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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25화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25화: 남겨진 자들의 시간

삐이──. 삐이──.

기계적인 고주파 음만이 백색의 수술실 문 너머로 무겁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술실 위의 붉은색 '수술 중' 표시등은 벌써 다섯 시간째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빗물에 젖은 채 대학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던 최유나는,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어깨를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녀의 뺨과 이마에는 응급실에서 급히 대처한 반창고들이 붙어 있었지만, 정작 유나 본인은 자신의 상처 따위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나의 옷자락과 손끝에는 여전히 시우가 토해냈던 검붉은 피의 흔적들이 굳은 얼룩으로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유나야…… 물이라도 좀 마시렴."

오달수 경장이 종이컵을 들고 다가왔다. 그의 순경 제복은 빗물과 시우의 피로 범벅이 되어 엉망진창이었고, 빗지 못한 머리는 산발이었다. 그의 충혈된 눈망울 밑에는 짙은 피로와 자책의 그늘이 들이쳐 있었다.

"시우 저 녀석…… 자기한테 보여줄 마술 같은 건 없다더니, 결국 널 우리 경찰 라이트 바로 앞으로 안전하게 밀어내고 제 몸뚱이는 이렇게 만들었어."

오 경장의 목소리가 씁쓸하게 갈라졌다.

"경장님…… 시우 진짜 죽는 거 아니죠?"

유나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젖은 눈동자가 오 경장을 바라보았다.

"그 바보…… 맨날 귀찮다고 뒹굴거리면서 인생 날로 먹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애였어요. 등교 지각 피하겠다고 버스 꽁무니나 쫓던 녀석이었는데…… 왜 나를 구하겠다고 그런 지옥 같은 폭발 속으로 뛰어들어서 자기 몸을 다 박살 냈는지 모르겠어요. 바보같이…… 왜 그랬는지……."

유나는 참았던 눈물을 다시 한 번 터뜨렸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시우는 이미 자신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밤마다 안 자고 순찰을 돌며 한도진의 음모를 분쇄하고, 결국에는 목숨보다 소중한 두뇌 과부하(프로파일링 페널티)를 견뎌가며 폭발 속으로 돌격한 비운의 천재 탐정이자 자신만을 지켜준 수호천사였다.

"그래…… 내 잘못이다. 그 녀석의 예리한 프로파일링 뇌가 목숨을 깎아 먹는 극약이라는 걸 알았으면서도, 멍청하게 자문을 구하고 팁을 받아내며 녀석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으니."

오 경장은 마른세수를 하며 자책했다.

달칵.

길었던 다섯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수술실의 붉은 등이 꺼지며 중년의 수술 집도의가 지친 기색으로 문을 연고 나왔다.

유나와 오 경장은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의사에게 달려갔다.

"선생님! 시우 상태가 어떤가요?!"

의사는 마스크를 벗으며 무거운 한숨을 푹 쉬었다. 그의 손에 들린 차트 표지는 붉은색 '위독'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할 수 있는 응급 처치와 폐 봉합 수술은 다 마쳤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의학 상식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환자의 허파 세포 전체가 극심한 산소 결핍과 압력 차로 완전히 마비되어 괴사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뇌의 신경망도 과부하 탓에 완전히 셧다운된 상태예요. 심장은 간신히 뛰게 만들었지만, 뇌사 상태에 준하는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평생 식물인간으로 침대에 누워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지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의사의 청천벽력 같은 비보에 유나의 무릎이 툭 꺾였다.

오 경장이 그녀의 팔을 다급하게 붙잡았지만, 대기실 바닥으로 주저앉는 몸뚱이를 완전히 지탱할 수는 없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평생 침대에 누워 지내야 한다.

"아냐…… 그럴 리 없어. 시우는 맨날 누워서 날로 먹는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던 애였단 말이에요. 근데 왜 진짜로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만 있게 만드냐고……!"

유나는 수술실 앞 바닥을 손바닥으로 치며 서럽게 울부짖었다.


그날 저녁.

한도진의 체포와 공범들의 기소 확정 뉴스가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채웠다.

경찰은 구 하수처리장 지하에서 수거한 피해자들의 전리품들과 대포폰 사주 기록, 그리고 현장에서 확보한 김민석 변호사와 해결사들의 자백을 바탕으로 한도진을 연쇄 실종 사건의 진범으로 최종 구속 송치했다. 그의 뒤를 봐주며 불법 잼머 유통과 범죄 은폐에 가담했던 부패한 법률가 김민석과 공범들 역시 줄줄이 기소되어 무거운 사법 처벌을 받게 되었다.

악마는 우리에 갇혔고, 동네에는 마침내 고요하고 완전한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 평화를 빚어낸 영웅은, 중환자실 차가운 침대 위에서 수많은 링거 줄과 모니터 센서 선을 온몸에 주렁주렁 매단 채 아무런 대답도 없이 누워 있었다.

지직, 지직.

병실 안에는 오직 심박 모니터 소리와 산소공급기의 차가운 기계식 숨결만이 흐르고 있었다.

유나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시우의 차갑게 식어 있는 오른손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그의 손바닥에 난 상처 자국을 만지작거리며 유나는 눈물을 닦아냈다.

"야, 강시우."

유나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눈빛만큼은 깊은 애틋함으로 젖어 있었다.

"인생 대충 날로 먹는 게 꿈이라더니, 이젠 진짜로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만 있을 셈이야? 꼼수 부리지 말고 얼른 일어나. 반장 빽으로 평생 빵 셔틀 면제해 줄 테니까. 네가 다 나아오기만 하면, 내가 매점 털어서 네가 좋아하는 바나나우유 매일 채워줄게. 그러니까…… 제발 깨어나기만 해, 바보야."

유나는 시우의 손등 위에 자신의 뺨을 기대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창밖으로는 지독했던 장대비가 완전히 그치고, 먹구름 틈새로 부드러운 달빛이 창문을 타고 흘러 들어와 두 소년 소녀의 멈춰진 시간을 조용히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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