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16화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16화: 비의 파편

경찰서 취조실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병원에서 체포된 괴한 중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자백을 시작했다.

"한…… 한도진이가 시켰습니다. 돈을 줄 테니까 대학병원에 입원한 강시우라는 꼬맹이랑, 같이 있는 여학생 최유나를 납치해서 조용히 넘기라고 했습니다. 저희는 그냥 돈 준다길래 시키는 대로 한 것뿐입니다."

그 자백은 즉시 강력계로 전달되었다. 법원은 망설임 없이 카페 사장 한도진에 대한 연쇄 살인 사주 및 납치 교사 혐의로 정식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한도진은 이미 귀신같이 감시망을 피해 도주한 뒤였다. 그의 오피스텔과 자주 가던 아지트들은 텅 비어 있었고, 경찰은 즉각 그를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


[속보] 신정동 연쇄 실종 사건 유력 용의자 한 모 씨, 수배령 발령.
[앵커] 경찰은 한 씨가 체포영장 발부 직후 자취를 감추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 연고지 및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추적을 벌이고 있으나 수사에 난항을…….

텔레비전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속보를 바라보며, 시우는 빌라 침대에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쿨럭, 쿨럭……!"

입을 가로막은 손바닥에 붉은 핏물이 묻어났다. 병원에서 간신히 조기 퇴원해 몸을 추스르고 있었지만, 무리하게 능력을 연속 사용한 대가로 그의 폐와 심장은 여전히 기괴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몸의 상태는 최악이었고, 회복률은 겨우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쿵, 쿵, 쿵!

문이 다급하게 열리며 오달수 경장이 뛰어 들어왔다. 비에 젖은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시우야! 몸은 좀 어떠냐!"

"오 아저씨. 한도진이 도망쳤다고요."

"그래, 미안하다. 진작에 긴급체포했어야 했는데…… 법원이고 뭐고 다 늦장 수사를 벌이는 바람에 놈을 놓쳤어. 하지만 걱정 마라. 놈이 도주 중에 복수하겠답시고 너나 반장 학생을 찾아올 것에 대비해서, 네 빌라 앞이랑 최유나 학생 주변에 형사들을 밀착 경호로 배치해 뒀다. 교대로 보초를 서고 있으니까 밖으로 절대 나오지 마라!"

"……유나는요?"

"그 학생 집 앞이랑 다니는 학원 건물 앞에도 형사들이 지키고 있어. 연락해 뒀으니 꼼짝 말고 있으라고 했다."

오 경장의 당부에도 시우의 가슴속에는 서늘한 불길이 번졌다.

한도진은 영악한 독사다. 자신을 추적하고 파멸 직전까지 몰아넣은 '보이지 않는 사냥꾼'이 강시우라는 사실을 이미 눈치챈 놈이다. 그런 놈이 도주하는 와중에 얌전히 도망만 칠 리가 없었다. 놈은 분명 판을 뒤집기 위해 가장 확실한 카드인 유나를 노릴 터였다.


그 시각, 빗물이 새는 도심 외곽의 버려진 건물 내부.

한도진은 초라하게 도망친 신세였음에도 불구하고, 눈동자만큼은 더욱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그가 고용한 또 다른 깡패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탁자 위에는 유나가 다니는 학원 건물의 구조도와 형사들의 보초 위치가 그려진 종이가 놓여 있었다.

"보이지 않는 사냥꾼을 잡으려면 덫이 필요하지."

도진은 김 변호사가 미리 수소문해 둔 해결사들에게 지시했다.

"학원 건물 2층 비상구 쪽에 가짜 화재 폭탄 장치를 설치해라. 그리고 경찰서와 소방서에 '학원 건물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익명으로 신고해. 화재 경보기가 울리고 폭탄 테러 신고가 접수되면, 그 미련한 형사들은 대피 소동에 정신이 팔려 여학생 주변을 비우게 될 거다. 그 찰나의 공백에 최유나를 낚아채."

"알겠습니다, 사장님."

도진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강시우…… 네가 아무리 귀신같이 움직여도, 이 여자애가 내 손아귀에 있다면 제 발로 찾아올 수밖에 없을 거다."


방과 후 저녁 6시 15분.

하늘은 장대비로 어두컴컴했고, 바람이 강하게 몰아쳐 가로등 불빛이 흐릿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유나는 학원 수업을 마치고 형사들의 경호를 받으며 건물 밖으로 나오려던 참이었다. 학원 입구에는 형사 두 명이 삼엄하게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위우우우웅──!

갑자기 학원 건물 내부에서 기괴할 정도로 날카로운 화재 비상 경보기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소방차 여러 대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건물 앞으로 돌진해 왔다.

"폭탄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전원 즉시 건물 밖으로 대피하세요!"

학원 선생들과 소방관들이 외치며 학생들이 썰물처럼 쏟아져 나왔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어? 어?!"

유나의 경호를 맡았던 두 형사는 폭탄 테러 우려에 당황하여 밀려 나오는 학생들 속에서 유나를 찾으려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최유나 학생!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군중에 밀려 시야가 가로막힌 찰나, 혼란스러운 대피 대열의 뒤편에서 검은 우비를 쓴 사내들이 유나의 팔을 우악스럽게 낚아챘다.

"읍……! 으읍?!"

순식간에 입과 코가 약품이 묻은 손수건에 틀어막혔다. 유나는 몸부림쳤지만 빗소리와 화재 경보기 소동에 그녀의 미약한 반항은 묻혀버렸다. 유나의 손에서 스마트폰이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져 빗물 속으로 굴러갔다.

그녀를 납치한 사내들은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 안으로 유나를 던져 넣고 빗길을 뚫고 빠르게 사라졌다.


저녁 6시 45분.

집에서 초조하게 유나에게 연락을 취하던 시우는 계속해서 통화가 되지 않자 겉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빗속으로 뛰쳐나왔다.

학원 앞 사거리로 허겁지겁 달려온 시우의 눈앞에 들어온 것은, 화재 경보기와 폭탄 테러 오인 소동으로 어수선한 현장과 절망적인 표정으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형사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빗물 고인 아스팔트 바닥에 뒹굴고 있는 유나의 스마트폰.

띠링.

그때, 시우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징하게 울렸다. 발신 번호 제한으로 표시된 문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최유나를 살리고 싶다면 혼자서 신정동 구 정수장으로 와라. 경찰에 알리거나 허튼짓을 하면 그 즉시 여자의 목을 따겠다.]

"아……."

시우의 머릿속 끈이 뚝 끊겨 나갔다.

갈비뼈를 난도질하는 폐의 격통조차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전신을 지배하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처절한 분노와 살의였다.

시우는 빗물에 젖은 유나의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이를 악물었다.

"한도진…… 널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 죽여버리겠어."

세차게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 시우의 시공간이 핏빛 분노와 함께 서서히 뒤틀리기 시작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