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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17화

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

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

17화: 경계의 붕괴

성북동 산자락의 밤공기는 얼음물처럼 차가웠다. 빗방울을 머금은 짙은 밤안개가 요양병원 전경을 집어삼키고 있었고, 헬멧 쉴드 너머의 세상은 그저 흐릿한 수묵화처럼 번져 보였다.

오토바이 시동이 꺼지자, 기괴할 정도로 고요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진혁 씨, 다 왔어요. 내릴 수 있겠어요?”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내린 민세아가 진혁의 팔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진혁은 헬멧을 벗어 시트 위에 올려놓았으나, 그의 시야는 이미 망가져 있었다. 전방에 우뚝 솟은 요양병원의 불빛들이 세 개, 네 개로 겹쳐지며 허공을 어지럽게 나뒹굴었다. 안압이 상승할 때마다 망막을 짓누르는 고통에 턱관절이 저절로 떨렸다.

“예…… 세아 씨 목소리 잘 들립니다. 가이드 해 주십시오.”

진혁은 세아의 어깨에 한 손을 얹은 채 비틀거리며 발을 내디뎠다. 빗물에 젖은 아스팔트 바닥이 마치 늪지대처럼 출렁이는 착각이 들었다.

요양병원 정문 앞은 양복을 입은 사설 경비원들이 경비실 불빛 아래서 드나드는 차량들을 삼엄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경찰의 정식 지원도 없고, 사설 경비들을 뚫고 정면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진혁 씨, 정문은 무리예요. 사설 경호업체 차량만 들여보내고 있어요.”

세아가 진혁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진혁은 눈을 감은 채, 예전 라이더 시절의 기억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끄집어냈다.

“요양병원 같은 대형 시설은…… 뒤편에 반드시 지하실로 통하는 식자재 납품 통로나 쓰레기 수거 구역이 있습니다. 그곳은 야간에 경비가 느슨해져요. 환기 시설 때문에 문이 살짝 열려 있거나, 도어락 주변의 시건장치가 허술할 겁니다. 그쪽으로 돌아서 가야 합니다.”

세아는 진혁의 몸을 지탱하며 건물의 측면 모퉁이를 돌았다. 안개와 빗물이 섞여 시야를 완전히 차단해 준 덕분에 경비원들의 눈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진혁의 말대로 건물 후미진 곳에 배기 휀이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지하 보일러실 및 식자재 반입용 철문이 보였다.

세아가 철문 손잡이를 흔들어 보았다.

“잠겨 있어요. 디지털 도어락인데…….”

“비가 오면 오작동을 막으려고 도어락 위에 플라스틱 덮개를 씌워둡니다. 덮개 안쪽의 키패드 틈새에 물기가 차면 간혹 센서가 풀려요. 틈새를 얇은 카드로 찔러 넣어서 접촉 불량을 일으키거나, 문짝 밑의 틈으로 센서선을 건드리면…….”

진혁이 주머니에서 빳빳한 대출 명함을 꺼내 세아에게 쥐어주었다. 세아가 진혁의 설명대로 도어락의 덮개를 열고 명함 모서리를 키패드 틈새에 밀어 넣자, 삐빅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철컥하며 잠금장치가 풀렸다.

“열렸어요.”

세아가 문을 밀었다. 눅눅한 먼지와 습한 지하실 열기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하지만 지하실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진혁의 심장이 굉음을 내며 요양치기 시작했다.

쿵쾅-!

가슴뼈를 뚫고 나올 듯한 격렬한 부정맥과 함께, 차가운 납 덩어리를 들이부은 것처럼 왼쪽 다리가 기묘하게 굳어졌다. 진혁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질 뻔했다. 왼쪽 다리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져 질질 끌어야만 하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뇌리 깊은 곳에서 얼음장 같은 살의가 솟구쳤다.

‘그 노인의 목숨을 끊어놓아야 해. 거울을 보여주고, 그 비참하게 일그러지는 눈동자를 응시해야 한다. 복수다.’

그것은 강진혁의 생각이 아니었다. 살인마 지승현의 살의였다. 그러나 그 감정은 너무나 선명하게 진혁의 전두엽을 장악했고, 진혁은 마치 자신이 지승현이 된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우병준의…… 우병준의 목을…… 질식시켜서…….”

