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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6화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6화: 보이지 않는 추적자

한도진의 일상은 미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친절하고 훈훈한 카페 사장이었다. 손님들에게 살갑게 인사하고, 테이블을 닦고,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렸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걷잡을 수 없는 의구심과 불쾌한 전율로 요동치고 있었다.

'내 주머니에 들어있던 스마트 태그. 그리고 증발해 버린 텀블러.'

도진은 카페 카운터 아래 주방에서 얼음을 컵에 담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날 이후로 벌써 사흘째였다. 자신이 유나의 가방에 넣었다고 확신한 스마트 태그는 찰나의 순간 도진 본인의 주머니로 돌아와 있었고, 준비해 둔 특수 텀블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카페 내의 CCTV를 수십 번이고 돌려보았지만, 화면 속 유나와 시우는 아주 평범하게 서 있었고 어떠한 조작의 흔적도 없었다.

'기억의 왜곡인가? 아니면…….'

도진은 얼음주머니를 꽉 쥐었다. 손가락 뼈마디가 하얗게 불거졌다.
만약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면. 단순한 경찰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동선과 의도를 꿰뚫고 조롱하는 천재적인 존재가 이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것이라면.
자신이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다고 믿었던 세계의 통제권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살인마에게 통제력을 잃는다는 것은 극심한 공포이자 견딜 수 없는 모욕이었다.

"이 불쾌함을 씻어내야 해."

도진은 낮게 읊조렸다. 그의 눈빛에 핏빛 살의가 어리었다.
사라진 통제력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새로운 사냥이었다. 사냥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포식자임을 증명해야만 이 끔찍한 오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시각, 골목 건너편 독서실.
시우는 창문 틈새로 카페 '드림'의 뒷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독서실 자습을 핑계로 매일 밤 이곳에서 잠복을 선언한 시우의 눈 밑에는 옅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겪는 갈비뼈와 폐의 통증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만성적인 피로감이 어깨를 짓눌렀지만, 시우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분명 움직일 거야. 스마트 태그가 꼬인 걸 보고 쥐새끼처럼 굴속에 처박혀 있을 놈이 아니니까.'

시우의 직감은 정확했다.
금요일 밤 11시 25분.
카페의 모든 불이 꺼지고 약 2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검은색 바람막이에 캡모자를 깊게 눌러쓴 한 남자가 카페 뒷문을 열고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가로등 불빛을 교묘하게 피하며 움직이는 실루엣.

한도진이었다.

시우는 즉시 가방을 챙겨 독서실을 나섰다.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도진은 사거리를 지나 주택가 뒤편의 으슥한 골목길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은 가로등 간격이 넓고 인적이 드문 전형적인 슬럼가 느낌의 구역이었다.

시우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도진의 뒤를 쫓았다. 혹시라도 들키지 않기 위해 발소리를 극도로 죽였다. 다행히 도진은 누군가 자신을 미행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듯, 오직 전방의 사냥감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도진이 골목 모퉁이에 멈춰 섰다.
그곳은 지자체 방범 CCTV가 골목 전체를 비추고 있는 구역이었다. 하지만 도진은 당황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검은색 기기를 꺼냈다. 기기의 전원을 켜자, 기기 끝에서 옅은 전자기파의 노이즈음이 작게 흘러나왔다.

'전자 잼머(Jammer)인가?'

시우는 골목 모퉁이 벽 뒤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도진이 장치를 가동하자, 가로등 옆에 설치된 CCTV 카메라의 작동 표시등이 깜빡거리더니 이내 툭 꺼져버렸다. 주변의 무선 네트워크망까지 통째로 무력화시키는 정교한 장비였다.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의 물증인 CCTV까지 완벽하게 먹통으로 만드는 치밀함. 시우는 등줄기에 차가운 소름이 돋았다.

CCTV가 꺼지자, 도진은 사냥터의 포식자처럼 어둠 속에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골목 초입에서부터 인기척이 들려왔다.

터벅, 터벅.

귀에 이어폰을 낀 채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걸어오는 한 여성이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학생이었다. 그녀는 이 어둠 속에 어떤 괴물이 도사리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 음악에 몸을 맡기며 걸어오고 있었다.

도진이 주머니에서 약물이 듬뿍 적셔진 하얀 손수건을 꺼내 쥐었다. 그의 몸이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낮아지며 피해자의 등 뒤로 소리 없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 걸음.

도진의 손이 여성의 입을 막기 위해 뻗어 나가는 찰나.
거리는 약 20미터. 도진의 손끝이 여성의 목덜미에 닿기 직전이었다.

시우는 가슴이 터져나갈 듯이 숨을 들이마셨다.

'정지!'

스우우우──.

