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11화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11화: 공방 입성

시우는 병원 침대로 돌아가야 했다.

윤채아도 그렇게 말했고 의료 대원도 그렇게 말했다. 보호 결계가 붙은 이동 보조 의자는 이미 병원 지하 연결 통로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문제는 밀폐 운송함 안에서 글레니르가 계속 울고 있다는 점이었다.

쇠사슬이 우는 소리는 사람의 울음과 달랐다. 억지로 맞물린 마디가 서로를 다치게 하는 소리였다.

시우는 팔걸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윤 분석관님."

"강시우 씨. 철수 지시는 유지합니다."

"글레니르가 아직 아픕니다."

윤채아의 걸음이 멈췄다.

아스칼론이 검집 안에서 코웃음을 쳤다.

"네 상처도 아직 아프다. 둘이 나란히 누우면 되겠군."

에제키엘은 보호 케이스 안에서 점잖게 말했다.

"제 반사면도 아픕니다. 불결한 균열을 오래 비췄습니다. 순서를 굳이 따지자면 저의 세척이 가장 품격 있는 사안입니다."

"다들 아픈 척하지 마세요."

"척이라니."

아스칼론과 에제키엘이 동시에 반응했다. 시우는 대답할 힘이 없어서 운송함만 보았다.

글레니르의 울림이 다시 닿았다.

이름은 돌아왔다.

마디가 검다.

윤채아가 단말기를 확인했다. 운송함 내부 수치는 안정 범위 안에 있었다. 하지만 시우의 얼굴은 그 수치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임시 보존 공방으로 이동합니다. 강시우 씨는 관찰석에서만 감응 정보를 제공합니다. 직접 접촉 금지. 통증 수치가 오르면 즉시 침상 복귀입니다."

의료 대원이 한숨을 삼켰다.

"분석관님."

"책임은 제가 집니다."

"그 말 오늘 세 번째입니다."

"기록해 두십시오."

이동 보조 의자가 다시 방향을 바꿨다.

병원 지하의 흰 복도가 끝나고 두꺼운 방화문이 열렸다. 안쪽에는 작은 공방이 있었다. 벽에는 정화 솔과 멸균 천, 마력 안정 오일, 봉인 클램프가 줄지어 걸려 있었다.

공방 담당자는 흰 장갑을 낀 젊은 여자였다. 명찰에는 백은서라고 적혀 있었다.

"A급 임시 판정 유물이라고 들었습니다. 표준 안정 절차로 고정하겠습니다."

그녀가 금속 클램프를 꺼내자 글레니르의 울림이 날카로워졌다.

문이 눌린다.

이름이 접힌다.

시우가 바로 말했다.

"클램프 쓰면 안 됩니다."

백은서의 시선이 시우에게 꽂혔다.

"유물 보존 공방에서는 고정 없이 정화하지 않습니다."

"저 클램프가 글레니르한테는 고정이 아니라 이름을 접는 느낌입니다."

"감응 정보입니까?"

윤채아가 대신 답했다.

"그렇습니다. 우선 중지하세요."

백은서는 불편한 표정으로도 손을 멈췄다. 하지만 클램프가 운송함 근처에 놓인 것만으로 글레니르의 사슬 마디가 딱딱 맞부딪혔다.

공방 벽의 수치판이 뒤늦게 깜박였다.

[봉인계 유물 파형 불안정]

[강제 고정 문양 접근 반응]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어두워졌다.

"저 표식은 매우 불쾌합니다. 형태는 안정 문양이지만 작동 방향이 명령 파형과 닮았습니다."

시우는 바로 옮겼다.

"에제키엘이 저 표식이 검은 명령 파형과 닮았다고 합니다."

백은서가 즉시 클램프를 뒤집어 보았다. 안쪽에 새겨진 안정 문양이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관리국 표준품입니다."

"표준품이라도 글레니르한테는 안 맞습니다."

아스칼론이 거칠게 말했다.

"묶여 있던 놈한테 또 쇠고랑을 채우겠다는 발상부터 글러먹었다."

시우는 말을 조금 순화했다.

"이미 묶여 있던 유물이라서 강제 고정에 반응이 나쁩니다."

"방금보다 많이 순해졌군."

"어르신 표현 그대로 말하면 공방에서 쫓겨납니다."

백은서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그래도 그녀는 클램프를 도구대 뒤로 치웠다.

