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18화: 묵음의 전장
뚝, 뚝.
콘크리트 천장에서 떨어진 차가운 물방울이 바닥의 고인 물웅덩이를 두드렸다.
어둡고 곰팡이 냄새가 찌든 구 정수장 지하 기계실. 천장에 매달린 낡은 백열등 하나가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위태롭게 주황색 빛을 뿌려대고 있었다.
시우는 계단 끝에 서서 지하 공간의 전경을 훑었다.
백열등 바로 아래, 낡은 목재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유나가 묶여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자는 차갑게 비어 있었다. 주변에는 거친 먼지만이 가라앉아 있을 뿐, 사람의 온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유나가…… 없어? 함정인가?'
시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는 찰나.
지직, 툭.
어둠 속에서 말끔한 정장을 입은 사내가 구두 굽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한도진이 아니었다. 한도진의 전담 변호사이자 부패한 법률가, 김민석이었다.
"도진 씨의 의심이 맞았군. 경찰들을 움직여 내 의뢰인의 목을 조르고, 내 뒤까지 캐려던 보이지 않는 사냥꾼이…… 고작 이런 고등학생 꼬맹이였을 줄이야. 정말 허탈하네."
김민석은 차갑게 조소하며 안경을 치켜올렸다.
철컥, 철컥.
김민석의 손짓에 시우의 등 뒤와 우측 어둠 속에서 거친 발소리가 울렸다.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건장한 깡패 사내 서너 명이 무기를 든 채 시우를 포위했다. 그중 두 명은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을 시우의 심장과 머리를 향해 겨누고 있었고, 다른 사내들의 손에는 날카로운 사시미칼과 묵직한 쇠파이프가 들려 있었다.
도주로는 완벽히 차단되었고, 시우의 이마에는 권총의 붉은색 레이저 포인터가 조준선처럼 박혔다.
"우웁……! 쿨럭! 컥!"
시우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녹슨 철제 난간을 꽉 움켜쥐며 밭은기침을 토해냈다.
기침과 함께 뿜어진 핏방울들이 바닥의 물웅덩이 위로 후두둑 떨어져 붉은 얼룩을 만들었다. 안색은 핏기를 잃어 밀가루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다리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김민석은 그 처참한 몰골을 아주 흥미롭다는 듯 관찰했다.
"몸 상태가 아주 엉망이군. 도진 씨가 말한 그 '초자연적인 힘'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내 알 바 아니지만, 자네가 살아 있으면 우리 둘 다 아주 곤란해진다는 건 확실하지. 여기서 자네를 묻어버리면 모든 골칫거리가 말끔히 해결되거든."
"……최유나 어디 있어, 이 개새끼야."
시우는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김민석은 혀를 차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도진 씨가 아주 안전한 곳으로 잘 모셔두었지. 어차피 자네는 알 필요 없어. 여기서 죽을 테니까. 애들아, 정리해라."
김민석의 차가운 명령과 함께 깡패들이 방아쇠를 당기려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시우의 등 뒤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머릿속은 미친 듯이 톱니바퀴를 굴리며 최후의 탈출 경로를 시뮬레이션했다.
현재 자신의 망가진 폐 상태로는 시간 정지를 지속할 수 있는 한계가 길어야 10초였다. 10초를 초과하는 순간 뇌가 산소 부족으로 기절하거나 심장이 마비되어 그대로 길바닥에서 죽을 터였다.
그 멈춰진 10초 동안 시우가 해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자신을 겨누고 있는 깡패 1의 권총 약실을 열어 슬라이드를 젖혀 무력화할 것.
둘째, 우측에서 조준하고 있는 깡패 2에게 달려가 그의 총구 방향을 비틀어 고정할 것.
셋째, 쇠파이프와 칼목을 든 사내들을 무력화하고, 김민석에게 접근해 제압할 것.
시간이 멈춘 세계 속의 엄청난 공기 저항력과 쇠처럼 단단해진 사물들의 질량을 감안하면, 단 10초 만에 이 모든 동작을 성공시키는 것은 신의 기적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자살 행위였다.
하지만 유나가 한도진의 손에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순간, 시우의 눈동자에서 모든 주저함이 지워졌다. 그의 눈에 깃든 것은 두려움이 아닌, 심장을 쪼개놓을 듯 사나운 맹수의 살의였다.
"너희 머리 깨버릴 마술은 준비돼 있어, 양아치 새끼들아."
깡패들의 방아쇠가 꺾이려는 일촉즉발의 찰나, 시우는 허파에 남은 마지막 산소를 전부 태워 없애듯 외쳤다.
'정지!'
스우우우──.
세상의 시계추가 멈추며, 백열등의 깜빡이던 주황색 광선이 허공에 젤리처럼 고체로 굳었다.
사투를 위한 10초의 제한 시간 카운트다운이 마침내 작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