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26화: 괴물의 심판
"피고인 한도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치료감호소에서의 격리 치료를 명한다."
법정 가득 판사의 차가운 판결봉 소리가 세 번 울려 퍼졌다.
피고인석에 서 있던 한도진은 법관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앙상하게 마른 어깨를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그의 턱밑에는 정수장 지하실에서 입었던 부상의 흉터가 붉게 징그러운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하하…… 하하하! 격리 치료?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군. 검사님, 판사님! 내 말 좀 들어봐요!"
도진이 법대를 향해 몸을 내밀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교도관들이 즉시 그의 어깨를 강하게 억누르고 수갑을 채우려 했지만, 광기에 휩싸인 살인마의 발악은 멈추지 않았다.
"나를 함정에 빠뜨린 건 저 멍청한 경찰들이 아니야! 강시우…… 강시우라는 고등학생 꼬맹이라고! 그 녀석은 유령이야! 마법사라고!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을 멈추고 내 손에서 메스를 빼앗아 던져버리고, 내 손에 식어빠진 붕어빵을 쥐여 줬단 말이다! 내 신발끈을 묶고 흙바닥에 '보고 있다'고 낙인을 새긴 것도 그 녀석이야! 내 눈앞에서 기적을 부리는 괴물이 살아 숨 쉬고 있는데, 왜 내 말은 아무도 안 믿는 거야!!!"
도진의 찢어지는 듯한 외침이 조용한 법정 전체에 메아리쳤다.
방청객석에서는 혐오감 섞인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고, 검사는 한도진의 광태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연쇄살인마가 중형을 피하기 위해 법정에서 미친 척 연기를 펼치거나, 범행 탄로의 충격으로 심각한 피해망상에 빠졌다는 것이 사법부와 언론, 대중의 일치된 결론이었다.
정신과 전문의들의 최종 감정 결과 역시 도진의 미친 소리를 못 박았다.
[피고인 한도진: 극심한 반사회성 인격장애 및 범행 발각으로 인한 심인성 조현병, 피해망상 장애 증세. 강박적 현실 왜곡성 환각을 겪고 있음.]
"피고인을 강제 퇴정시켜라."
재판장의 차가운 명령에 교도관 네 명이 한도진의 사지를 붙들고 법정 밖으로 끌고 나갔다.
도진은 끌려 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복도 바닥에 구두 굽을 긁으며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강시우!!! 네 녀석이 날 여기 가둔 거야! 네 기적이 영원할 것 같아?! 끄아아아악!"
그렇게 세상을 뒤흔들었던 연쇄살인마 한도진과 그의 뒤를 봐주던 부패한 변호사 김민석은, 영구 격리라는 사법의 그물 아래 갇혀 차가운 독방 속에서 완벽하게 매장되었다. 한도진은 치료감호소 독방 벽면을 손톱이 닳아 피가 솟구칠 때까지 긁어대며 붕어빵 그림을 그리고 헛소리를 지르는, 완벽한 정신적 파멸을 맞이했다.
그 시각,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일반 병실.
법정의 요란한 소동과 달리, 이곳은 가을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이 창문을 타고 들어와 고요한 평화를 연출하고 있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진 지 사흘째였지만, 시우는 여전히 산소마스크를 쓴 채 아무런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그의 얼굴은 예전보다 훨씬 마르고 창백해 보였다.
스르륵──.
병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교복 차림의 유나가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멘 채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오 경장에게서 한도진이 법정에서 강시우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무기징역과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는 길이었다.
"바보……."
유나는 시우의 침대 옆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을 가져와, 시우의 야윈 오른손을 정성스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의 손끝은 여전히 굳어 있었지만, 유나의 손길만큼은 조심스럽고 따뜻했다.
"시우야. 오늘 한도진 그 미치광이 새끼 완전히 깜빵에 평생 갇히는 판결 났대. 그 새끼가 법정에서 네 이름을 부르면서 발악했다더라. 네가 시간을 멈추는 마법사라면서 헛소리를 지르는데, 아주 꼴이 시원했어. 다 네 덕분이야."
유나는 수건을 내려놓고, 시우의 차가운 손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학교는 평범해. 마 쌤 가슴에 도장 찍힌 사건은 이제 아무도 얘기 안 해. 그리고 오늘 급식에 수제 치즈 돈까스 나왔는데, 네가 없으니까 맛이 하나도 없더라. 매점 아줌마도 너 왜 안 오냐고 초코우유 상한다고 물어보셔. 그러니까…… 뒹굴거리는 건 깨어나서 하란 말이야."
유나는 시우의 손등 위에 자신의 이마를 기대었다. 그녀의 눈가에서 흘러내린 맑은 눈물 한 방울이 시우의 손등 위로 툭 떨어졌다.
그 찰나, 시우의 의식 밑바닥 깊은 어둠 속.
차갑고 적막하던 멈춰진 시공간의 늪 속에서 헤매고 있던 시우의 영혼은, 아련하게 들려오는 유나의 조잘거리는 목소리와 손등에 닿는 뜨거운 액체의 온기를 인지했다.
그의 꺼져가던 생명의 태엽이, 그 따뜻한 온기를 동력 삼아 아주 미세하게 다시 째깍거리며 굴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