수치판의 붉은 선이 한 칸 내려갔다.

"그럼 대안은요."

시우는 글레니르의 운송함을 바라보았다.

"강한 정화 말고 마디 사이 검은 얼룩을 먼저 불려야 합니다. 이름을 부르면서요. 사슬을 당기지 말고 한 마디씩 쉬게 해야 합니다."

"불린다니 기름입니까?"

아스칼론이 즉시 끼어들었다.

"기름이면 아무거나 쓰지 마라. 싸구려 냄새 나는 건 검에도 사슬에도 죄다 독이다."

에제키엘도 말했다.

"그리고 세척 순서는 저부터입니다. 반사면이 흐리면 글레니르의 얼룩도 품격 있게 확인할 수 없습니다."

시우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중성 정화 오일 중에 향이 거의 없는 게 있습니까? 그리고 에제키엘 반사면 먼저 닦아야 합니다. 그래야 얼룩이 보입니다."

백은서는 잠깐 시우를 보았다. 민간인이라기에는 요구가 너무 구체적이었다. 헌터라기에는 얼굴이 너무 창백했다.

"무향 중성 오일 있습니다. 반사 거울 세척용 천도 있고요."

"그걸로 해 주세요."

윤채아가 단말기에 입력했다.

"공방 임시 절차. 감응 대상 강시우 지시하에 비강제 안정 케어 진행."

시우는 에제키엘의 보호 케이스가 열리는 것을 보았다. 백은서가 멸균 천을 들자 에제키엘이 날카롭게 말했다.

"손목 각도가 불안합니다."

"손목 각도요."

시우가 전달하자 백은서의 손이 멈췄다.

"거울이 그런 것도 말합니까?"

"품격과 관련된 건 거의 다 말합니다."

"거의 다가 아니라 전부입니다."

백은서는 손목을 낮추고 천을 접었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천천히 닦자 금빛이 맑아졌다.

"나쁘지 않습니다."

에제키엘이 말했다.

"이분한테는 칭찬입니다."

시우가 설명하자 백은서가 아주 작게 웃었다.

다음은 글레니르였다.

운송함 뚜껑이 열리자 낡은 사슬이 드러났다. 이름을 되찾은 뒤에도 마디 사이는 검은 얼룩으로 끈적했다. 얼룩은 녹처럼 보였지만 에제키엘의 반사면에서는 검은 글자 조각처럼 흔들렸다.

윤채아가 낮게 말했다.

"강시우 씨. 직접 손대지 않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시우는 호흡을 고르고 사슬을 향해 말했다.

"글레니르."

사슬이 작게 울었다.

"문을 닫는 매듭. 오늘은 문을 막지 않아도 됩니다. 마디를 쉬게 해 주세요."

백은서가 무향 오일을 아주 조금 묻힌 천을 첫 마디 사이에 댔다. 사슬이 움찔했다.

아스칼론이 바로 말했다.

"누르지 말고 밀어라. 결 반대다."

"누르지 말고 결 따라 밀어 주세요."

백은서가 방향을 바꿨다.

검은 얼룩이 아주 조금 풀렸다. 풀린 얼룩은 연기처럼 올라오려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에 비친 금빛에 눌려 사라졌다.

글레니르가 낮게 울었다.

잠겼던 마디가 숨 쉰다.

시우는 어깨 통증을 잊을 만큼 집중했다. 한 마디가 끝나면 백은서가 손을 멈췄고 시우는 글레니르의 울림을 들었다. 다시 괜찮다는 울림이 오면 다음 마디로 넘어갔다.

공방의 표준 절차라기보다는 오래 앓던 환자에게 말을 걸며 붕대를 푸는 일에 가까웠다.

백은서도 어느 순간부터 시우를 재촉하지 않았다.

"다음은요."

"세 번째 마디는 안쪽만요. 바깥 얼룩은 봉인선입니다."

"확인했습니다."

"다섯 번째는 쉬었다가 해 주세요. 지금 겁먹었습니다."

백은서의 장갑 낀 손이 멈췄다.

"사슬도 겁을 먹습니까?"

시우는 운송함 안의 낡은 마디를 보았다.

"이름을 잃었던 유물이니까요."

공방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그러다 일곱 번째 마디에서 검은 얼룩이 갈라졌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에 글자 둘이 떠올랐다.

