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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10화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전설의 무기들이 나한테만 말을 걸어

10화: 이름을 묶는 사슬

균열은 닫히지 않았다.

창고 뒤쪽 벽에 난 푸른 틈은 숨을 쉬듯 가늘게 벌어졌다. 방금 마수를 삼킨 자리인데도 수치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너무 조용한 수치는 이제 아무도 믿지 않았다.

마도윤이 먼저 말했다.

"추격조를 넣겠습니다."

윤채아의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보류합니다."

"마수가 살아 있습니다. 놓치면 다음 균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 안쪽이 길인지 입인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시우는 이동 보조 의자 팔걸이를 잡았다. 붕대 밑 어깨가 뜨거웠다. 그래도 균열 안쪽에서 들리는 쇠 울림은 통증보다 선명했다.

글레니...

사슬은 아직 자기 이름을 끝까지 부르지 못했다.

아스칼론이 낮게 투덜거렸다.

"저 꼬락서니로 들어가면 사람도 마수도 아니고 미끼가 된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은 검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저 안쪽은 매우 불결합니다. 품격 있는 거울이 직접 들여다볼 만한 곳이 아닙니다. 다만 보여 달라면 보여 드릴 수는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시우가 말하자 에제키엘의 반사면에 금빛이 돌았다.

창고 벽과 균열 안쪽이 겹쳐졌다. 장비 화면에는 빈 복도가 보였지만 반사면에는 복도 끝이 접힌 종이처럼 휘어 있었다. 그 접힌 부분에 검은 가시가 박혀 있었다.

가시는 작은 글자 하나를 감고 있었다.

시우는 숨을 멈췄다.

"이름 조각입니다."

마도윤의 시선이 움직였다.

"보입니까?"

"저한테는 들립니다. 에제키엘한테는 비칩니다."

에제키엘이 살짝 밝혔다.

"정확히는 품격 없는 은폐가 제 앞에서 버티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도윤은 이번에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럼 직접 들어가지 않고 빼내야 합니다."

윤채아가 단말기를 조작했다.

"탐사 갈고리. 은선형으로 준비하세요. 절삭 기능은 잠금. 강시우 씨 지시 없이는 회수만 합니다."

팀원 하나가 장비함을 열었다. 은빛 실이 감긴 작은 갈고리가 나왔다. 원래는 균열 안쪽 표본을 건지는 장비였다.

마도윤은 그것을 들고 시우를 봤다.

"위치는."

시우는 에제키엘의 반사면을 보았다.

"빈 복도 끝이 아니라 접힌 곳입니다. 왼쪽 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래입니다. 검은 가시가 글자를 감고 있어요."

"글자라."

"이름의 끝입니다."

마도윤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갈고리가 균열 안으로 들어갔다. 은선은 공중에서 곧게 뻗다가 갑자기 휘었다. 장비 화면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지만 에제키엘 반사면 속 은선은 검은 가시 주변에서 세 번이나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스칼론이 혀를 찼다.

"가짜 중심이다. 가운데가 아니다. 매듭 끝을 물어라."

"매듭 끝이요."

시우가 바로 옮겼다.

"검은 가시 가운데 말고 끝부분. 끊지 말고 들어 올리세요."

마도윤의 손이 느리게 움직였다. 이전처럼 밀어붙이지 않았다. 갈고리 끝이 검은 가시의 중앙을 지나쳐 가장 얇은 부분을 걸었다.

그 순간 균열 안에서 목소리가 터졌다.

주인 없는 것을 묶어라.

이름 없는 것을 잠재워라.

대원들의 무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명이 비명을 삼키며 손목을 붙잡았다. 마력 회로가 검은 실로 감기고 있었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번쩍였다.

"또 남의 이름을 훼손하는군요. 배움이 없는 파형입니다."

시우는 손끝으로 거울 테두리를 눌렀다.

"돌려보내 주세요. 이번에는 은선 쪽으로 가지 않게."

"요청의 방향이 명확합니다."

금빛이 균열 앞을 스쳤다. 검은 명령 파형이 반사면에 닿더니 비틀려 되돌아갔다. 되돌아간 파형은 균열 안쪽 벽을 때렸다. 빈 복도처럼 보이던 곳이 벗겨지고 어두운 문턱이 드러났다.

그 문턱에는 낡은 사슬 마디들이 겹겹이 박혀 있었다. 그중 한 마디가 검은 가시에 씹힌 채 떨고 있었다.

