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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19화

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

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

19화: 거울 너머의 목소리

쿠우웅-! 철컥!

무거운 금속이 맞물리는 둔탁한 소음이 수장고 내부를 휩쓸고 지나갔다. 방화 셔터와 이중 철문이 일제히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외부 세계와의 경계를 완전히 단절시켰다.

사방의 왜곡된 거울 벽면이 그 기괴한 굉음을 수십 번이고 튕겨내며 귀를 찢을 듯한 잔향을 만들어냈다.

"젠장……!"

서도진 경감이 철문 앞으로 쇄도했다. 온몸의 무게를 실어 강철문을 어깨로 들이받고, 붉게 칠해진 비상 개방 레버를 쥐고 힘껏 힘을 주었지만 쇠붙이는 요지부동이었다. 모터가 기계식으로 단단히 걸려 잠긴 뒤였다.

위이이잉-.

적막을 헤집고 가느다란 모터 구동음이 고막에 닿았다. 천장 모퉁이에 위치한 환기구 댐퍼들이 톱니바퀴 맞물리는 소리를 내며 일제히 닫히고 있었다. 외부 공기의 통로가 완전히 잠겼다.

밀폐된 수장고 내부의 산소는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천장의 소방 배관에 돌출된 은색 노즐들에서 가압 밸브가 열리는 날카로운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서 경감님, 쏘지 마십시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헐떡이던 강진혁이 고개를 저었다. 민세아가 옆에서 그의 가녀린 상체를 온 힘을 다해 지탱해주고 있었다.

등 뒤의 상처가 뜨겁게 욱신거리며 찢어진 셔츠 틈새로 피가 축축하게 배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지승현과의 동조로 인해 마비된 듯 무감각해진 왼쪽 다리는 제멋대로 비틀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저 스피커가 한 말은 진짜입니다. 노트북을 파괴하면 밸브가 즉시 개방되도록 회로를 짜두었을 겁니다. 놈은 결코 빈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이 미친 살인마 새끼가……!"

도진이 권총을 쥔 손을 바르르 떨었다. 검지가 방아쇠를 당길 듯 팽팽하게 당겨졌으나, 이내 이를 득득 갈며 총구를 바닥으로 내렸다.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백라이트가 허공에 어스름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웹캠 렌즈 아래에서 번뜩이는 빨간색 녹화용 지시등만이 침입자들을 농락하듯 차갑게 깜빡였다.

노트북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지승현의 목소리는 믿기 힘들 정도로 평온했다. 마치 먼발치에서 유리창 너머로 쥐가 덫에 걸려 파닥이는 꼴을 관조하는 관람객의 나긋나긋한 어조였다.

"원하는 게 뭐야!"

세아가 앞으로 나서며 노트북 렌즈를 향해 외쳤다. 그녀의 작고 고운 어깨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으나, 부릅뜬 눈동자 속에는 꺾이지 않는 적의가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

지직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웹캠 렌즈가 부드럽게 각도를 꺾어 진혁을 비췄다.

진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차가운 식은땀이 속눈썹을 타고 들어가 망막을 찌르듯 맵싸한 통증을 유발했다. 머릿속의 시야는 대여섯 겹으로 겹쳐 보였고, 거울 방 전체가 왜곡된 소용돌이처럼 출렁였다.

그러나 물러설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진혁 씨……."

세아가 신음하듯 진혁의 이름을 불렀다. 진혁은 그녀의 덜덜 떨리는 차가운 손가락을 짚어 가볍게 쥐었다. 그리고 세아의 어깨에 자신의 무게를 고스란히 얹으며 억지로 다리를 움직였다.

굳어버린 다리가 은빛 유리 가루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시멘트 바닥을 질질 끄는 쓸쓸하고 둔탁한 소리가 밀실 안을 울렸다.

수장고의 가장 은밀한 종착지, 벽면 전체를 냉혹하게 감싸고 있는 거대한 거울 앞에 섰다.


철컥-.