그림자.

계약.

백은서가 숨을 삼켰다.

"방금 보셨습니까?"

윤채아의 단말기가 동시에 떨렸다.

[잔류 파형 분리]

[계약계 아티팩트 흔적 감지]

아스칼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문을 묶은 놈이 따로 있다. 사슬만 더럽힌 게 아니다."

글레니르가 아주 작게 대답했다.

계약이 문에 이름을 걸었다.

아이는 듣는다.

시우의 등골이 차가워졌다. 듣는 아이라는 말은 닫힌 문 너머에서 자신을 부르던 목소리와 이어져 있었다.

윤채아가 바로 물었다.

"글레니르가 뭐라고 합니까?"

"계약이 문에 이름을 걸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듣는다고요."

공방 안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때 중앙 등록 단말기가 켜졌다. 시우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화면이 자동으로 올라왔다.

[특성 후보: 무기 소통자]

[정식 등록 재시도]

윤채아의 얼굴이 굳었다.

"누가 등록 명령을 보냈습니까?"

측정 담당자의 목소리가 통신으로 튀어나왔다.

"저희 쪽 아닙니다. 중앙 서버에도 명령 이력이 없습니다."

화면 위로 검은 잡음이 번졌다.

[특성 후보: 듣는 아이]

시우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에제키엘이 반사면을 번쩍였다.

"허락 없이 남의 이름을 덮어쓰는 것은 최악의 무례입니다."

금빛이 화면을 때렸다. 검은 잡음이 반사면에 휘말리더니 공방 벽 너머로 가는 실처럼 비쳤다. 실의 끝은 공방 옆 보관고를 가리키고 있었다.

글레니르가 사슬 마디를 조용히 울렸다.

문이 아니다.

계약서다.

백은서가 보관고 방향을 보았다.

"저쪽은 폐기 예정 서류 유물 보관칸입니다."

윤채아가 즉시 지시했다.

"출입 통제. 방어 결계 올리세요. 누구도 보관고를 열지 않습니다."

아스칼론이 검집 안에서 웃었다.

"듣는 아이에서 유물 술사 다음은 서류 담당이냐."

시우는 대꾸하지 못했다. 보관고 문틈 아래에서 검은 종이 냄새 같은 마력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에는 낡은 양피지 한 장이 비쳤다. 아직 펼쳐지지 않았는데도 위쪽에 검은 글씨가 스스로 적히고 있었다.

강시우.

그 이름이 끝까지 쓰이기 전 글레니르가 매듭을 만들었다. 사슬은 운송함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만 마디 사이의 울림만으로 공방 바닥에 둥근 봉인선을 그었다.

글자는 멈췄다.

시우는 마른침을 삼켰다.

"윤 분석관님."

"말씀하세요."

"저 공방, 잠깐만 더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윤채아는 단말기에 새 문서를 열었다.

"임시 무기 운용 공방 사용 권한. 대상 강시우. 사유는 자의식 아티팩트 케어 및 계약계 잔류 파형 대응."

백은서가 조용히 물었다.

"정식 허가 전입니다."

"그래서 임시입니다."

윤채아가 안경을 고쳐 썼다.

"현장 책임자는 저입니다. 감응 대상은 강시우 씨이고 해당 공방에는 비강제 케어로 안정화된 A급 봉인계 유물이 있습니다. 절차상 근거는 충분합니다."

백은서는 더 반박하지 않았다.

시우는 보관고 문틈을 보았다.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글레니르의 울림은 조금 전보다 안정되어 있었다. 에제키엘은 맑게 닦였고 아스칼론은 검집 안에서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 으르렁거렸다.

혼자 듣는 게 아니었다.

이제는 들은 것을 놓치지 않도록 둘 자리가 필요했다.

시우가 작게 말했다.

"공방 입성 첫날부터 서류랑 싸우게 생겼네요."

아스칼론이 웃었다.

"좋다. 종이도 베어 본 적은 없다."

에제키엘이 즉시 반박했다.

"베기 전에 먼저 읽어야 합니다. 계약서는 품격 없는 함정을 아주 자주 숨깁니다."

글레니르가 낮게 울었다.

이름을 쓰게 하지 마라.

보관고 문 안쪽에서 양피지가 사각거렸다.

시우의 이름 두 글자가 검게 번지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