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13화: 상흔과 의심
[속보] 신정동 카페 사장 잼머 소지 혐의 조사…… 연쇄 실종 연루 의혹은 부인
[단독] 경찰, 압수수색 영장 집행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훈방 조치. 밀착 감시 개시.
월요일 아침, 등교 시간 버스 안의 승객들은 저마다 스마트폰 액정을 두드리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동네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연쇄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카페 사장이 경찰 수사망에 올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용의자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경찰은 감시를 강화했다는 애매한 뉴스에 사람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시우는 버스 손잡이를 잡은 채 그 소식을 들으면서도, 기뻐하거나 안도할 겨를이 없었다.
그의 얼굴은 핏기가 싹 빠진 백지장처럼 투명하게 질려 있었고, 등 뒤로는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려 셔츠를 적시고 있었다.
"하아…… 하아……."
가만히 서서 숨을 쉬는 것조차 지옥 같았다.
연속적인 시간 정지 능력의 대가는 정직하고 흉포했다. 기침을 가볍게 할 때마다 목구멍 안쪽에서 비릿한 철분 냄새가 맴돌았고, 갈비뼈 안쪽의 폐포들이 하나둘 터져나가는 듯한 날카로운 둔통이 24시간 내내 그를 괴롭혔다. 걸음을 내딛는 매 순간마다 온몸의 관절이 비명을 질렀다.
마침내 버스에서 내려 학교 정문 앞에 도달했을 때, 시우는 거의 쓰러질 듯이 비틀거렸다.
"야! 강시우!"
정문 옆 담벼락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나가 시우를 발견하고 잽싸게 달려왔다. 그녀의 양손에는 시우를 위해 매점에서 미리 사둔 따뜻한 캔커피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시우의 초췌한 몰골을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유나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너…… 너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시체 같아!"
"어……? 아, 그냥 어제 밤에 잠을 좀 설쳐서 그래. 게임하느라 늦게 잤거든."
시우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능청을 떨려 했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덜덜 떨리는 그의 손끝과,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은 결코 감출 수 없었다.
유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시우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눈물을 쏟는 대신, 유나의 얼굴에는 깊은 의심과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이 번졌다.
"야, 강시우. 너 혹시…… 어젯밤에 우리 집 근처 서성였냐?"
"어? 내가 왜?"
"그게 아니면 왜 이 추운 밤바람 속에서 밤새 밖에서 떨다 온 사람처럼 입술이 파래지고 감기 몸살에 걸려서 이 꼬라지야? 너…… 나 스토킹하냐?"
"스토킹은 무슨……."
"아니면 밤늦게 폼 잡고 돌아다니다가 독감이라도 세게 걸린 거야? 너 진짜 한심하다."
유나가 한숨을 폭 쉬며 캔커피를 억지로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따뜻한 캔커피의 온기가 시우의 굳어버린 손을 타고 올라왔다.
유나는 츤츤거리며 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열도 엄청나네. 칠칠치 못하게 진짜. 야, 너 나 좋아하냐?"
"하, 기가 막혀서. 내가 왜 널 좋아하냐?"
시우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자, 유나는 콧방귀를 뀌며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아님 말고. 아무튼 너 나중에 몸 다 나으면 매점 가서 빵이랑 초코우유 상납해라. 아픈 놈 간호해 주는 반장에 대한 예의로."
"참나, 아픈 사람한테 빵 셔틀을 시키냐."
"간호 요금 선불이거든? 자, 내 어깨 잡고 가자."
유나는 투덜거리면서도 시우의 한쪽 팔을 제 어깨에 걸치게 했다. 그리고 작은 체구로 시우의 몸무게를 간신히 지탱하며 교실을 향해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다.
교실에 들어온 이후로, 시우의 일상은 기묘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유나는 반장의 권한을 남용하여 교실 안에서 시우를 향한 '철저한 역보호 감시망'을 가동했다.
"강시우. 너 자습 시간에 책상 닦지 마. 엎드려 있어."
"초코우유 내가 매점 가서 사 올 테니까 가만히 누워 있어. 물도 내가 떠다 줄 거야. 다 나으면 갚으라고."
"너 땀 흘리잖아. 바람 불면 감기 걸려."
유나는 쉬는 시간마다 시우의 책상 옆에 붙어 앉아 그의 이마에 젖은 수건을 얹어주거나, 매점에서 사 온 빵을 한 입 크기로 찢어서 억지로 시우의 입에 쑤셔 넣었다.
짝꿍과 뒷자리 아이들은 그 광경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야, 강시우. 너네 진짜 1일이냐? 반장님이 보살을 자처하시네."
"사귀는 거 아니면 저렇게 극진하게 간호할 리가 없지. 강시우 계 탔네!"
아이들의 장난 섞인 야유에 유나는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당당하게 지침을 내렸다.
"시끄러! 지각 대장이 몸 관리 못 하고 아파 누워 있는 건데, 반장으로서 당연히 챙겨야지! 니들은 가서 수학 문제나 풀어!"
유나의 매서운 호통에 아이들은 투덜거리며 흩어졌다.
시우는 책상에 누워 유나가 건네준 바나나우유를 빨대로 마셨다. 몸은 여전히 쑤시고 아팠지만, 유나의 지극한 보살핌 덕분에 일과 자체는 무척이나 편안했다.
'이거…… 의외로 꿀인데? 나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날로 먹는 중이잖아.'
시우는 나태한 소시민다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같은 시각, 신정동의 한 오피스텔.
커튼 틈새로 길가에 주차된 형사들의 차량을 내려다보는 한도진의 눈동자에는 칠흑 같은 광기와 신경질적인 불안감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는 경찰에 연행되었다가 몇 시간 만에 풀려났지만, 경찰의 삼엄한 밀착 감시가 붙어 꼼꼼한 발걸음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를 미치게 만드는 건 경찰이 아니었다.
자신의 지하실 바닥에 흩뿌려져 있던 정체불명의 피,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비웃듯 인과율을 헤집어 놓는 그 '보이지 않는 사냥꾼'의 존재였다.
도진은 손끝으로 바닥을 긁으며 흉포하게 미소 지었다.
"강시우…… 네 녀석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야."
도진은 마침내 시우의 비밀, 즉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어떤 '괴이한 힘'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으려던 시우 역시, 그 대가로 몸이 온전치 못할 것임을 간파했다.
"그 불가사의한 힘이 영원할 것 같나? 네 녀석이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아 있을 때, 모든 것을 끝내주마."
한도진의 불길한 웃음소리가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괴물의 사냥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진짜 파국을 향해 꼬리를 쳐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