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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13화

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

동조(Synchronization) : 그놈의 눈으로 본 것

13화: 세아의 위기

쿵-.

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듯한 충격이 강진혁의 가슴 한가운데를 강타했다. 호흡이 단숨에 차단되고, 폐가 납작하게 쪼그라드는 듯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그는 싱크대 모서리를 짚은 채 바닥으로 천천히 주저앉았다. 시야가 사정없이 흔들리며 붉고 검은 잔상이 눈앞에 어지럽게 흩어졌다.

‘이 빌어먹을 감각…… 또 시작인 건가.’

귀청을 찢을 듯한 가느다란 이명 소리가 고막을 관통했다. 뇌 속의 주파수가 강제로 비틀리며, 진혁의 자아는 성산동의 낡은 오피스텔 바닥에서 뜯겨 나가 차갑고 어두운 심연 너머로 끌려 들어갔다.


째깍, 째깍, 째깍-.

가장 먼저 고막을 두드린 것은 무겁고 규칙적인 태엽 시계의 초침 소리였다. 오래된 괘종시계가 내는 듯한 탁하고 둔한 마찰음이 밀폐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뒤이어 코끝을 찌르는 매캐하고 기묘한 냄새가 유입되었다. 절간이나 한약방 깊은 곳에서 태우는 침향(沈香)의 냄새였다. 달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썩은 나무가 타들어 가는 듯한 쓸쓸한 잔향이 비강을 헤집었다.

시야가 서서히 초점을 찾아갔다.

사방이 어둡고 낡은 목조 벽면으로 둘러싸인 방이었다. 먼지가 뿌옇게 쌓인 책상 위로 흐릿한 조명 스탠드 불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범인의 시야, 즉 ‘미러’의 눈이 향한 곳은 책상 위에 정교하게 배치된 여러 장의 종이들이었다.

신문 기사 스크랩들이었다. 3년 전 중앙로역 화재 참사의 참혹한 현장 사진들이 어지럽게 늘어선 가운데, 진혁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 옆에 놓인 한 장의 인물 사진이었다.

민세아.

과거 사회부 기자 시절, 카메라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증명사진이었다. 그 주위로는 그녀가 작성했던 기사 파일들이 붉은색 잉크로 덧칠해져 있었다.

사각, 사각.

미러가 오른손에 쥔 날카로운 메스를 천천히 움직였다. 얇은 검은색 가죽 장갑을 낀 손가락이 메스의 칼날을 고정하고, 민세아의 사진 이마 부분부터 턱선까지 부드럽게 그어 내렸다. 사진 속 세아의 얼굴이 두 갈래로 찢겨 나가며 그 틈새로 붉은색 책상 표면이 날카롭게 드러났다.

범인이 나직하게 읊조리는 목소리가 진혁의 고막을 타고 흘러들었다. 그것은 마치 진혁의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속삭임 같았다.

“가장 가까운 거울…… 너를 온전히 투영하려면, 가장 소중한 면부터 비춰야겠지. 진혁아.”

미러가 찢어낸 사진 조각을 책상 한쪽의 은색 손거울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거울에 비친 민세아의 분할된 얼굴이 기괴하게 왜곡되어 번졌다. 놈은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다가,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며 마른 웃음을 흘렸다.

“얼마 남지 않았어.”

그 순간, 심장 부근을 꿰뚫는 강한 전기 충격과 함께 진혁의 의식이 강제로 튕겨 나갔다.


“하아……! 하악……!”

진혁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오른팔의 자상 부위가 찢어지는 듯 아파왔다. 그는 가슴을 움켜쥐고 한참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진혁 씨! 괜찮아요?”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세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진혁에게 달려왔다. 젖은 머리를 감싼 수건 사이로 그녀의 걱정 어린 눈빛이 진혁의 창백한 얼굴에 닿았다. 진혁은 다급히 싱크대 벽면에 등을 기대며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른팔 근육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켜서…… 통증이 좀 심했네요.”

“피가 다시 나는 것 같은데…… 붕대를 더 꽉 묶어야겠어요.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세아가 걱정스러운 손길로 진혁의 어깨를 짚었다. 진혁은 가까스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방금 본 시야는 명백한 예고였다. 살인마 미러의 다음 표적은 민세아였다. 자신 때문에 기어이 그녀까지 놈의 광기 어린 사냥터로 끌려 들어오게 된 것이다. 진혁은 솟구치는 죄책감과 공포를 억누르며, 주머니 속 은색 손거울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놈을 죽여서라도 이 연쇄의 고리를 끊어내야 했다.


다음 날 아침, 성산동의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껴 흐린 빛을 띠고 있었다.

“으…… 윽…….”

간이침대 위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밤새 땀을 뻘뻘 흘리며 열과 싸우던 한소윤이 마침내 눈을 가늘게 뜨며 신음을 뱉었다. 세아가 재빨리 미지근한 물을 컵에 담아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소윤 씨, 정신이 들어요? 여기는 안전한 곳이에요. 괜찮아요.”