진혁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며 웅얼거렸다. 그의 눈빛이 초점을 잃은 채 싸늘하게 식어갔.

“진혁 씨! 정신 차려요! 진혁 씨!”

세아가 깜짝 놀라 진혁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찰진 마찰음과 함께 볼에 타오르는 통증이 느껴지자, 진혁은 간신히 혼탁한 안개 속에서 의식을 건져 올렸다.

“하아, 하아…… 세아 씨…….”

“지금 당신 눈빛이 어땠는지 알아요? 꼭 놈과 똑같은…… 짐승 같은 눈빛이었어요. 정신 잃으면 안 돼요! 당신은 강진혁이에요! 경찰관이 되려던 강진혁이라고요!”

세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진혁을 붙잡은 손아귀의 힘은 결코 느슨해지지 않았다. 진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덜덜 떨리는 손끝에는 살인마의 잔혹한 충동이 잔상처럼 맴돌고 있었다. 동조가 거듭될수록, 그놈의 시야뿐만 아니라 인격과 살의마저 자신의 뇌세포를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는 두려움이 뼛속까지 시려왔다.


비상계단은 조용했다. 요양병원의 내부는 고요하다 못해 음산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세아는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진혁의 귀에 속삭였다.

“두 걸음 앞에 계단참이에요. 조심히 딛어요. 맞아요. 이제 왼쪽으로 돌아서 다시 올라가요.”

진혁은 세아의 지시에 기계처럼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한 걸음씩 올라갈 때마다 머릿속은 지옥 같은 환영으로 뒤덮였다.

1998년의 빗소리.

철골 구조물이 흉하게 드러난 건축 현장에서 아버지가 청우건설의 고위 간부들에게 뺨을 맞으며 무릎을 꿇던 모습이 보였다. 부실 공사의 대못을 박은 것은 자신들이면서, 모든 책임을 설계 엔지니어인 아버지에게 뒤집어씌우던 그들의 추악한 상판대기가 뇌리에서 재현되었다.

‘우리가 지은 건물이야.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설계한 공간이라고. 그런데 왜…… 왜 우리가 이 먼지 구덩이와 불속에서 타 죽어야 하지?’

머릿속에서 폭발하는 분노에 진혁은 계단 난간을 꽉 움켜쥐었다. 쇠난간이 찌그러질 듯 힘이 들어갔다.

“그놈들이 아버지를 죽였어……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고. 전부 죽여버려야 해…….”

진혁의 목구멍에서 짐승 같은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말투조차 평소의 진혁이 아닌, 낮고 지적인 척하면서도 비틀린 지승현의 그것과 완벽하게 닮아 있었다.

세아는 계단 중간에서 걸음을 멈추고 진혁의 몸을 돌려 세웠다. 그녀의 눈에 흐르는 눈물이 진혁의 젖은 뺨 위로 떨어졌다.

“진혁 씨, 내 말 들어봐요! 지승현의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은 건 비극이지만, 그렇다고 지금 지승현이 하는 짓이 정의는 아니에요! 당신은 그 살인마의 도구가 아니라고요! 3년 전 참사 현장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사람들을 구했던 그 따뜻한 마음을 기억해요! 제발 지지 말아요!”

세아의 눈물겨운 호소가 이명 소리를 뚫고 진혁의 심장에 와닿았다.

진혁은 눈을 세차게 감았다 뜨며 머리를 난간에 쿵 부딪혔다. 격통이 자아의 붕괴를 간신히 막아세웠다.

“예…… 죄송합니다. 내가…… 내가 미쳐가는 것 같습니다.”

“같이 가요. 내가 잡아줄 테니까.”

세아는 다시 진혁의 손을 꼭 잡았다.

5층 VIP 병동의 철문 앞에 다다랐을 때였다.

지직, 지지직-.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기괴한 불꽃을 튀기며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복도 끝의 비상구 유도등까지 허약하게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병원 전체의 모든 전등이 일제히 꺼져버렸다.

쉭-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환풍기 소리마저 멎었다. 요양원 전체에 완벽한 어둠이 찾아왔다.

“정전이에요…… 비상 전력도 안 들어와요.”

