄이 드러났다.

방패가 낮게 울었다.

그렇다.

잊지 않았다.

시우는 그 말에 목이 막혔다.

무기들은 가끔 이상한 걸 요구했다. 칭찬 한마디나 기름 한 방울이나 먼지 제거 같은 것들. 그런데 그 작은 요구는 대개 자기가 아직 누구인지 잊히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조금 더입니다."

마도윤이 두 번째로 솔을 움직였다.

그 순간 안쪽 통로에서 접힌 칼날 소리가 몰려왔다. 마수 무리가 다시 방향을 비틀고 있었다. 방어팀의 구조선 하나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후퇴로 흔들립니다!"

방어팀원이 외쳤다.

아스칼론이 낮게 웃었다.

"또 소리 장난이냐."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아스칼론의 울림을 받았다. 오른쪽 통로에서 검 수십 자루가 동시에 뽑히는 소리가 번졌다. 접힌 통로 끝에서 마수들이 비명을 질렀다.

글레니르가 그 틈을 묶었다.

윤채아가 명령했다.

"청소 계속. 방어팀은 오른쪽 소리 유지."

마도윤은 흔들리는 바닥 위에서도 손목을 고정했다. 솔이 세 번째로 지나가자 방패 중앙의 문양이 더 분명해졌다. 닫힌 눈처럼 보였지만 에제키엘의 말대로 눈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보는 표식이 아니라 무언가를 막아서는 표식이었다.

방패가 말했다.

녹.

녹을 풀어라.

많이는 싫다.

"오일 한 방울입니다. 많이 뿌리면 싫어합니다."

백은서가 소형 분사기를 마도윤 쪽으로 보냈다. 마도윤은 손등으로 피와 먼지를 닦고 분사기를 받았다.

한 방울.

오일이 방패 중앙에 떨어졌다.

녹이 천천히 갈라졌다. 갈라진 틈 사이로 청동빛이 번졌다. 방패의 울림이 처음으로 조금 부드러워졌다.

오래됐다.

앞에 선 자들은 많았다.

뒤에 선 자는 적었다.

시우가 눈을 깜박였다.

"앞이 아니라 뒤에 서야 한답니다."

마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방패 뒤로?"

"네. 억지로 들고 앞에 세우는 게 아니라 뒤에 서서 맡겨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마도윤은 망설이지 않았다.

"방어팀. 방패 뒤로 이동. 방패 앞면 비워."

방어팀은 방패를 둘러싸려던 자세를 풀고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 순간 방패 앞의 공기가 달라졌다. 눌려 있던 청동빛이 얇게 퍼졌다.

방패가 물었다.

묻는 아이.

내 이름도 묻느냐.

시우는 산소 마스크 아래에서 숨을 고르며 웃었다.

"묻겠습니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당신 이름이 뭡니까?"

방패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안쪽에서 마수 발소리가 커졌다. 이번에는 통로를 접는 소리가 아니었다. 정면으로 몰려오는 소리였다. 먼지 마수들이 밀리고 그 뒤에 더 큰 그림자들이 붙어 있었다.

윤채아의 단말기에 경고가 떴다.

[게이트 내부 마수 밀집]

[입구 압력 상승]

의료 대원이 시우의 의자를 뒤로 물리려 했다.

시우는 팔걸이를 놓지 않았다.

"조금만요."

방패의 녹이 마지막으로 부스러졌다.

중앙 문양이 완전히 드러났다. 청동빛 원이 떠오르듯 빛났고 방패 위에 덮인 검은 먼지가 바깥으로 밀려났다. 아직 가장자리에는 점액과 녹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방패는 처음으로 고개를 든 사람처럼 울렸다.

아이기스.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 막을 수 있다.

윤채아의 단말기가 하얗게 깜박였다.

[미확인 방어 유물 진명 반응]

[아이기스]

[등급 산정 불가]

아스칼론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름을 말했군. 늙은 방패치고 목소리는 멀쩡하다."

에제키엘은 반사면을 밝히며 말했다.

"상당히 고전적인 품격입니다. 먼지를 먼저 요구한 이유가 있군요."

글레니르가 낮게 울었다.

막는 문.

그림자의 계약이 조항을 적었다.

묻고 닦은 자에게 방패는 등을 허락한다.

마도윤은 아이기스 뒤에 섰다. 방패는 아직 바닥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반쯤 묻힌 채였고 가장자리의 녹도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마수 무리가 가까워지는 순간 청동빛이 통로를 가로질렀다.

마도윤이 물었다.

"아이기스. 막을 수 있나?"

아이기스는 시우에게만 답했다.

막는다.

다만 먼지가 남았다.

시우는 지쳐서 웃었다.

"막을 수 있답니다. 다만 먼지가 남아서 불만이 있습니다."

아스칼론이 크게 웃었다.

"마음에 든다. 잔소리하는 방패라니 우리 쪽 물건답군."

게이트 깊은 곳의 어둠이 밀려왔다.

아이기스의 청동빛이 그 앞을 막았다. 아직 완전한 성벽은 아니었다. 얇고 흔들리는 첫 방패막이었다.

하지만 시우는 알았다.

이번에는 끌려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묻고 구했다.

먼지를 긁어 냈고 이름을 들었다.

그리고 방패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등 뒤에 서기를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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