소윤은 눈동자를 굴려 낯선 오피스텔 내부를 살피더니, 순간 몸을 부르르 떨며 이불을 가슴팍까지 끌어올렸다. 얼어붙은 냉동고 속에서의 기억이 그녀의 얇은 어깨를 사정없이 짓누르는 듯했다.

“저…… 저는…… 어떻게…….”

“그 차가운 수산창고 냉동고에서 우리가 소윤 씨를 구해냈어요. 이제 살았으니까 안심해요.”

진혁이 다가가 나직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윤은 진혁의 다친 오른팔과 피 묻은 붕대를 바라보더니, 긴장으로 굳어 있던 눈빛을 조금씩 풀었다. 세아가 따뜻한 꿀물을 입가에 대어주자, 소윤은 목을 축이며 조심스럽게 심호흡을 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죽는 줄 알았어요.”

“소윤 씨, 몸은 좀 어때요? 기억은 나나요? 당신이 납치되기 전의 상황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범인의 단서를 찾아야 놈을 잡을 수 있어요.”

진혁의 다급한 질문에 세아가 가볍게 눈짓을 주며 그를 만류했다.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피해자를 다그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었다. 세아는 소윤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천천히 말해도 돼요, 소윤 씨. 아주 사소한 기억이라도 괜찮아요. 그 사람이 당신을 납치하기 전에 어디서 마주쳤는지 기억나요?”

소윤은 두 손으로 컵을 쥔 채,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기억의 파편을 더듬는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날…… 전시회 리서치를 하려고 인사동 골동품 거리에 갔었어요. 오래된 화장대나 거울 같은 소품들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유독 눈에 띄는 가게가 하나 있었어요.”

진혁은 침을 삼키며 소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골목 안쪽에 아주 작고 허름한 가게였는데, 쇼윈도에 붉은 칠을 한 주칠(朱漆) 손거울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기묘할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홀린 듯이 문을 열고 들어갔죠. 거울을 만져보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떤 남자가 말을 걸었어요.”

“어떤 남자였습니까?”

진혁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물었다.

“목소리가 아주 낮고 차가웠어요. 그 거울은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만지면 안 된다고 했어요. 놀라서 뒤를 돌아봤는데, 검은 코트를 입고 모자를 쓴 사내였어요. 얼굴은 그늘져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왼쪽 다리를 약간 절뚝거리고 있었어요.”

다리를 저는 사내. 진혁의 뇌리에 3년 전 화재 참사 현장에서 마주쳤던 절뚝이는 실루엣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아주 특이한 냄새가 났어요. 가게 안에서도 그렇고, 그 사내의 몸에서도 났는데…… 일반적인 향수 냄새가 아니었어요. 한약방 같은 곳에서 나는 씁쓸하면서도 기묘하게 달콤한…… 나무 타는 냄새 같기도 한…….”

“침향(沈香)인가요?”

진혁의 입에서 본능적으로 단어가 튀어나왔다. 소윤은 깜짝 놀라 진혁을 바라보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맞아요! 향나무 냄새요. 침향이라고 했어요. 그 사내가 그 거울에 귀한 침향 기름을 발라 닦아둔 거라고 했거든요…….”

진혁의 손등에 소름이 돋아났다. 어젯밤 동조 시야 속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그 매캐한 침향 냄새, 그리고 째깍거리던 시계 소리. 모든 단서가 한 점으로 모이고 있었다. 살인마 미러의 본거지는 인사동의 그 오래된 골동품점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인사동…… 그 가게의 이름을 기억하나요?”

“간판이 아주 낡아서 잘 안 보였는데…… 한자로 ‘鏡(거울 경)’ 자가 크게 쓰여 있었어요. ‘경화당’이었나, ‘경경각’이었나…… 확실치 않아요. 하지만 골목 끝자락에 붉은 벽돌 건물 1층이었다는 건 기억나요.”

소윤은 말을 마치고 극심한 두통을 느끼는 듯 관자놀이를 짚었다. 세아는 그녀를 부드럽게 눕히며 담요를 덮어주었다.

“충분해요, 소윤 씨. 정말 큰 도움을 줬어요. 이제 푹 쉬어요.”


세아는 소윤이 다시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진혁을 이끌고 좁은 주방 앞으로 나갔다.

“진혁 씨, 침향 냄새를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맞춘 거예요? 어제저녁에 상처 자가 치료하고 나서부터 계속 멍한 표정이었는데…… 설마 또 동조를 겪은 건가요?”

세아의 기민한 눈빛이 진혁의 시선을 꿰뚫었다. 진혁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 더 이상 사실을 숨길 수 없음을 깨달았다. 세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경각심을 심어줘야 했다.

“……어젯밤에 네 번째 동조가 있었습니다. 놈은 한 목조 방 안에서 세아 씨의 사진과 기사 스크랩을 늘어놓고 있었어요.”

세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를요?”