두 사람이 거울 바로 앞에 멈춰 선 순간, 거울 뒤편 깊숙한 곳에서 투광 조명이 눈이 시리도록 밝게 켜졌다. 은박으로 뒤덮인 반사막 이면에 교묘하게 매립되어 있던 거대한 투명 디스플레이가 푸른 빛을 발산했다.

한쪽에서만 반대편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단면경(One-way mirror).

빛을 통제하여 시야를 왜곡하는 지승현다운 악취미적인 장치였다. 은빛 거울 표면에 반사된 진혁 자신의 초라하고 피투성이인 모습 위로, 정적에 잠긴 어두운 방에 앉아 있는 지승현의 그림자가 투명하게 겹쳐 떴다.

그는 등받이가 기괴하게 높은 검은 가죽 의자에 앉아 턱을 고인 채 정면의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안경 렌즈 표면에 반사되는 차가운 인광 너머로, 진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려는 뱀과 같은 집요한 시선이 유리를 뚫고 가슴팍에 내리꽂혔다.

지승현의 목소리가 아틀리에 벽면에 분산되어 설치된 입체 스피커망을 타고 공진했다. 마치 거울 방 전체가 입을 열어 사방에서 동시에 속삭이는 듯한 환각이 뇌수를 긁었다.

"……역겨운 소리 집어치워."

진혁이 거울 면에 손을 얹으며 모질게 숨을 몰아쉬었다. 유리에 닿은 손바닥에서 차가운 한기가 뼛속까지 전도되었다.

"네가 한 짓은 예술이 아니야. 그저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찢어 죽인 추잡하고 비겁한 연쇄살인일 뿐이지."

지승현은 나직하게 실소했다. 모니터 너머의 그림자가 미세하게 어깨를 들썩였다.

"네놈에게 누군가를 심판할 권리는 없다!"

도진이 한 걸음 다가서며 거울 모니터를 향해 권총을 똑바로 겨냥했다. 총구의 끝이 지승현의 눈동자 실루엣을 향하고 있었다.

거울 속 지승현의 창백한 손가락 사이에 소형 무선 제어장치가 가볍게 쥐여 있었다. 그 위에 달린 붉은색 다이오드가 불길하게 명멸했다.


지승현이 송신기를 공중으로 가볍게 치켜들며 말을 덧붙였다.

"입 닥치고 번호나 대!"

도진의 목소리에 초조함과 분노가 가득 실렸다.

지승현의 눈가가 안경 밑에서 차갑게 휘어졌다.

"미친 짓이에요! 멈춰요!"

세아가 기겁하며 진혁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진혁 씨의 뇌 신경을 완전히 파괴하려는 수작이에요! 진혁 씨, 들으면 안 돼요. 놈이 파놓은 악마 같은 함정입니다!"

째깍, 째깍, 째깍-.

스피커 너머로 고음의 초침 소리가 귀를 짓누르며 들어왔. 거울 속 백라이트 모니터의 우측 상단에 빨간색 카운트다운 타이머가 번뜩이기 시작했다.

05:00
04:59
04:58

점점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 안쪽이 바늘로 찌르듯 조여들었다. 수장고 내부의 기압이 미세하게 변화하고, 산소의 밀도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진혁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짓씹었다. 지승현과의 동조율이 임계치에 도달할 때마다 영혼이 산산조각 나고 뇌세포가 불타는 듯한 발작적 고통을 겪어 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놈의 정신 세계로 걸어 들어가면, 진짜로 지승현이라는 괴물의 자아에게 몸을 완전히 강탈당해 파멸할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서 경감의 경찰관으로서의 집념도, 세아의 날카로운 취재력도 이 철옹성의 무쇠 셔터를 찢고 탈출할 도구가 되지 못했다.

오직 자신만이, 자신의 부서져 가는 뇌 신경만이 이 난관을 파괴할 유일한 열쇠였다.

"진혁 씨, 안 돼요…… 제발……."

세아가 진혁의 옷소매를 쥐어짜며 흐느꼈다. 그녀의 눈가에 고인 뜨거운 눈물이 진혁의 거친 뺨 위로 한 방울 튀었다.

"세아 씨."