세아가 긴장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지승현이 이미 손을 쓴 것이 분명했다. 우병준 회장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병원의 모든 CCTV와 전자 보안 장치를 무력화하기 위한 계획적인 정전이었다.


정전이 되는 순간, 진혁의 머릿속에서 폭발적인 공명이 일어났다.

지승현의 일인칭 시야가 진혁의 눈앞에 강제로 오버레이되었다. 어둠 속에서도 사물의 윤곽을 뚜렷하게 잡아내는 녹색조의 야간 투시경 같은 기묘한 시야였다. 그 시야 속에서, 지승현은 소리 없이 절뚝이며 501호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현실의 진혁 역시 세아의 조심스러운 손길에 이끌려 501호실 문 앞에 다다랐다.

문틈 사이로 차가운 밤바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진혁은 현실과 동조의 완벽한 혼선 속에서 501호실 문을 밀쳤다.

끼이익-.

방 안에는 거친 신음과 산소호흡기 작동이 멈춘 기계적 마찰음이 뒤섞여 있었다.

동조의 시야 속에서 지승현은 휠체어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을 헐떡이며 기어가는 우병준 회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병준의 목덜미에 새겨진 붉은 화상 흉터가 번개처럼 번쩍이는 밤안개 속 광채에 드러났다.

지승현이 품속에서 황동 거울을 꺼내 노인의 얼굴 앞에 들이댔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치명적인 성분의 약물이 담긴 주사기를 치켜들었다.

“당신의 그 오만한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마지막 예술로 남겨두겠습니다.”

그 순간, 현실의 진혁 역시 허공을 향해 주사기를 쥔 것처럼 오른손가락을 팽팽하게 구부렸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지승현이 느끼는 기열에 가까운 쾌감과 살의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이 지승현의 몸을 움직여 노인을 처단하고 있다는 왜곡된 감각이 뇌신경을 완전히 장악했다.

“안 돼……!”

세아가 비명을 지르며 어둠 속을 가로질러 지승현의 실루엣을 향해 몸을 날렸다.

퍽-!

세아의 몸이 지승현의 팔에 부딪혔고, 주사기는 허공을 그리며 대리석 바닥 위로 떨어져 깨졌다.

“이 더러운 쥐새끼들이……!”

지승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어둠 속을 찢었다. 그는 즉각적으로 다리를 돌려 세아의 옆구리를 강하게 걷어찼다.

“아악!”

세아가 비명을 지르며 병상 모서리에 부딪힌 뒤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순간, 진혁의 뇌 속에서도 세아가 걷어차이는 강력한 충격과 통증이 실시간으로 전달되었다. 자신이 세아를 잔혹하게 짓밟았다는 뇌의 착각과 실제 세아의 비명 소리가 겹치자 진혁의 정신은 완전히 붕괴했다.

“끄아아악! 내가…… 내가 그녀를……!”

진혁은 미친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자신의 안구를 짓누르던 뇌압이 폭발하여 코와 입에서 뜨거운 피가 뿜어져 나왔다.

지승현은 바닥에 쓰러진 세아를 향해 날카로운 거울 조각을 쥐고 다가갔다.

“방해물은 치워야겠군.”

“세아 씨……!”

진혁은 눈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오직 세아의 신음 소리만을 이정표 삼아 몸을 날렸다. 그는 바닥을 구르며 세아의 몸 위를 덮쳐 안았다.

서걱-!

날카로운 거울 조각이 진혁의 등 가죽을 깊게 그어버렸다. 살점이 찢어지는 예리한 감각과 함께 뜨거운 피가 셔츠를 적셨지만, 진혁은 이빨이 깨지도록 깨물며 세아를 품에 꽉 가두었다.

지승현은 진혁이 앞을 전혀 보지 못한 채 몸뚱이로 방어하는 모습을 보며 비스듬히 실소를 흘렸다.

“눈도 보이지 않는 놈이 기어이 여기까지 기어 왔군. 하지만 내 전시는 방해받지 않는다.”

멀리서 수많은 발자국 소리와 함께 비상계단 아래쪽에서 경비원들의 고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음을 직감한 지승현은 품에서 소형 연막 수화기 캔을 꺼내 안전핀을 뽑고 바닥에 던졌다.

피슈우우우-!

