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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8화

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

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

8화: 의심의 덫

차가운 가을 아침 공기가 뺨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강진혁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흘러내렸다.

오토바이는 S대학교 후문과 인접한 좁고 음침한 이면도로 모퉁이,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잡풀 우거진 덤불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밀어 넣어졌다. 진혁은 묵직한 구동음을 내던 엔진 시동을 끄고, 헬멧을 벗어 핸들에 걸어두었다. 빗장뼈 아래에서 느껴지는 불규칙하고 격렬한 심장 박동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 동조를 통해 뇌리에 직격했던 한소윤의 공포에 젖은 눈망울과,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를 가늘게 긋고 지나가던 차가운 은빛 메스의 감각이 그의 신경 세포 곳곳을 거칠게 후벼 파고 있었다.

“진혁 씨, 정말 괜찮은 거예요? 안색이 너무 안 좋아요. 마치 시체처럼 창백해요.”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내린 민세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의 가죽 재킷 소매를 붙잡았다. 그녀의 손길마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범인이 지하실 거울에 남겨두었던 그 조롱 섞인 경고 메시지는 그녀에게도 엄습하는 현실적이고 묵직한 위협으로 다가왔을 터였다.

“괜찮습니다. 지금 제 몸뚱이 하나 챙기자고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진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발신번호 표시제한 키를 누르고 익숙한 번호를 입력했다. 3년 전, 그 지옥 같았던 중앙로역 화재 참사 현장에서 연기에 질식해 가던 자신을 업고 탈출했던 사내. 그리고 지금은 거울 살인마 사건의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중부경찰서 강력반의 서도진 경감이었다.

신호음이 서너 번 길게 울리기도 전에 통화가 거칠게 연결되었다. 수화기 너머로 아침 교대 시간의 바쁜 강력계 소음과 함께 서도진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벼락처럼 내리쳤다.

“경감님, 저 강진혁입니다.”

수화기 너머의 잡음이 찰나의 순간 동안 뚝 끊겼다. 이내 서도진의 목소리가 한층 낮게 가라앉으며 형사 특유의 날카로움을 띠었다.

“그 얘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경감님, 한소윤 씨가 납치당했습니다. S대학교 화학과 2학년 한소윤이요.”

서도진의 다급한 질문을 진혁이 단호하게 가로막았다.

“오늘 오전 중에 학교나 가족 측에서 실종 신고가 들어갈 겁니다. 시간이 정말 없습니다. 그 거울 살인마 놈이 한소윤 씨를 데려갔습니다. 지금 S대학교 후문 구석에 방치된, 폐쇄된 ‘구 과학관’ 건물 지하 실험실에 갇혀 있습니다.”

“그놈이 한소윤 씨를 낡은 나무 의자에 묶어 뒀습니다. 그리고 의자 바로 앞에 깨진 전신거울을 거치대에 비스듬히 세워 놨어요. 지금 한소윤 씨 목덜미에 메스로 가늘게 상처를 내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울 유리 표면에 붉은색 액체로 글씨를 써 놨어요. ‘쫓아오는 쥐새끼들아. 다음은 너희 차례다’라고요. 경감님, 제발 제 말 믿고 당장 강력반 형사들을 S대 구 과학관으로 보내세요!”

진혁이 핏대를 세우며 쏟아내듯 말을 마치자, 수화기 너머에서 믿기 힘든 충격과 깊은 의혹이 가득 담긴 서도진의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서도진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수사관으로서 오랜 세월 다져진 본능적인 의심이 날카로운 메스처럼 진혁의 신경망을 찔렀다.

“그게 아닙니다! 제발 제 말을 믿으셔야 합니다! 설명할 시간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지금 당장 경찰이 조용히 들이치지 않으면 그 학생은 죽습니다! 제발 움직이세요!”

진혁은 서도진의 거친 호통 소리를 뒤로하고 가차 없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배터리를 빼내듯 핸드폰의 전원을 완전히 꺼버렸다.

“서 경감님이 움직이실까요?”

세아가 불안과 긴장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진혁은 굳은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땀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스럽긴 하겠지만, 제가 제보한 디테일이 너무 구체적이라 경찰로서 그냥 넘길 수는 없을 겁니다. 곧바로 관할 순찰차와 타격대를 그쪽으로 출동시키겠죠. 하지만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이 들이닥치는 순간 범인은 눈치채고 움직일 겁니다. 그 전에 우리가 먼저 들어가서 상황을 확인해야 해요.”