시우는 그 사슬을 향해 말했다.

"글레니."

사슬이 울었다.

"당신은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닙니다. 문을 닫는 매듭입니다. 이름 끝을 빼앗긴 채로도 계속 버틴 거죠."

쇠 울림이 낮아졌다.

르.

시우의 입술이 움직였다.

"글레니르."

밀폐함 안쪽에서 빛이 터졌다. 낡은 사슬의 마디마다 새겨진 글자가 순서대로 살아났다. 검은 가시가 감고 있던 마지막 글자도 은선에 걸려 균열 바깥으로 끌려 나왔다.

마도윤이 이를 악물었다.

"회수합니다."

은선이 당겨졌다. 사슬의 이름 조각이 밀폐함 쪽으로 돌아오는 순간 균열 안에서 방금 사라진 마수가 다시 튀어나왔다. 회색 살은 반쯤 찢겨 있었지만 검은 더듬이는 더 길어져 있었다.

마수는 마도윤의 목소리로 외쳤다.

"전원 후퇴!"

팀원 둘이 반사적으로 물러났다.

시우가 바로 소리쳤다.

"가짜입니다!"

마도윤은 멈췄다.

마수는 이번에는 윤채아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강시우 씨 즉시 철수합니다."

시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목소리의 높낮이는 비슷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윤채아가 늘 붙이는 판단의 무게가 없었다.

빈 껍데기였다.

"그것도 가짜."

아스칼론이 검집 안에서 으르렁거렸다.

"목소리 흉내는 내도 숨은 못 숨긴다. 왼쪽 더듬이 밑이다."

시우는 통증 때문에 이를 악물었다.

"왼쪽 더듬이 밑! 거기가 본체 연결부입니다!"

마도윤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좌측 사격. 더듬이 밑만!"

마력탄이 일제히 꽂혔다. 에제키엘의 반사면이 동시에 열렸다. 마수가 뿌린 가짜 지시와 장비 수치가 금빛에 맞아 되돌아갔다.

벽으로 위장한 표피가 산산이 벗겨졌다.

글레니르가 울었다.

이름을 되찾았다.

문을 묶는다.

밀폐함 뚜껑 사이로 낡은 사슬 한 줄이 스스로 미끄러져 나왔다. 직접 접촉 금지 결계에 닿기 직전 사슬은 멈췄다. 그리고 공중에서 둥근 매듭을 만들었다.

마수는 균열로 도망치려 했다.

글레니르의 매듭이 먼저 균열 입구를 감았다.

푸른 틈이 찌그러졌다. 검은 가시가 안쪽에서 밀어붙였지만 매듭은 풀리지 않았다. 마수의 몸 절반이 틈에 끼었고 마도윤의 단검이 그 연결부를 정확히 찔렀다.

마수가 터졌다.

이번에는 검은 실이 끌고 가지 못했다. 재가 바닥에 떨어지고 더듬이 조각이 사라졌다.

장비 화면이 뒤늦게 반응했다.

[잔류 균열 입구 봉쇄]

[미등록 봉인계 아티팩트 반응]

[임시 판정: A급 문지기의 봉인 사슬]

밀폐함 안에서 사슬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완전히 깨끗한 상태는 아니었다. 마디 사이에는 아직 검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숫자 7 아래에 덧씌워진 표식은 더 이상 사슬의 이름을 덮지 못했다.

에제키엘이 만족스럽게 말했다.

"기록 수정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윤채아가 이미 단말기에 입력하고 있었다.

"구 기록 [폐철 사슬] 폐기. 임시 기록 [A급: 문지기의 봉인 사슬 글레니르]. 보관 조건은 이름 훼손 금지. 사슬 직접 접촉 금지. 의사 확인 필수."

글레니르가 작게 울었다.

문은 아직 있다.

하지만 오늘은 닫았다.

시우는 그제야 숨을 뱉었다. 어깨 통증이 늦게 몰려왔다. 보호 결계의 통증 수치가 붉게 올라갔다.

윤채아의 목소리가 바로 날아왔다.

"강시우 씨 철수합니다."

"이번 건 진짜죠?"

"진짜입니다."

"네. 이번에는 따르겠습니다."

아스칼론이 코웃음을 쳤다.

"이번에는이라니. 네가 평소에 말을 잘 듣는 척하지 마라."