진혁은 세아의 작고 가녀린 손을 떨리는 손가락으로 꼭 움켜잡았다. 모진 공포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은 그녀의 체온이 진혁의 마모된 심장을 지키는 단 하나의 이정표였다.

"괜찮습니다. 내가…… 내가 다시 지승현으로 미쳐 날뛰려고 하면, 그 장돌이를 내 머리에 날려버려도 좋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나를 깨워주십시오. 세아 씨만 믿고 가겠습니다."

진혁의 눈동자가 흔들림 없는 심연처럼 가라앉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거울 속 지승현의 두 눈을 정면으로 쏘아보았다.

"열어라."

진혁이 나직하게 명령했다.


거울 속 지승현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동시에 진혁의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듯 미친 듯이 폭주했다. 뇌 속의 온 신경망에 수십만 볼트의 초고압 전류를 방출하는 듯한 격렬한 통증이 뒤통수를 후려쳤다.

"아아아악-!"

진혁이 절규를 터뜨리며 거울 유리에 머리를 짓찧었다.

망막 위로 녹색의 기괴한 시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지승현의 뒤틀린 오감이 진혁의 신경망을 찢어발기며 노도처럼 침투해 들어왔다.

머릿속에서 빗방울이 함석지붕을 세차게 때리는 시끄러운 소음이 고막이 터질 듯 메아리쳤다. 코끝을 찔러오는 알싸한 에폭시 수지 냄새와 녹이 슬어가는 쇠 냄새.

그것은 현재의 감각이 아니었다. 지승현의 기억의 묘지에 매장되어 있던 아틀리에 완공 당시의 과거 단편이었다.

진혁의 흔들리는 시선은 거울 속의 화면이 아니라, 지승현 자신의 창백하고 기다란 손가락끝으로 강제로 조율되어 고정되었다.

수장고 출구 옆 벽면에 붙은 구형 디지털 키패드.

지승현의 기다란 손끝이 무광 고무 키패드 위에 얹혀 있었다. 그리고 지승현이 그 비밀번호를 설정하며 머릿속으로 집요하게 곱씹던 원념이 진혁의 정신에 거울처럼 그대로 복제되었다.

'3년 전 그날. 내 아버지가 불 속에서 꼬리 자르기를 당하며 질식해 죽어간 날. 그 끔찍한 시간의 흔적을 영원히 새겨두겠다.'

피를 토하는 듯한 원념과 죄책감, 세상을 향한 지독한 증오가 진혁의 뇌수를 휘젓고 지나갔다. 진혁은 척추가 타들어 가는 고통에 온몸을 틀며 신음했으나, 목구멍에서는 피 냄새 가득한 공기만 새어 나왔다.

그 아비규환의 감정적 혼란 한가운데서, 지승현의 손가락이 키패드를 순차적으로 내리누르는 선명한 영상이 뇌리에 투사되었다.

삑, 삑, 삑, 삑.

첫 번째 숫자는 5.
두 번째 숫자는 8.
세 번째 숫자는 2.
네 번째 숫자는 0.

3년 전 중앙로역 참사일인 5월 20일과 사건 발생 시각인 오전 8시를 결합한 살인마의 끔찍한 추모 코드였다.

"커헉……!"

정신을 연결하던 주파수의 줄이 탄성을 잃고 툭 끊어졌다.

진혁은 거울 면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으로 힘없이 나뒹굴었다. 그의 양쪽 콧구멍과 갈라진 입술 새로 붉고 걸쭉한 선혈이 주르륵 베어 나와 유리 가루가 깔린 회색 바닥을 적셨다.

귀에서는 제트기가 날아가는 듯한 날카로운 이명이 멎지 않았다. 뇌세포가 한 움큼 타서 죽어버린 듯한 극도의 두통과 오한이 전신을 엄습했다.

"진혁 씨! 정신 차려요! 진혁 씨!"

세아가 바닥에 쓰러진 진혁의 상체를 껴안고 목놓아 울부짖었다. 그녀의 옷깃에 진혁의 검붉은 피가 얼룩덜룩하게 번졌다.

"5…… 8……."