세상의 모든 움직임이 굳어졌다.
여성의 흩날리던 머리카락이 공중에서 박제가 되었고, 도진의 살기등등한 손가락 끝이 허공에서 멈췄다. 골목길에 뒹굴던 먼지 알갱이들조차 은가루처럼 허공에 박혀 있었다.

"커흐윽……!"

능력을 발동하자마자 갈비뼈 안쪽에서 불길 같은 통증이 치솟았다. 시우는 핏물이 고이는 입술을 깨물며 전력으로 도진을 향해 달렸다. 공기의 단단한 벽을 몸으로 찢으며 달리는 매 걸음이 지옥 같았다.

마침내 도진의 코앞에 도달했다.
멈춰진 세계 속 도진의 얼굴은 악마 그 자체였다. 눈동자는 살의로 번뜩이고 있었고, 입꼬리는 찢어질 듯 올라가 있었다.

시우는 도진의 손에 쥐여 있던 약물 손수건을 낚아챘다. 멈춘 시간의 강한 마찰 때문에 손수건을 떼어내는 것만으로도 손가락 끝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시우는 그 손수건을 골목 구석 하수구 철망 안쪽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그리고 도진의 신발을 보았다.
시우는 허리를 숙여 도진의 운동화 끈을 양쪽 서로 단단하게 묶어버렸다. 풀기 힘든 이중 매듭이었다.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시우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시간이 풀리면 도진의 손이 닿지 않더라도 여성은 놀라 도망쳐야 했다. 시우는 여성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밀어, 그녀의 무게중심을 앞쪽 대로변 방향으로 기울여 놓았다. 시간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스텝을 밟으며 달려 나가게 될 터였다.

마지막으로, 시우는 도진의 발밑 흙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골목길 구석에 뒹굴던 뾰족한 나뭇가지를 주워 든 시우는, 도진의 눈동자가 바로 닿을 흙바닥 위에 온 힘을 다해 글자를 새겨 넣었다.

[보고 있다]

글자를 다 새겼을 때, 시우의 시야가 급격히 흐려졌다. 폐에 남아 있던 산소가 0에 수렴하고 있었다. 뇌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시우는 비틀거리며 모퉁이 뒤로 몸을 던졌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음과 동시에 마음속으로 외쳤다.

'풀려……!'

콰아아앙──!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엇……?!"

앞으로 무게중심이 쏠린 피해자 여성은 갑자기 발을 헛디딘 듯 "어어?" 하면서 서너 걸음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동시에 도진은 허공을 움켜쥐었다. 손안에 있어야 할 약물 손수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을 깨달은 순간, 그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하지만.

툭!

양쪽 신발끈이 꽁꽁 묶인 도진의 몸은 앞으로 크게 고꾸라졌다.

쿠당탕탕!

"커흑?!"

도진은 골목길 바닥의 흙먼지를 들이마시며 처참하게 엎어졌다. 충격으로 코뼈가 찡해졌고 무릎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소음에 놀란 여성이 헤드폰을 벗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두운 골목바닥에 웬 남자가 대자로 엎어져 버둥거리는 모습을 본 여성은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엄마야! 뭐야?!"
여성은 도진을 미친 사람이나 치한으로 직감하고, 잽싸게 대로변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진은 급하게 일어나려 했으나, 여전히 신발끈이 묶여 있어 다시 한번 바닥으로 볼품없이 고꾸라졌다.
"으, 으윽……!"

도진은 흙투성이가 된 얼굴로 신발을 보았다. 양쪽 운동화 끈이 괴상하리만치 단단한 매듭으로 묶여 있었다. 가위로 자르지 않으면 풀리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매듭이었다.

도진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눈 깜짝할 사이에 손안의 무기가 사라지고, 자신의 신발끈이 묶이고, 타깃의 위치가 변했다.
이것은 환각이 아니었다. 명백한 물리적 개입이었다.

그때, 도진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추는 흙바닥 위에, 방금 전까지는 결코 없었던 선명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보고 있다]

도진은 그 글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온몸의 피가 역류해 머리로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소름 돋는 공포가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자신의 모든 살인 계획, CCTV 무력화 잼머 장치, 심지어 사냥의 순간까지 완벽하게 지켜보고 조롱하는 '누군가'가 이 골목 안에 함께 숨 쉬고 있었다.
그 존재는 자신을 체포하지도, 죽이지도 않은 채, 오직 멈춰진 찰나의 틈새 속에서 장난감처럼 자신을 농락하고 있었다.

"누구야…… 누구냐고!!!"

도진은 신발끈을 억지로 뜯어내며 비명을 질렀다. 칠흑 같은 골목길에는 오직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광기 어린 외침만이 메아리칠 뿐이었다.

모퉁이 뒤에서 도진의 광태를 조용히 감상하던 시우는,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띤 채 어둠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졌다.
괴물이 미쳐가는 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아늑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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