“네. 놈이 세아 씨의 사진을 메스로 찢으며 다음 표적으로 삼겠다고 독백했습니다. 그 공간에서 지독한 침향 냄새와 구식 괘종시계 소리가 들렸어요. 한소윤 씨의 증언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놈은 인사동의 그 골동품점에 숨어 세아 씨를 노리고 있습니다.”

진혁은 세아의 양어깨를 꽉 쥐었다. 그의 눈빛에는 절박함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그러니 세아 씨는 절대로 이 오피스텔 밖으로 나가면 안 됩니다. 소윤 씨를 돌보며 이곳에 숨어 계세요. 제가 직접 인사동으로 가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세아가 진혁의 손을 뿌리치며 단호하게 대꾸했다.

“진혁 씨 오른팔 상태를 봐요. 제대로 물건을 쥐지도 못하잖아요. 그런 몸으로 혼자 살인마의 본거지에 들어가겠다고요? 게다가 인사동 미술품과 골동품 거래 계통은 제 기자 시절 주 수사 영역이었어요. 그 바닥 브로커들이나 장물아비들은 외지인에게 절대 입을 열지 않아요. 내가 같이 가야 해요.”

“세아 씨, 놈의 목표는 당신입니다! 제발 제 말을 들으세요!”

진혁의 고함이 좁은 거실에 울려 퍼졌다. 세아는 지지 않고 진혁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며 숨 막히는 침묵이 이어졌다.

따르릉-.

그 정적을 깨뜨린 것은 세아의 개인 스마트폰 벨 소리였다.

화면 위로 뜬 글자는 진혁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발신번호 표시제한]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멈주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진혁은 세아의 손에서 폰을 낚아채듯 빼앗아 스피커폰 버튼을 누르고 통화 연결을 했다.

“…….”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기분 나쁜 침묵만이 흐를 뿐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느낄 수 있었다.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가느다랗고 규칙적인 마찰음.

째깍, 째깍, 째깍-.

동조 시야 속에서 들었던 바로 그 태엽 시계 소리였다.

진혁의 척추를 타고 차가운 전율이 흘러내렸다. 세아는 공포에 질린 채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강진혁 씨.”

낮고 부드럽게 왜곡된 남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것은 명백한 미러의 음성이었다.

“그리고 민세아 기자님. 성산동 오피스텔의 공기가 제법 아늑한 모양이군요. 7층 창밖으로 내다보는 경치가 꽤 훌륭할 텐데.”

놈은 이미 그들의 위치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 안전지대와 세아의 개인 연락처까지 알아낸 것인가. 진혁의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네놈…… 원하는 게 뭐야!”

진혁이 폰바닥을 부술 듯 꽉 쥐며 소리쳤. 수화기 너머로 범인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거울을 봐요. 거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진실을 비추니까.”

툭, 하고 전화가 끊겼다.

진혁은 번개같이 고개를 돌려 거실 구석에 놓인 세아의 화장대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안쪽, 둥근 유리창의 구석진 모서리에 붉은 립스틱으로 선명하게 그려진 원 표식과 함께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WELCOME]

“이…… 이게 왜…….”

세아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진혁은 화장대 앞으로 다가와 손가락으로 글자를 조심스럽게 문질렀다. 립스틱이 번지며 붉은 궤적이 거울 표면에 묻어났다. 아직 마르지 않은 흔적이었다.

머릿속에 끔찍한 가정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놈은 그들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 장소를 알고 도어락을 따서 들어와 흔적을 남긴 것인가. 아니면 어젯밤 세아가 목욕을 하거나, 두 사람이 폭우의 피로에 지쳐 소윤을 간호하며 아주 잠깐 잠에 빠진 그 은밀한 틈새에,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이 방안으로 걸어 들어왔던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놈은 침대에 무방비하게 누워 있던 소윤과 무방비하게 젖은 몸을 씻고 나온 세아, 그리고 피 흘리며 기절하듯 소파에 쓰러져 있던 자신을 기괴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심장에 칼침을 꽂거나 목을 베어 흔적도 없이 살해할 수도 있었음에도, 그저 거울에 붉은 립스틱을 긋고 조용히 빠져나간 것이다.

자신의 살인 예술을 가장 완벽한 형태의 연극으로 만들기 위해 관객이자 주인공인 진혁 일행을 끝까지 가지고 놀려는 그 압도적인 악의에 소름이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세아 씨…….”

진혁은 심장이 멈출 듯한 공포를 느끼며 창가로 달려가 커튼 틈새로 고개를 내밀었다. 회색빛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는 어두운 성산동 골목길 저편, 가로등 불빛 아래 검은 우산을 쓴 채 꼿꼿이 서 있는 사내의 실루엣이 보였다.

사내는 7층 창가를 향해 천천히 우산을 들어 올리더니, 조소하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리고는 한쪽 다리를 부자연스럽게 절뚝이며 골목길의 어둠 속으로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세아 씨…….”

진혁이 창틀을 움켜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세아를 불렀다. 놈의 그물이 이미 그들의 목덜미 앞까지 팽팽하게 죄어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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