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14화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14화: 장막 뒤의 음모

"컥…… 커헉! 헉……!"

등교길 사거리 모퉁이 전신주를 붙잡은 시우의 상체가 심하게 꺾였다.

입을 틀어막았던 손바닥을 떼어내자, 손금 사이사이에 점점이 박힌 붉은 선혈이 아침 햇살을 받아 잔인할 정도로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 진짜 상태 안 좋네."

시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핏자국을 바지에 대충 쓱쓱 문질러 닦았다.

갈비뼈 안쪽은 달궈진 인하로 지지는 듯 뜨겁고 아팠다. 단순히 숨이 가쁜 수준이 아니었다. 시간을 정지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세상이 묘하게 느려지고 공기의 밀도가 뻑뻑해지는 '시간 정지의 잔상 증상'이 그의 시야를 종종 흐려놓고 있었다. 초월적인 기적의 힘이 시우의 필멸자 육체를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갉아먹으며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스으윽──.

바로 그 순간, 사거리 옆 차선에 은색 순찰차 한 대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튀어나온 것은 오달수 경장이었다. 그는 서류를 챙기다 말고 전신주에 기대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시우를 발견하고 경악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시우야! 야! 강시우! 너 왜 이래!"

"어…… 오 아저씨…… 저 괜찮……."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시우의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며 다리가 완전히 풀렸다. 오 경장은 급하게 시우의 상체를 받아 안았다. 시우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이마에서는 비 오듯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야! 정신 차려! 눈 떠봐! 김 순경, 시동 걸어! 응급실로 간다!"

오 경장은 시우를 번쩍 안아 들고 순찰차 뒷좌석으로 뛰어 들어갔다. 경적을 울리며 도심을 질주하는 순찰차 안에서, 오 경장은 시우의 차가운 손을 꼭 쥐며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

산소마스크를 쓴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시우의 가슴이 가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커튼을 걷고 나온 중년의 내과의사는 의아함과 심각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오 경장에게 진단 차트를 보여주었다.

"이 환자 보호자 되십니까?"

"아닙니다. 동네 파출소 경찰인데, 길에 쓰러져 있는 걸 데려왔습니다. 상태가 어떤가요?"

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믿기 힘든 상태네요. 겨우 고등학생인데, 폐포의 절반 이상이 극심한 기압 차나 산소 결핍으로 파열되어 있습니다. 마치 몇 달 동안 고지대 무산소 지대에서 생명유지 장치 없이 격렬한 훈련을 받은 사람 같아요. 게다가 만성 피로와 면역력 저하 수치는 상식을 뛰어넘습니다. 뇌 신경망 수치도 과부하 상태라, 마치 머리를 쉼 없이 극도로 굴려 모든 에너지를 갉아먹은 천재들의 뇌 스캔 결과와 흡사해요. 당분간 꼼짝 말고 입원해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의사가 자리를 뜨자, 오 경장은 멍하니 산소마스크를 쓰고 누워 있는 시우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고여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 그랬던 거였어.'

오 경장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죄책감에 휩싸였다.

자신을 포함한 경찰들이 실종 사건의 맹점에 부딪혀 허덕이고 있을 때, 이 고등학생 꼬맹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뇌 세포를 태우고, 산소를 잃어가며, 밤낮으로 연쇄살인마 한도진의 꼬리를 쫓고 있었던 것이다. 그 천재적인 프로파일링과 완벽한 덫 설계는 단순한 영감이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과 육체를 대가로 깎아가며 얻어낸 처절한 추적의 산물이었다.

"시우야…… 이 아저씨가 미안하다. 네가 이렇게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가며 범인을 추적하고 있었다는 걸 몰라보고, 맨날 팁이나 달라고 징징댔으니……."

오 경장은 시우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오열했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려던 유나는 그 광경을 보고 턱밑까지 숨이 막혔다. 오 경장의 전화를 받고 학교에서 단숨에 뛰어온 그녀였다.

"강시우!"

