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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29화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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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은둔 고수의 거절

쾅──!

"시우야! 살아났구나, 내 새끼!"

병실 문이 거의 부서져라 열리며 오달수 경장이 번개처럼 들이닥쳤다. 그의 한 손에는 여전히 금박이 번쩍이는 명예 프로파일러 위촉장 액자가 들려 있었고, 얼굴은 감격과 눈물로 엉망진창이었다. 오 경장은 침대 밑으로 슬라이딩하듯 다가가 시우의 양손을 꼭 쥐며 흐느꼈다.

"이 아저씨가 진짜 밤잠을 못 잤다! 네가 이대로 식물인간이 되면 대한민국 수사 역사의 거대한 별 하나가 지는 거나 다름없었단 말이다!"
"아, 아저씨. 손목 부러지겠어요. 힘 좀 빼세요."
시우가 아파하며 손을 뺐지만, 오 경장은 굴하지 않고 침대 옆 테이블 위에 감사장과 경찰대 입학 추천서 뭉치를 거창하게 나열해 놓았다.

"자! 서장님이 직접 청장님께 싹싹 빌어 받아온 특별 명예 요원 임명장과 경찰청장 감사장이다! 그리고 내년 경찰대 입학 수시 특별 전형 프리패스 추천서까지 완벽하게 세팅 완료해 뒀어! 넌 이제 꽃길만 걸으면 된다, 시우야!"

오 경장의 눈빛은 마치 구세주를 바라보는 광신도의 그것처럼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시우는 테이블 위의 웅장한 서류들을 보며 지독한 오한을 느꼈다. 저 번쩍이는 서류들은 꽃길이 아니었다. 매일 밤샘 수사와 폭력 범죄자들과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보장된 끔찍한 지옥의 직장인 강제 징용 영장이었다.

"저기, 오 아저씨."
"어! 말씀만 하셔라, 우리 천재 프로파일러 요원님!"
"저 이거 전부 거절할게요. 안 받아요."
시우는 위촉장 액자와 추천서 더미를 오 경장 쪽으로 단호하게 밀어냈다.

"……어? 거절이라니? 이게 어떤 혜택인데 그래? 경찰대 수석 입학도 보장되는 거나 다름없어!"
오 경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저씨, 전 경찰 절대 안 해요. 제 꿈은 고등학교 무사히 졸업해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과자나 까먹으며 날로 먹는 백수가 되는 거예요. 밤새 도둑놈 잡고 머리 썩히는 중노동을 제가 왜 합니까? 전 사양하겠습니다."

시우가 턱을 괴고 나른하게 대꾸하자, 오 경장은 순간 멍하니 시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의 머릿속에서 전무후무한 필터링을 거친 거대한 착각의 톱니바퀴가 폭발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아……!'

오 경장은 온몸에 전율이 돋는 것을 느끼며 입을 벌렸다.
'자신의 위대한 재능과 통찰력을 세상에 자랑하지 않고, 평범한 소시민의 삶 뒤로 꽁꽁 숨어 은둔하려는 은둔형 절대 고수의 숭고한 겸손이로구나! 진짜 천재들은 벼슬이나 명예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진정한 평화만을 갈구하는 법이지!'

오 경장의 눈에 서린 경외감이 에베레스트산보다 높아졌다. 시우의 게으르고 나태한 백수 선언이, 그의 왜곡된 프로파일링 필터를 거치자 세상에 비할 데 없는 현자의 숭고한 침묵으로 재해석된 것이었다.

"그래…… 그래, 시우야. 네 깊은 뜻을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구나."
오 경장이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제도권의 무거운 쇠사슬에 네 그 위대한 재능을 묶어둘 수는 없지. 넌 자유로운 바람처럼 살아가며, 어두운 세상에 빛이 필요한 순간에만 그림자 속에서 팁을 던져주는 은둔 현자로 남고 싶은 거였어. 아저씨가 네 그 깊은 영혼의 결정을 존중하마!"
"아니, 진짜 그냥 귀찮아서 그런 건데요……."
"하하! 그래, 그렇게 넘겨 두자꾸나. 천재의 겸손함이란 참 아름다운 법이지."

오 경장은 감격에 차서 위촉장 서류를 가슴에 꽁꽁 품고는 순찰차로 신나서 뛰어 나갔다.
시우는 이마를 짚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 아저씨의 착각 필터는 이제 불치병 수준이었다. 앞으로 평생 골치 아픈 미스터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은밀하게 자문을 구하러 병실 문을 두드릴 게 뻔했다.

"킥킥…… 아저씨 진짜 웃기시다."
침대 옆에서 사과 접시를 들고 있던 유나가 참았던 폭소를 터뜨렸다.
"거봐요, 경장님. 시우는 원래 뼈속까지 귀차니즘 말기 환자라니까요. 그러니까 아저씨, 이 녀석 명예직 줘서 부려 먹을 생각 마세요. 대신 제가 옆에서 맛있는 사과도 깎아주고 꼼짝 못 하게 감시할 테니까요."

유나가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녀의 엉뚱하지만 든든한 선언에 시우는 순간 얼굴이 가볍게 붉어졌다.

"누구 맘대로 감시하냐? 사과나 똑바로 깎아, 뚱뚱하게 깎지 말고."
"치, 환자 주제에 까다롭기는. 그래도 내가 깎아준 게 제일 맛있지?"
유나가 혀를 쏙 내밀며 사과 조각을 시우의 입에 쏙 밀어 넣었다.

아삭.

달콤한 사과 즙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동네를 뒤흔들었던 악마의 그림자는 완전히 걷혔고 지하실의 폭음은 따스한 가을 오후의 평화로운 햇살 속으로 아늑하게 녹아내렸다.
시우는 유나가 깎아준 볼품없는 사과를 씹으며 자신이 진정으로 지켜낸 날로 먹는 일상의 달콤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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