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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8화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8화: 인과율의 붕괴

한도진의 서재 책상 위에는 정교하게 작성된 가짜 다이어리가 펼쳐져 있었다.

그 다이어리 한가운데에는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푸른색 글씨로 흉악한 계획이 적혀 있었다.
[토요일 밤 10시. 사거리 공사장 공터 뒷길. 잼머 미사용. 대상: 최유나.]

도진은 카페 카운터 뒤에 서서 다이어리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차분했지만, 눈동자는 미친 듯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이것은 미끼였다. 자신을 감시하는 그 '보이지 않는 쥐새끼'를 낚아채기 위해 던진 가짜 정보.

도진은 그 쥐새끼가 인간인 이상, 이 정보를 보고 분명히 토요일 밤 공사장으로 자신을 미행하거나 방해하러 올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공사장 공터 주변 반경 50미터 이내에 가느다란 투명 레이저 와이어 센서와 압력식 발판 트랩을 촘촘히 깔아두었다. 사람이 밟는 순간 고압의 특수 형광 페인트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와 침입자의 온몸에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찍고, 동시에 설치된 초고속 카메라가 적외선으로 그 형체를 포착해 촬영하게 설계된 지옥의 덫이었다.

"어디 와봐라. 네놈이 유령이든, 천재든 간에 내 영역에 발을 들이는 순간 정체를 밝혀주지."

도진은 차갑게 중얼거리며 주머니 속 무선 작동 스위치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도진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시우는 '인간의 한계 속도'를 달리는 자가 아니라, 아예 '시간을 멈추는' 초월자라는 점이었다.

토요일 저녁, 시우는 카페에 들러 유나에게 숙제를 전해주는 척하며 도진의 카운터 위에 펴져 있던 가짜 다이어리를 완벽하게 인지했다.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유나야, 나 먼저 간다" 하고 나왔지만, 시우의 머릿속은 이미 한도진의 속셈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나를 낚으려고 가짜 미끼를 던졌군. 게다가 유나 이름까지 팔아가면서.'

시우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쯤 되니 살인마가 불쌍해질 지경이었지만, 자비는 사치였다. 확실하게 짓밟아 주어야 꼬리를 내리고 얌전해질 터였다.

밤 9시 55분.
사거리 공사장은 굳게 닫힌 펜스 너머로 차가운 시멘트 냄새와 어둠만이 고여 있었다.
도진은 공사장 한가운데, 낡은 굴착기 뒤편의 그늘 속에 잠복해 있었다. 그의 손에는 트랩 전체를 통제하는 무선 제어 스위치가 쥐여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지만, 살인마의 본능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10시 정각이다.'

째깍, 째깍.
손목시계의 초침이 12를 향해 달려갔다.

9시 59분 58초…… 59초…… 10시 정각.

바로 그 순간, 공사장 철망 펜스 바깥쪽 어두운 모퉁이에 서 있던 시우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서늘한 밤공기가 폐를 꽉 채우자마자, 시우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정지.'

스우우우──.

바람에 휘날리던 공사장의 비닐 천막이 빳빳하게 허공에 고정되었다.
소음이 소멸한 회색의 세계.

"커흑……!"

어김없이 흉부 전체를 짓누르는 극심한 압박감이 찾아왔다. 시우는 한 손으로 가슴을 짚으며 펜스의 틈새를 통해 멈춰진 공사장 내부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바닥에는 도진이 설치해 둔 미세한 레이저 와이어들이 붉은 실선처럼 허공에 박혀 있었다. 일반적인 시간 속에서는 육안으로 거의 보이지 않는 광선이었지만, 시간이 멈추고 빛 알갱이들이 고정되자 오히려 붉은 가시덤불처럼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시우는 그 가시덤불 사이를 유연하게 피해 가며, 굴착기 뒤에 굳어 있는 한도진의 앞으로 걸어갔다.

도진은 양손으로 스위치를 쥔 채,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굳어 있는 표정에는 먹이를 낚아채려는 사나운 탐욕이 서려 있었다.

시우는 핏 하고 콧방귀를 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사장님. 근데 함정이 너무 뻔하잖아요."

시우는 먼저 도진의 발치 옆에 설치되어 있던 특수 형광 페인트 스프레이 장치로 다가갔다. 압력 센서와 연결된 분사 노즐의 방향을 잡고, 조심스럽게 힘을 주어 꺾었다. 멈춘 기계의 저항력이 상당했지만, 시우는 온 힘을 다해 노즐의 구멍이 정확히 한도진의 얼굴을 향하도록 틀어놓았다.

그리고 도진이 낚시용 미끼로 골목 어귀에 던져두었던 유나의 가짜 옷가지와 인형 더미로 갔다.
시우는 그것들을 깨끗하게 치운 뒤, 품속에서 꺼낸 물건을 그 자리에 대신 내려놓았다.
그것은 낮에 붕어빵 트럭 뒤편에서 슬쩍 챙겨두었던, 아주 딱딱하게 식어 빠진 탄 붕어빵 한 마리였다.