에제키엘도 덧붙였다.

"철수 후 제 반사면 세척도 진짜였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다들 순서대로요."

마도윤은 팀원들에게 방어선 유지를 지시한 뒤 시우 앞으로 걸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멘붕에 가까운 표정이 남아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장비가 빈 복도라고 말한 곳에서 문턱이 나왔고 폐철 취급을 받던 사슬이 균열을 묶었다. C급 현장대가 배운 교범 어디에도 그런 항목은 없었다.

마도윤은 짧게 숨을 고르고 말했다.

"강시우 씨. 당신은 대체 뭡니까?"

시우는 피곤하게 웃었다.

"아직 임시 보호 대상이라던데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뒤쪽에서 팀원 하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신비한 유물 술사 같은데."

다른 대원이 곧바로 받았다.

"술사라기보다 유물 통역사 아니야?"

"통역사가 게이트 입구를 묶게 하냐?"

아스칼론이 웃었다.

"꼬맹이. 직함이 생겼다. 신비한 유물 술사란다."

시우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건 좀 부끄러운데요."

에제키엘이 점잖게 말했다.

"품격은 부족하지만 폐거울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마도윤은 팀원들의 말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정식으로 고개를 숙였다.

"현장대 전원에게 공유하겠습니다. 강시우 씨의 감응 정보는 참고 의견이 아니라 생존 지침입니다."

그 말은 창고 안을 잠깐 조용하게 만들었다.

시우는 농담으로 넘기려다 멈췄다. 마도윤의 말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전 그들은 실제로 그 지침 때문에 살았다.

"저 혼자 한 건 아닙니다."

시우는 밀폐함을 보았다.

"아스칼론이 약점을 봤고 에제키엘이 거짓을 비췄고 글레니르가 문을 묶었습니다. 저는 들은 걸 말했을 뿐이에요."

글레니르의 사슬 마디가 아주 작게 흔들렸다.

들어 주었다.

그 말 하나가 시우의 귀에 닿았다.

그때 균열이 닫힌 자리에서 검은 잡음이 한 번 튀었다. 모두의 장비에는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시우에게는 낮고 낯선 목소리로 들렸다.

듣는 아이.

시우의 손끝이 굳었다.

아스칼론이 즉시 검날을 울렸다.

"들었냐."

"네."

에제키엘의 반사면도 어두워졌다.

"저 또한 흔적을 보았습니다. 아주 불쾌한 호칭입니다."

윤채아가 통신 너머로 물었다.

"무슨 반응입니까?"

시우는 닫힌 균열 자리를 보았다. 글레니르가 문을 묶었지만 문 너머의 누군가는 이쪽을 알았다. 검은 가시 조각을 가져간 침입자의 말과 병원 단말기를 덮던 잡음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쪽에서 저를 압니다."

창고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시우는 팔걸이를 잡았다. 이번에는 무리해서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대신 밀폐함 안의 사슬에게 천천히 말했다.

"글레니르. 오늘은 쉬세요. 다음에는 이름이 또 지워지지 않게 제대로 닦고 기록도 고치겠습니다."

사슬은 짧게 울었다.

문은 닫았다.

아이를 보았다.

그 말이 끝나자 균열의 푸른빛이 완전히 꺼졌다.

마도윤의 팀원들은 아직도 멍한 얼굴이었다. 어떤 이는 글레니르를 봤고 어떤 이는 에제키엘을 봤다. 또 어떤 이는 시우를 보며 자기 무기를 조심스럽게 고쳐 쥐었다.

시우는 그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무기가 말한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이 늘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누군가의 목숨을 살렸다.

아스칼론이 툭 던졌다.

"그래서 신비한 유물 술사님. 이제 치료나 받으러 가시지?"

시우는 결국 웃어 버렸다.

"네. 유물 술사는 퇴근하겠습니다."

에제키엘이 즉시 말했다.

"퇴근 전 세척 예약을 잊지 마십시오."

"그건 퇴근이 아니라 야근 같네요."

윤채아가 통신으로 짧게 한숨을 쉬었다.

"강시우 씨. 농담은 병원 침대 위에서 하십시오."

이동 보조 의자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창고의 오래된 먼지 냄새 사이로 사슬의 잔잔한 울림이 따라왔다.

글레니르.

이번에는 잊힌 이름이 아니었다.

하지만 닫힌 문 너머에서 시우를 부른 목소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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