유나는 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침대 옆으로 달려와 시우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산소마스크 너머로 비치는 시우의 창백한 얼굴과 여윈 뺨은 그녀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너 진짜 미쳤어? 그냥 감기 몸살인 줄 알았더니 이게 무슨 꼴이야! 의사 선생님이 폐가 다 망가졌다잖아! 너 대체 밤마다 뭘 하고 돌아다닌 거야?! 너 바보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

유나는 눈가를 붉히며 다그쳤다.

시우는 마스크 속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쳐다보았다.

'아니…… 진짜 다들 왜 날 비장한 시한부 천재 프로파일러로 만드는 건데…… 나 그냥 등교 날로 먹고 싶었을 뿐이라고…….'

소리쳐 해명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에 고인 가래와 피 맛 탓에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시우는 만사가 귀찮아져 눈을 감고 깊은 잠 속으로 도망쳤다.


그 시각, 신정동 외곽의 한 한적한 개인 사무실.

두꺼운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 안에서 한도진과 그의 변호사 김민석이 마주 앉아 있었다.

김 변호사는 태블릿 PC를 켜 수사 상황을 짚어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사장님. 상황이 무척 나쁩니다. 비록 이번 전파법 위반 건은 훈방으로 넘겼지만, 경찰이 당신을 연쇄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밀착 감시를 시작했습니다. 형사들이 당신의 오피스텔 앞과 동선마다 붙어 있습니다. 당분간 꼼꼼히 숨어 지내며 꼬투리 잡힐 일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도진은 차갑게 소리 내어 웃었다. 어둠 속에서 그의 퀭한 안면이 괴기스럽게 비쳤다.

"경찰들이 쫓아다니는 건 귀찮지 않아. 정말 문제는 따로 있어. 김 변호사, 그 녀석이야."

"그 녀석이라니요?"

"강시우. 그 고등학생 꼬맹이. 내 지하실 바닥에 떨어진 피도, 내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판을 흔든 것도 다 그 녀석이야. 단순한 프로파일러가 아니야. 눈에 보이지 않게 움직이며 사물을 순간 이동시키거나 왜곡하는 능력을 갖췄어."

김 변호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한도진이 경찰의 압박에 시달려 드디어 정신이 미쳐버린 것이라 생각했다.

"도진 씨, 과도한 스트레스로 헛것을 보신 모양입니다. 물리적으로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헛소리가 아니야! 내 두 눈으로 확인했어!"

도진이 거칠게 책상을 내려쳤다. 그의 충혈된 눈동자 밑바닥에 서린 광기와 지독한 진지함은 결코 헛소리를 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그 녀석이 날 조여 오고 있어. 이 감시망을 뚫고 상황을 끝내려면, 그 보이지 않는 사냥꾼을 먼저 끌어내서 제거해야 해."

"어떻게 끌어내실 생각입니까?"

"그 녀석과 항상 붙어 다니는 여자애가 있어. 최유나. 그 애를 납치하면 강시우 녀석은 제 발로 기어 나올 수밖에 없어. 김 변호사, 당신이 아는 깡패들이 있지?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최유나를 납치할 녀석들을 수소문해 줘."

김 변호사는 잠시 망설였다. 평소 부모에게 물려받은 건물에서 취미 삼아 가죽 공예나 하며 카페를 운영하던 금수저 한도진. 하지만 그가 매달 송금해 주는 막대한 자문료의 액수와 그간 놈의 뒤를 봐주며 얽힌 법적 리스크를 고려한 김 변호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경찰 감시를 피해 조용히 움직일 만한 깡패 놈들을 수소문해 보죠. 하지만 도진 씨,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더는 큰 골칫거리를 만들지 마십시오."

"후후후, 걱정 말라고."

사무실을 나선 김 변호사는 고급 세단 뒷좌석에 올라탔다. 그는 품속에서 대포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어, 나 김 변호사다. 한도진이 부탁한 건이 하나 있다. 고등학교 여학생 하나를 납치해서 지정된 장소로 데려와라. 경찰들 눈 피해서 은밀하게 움직이고, 실패하면 너희 선에서 꼬리 잘라라. 착수금은 바로 보낼 테니."

수화기를 내려놓은 김 변호사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다. 시우를 향한 깡패들의 그물이 병원 주변으로 서서히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