진혁은 재킷의 지퍼를 목 밑까지 단단히 채우고 덤불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구 과학관을 둘러싸고 있는 낡고 녹슨 임시 철제 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인적이 끊긴 탓에 날카로운 철사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는 펜스 하단부에는, 성인 한 명이 겨우 기어들어 갈 수 있을 정도로 뚫려 있는 틈새가 있었다.

“이쪽이에요. 머리 조심해요.”

세아가 틈새의 날카로운 단면을 잡아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진혁은 좌우를 재빨리 살폈다. 다행히 이른 아침의 대학 캠퍼스 구석진 이곳까지 발걸음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 사람은 신속하게 펜스를 기어 넘어가 구 과학관의 영역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가림막 너머의 폐건물 부지는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유령 도시 같았다.

무릎 높이까지 마구잡이로 자라난 잡풀들이 발목을 휘감았고, 3층 높이의 회색 콘크리트 건물은 외벽 곳곳이 갈라지고 검푸른 이끼가 낀 채 음산한 한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깨진 유리창 틈새로 얼핏 보이는 내부의 어둠은 마치 거대한 괴물이 조용히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기괴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진혁과 세아는 조심스럽게 건물의 외벽 그림자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마구 뒹구는 깨진 유리 파편과 마른 나뭇가지들이 신발 밑창에 눌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낼 때마다 온몸의 신경이 바늘처럼 곤두섰다.

“저기 반지하용 반창이 열려 있어요. 지하 실험실로 연결되는 통로예요.”

세아가 가리킨 곳은 시멘트 바닥에 반쯤 묻혀 있는 낡은 철제 창문이었다. 잠금 쇠가 부서진 채 안쪽으로 삐딱하게 열려 있어, 안쪽의 어두운 지하실 내부가 그대로 들여다보였다.

진혁이 먼저 창틀의 녹슨 쇠붙이를 붙잡고 몸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둡고 눅눅한 지하실 바닥으로 가볍게 착지하는 순간, 퀘퀘한 먼지와 함께 코를 찌르는 매캐한 화학 약품의 냄새가 들이닥쳤다. 아세톤과 포르말린이 뒤섞인 비린내. 동조 속에서 진혁의 호흡을 거칠게 가로막았던 바로 그 냄새였다.

“세아 씨, 조심히 손 잡으세요.”

진혁은 반창 너머로 손을 뻗어 세아가 내려올 수 있도록 지탱했다. 가볍게 흙바닥을 딛는 세아의 어깨는 잔뜩 긴장해 돌처럼 굳어 있었다.

지하 복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오직 벽면 높은 곳에 매달린 반창을 통해 스며드는 미약한 아침 햇살만이 복도의 윤곽을 흐릿하게 비추고 있었다. 진혁은 주머니에서 작은 손전등을 꺼내 바닥을 향해 아주 좁은 백색광을 비추었다. 빛을 높이 들었다가는 밖으로 새어 나가거나 범인의 경계망에 포착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읍…….”

복도를 몇 걸음 걷기 시작했을 때, 진혁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 간지러운 기침이 발작적으로 치밀어 올랐다. 지하실의 차가운 먼지와 유독한 화학 약품 냄새가 유입되자, 이전 동조의 타격으로 미세혈관이 터졌던 기관지가 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쿨럭! 컥…… 헉…….”

진혁이 황급히 재킷 소매로 입가 전체를 덮었지만, 억눌린 기침 소리가 지하실의 좁은 시멘트 벽을 타고 둔탁하게 울려 퍼졌다. 가슴 명치 아래를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다시금 거세게 밀려와, 진혁은 한쪽 벽을 짚으며 주저앉았다.

“진혁 씨!”

세아가 소리 죽여 비명을 지르며 다가왔다. 그녀는 진혁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주머니에서 가제 수건을 꺼내 그의 입가에 묻은 침을 닦아주었다. 손수건에 묻어나는 선명하고 붉은 혈흔을 바라보는 세아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억지로 가지 마요.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잖아요. 여기서 멈춰야 해요.”

“……아닙니다. 다 왔습니다. 한소윤 씨가 바로 저 끝에 있어요.”

진혁은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전등의 좁은 빛을 먼지가 뽀얗게 앉은 시멘트 바닥 위로 낮게 쏘았다.

그곳에는 범인의 행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오랜 세월 축적된 두꺼운 먼지 위에 찍힌 선명한 구두 굽 자국. 범인이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간 듯 발자국의 뒤꿈치가 유독 깊게 눌려 있었고, 한쪽 발을 미세하게 질질 끈 궤적이 먼지 선명하게 패어 있었다.

