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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11화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시간 정지 능력으로 날로 먹는 법

11화: 궤적의 왜곡

쿠우우우웅──!

오토바이가 폭발적인 굉음을 내지르며 시우의 코앞 30센티미터까지 육박했다.
운전자의 살기가 가득 담긴 검은색 헬멧 실드와, 헤드라이트의 백색 광선이 시우의 온몸을 짓누르는 바로 그 찰나.

시우는 마지막 남은 산소를 끌어모으듯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갈비뼈 안쪽이 비명을 지르며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혈관을 타고 솟구쳤지만, 시우는 이빨을 드러내며 외쳤다.

'정지!'

스우우우──.

세상의 모든 폭음과 안개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오토바이 앞바퀴가 튀어 오르며 흩뿌리던 흙먼지와 물방울들이 허공에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박혀 있었다. 돌진하던 쇳덩이의 돌풍마저 딱딱하게 굳어버린 적막의 세계.

"커흐으억……!"

시우는 입안을 가득 채우는 비릿한 피 맛을 삼키며 무릎을 꿇었다.
연속된 무리한 능력 사용의 대가는 처참했다. 가슴이 납으로 가득 찬 것처럼 무겁고, 숨을 전혀 쉴 수 없는 멈춰진 세계의 압력이 그의 뇌를 마비시키려 했다. 하지만 여기서 쓰러지면 진짜 개죽음이었다.

'일어나……! 움직여야 해!'

시우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코앞에 멈춰 선 오토바이 운전자를 향해 걸어갔다.
운전자는 헬멧을 깊게 쓰고 있었지만, 틈새로 보이는 눈빛은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시우는 그의 헬멧 실드를 강제로 위로 밀어 올렸다. 굳어 있는 플라스틱을 밀어내는 마찰력이 손가락 껍질을 벗겨낼 듯 아팠다.

실드가 열리자 드러난 얼굴은 한도진이 아니었다.
얼굴 뺨 쪽에 짙은 칼자국이 흉흉하게 나 있는, 30대 후반의 거친 인상을 가진 사내였다. 전혀 모르는 낯선 얼굴이었다.

'누구지? 왜 나를……?'

시우의 머릿속에 의문과 혼란이 스쳤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시우의 눈에 차가운 안광이 서렸다.
그는 먼저 오토바이의 앞바퀴 핸들을 잡았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다. 멈춰진 유압 실린더의 저항 탓에 온몸의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시우는 이를 악물고 핸들을 완전히 꺾어 고정시켰다. 꺾인 앞바퀴의 끝이 가리키는 곳은, 바로 옆에 서 있는 단단한 콘크리트 전신주였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시우는 바닥에 버려져 있던 굵은 쇠줄(공사장용 철사)을 주워들었다.
그는 사내의 오른손목을 오토바이 핸들 프레임과 함께 꽁꽁 묶어 감아버렸다. 시간이 풀리는 순간, 사내는 꺾인 오토바이를 제어하기 위해 핸들을 반대로 돌리려 하겠지만 묶인 손목 탓에 꼼짝도 하지 못할 터였다.

마지막으로 시우는 오토바이 앞바퀴의 타이어 공기 밸브를 풀어버렸다. 멈춰진 세계 속이라 공기가 빠져나가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풀리는 순간 밸브 틈새로 슈우우욱 하며 급격히 바람이 빠져나가 타이어가 주저앉게 설계해 두었다.

가슴통증이 한계에 달해 눈앞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시우는 오토바이의 돌진 궤적에서 완전히 벗어난 안전한 담벼락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 가방끈을 꽉 쥔 채, 시우는 가슴에 남은 마지막 열기를 뱉어냈다.

'해제!'

콰아아앙──!

시간의 폭포가 다시 쏟아져 내렸다.

"어…… 어?!"

시간이 풀리자마자 오토바이 운전자는 기괴한 인과관계의 왜곡에 직면했다.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어야 할 타깃(강시우)이 눈 깜짝할 사이에 증발해 있었고, 자신이 똑바로 쥐고 있다고 확신했던 핸들은 왼쪽 전신주 방향으로 꺾인 채 고정되어 있었다.

사내는 급히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려 비틀었지만.

철컥!

"으, 으억?! 손이……?!"

쇠줄로 묶인 손목이 핸들에 고정되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앞바퀴 타이어의 바람이 순간적으로 슈우우욱 빠져나가며 주저앉았다. 접지력을 완전히 잃은 오토바이는 미친 듯이 요동치며 중심을 잃었다.

