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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31화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31화: 평화로운 자문료의 함정

따뜻한 붕어빵 냄새는 인간을 약하게 만든다.

시우는 그 진리를 초겨울 교실 창가 자리에서 아주 깊이 깨닫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유나가 매점에서 사 온 붕어빵 봉지가 놓여 있었다. 오른손에는 차가운 바나나우유가 들려 있었다. 창밖에서는 운동장 모래바람이 차갑게 일었지만 책상 아래에 다리를 구겨 넣은 시우의 세계만큼은 노곤한 안온함으로 가득했다.

"강시우. 그거 먹고 바로 자면 체한다."

앞자리에서 돌아앉은 유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괜찮아. 체하면 양호실 가서 누우면 돼. 완벽한 계획이지."

"네 계획은 왜 항상 누우면서 끝나냐?"

"인생의 모든 훌륭한 계획은 침대에서 완성되는 법이거든."

시우는 붕어빵 꼬리를 입에 물고 느긋하게 웃었다. 더 이상 세상을 멈출 필요도 없고 허파가 찢어지는 통증을 참을 필요도 없고 이상한 훈남 카페 사장의 속셈을 뒤쫓을 필요도 없었다. 남은 것은 수업 시간에 안 들키고 조는 기술과 점심 급식 줄을 최대한 짧게 타는 기술뿐이었다.

그때였다.

위이잉.

학교 정문 쪽에서 순찰차 사이렌이 아주 짧게 울렸다.

시우의 입가에 걸려 있던 평화로운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 유나도 창밖을 보고는 어깨를 움찔했다. 운동장 끝, 교문 앞에 익숙한 순찰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오달수 경장은 두 손에 두툼한 서류 봉투를 들고 있었다.

"설마."

시우가 낮게 중얼거렸다.

설마는 늘 최악의 모양으로 현실이 되었다.

드르륵.

교실 앞문이 열리며 마동철 교사가 헛기침을 했다. 그의 뒤에는 오달수 경장이 세상에서 가장 엄숙한 얼굴로 서 있었다.

"강시우. 잠깐 교무실로 와라."

"저요? 왜요? 저 오늘 지각도 면제됐고 숙제도 반쯤 했고 아직 아무것도 안 훔쳤는데요."

"그 말투부터 수상하지만 이번엔 네가 용의자가 아니다."

반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오 경장은 교실 안으로 한 걸음 들어오더니 시우를 향해 거의 경례하듯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시우야. 네 평화로운 은둔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는데 학교 안에서 작은 사건이 생겼다."

"작은 사건이면 작은 어른들이 해결하세요. 저는 큰 낮잠을 자야 해서요."

"자문료가 있다."

시우의 눈꺼풀이 반쯤 올라갔다.

오 경장은 기다렸다는 듯 봉투 하나를 꺼냈다. 봉투 겉면에는 '학교 안전 협조 특별 매점 쿠폰'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매점 쿠폰 열 장이다."

"유나야. 나 잠깐 세상을 구하고 올게."

"구하지 마. 앉아."

유나는 즉시 시우의 교복 소매를 붙잡았다. 그러나 시우의 눈은 이미 쿠폰 봉투에 못 박혀 있었다. 돈까스가 나오는 날에도 매점 빵을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신성한 권리. 그것은 게으른 고등학생에게 국가 포상보다 실질적인 보상이었다.

"무리하면 안 된다고 했지."

"능력 안 써. 그냥 보고만 올게."

"네가 보고만 온다고 말하면 꼭 뭔가 뒤집히잖아."

"이번엔 안 뒤집어. 아주 평화롭게 쿠폰만 챙기고 다시 와서 잘 거야."

유나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시우를 노려보았다. 결국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시우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나도 간다. 네가 이상한 짓 하면 바로 끌고 올 거야."

"보디가드야?"

"보호자야."

반 아이들의 야유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시우는 얼굴이 미묘하게 붉어진 채 붕어빵 봉지를 챙기고 교실을 나섰다.


사건 현장은 체육관 뒤편의 낡은 창고였다.

원래는 체육대회 물품과 방송 장비를 임시로 넣어두는 곳이었다. 창고 문 앞에는 학생회 임원 둘과 방송반 학생 하나가 잔뜩 얼어붙은 얼굴로 서 있었다. 마동철은 팔짱을 끼고 있었고 오 경장은 수첩을 꺼내 든 채 진지하게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라진 건 체육대회 운영비 봉투다. 현금이 꽤 들어 있었지."

마동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요?"

"삼십만 원."

"그 정도면 매점 쿠폰 열 장보다 큰 사건이네요."

"그래서 불렀다."

시우는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먼지 냄새와 오래된 매트 냄새, 그리고 희미한 단팥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그는 코끝을 찡그렸다.

