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22화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22화: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어둡고 습한 하수처리장 지하 기계실.

한도진은 유나의 턱밑에 대고 있던 메스 칼날을 지그시 누르며, 계단 끝에 서 있는 시우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의 얼굴은 예전의 온화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지독한 살의와 광기로 얼룩져 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건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강시우 학생. 네 그 망가진 몸뚱이로 여기까지 기어온 걸 보면, 이 여자애가 꽤나 소중한 모양이군요."

도진은 예리한 메스를 손에 쥔 채 천천히 유나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그의 뒤편 어둠 속에서 그가 돈을 주고 고용한 건장한 깡패 두 명이 총구를 시우를 향해 단단히 조준하고 서 있었다.

"도진 씨……! 당장 저 꼬맹이를 죽여버려야 해요! 저 녀석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깡패 한 명이 시우의 정체불명의 포스에 기가 눌려 침을 삼키며 경고했다.

하지만 도진은 손을 들어 깡패를 제지했다. 도진의 눈동자 밑바닥에는 복수심을 넘어, 시우의 기괴한 능력을 향한 비정상적인 집착과 호기심이 번뜩이고 있었다.

"조용히 해. 이 녀석이 가진 그 절대적인 힘의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전까진 죽일 수 없어. 시간 자체를 비틀어 현실을 왜곡하는 그 힘만 손에 쥘 수 있다면, 경찰의 수배망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도진은 시우를 향해 차갑게 외쳤다.

"강시우. 네가 가졌다는 그 초자연적인 신의 힘에 대해 불어라. 어떻게 그 힘을 발현하는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말해라. 그렇다면 최유나 학생은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고 보내주지. 하지만 거절한다면…… 내 손으로 직접 이 여학생의 목덜미를 아주 정교하고 잔혹하게 끊어놓겠다."

도진은 메스 끝을 유나의 턱밑 피부에 더 깊숙이 밀어 넣으며 킥킥거렸다. 얇은 선혈이 유나의 목을 타고 붉게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시우야…… 안 돼…… 말하지 마…… 그냥 가……."

의자에 묶여 있던 유나가 핏물이 섞인 침을 뱉어내며 갈라진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시우는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지도 못한 채, 지하실 내부의 구조를 아주 빠르게 훑어보았다.

현재 자신의 다 타버린 장작 같은 몸 상태로는, 이번 시간 정지가 정말 마지막이 될 터였다. 멈출 수 있는 시간은 최대 5초에서 6초가 한계였다. 그 짧은 찰나 동안 무장한 깡패들의 총과 한도진의 메스를 완전히 무력화해야 했다. 동시에 경찰 수색팀이 철문을 부수고 진입할 수 있도록 이 견고한 지하 기계실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야 했다.

시우의 시선이 지하실 좌측 벽면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노후화된 황동색 배관을 포착했다.

[메탄가스 수송 배관]

그 바로 옆에는 지하 기계실의 모든 전력을 통제하는 구식 아날로그 분전반 박스가 녹슨 채 걸려 있었다.

시우의 머릿속 톱니바퀴가 역전의 정밀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시간을 멈출 5초 동안 해야 할 일:

  1. 분전반 메인 커버를 힘으로 뜯어내고, 메인 구리 전선을 예리하게 끊어 끊임없이 스파크가 튀게 배치할 것. (2초 소요)
  2. 바로 옆의 가스 배관 수동 고압 밸브를 반시계 방향으로 최대로 돌려 열어둘 것. (2초 소요) 시간이 풀리는 순간, 대량의 메탄가스가 뿜어져 나와 스파크와 만나며 지하실 전체에 거대한 대폭발과 함께 모든 전력을 마비시키는 암전을 일으키게 만든다.
  3. 깡패들의 허리벨트에 장착되어 있던 연막탄의 안전핀을 미리 뽑아서, 그들의 발치 바닥에 던져둘 것. (1초 소요)

폭발과 암전, 그리고 연막탄의 삼중 교란이 동시에 일어난다면 깡패들은 혼란에 빠져 총격을 가하거나 도망치기 바쁠 것이고, 외곽에서 대기 중인 오 경장의 수색팀도 폭발음을 듣고 즉각 진입할 수 있는 확실한 신호탄이 될 터였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지만…… 5초는 버틸 수 있어.'

시우는 입안에 고인 검붉은 핏물을 바닥에 퉤, 뱉어냈다. 그리고 비뚤어지게 웃으며 조롱했다.

"살인마 자식이 머리 굴리는 수준이 참 눈물겹네. 야, 한도진."

"……뭐라고?"

"그런 사기적인 마술이 있으면, 내가 너 같은 미친 새끼한테 곱게 넘겨주겠냐? 대가리나 굴리지 말고 네 목숨이나 챙겨라."

한도진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졌다.

"시간 초과다. 쏴라."

깡패들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팽팽하게 당기는 바로 그 미세한 찰나.

시우는 가슴에 남은 마지막 생명의 온기를 전부 폭발시키며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동공 밑바닥에서 은빛 시공간의 스파크가 맹렬하게 휘몰아쳤.

"풀 타임이다, 개새끼들아."

'정지!'

스우우우──.

세상의 모든 소음과 총구가 격발되기 직전의 찰나가, 차가운 흑백의 무덤 속으로 완벽하게 침몰했다.

사투를 위한 마지막 5초의 카운트다운이 냉혹하게 시작되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