“범인의 발자국입니다. 어젯밤 선로 너머로 사라졌던 그놈의 걸음걸이가 확실해요.”

진혁의 낮고 확신에 찬 어조에 세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기괴한 구두 발자국이 이어지는 방향을 따라 복도의 깊은 어둠 속으로 걸음을 다그쳤다. 지하 복도 모퉁이를 돌아서자, 저 멀리서 기계적으로 회전하는 둔탁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철판이 맞물리며 내는 낡고 거대한 구형 환풍기 소리였다. 동조를 통해 진혁의 고막을 고문하듯 울렸던 바로 그 소음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복도 맨 끝자락, 철제 문 위에 녹슨 동판이 매달린 실험실이 나타났다.

[지하 제3실험실]

문틈 사이로 희미한 노란색 백열등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진혁은 손전등의 전원을 끄고 세아에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철제 문손잡이를 잡았다. 다행히 잠겨 있지 않았다. 아주 미세한 금속성 마찰음과 함께, 무거운 철문이 안쪽으로 스르륵 열렸다.


방 안으로 발을 들이미는 순간, 진혁은 숨을 들이켰다.

사방을 장악한 것은 어두운 초록색 칠판과 노란색 화학물질 경고판, 그리고 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 낡은 나무 의자였다. 모든 것이 동조 시야에서 목격했던 풍경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했다.

하지만 그 나무 의자는 비어 있었다.

바닥에는 한소윤의 온몸을 꽁꽁 묶고 있었던 굵은 마닐라 삼밧줄이 날카로운 칼날에 잘려 나간 채 사방으로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의자 바로 옆 바닥에는 붉은 핏방울들이 점점이 떨어져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채 매끄러운 바닥 표면 위로 번져 가고 있었다.

“한소윤 씨가…… 없어요. 벌써 옮겨진 건가요?”

세아가 불안하게 두 손을 모으며 실험실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진혁의 시선은 나무 의자 바로 앞에 불안정하게 세워진 깨진 전신거울을 향했다. 거울의 유리 표면에는 붉은색 염료로 적힌 소름 끼치는 필체의 문장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쫓아오는 쥐새끼들아. 다음은 너희 차례다.]

실제로 직면한 범인의 직접적인 메시지는 동조의 흐릿한 시야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고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진혁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창백하게 일그러진 안색과 그 위에 덧씌워진 붉은 글씨를 번갈아 바라보며 분노로 주먹을 꽉 쥐었다.

“우리가 여기에 올 것을…… 놈은 이미 전부 알고 있었던 겁니다.”

진혁이 낮게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이곳은 처음부터 우리를 유인하기 위한 가짜 아지트였거나, 혹은 어젯밤 우리가 자신을 바짝 추격해 온 것을 감지하고 황급히 무대를 옮긴 겁니다. 한소윤 씨는 아직 살아있겠지만, 이미 다른 곳으로 이송된 게 확실해요. 그리고 놈은 우리에게…….”

그때였다.

째깍, 째깍, 째깍…….

기괴한 정적이 감돌던 실험실 구석에서 아주 작고 정교한 금속성 작동 기계음이 들려왔다.

진혁과 세아의 시선이 일제히 소리가 흘러나오는 실험실 테이블 모퉁이로 향했다. 그곳에는 낡은 구형 무전기 장비 위에 복잡한 전기선이 연결된 디지털 타이머 하나가 놓여 있었다. 타이머의 붉은 LED 액정 화면 속 숫자가 매섭게 줄어들고 있었다.

[00:12]
[00:11]
[00:10]

“진혁 씨, 저거……!”

세아가 비명을 지르며 진혁의 재킷 자락을 세차게 붙잡았다.

타이머 옆에는 녹슨 황색 가스 용기가 밸브와 소형 모터 기어에 연결된 채 놓여 있었고, 타이머가 한 자릿수로 접어드는 순간 모터 기어가 기괴한 금속 비명을 지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익-!

날카로운 분출 소음과 함께 가스 용기의 미세한 노즐 틈새로 백색의 유독 가스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후각을 순식간에 마비시키는 강렬하고 매캐한 황 화합물 가스가 실험실 내부를 빠르게 잠식해 들어갔다. 눈이 따가워 눈물이 고이고 목구멍이 턱 막히는 독성 화학 가스였다.

“가스예요! 당장 나가야 해요!”