"여기서 누가 붕어빵 먹었어요?"

학생회 임원 하나가 움찔했다.

"아, 아침에 제가 하나 먹긴 했는데요. 배고파서."

"꼬리부터 먹었냐?"

"네?"

"아니야. 중요한 질문은 아닌데 인성은 알 수 있어서."

유나가 뒤에서 시우의 등을 찰싹 때렸다.

"장난치지 말고 봐."

시우는 투덜거리면서도 허리를 숙였다. 창고 바닥에는 젖은 운동화 자국이 몇 개 남아 있었다. 밖은 맑았지만 체육관 뒤편 수돗가에는 얼음이 녹은 물이 늘 고여 있었다. 발자국은 문에서 방송 장비 박스 쪽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돌아 나와 있었다.

"봉투는 어디에 뒀는데요?"

방송반 학생이 손가락으로 접이식 테이블을 가리켰다.

"저기 위요. 행사 물품 체크하다가 잠깐 방송실 갔다 왔는데 없어졌어요."

시우는 테이블 위를 봤다. 먼지가 얇게 내려앉은 표면 위에 봉투가 놓였던 네모난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자국의 한쪽 끝이 이상하게 번져 있었다. 누군가가 손으로 집어 간 흔적이라기보다 옆으로 미끄러진 흔적에 가까웠다.

시우는 고개를 돌려 방송 장비 박스를 보았다. 낡은 케이블 박스 여러 개가 벽 쪽에 겹쳐져 있었다. 그중 하나의 뚜껑 모서리에 종이 섬유가 아주 조금 붙어 있었다.

"마 선생님. 여기 케이블 박스 누가 옮겼어요?"

"아침에 방송반이 옮겼다."

방송반 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요. 그런데 봉투는 안 건드렸어요."

"건드린 건 아니겠지."

시우는 케이블 박스 뒤로 손을 넣었다. 먼지가 손등에 잔뜩 묻었다. 곧 손끝에 종이 같은 것이 걸렸다.

스륵.

시우가 꺼낸 것은 구겨진 갈색 봉투였다.

"찾았다."

창고 안이 순간 조용해졌다. 마동철의 눈이 커졌고 오 경장은 입을 벌린 채 시우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냐?"

"봉투가 테이블에서 밀렸고 박스 뚜껑에 종이가 찢겨 붙어 있었고 바닥 발자국이 박스 쪽으로 갔다가 돌아왔잖아요. 방송 장비 옮기다가 테이블을 친 거겠죠."

시우는 봉투를 흔들었다.

"도난 아니에요. 그냥 인간과 케이블과 먼지가 합작한 비극입니다."

방송반 학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 저 진짜 몰랐어요!"

"알았으면 더 이상하지."

시우는 봉투를 마동철에게 넘기려 했다.

그 순간, 창고 문가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모두의 시선이 문 쪽으로 돌아갔다.

처음 보는 여학생이 서 있었다. 단정한 단발머리, 얇은 검은색 안경, 손에는 작은 수첩. 교복은 새것처럼 각이 살아 있었다.

"방송 장비 박스가 테이블을 칠 정도로 움직였다면 테이블 위 먼지도 더 넓게 쓸려야 하는데 봉투 자국 주변만 일부러 문지른 것처럼 깨끗해요."

시우의 손이 멈췄다.

여학생은 조용히 웃었다.

"그냥 우연인가요?"


"넌 누구냐?"

마동철이 물었다.

여학생은 허리를 살짝 숙였다.

"오늘 전학 온 윤하린입니다. 담임 선생님이 교무실에 계셔서 기다리다가 학교 신문부 담당 선생님 심부름으로 왔어요."

"신문부?"

시우의 표정이 급격히 구겨졌다. 학교에서 가장 귀찮은 부류가 세 종류 있었다. 지각을 잡는 선생님, 단체 활동을 좋아하는 반장, 그리고 남의 일상을 글로 남기는 사람들.

유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전학생이면 교실부터 찾아가야지. 여긴 왜 들어왔어?"

"복도에서 경찰차를 보고 궁금해서요. 그리고 강시우 학생이 여기 있다고 들었어요."

"나?"

시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하린은 수첩을 펼쳤다. 거기에는 작은 글씨로 빼곡한 메모가 적혀 있었다. 시우가 자세히 보기 전에 하린은 수첩을 살짝 접었다.

"동네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 학생이라고 들었거든요. 학교 신문에 '평범한 영웅의 하루' 같은 기획을 쓰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재미없어. 내 하루는 진짜 재미없어. 아침에 늦고 점심 먹고 자고 집에 가서 또 자. 끝."

"그런 사람치고는 방금 꽤 빨리 찾았잖아요."

"매점 쿠폰이 걸리면 인간은 빨라져."