그다음, 시우는 다시 도진의 앞으로 돌아갔다.
도진의 손가락 사이에 꽉 쥐여 있던 무선 스위치를 아주 조심스럽게 빼냈다. 손가락의 굳은 마찰력 때문에 스위치를 빼낼 때 도진의 손목이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시간이 멈춘 상태라 인과율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시우는 빼앗은 스위치의 안테나를 접고, 도진 본인의 검은색 바람막이 점퍼 주머니 깊숙한 곳에 쑤셔 넣었다.
스위치가 사라진 도진의 오른손아귀에는 대신 또 다른 딱딱한 붕어빵 한 마리를 곱게 쥐여 주었다.

마지막으로 시우는 근처에 널려 있던 낡은 밧줄을 가져와 도진의 양쪽 발목을 단단히 묶고, 그 끝을 옆에 쌓여 있던 무거운 포대 시멘트 더미의 쇠고리에 꽁꽁 연결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시우의 뺨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고, 눈앞에 검은 점들이 점멸했다.
시우는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 온 A4 용지와 테이프를 꺼냈다. 그리고 도진의 넓은 등짝에 테이프로 종이를 쾅 붙였다. 종이에는 굵은 매직으로 적혀 있었다.

[함정이 너무 허접하네요. 붕어빵이나 맛있게 드세요.]

'후우, 끝났다. 퇴근하자.'

시우는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허덕이면서도,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숨기지 못한 채 공사장 철망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안전한 거리까지 확보한 시우는 골목 모퉁이에 기댄 채 폐부에 남은 마지막 한 조각의 산소를 뱉어냈다.

'해제.'

쿠우우웅──!

시간이 다시 세차게 흐르기 시작했다.

"……?!"

도진은 눈을 깜빡였다.
그 순간, 손가락 끝에서 무언가 굳고 딱딱한 감각이 느껴졌다. 플라스틱 스위치의 매끄러운 감촉이 아니었다. 거칠고 기름진 밀가루 반죽의 감촉.
동시에, 굴착기 모퉁이 아래 설치해 둔 압력 트랩 센서가 정체불명의 인과 오류를 일으키며 즉각 폭발했다.

콰아아앙──!

"크아아악?!"

도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얼굴 바로 앞 30센티미터 거리에서 고압의 핫핑크색 형광 페인트가 직사로 뿜어졌다.
도진의 얼굴 전체가 끈적하고 눈부신 핑크빛 액체로 뒤덮였다. 눈과 코에 매운 페인트가 들어가자 도진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발을 내딛는 순간.

툭!

시멘트 포대에 묶인 발목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무게중심을 완전히 잃은 도진의 몸은 옆에 쌓여 있던 낡은 시멘트 포대 더미 위로 거창하게 자빠졌다.

스스스스──.

자빠진 충격으로 시멘트 포대가 터지며 엄청난 양의 하얀 시멘트 가루가 공중으로 폭발하듯 흩날렸다.
얼굴은 눈부신 핑크빛 페인트로 범벅이 되고, 몸 전체는 하얀 시멘트 가루를 잔뜩 뒤집어쓴 꼴이 된 한도진은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며 기침을 해댔다.

"커헉! 훕! 컥! 컥! 이게…… 이게 무슨……!"

도진은 미친 듯이 시멘트 가루를 뱉어내며 손에 쥔 물건을 보았다.
검은색 스위치가 있어야 할 그의 손에는, 시커멓게 탄 식어빠진 붕어빵 한 마리가 처참하게 찌그러진 채 들려 있었다.

공사장 한가운데에는 침입자의 흔적도, 고속 카메라에 찍힌 사진도 없었다. 센서는 먹통이었고, 레이저 와이어는 스스로의 방향을 바꾸어 자신을 쏘았다.

도진은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자신의 점퍼 깊숙한 곳에서, 자신이 손에 쥐고 있었다고 확신한 무선 스위치가 차갑게 잡혀 나왔다.

"아…… 아아……."

도진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공포였다.
이것은 단순히 머리가 좋은 천재의 솜씨가 아니었다.
물리적인 상식과 인과율 자체를 비웃으며, 자신을 신의 손길처럼 주무르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고서야 이런 기적 같은 장난을 칠 수는 없었다.
범인은 골목길 구석에 찌그러진 붕어빵 미끼를 보았다. 그것은 유나의 가방 대신 붕어빵이 놓여 있던 자리였다.

도진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등에 붙은 종이를 떼어내 읽었다.
[함정이 너무 허접하네요. 붕어빵이나 맛있게 드세요.]

도진의 눈동자에서 온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깊은 광기와 공포의 얼룩이 번져갔다.
"괴물…… 괴물이 있다……."

그는 핑크색 페인트와 시멘트 가루가 범벅이 된 흉물스러운 몰골을 한 채, 밤하늘을 향해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그 무시무시하던 연쇄살인마 한도진의 멘탈이 완벽하게 붕괴하는 첫 단추였다.

멀리서 그 비명 소리를 들으며 골목을 빠져나오던 시우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역시 붕어빵은 머리부터 먹는 게 제맛이지."
시우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한 소리 없는 방해극은, 완벽한 압승으로 막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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