순식간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매케하고 차가운 백색 분말 가스가 병실 안을 가득 채웠다.

사방을 집어삼키는 화학 물질의 비린내와 어둠, 그리고 귓가를 때리는 경보음 소리.

그 모든 자극이 진혁의 뇌 속 깊이 잠재되어 있던 3년 전 '중앙로역 화재 참사'의 기억을 강제로 끄집어냈다. 숨이 막혀오는 연기 속에서 동료 라이더들과 승객들이 불타 쓰러지며 지르던 비명 소리가 환청이 되어 진혁을 덮쳤다.

“하아…… 하악…… 불이…… 불길이 온다……!”

진혁은 등을 찢는 통증과 참사의 공포에 질려 바닥에서 짐승처럼 헐떡이며 신음을 뱉었다. 지승현은 그 혼란을 틈타, 절뚝이는 발걸음으로 비상구를 향해 어둠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강진혁! 민세아!”

연기가 가득한 병실 문을 부수고 들어온 것은 손전등을 든 서도진 경감이었다. 그는 본청 형사들의 추격을 떼어내느라 엉망이 된 몰골로 숨을 헐떡이며 안으로 들이닥쳤다.

도진은 바닥에 쓰러진 채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진혁과 그 밑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세아를 발견하고 다급히 다가왔다.

“우병준 회장은 어찌 됐나?”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의식이…….”

세아가 기침을 토해내며 간신히 대답했다.

복도 아래쪽에서 사설 경비원들과 병원 관계자들의 다급한 고함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전 사건과 VIP실 습격으로 인해 요양원 전체가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서 경감 역시 정식 수사권 없이 불법 침입한 혐의로 묶여 모든 수사망이 막힐 판이었다.

“이곳은 금방 보안팀과 본청 놈들이 장악할 거다. 당장 나가야 해!”

도진은 진혁의 한쪽 팔을 어깨에 메고, 세아의 부축을 받아 비상통로를 통해 신속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들은 지하실의 어두운 서비스 출입구 뒤편에 대기하고 있던 서 경감의 차량에 몸을 실었다.

타이어가 비명 소리를 지르며 성북동의 좁고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미끄러지듯 내달렸다.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가득한 차 안에서, 세아가 외투 주머니에서 낡은 가죽 서류철 하나를 꺼내 조명등 밑에 펼쳤다.

“지승현이 도망치면서 떨어뜨린 물건이에요. 거울을 챙기느라 급하게 챙기지 못한 모양이에요.”

서류철 안에는 지승현의 서명과 자인인이 찍힌 '고미술품 및 서화 보존 처리 자문보고서'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뒤편에는 사설 아틀리에 및 수장고의 배치 도면과 상세 주소가 적힌 약도가 클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경기도 용인 처인구…… 사설 수장고단지 내의 개인 아틀리에…….”

세아가 주소를 읽어 내려가자, 도진이 운전대를 꽉 쥐며 백미러를 흘낏 보았다.

“지승현의 개인 요새 같은 곳이군. 복수극을 설계하고 거울을 제작하던 진짜 은신처가 바로 그곳일 가능성이 크다.”

뒷좌석에 누워 흘러내리는 코피를 닦아내던 진혁이 서서히 눈을 떴다.

선글라스가 벗겨진 그의 눈동자는 실핏줄이 터져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진혁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 전방의 백미러를 응시했다.

순간, 진혁의 심장이 멎는 듯한 환각이 지나갔다.

백미러 속 검붉은 안구의 잔상 너머로, 자신의 얼굴이 아닌 안경을 쓴 지승현의 싸늘한 조소가 겹쳐 보였다. 지승현이 귓가에서 나직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환청처럼 울려 퍼졌다.

‘다음 전시는 당신이 직접 완성하는 겁니다, 강진혁 씨.’

진혁은 비명을 지르며 백미러에서 눈을 돌려 자신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몸 안 깊숙한 곳에 스며든 살인마의 뇌파가, 서서히 자신의 껍데기를 밀어내고 영혼을 차지해가고 있다는 잔인한 확신이 진혁의 전신을 마비시켰다.

그는 이제 범인의 눈을 훔쳐보는 목격자가 아니었다.

스스로가 범인으로 변해가고 있는, 가장 위험한 공범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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