진혁은 세아의 어깨를 밀치며 철문을 향해 내달렸다. 그러나 그들이 방금 열고 들어왔던 무거운 철제 문이 요란한 금속 래치 소리를 내며 바깥쪽에서 쾅 닫혔다.

철컥!

“문이 잠겼어요! 안 열려요!”

세아가 문고리를 양손으로 잡고 미친 듯이 돌려댔지만, 철문은 굳건하게 잠겨 꼼짝도 하지 않았다. 범인이 철제 문틀 사이에 미리 인장 와이어 장치를 연결해 두어, 문이 닫히는 압력과 동시에 외부 걸쇠가 자동으로 잠기도록 유도한 교묘한 덫이었다.

[00:04]
[00:03]

타이머의 숫자가 파멸을 가리키고 있었다. 유독 가스는 빠른 속도로 실험실 내부로 분출되어 시야를 하얗게 흐려놓았고, 참을 수 없는 기침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와 허파를 찢어발겼다.

진혁은 눈물이 흐르는 눈으로 사방을 황급히 훑었다. 실험실 안쪽 테이블 위에 놓인 철제 클램프 스탠드가 들어왔다. 진혁은 스탠드를 거칠게 거머쥐고 철제 문 중앙에 박힌 불투명한 유리창을 향해 온 힘을 다해 휘둘렀다.

깡-! 쨍그랑-!

두꺼운 유리창이 날카로운 조각들을 사방으로 흩뿌리며 비참하게 깨져 나갔다. 진혁은 망설임 없이 깨진 유리창의 좁은 구멍 사이로 가죽 장갑을 낀 오른팔을 거칠게 밀어 넣었다. 날카로운 유리 단면이 가죽 장갑을 뚫고 그의 손목과 팔뚝 안쪽 살을 깊숙이 긁고 지나가며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으아윽……!”

타는 듯한 고통을 억누르며 진혁은 바깥쪽 문고리에 얽힌 쇠사슬과 걸쇠를 찾아 손을 더듬었다. 끈적한 피로 범벅이 된 손가락 끝에 마침내 차가운 철제 걸쇠가 걸려들었다. 진혁은 뼈가 으스러져라 힘을 주어 걸쇠를 힘껏 젖혔다.

철커덕!

문이 열림과 동시에 진혁은 세아를 복도 밖으로 밀쳐내며 자신도 복도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두 사람은 유독 가스가 새어 나오는 실험실 입구에서 멀어져, 차가운 시멘트 복도 바닥을 기어 다니며 매캐한 연기를 피해 필사적으로 차가운 공기를 들이켰다. 지하실 천장에서 충격 여파로 인한 시멘트 가루가 뽀얗게 눈처럼 흩날렸다.

애애애앵-! 애애애앵-!

그때, 구 과학관 외부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경찰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대학 캠퍼스의 정적을 찢어발기며 지하실 입구까지 가쁘게 도달했다.

“경찰들이…… 정말 왔어요…….”

세아가 연신 기침을 해대며 간신히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진혁은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오른팔을 감싸 쥐고 간신히 일어섰다. 깊게 베인 상처 틈새로 흐른 피가 지하실 바닥에 뚝뚝 떨어져 붉은 흔적을 남겼다.

“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서 경감님은 이미 저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어요. 이런 가스 덫이 설치된 범죄 현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된다면, 범인의 공범이나 용의자로 오해받기 십상입니다. 놈이 파놓은 최악의 함정에 걸리는 꼴이에요. 당장 여기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두 사람은 뒤편의 열린 반창을 향해 달렸다. 깨진 반창틀을 딛고 신속하게 지상으로 기어 나온 진혁과 세아는, 경찰차의 서치라이트 백색광이 구 과학관 정문을 비추기 직전 펜스 뒤의 우거진 수풀 길로 몸을 숨겼다.

웅-!

진혁은 상처 입어 욱신거리는 오른팔로 억지로 손잡이를 비틀어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다. 묵직한 배기음이 한 차례 울렸고, 오토바이는 경찰의 본격적인 차단선이 골목 초입에 형성되기 직전, 어스름한 샛길 사이로 유령처럼 미끄러져 빠져나갔다.

사이드미러 속으로 파랗고 빨갛게 교차하며 번쩍이는 경찰 경광등이 멀어져 갔다.

진혁은 핸들을 움켜쥔 왼손에 잔뜩 힘을 주었다. 빗장뼈 아래, 심장 부근에서 다시금 뜨겁고 기분 나쁜 이취와 함께 열기가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또 다른 동조의 강제 시작을 예고하는, 잔혹한 저주의 전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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