오 경장은 그 말을 듣고 감동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았나. 하찮은 보상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는 척하며 진실을 건져 올리는 저 은둔 고수의 위장술을."

"아저씨는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시우는 봉투를 마동철에게 떠넘기고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하린이 한 발 비켜서며 길을 막았다.

"방금 설명에는 빠진 게 있어요."

"뭐가?"

"봉투가 그냥 밀려 들어갔다면 왜 봉투 입구가 안쪽으로 접혀 있을까요? 누군가 한 번 열어 본 뒤 급하게 숨겼다는 뜻일 수도 있잖아요."

시우의 눈동자가 봉투 입구로 내려갔다. 정말로 봉투의 접착면 한쪽이 얇게 들떠 있었다. 안에 있던 지폐가 빠졌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흔적이었다.

마동철이 즉시 봉투를 열었다.

"돈은 전부 있다."

"그럼 누가 훔치려던 건 아니네요."

하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보다 누가 강시우 학생을 부르려고 일을 만든 것 같아요."

창고 안의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시우는 하린을 바라보았다. 하린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그 눈빛은 사건을 좋아하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그리고 귀찮은 일은 언제나 사건을 좋아하는 사람 주변에서 자라났다.

"윤하린이라고 했지."

"네."

"나한테 관심 끊어라. 나 진짜 별거 없어."

"별거 없는 사람은 보통 그런 말을 안 하던데요."

유나가 하린과 시우 사이로 몸을 끼워 넣었다.

"시우 오늘 오래 서 있으면 안 돼. 인터뷰든 뭐든 나중에 해."

"최유나 학생이죠?"

하린은 수첩을 넘기며 말했다.

"강시우 학생과 가장 가까운 목격자."

유나의 얼굴이 굳었다.

"목격자?"

"아, 표현이 별로였나요? 친구라고 고칠게요."

시우는 그 짧은 말에서 아주 희미한 냄새를 맡았다. 붕어빵 냄새도 먼지 냄새도 아니었다. 잘 정리된 질문지와 오래된 기사 스크랩의 냄새. 누군가가 이미 자신들의 이름을 적어 두고 선을 그어 놓은 듯한 불쾌한 예감이었다.

"오 아저씨. 쿠폰 주세요."

"어? 벌써?"

"사건 끝났잖아요. 봉투 찾았고 돈도 있고 범인도 없고 모두 행복. 그러니까 해산."

시우는 오 경장의 손에서 쿠폰 봉투를 낚아채고 유나의 손목을 잡았다.

"가자. 나 갑자기 수업이 듣고 싶어졌어."

"네가?"

"응. 저 친구랑 대화하는 것보다 수학이 덜 피곤할 것 같아."

유나는 더 묻지 않고 시우를 따라 창고를 빠져나갔다.


복도 끝까지 온 뒤에야 시우는 걸음을 늦췄다.

유나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

"왜 그래? 쟤가 그렇게 이상해?"

"이상하지. 전학 첫날에 경찰차 보고 창고까지 따라오는 신문부가 정상은 아니잖아."

"그건 맞는데."

"그리고 이름을 너무 정확히 알고 있었어."

시우는 쿠폰 봉투를 주머니에 넣었다. 손끝이 아주 조금 차가웠다. 시간을 멈춘 것도 아닌데, 멈춰진 세계에서 느꼈던 서늘함이 손가락 마디에 가볍게 걸렸다.

"걔가 뭘 아는 건 아니겠지?"

유나가 낮게 물었다.

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린이 자신을 보는 눈빛은 경찰의 눈빛과 달랐다. 오달수는 자신을 천재로 착각했지만 하린은 착각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빈칸을 찾아내고 그 빈칸이 왜 비었는지 묻는 쪽에 가까웠다.

"몰라. 모르면 좋겠지."

"시우야."

"괜찮아. 나 진짜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쿠폰으로 빵이나 먹고 조용히 살 거야."

그때 복도 창문 너머로 체육관 뒤 창고 앞이 보였다.

하린은 아직 그곳에 서 있었다. 그녀는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시우와 눈이 마주치자 하린은 미소를 지으며 수첩을 살짝 들어 보였다.

바람에 수첩 마지막 장이 팔락였다.

시우의 시야에 짧은 문장이 스쳤다.

정지한 47초?

시우의 숨이 아주 잠깐 멎었다.

유나가 그의 팔을 잡았다.

"시우야?"

시우는 억지로 바나나우유 빨대를 입에 물었다. 달콤한 우유 맛이 혀끝에 퍼졌지만 방금 본 글자는 목 안쪽에 걸린 가시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하루를 날로 먹으려던 고등학생의 등 뒤로, 아주 귀찮고 똑똑해 보이는 새 그림자가 조용히 따라붙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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