진혁이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문 옆의 서 경감을 가리켰다. 목구멍에 끓어오르는 피로 인해 목소리는 잘게 부서졌다.

"58…… 20…… 어서……!"

"5820!"

도진이 소리치며 번개처럼 수동 제어 키패드로 몸을 날렸다.

디스플레이의 카운트다운 타이머는 단 00:09초만을 남겨둔 채 마지막 숨을 깔딱이고 있었다. 도진은 피가 배어 나오는 거친 손가락으로 키패드의 숫자들을 강박적으로 두드렸다.

5, 8, 2, 0. Enter.

삑-!

둔탁하고 묵직한 기계식 비프음과 함께 카운트다운이 멈췄다. 폐쇄되었던 환기 댐퍼들이 역방향으로 웅장하게 회전하며 작동을 재개했고, 천장의 가압 밸브가 철컥 소리를 내며 잠겼다.

잠시 후, 세 사람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던 강철 방화 셔터와 이중 철문이 삐걱거리는 기계음을 내며 마침내 위로 미끄러져 올라갔다.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새벽녘의 서늘하고 축축한 산바람과 짙은 밤안개가 방 안을 메운 비린 냄새와 유리 먼지를 단번에 쓸어냈다.


거울 속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그 푸른 빛을 발하며 지승현의 형상을 투사하고 있었다. 지승현의 어두운 실루엣이 가만히 진혁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입꼬리가 가늘게 위로 말려 올라갔다.

"지승현…… 네놈의 도주극도 이제 끝이다. 뇌물 장부와 시공 결함 조작 문서까지 놈들의 유착 리스트는 우리가 다 가졌어."

도진이 품 안에 챙겨 넣은 두꺼운 서류철을 손으로 툭툭 치며 이빨을 갈았다.

지승현이 손가락 끝으로 카메라 렌즈 앞의 거울 면을 툭툭 가볍게 노크했다.

치직, 지지직-.

거울 속 디스플레이의 백라이트가 마침내 차갑게 소멸했다. 지승현의 검은 실루엣이 거울의 은빛 막 뒤편의 암흑으로 쓸쓸히 침잠해 들어갔다.

화면은 온전히 투명한 일반 거울로 돌아왔고, 아틀리에 내부에는 오직 탈출구 틈새로 부는 바람 소리와 세 사람의 고된 숨소리만이 남았다.

"진혁 씨, 가요. 어서…… 어서 여기서 도망쳐야 해요."

세아가 진혁의 얼굴에 묻은 피를 거칠게 소매로 닦아내며 도진에게 서둘러 신호를 보냈다. 도진이 즉각 진혁의 왼팔을 목에 걸치고 몸을 일으켰다.

세 사람은 절뚝거리고 휘청이는 걸음걸이로 마침내 해방된 철문 틈을 지나 잡목림 우거진 숲길로 빠져나갔다. 짙게 깔린 새벽안개 틈새로 비쳐오는 도진의 낡은 세단 전조등 불빛이 마침내 그들의 몸을 흐릿하게 비추었다.

차 뒷좌석에 실려 차가운 가죽 시트에 몸을 누이는 순간에도, 진혁은 눈을 감아도 망막에 찍힌 낙인처럼 선명하게 타오르는 지승현의 눈동자를 떨쳐내지 못했다.

"진혁 씨, 정신이 좀 들어요?"

운전석의 시동 소리와 함께 세아가 그의 손을 다시 맞잡아 왔다.

진혁은 피 냄새 가득한 목구멍을 억지로 뚫고 갈라진 목소리로 나직하게 내뱉었다.

"3일 뒤…… 추모식장입니다. 지승현은 거기서…… 전부 끝내려고 할 겁니다."

"그 전에 우리가 놈을 막을 겁니다. 반드시."

세아의 목소리 또한 굳은 투지로 가득 차 있었다.

어두운 안갯속을 뚫고 서서히 전진하는 차창 밖으로, 머지않아 밝아올 회색빛 새벽하늘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3일 뒤에 다가올 최후의 참극을 막기 위한 세 사람의 절박한 사투의 새벽이,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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