퍼어어억──!!

"콰당탕탕!"

오토바이는 시속 60킬로미터에 가까운 가속도 그대로 콘크리트 전신주를 들이받고 박살이 났다.
사내는 오토바이와 함께 골목길 바닥을 사정없이 뒹굴며 시멘트 담벼락에 몸을 부딪친 뒤,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부서진 오토바이 엔진에서 하얀 연기와 휘발유가 흘러나왔다.

시우는 담벼락 그늘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가슴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지만, 쓰러진 사내의 꼴을 보니 머릿속은 맑아졌다.
시우는 기절한 사내에게 다가가 그의 주머니를 뒤적였다. 품속에서 투박한 대포폰 한 대가 딸려 나왔다. 폴더를 열어 수신 메시지함을 확인하자,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부터 온 소름 끼치는 문자 하나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타깃: 강시우. 골목길 실족 사고사 위장 처리 요망.]

수신된 시각은 불과 1시간 전이었다. 머릿속에 한도진의 얼굴이 강하게 스쳤지만, 지금 당장 보낸 이의 정체를 확실히 알 방법은 없었다.

시우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대포폰을 다시 챙기려다, 이내 생각을 바꾸어 사내의 기절한 손가락 끝에 폰을 쥐여 준 뒤 골목 가로등 불빛이 가장 잘 비추는 바닥에 떨어뜨려 놓았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시우는 골목 밖 편의점 공중전화로 달려가 익명으로 사고 신고를 넣었다.
"여기 신정동 42번지 골목길에 오토바이 폭주족이 전신주 박고 쓰러졌어요. 기름도 새서 위험한 것 같아요."

수화기를 내려놓은 시우는 그제야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밤하늘을 보았다.
"한도진…… 넌 이제 끝이야."


다음 날 아침, 등교 시간.
사거리 파출소 앞은 평소보다 훨씬 분주했다. 순찰차 세 대가 경광등을 켠 채 대기 중이었고, 오달수 경장은 밤샘 근무의 여파로 충혈된 눈을 비비며 파출소 문을 나섰다.

시우를 발견한 오 경장은 잽싸게 달려와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시우야! 너 어제 밤에 별일 없었냐? 그 골목길 근처에 살잖아!"
"네?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시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오 경장은 목소리를 거의 기어 들어가는 톤으로 낮추며 흥분해서 속삭였다.
"어제 밤에 그 골목에서 청부 폭력 전과자가 오토바이로 전신주를 박고 기절한 사건이 있었어! 근데 더 충격적인 게 뭔지 아냐? 그 녀석 주머니에서 나온 대포폰을 털었더니, 카페 사장 한도진과 연결된 살인 사주 메시지가 나온 거야! 타깃이…… 바로 너였단다, 시우야!"
"저요? 말도 안 돼요. 사장님이 저를 왜……."

시우가 겁에 질린 연기를 펼치자, 오 경장은 의협심에 차오른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도진 그 자식, 지 잼머 꼬리가 밟히니까 뒤에서 수사 팁을 주던 너를 입막음하려고 킬러까지 고용한 거야! 아주 흉악무도한 놈이지! 근데 문제는…… 그 대포폰의 메시지들이 한도진의 개인 번호와 연결되어 있는 건 확인했는데, 이게 대포폰이다 보니 한도진이 자기 개인 번호 명의가 도용되거나 복제(클론)된 거라고 딱 잡아떼더라고. 그래서 법원에서 연결성이 불분명하다고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해 버렸어. 정황 증거만으로는 영장이 안 나온단 말이다!"

오 경장은 분통을 터뜨렸다. 범인이 코앞에 있고 살인 사주 폰까지 나왔는데, 법의 장벽에 부딪혀 지하실을 뒤질 영장을 발부받지 못하는 행정적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시우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오 경장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 아저씨. 그 대포폰 사주 혐의 말고, 전파법 위반으로 영장을 신청하면 되잖아요."
"전파법 위반?"
"네. 그 사람이 주변 CCTV나 통신을 먹통으로 만들 때 쓴 군용 무선 전파 방해 장치(잼머) 기억하시죠? 허가받지 않은 군용 장비 수준의 무선 전파 발신은 엄연히 전파법 위반이에요. 이건 무선국 미등록 개설 및 전파 방해 혐의라서 물리적인 발신 전파 흔적도 남고, 국가 통신망과 안전을 위협하는 직결된 불법 행위라 압수수색 영장이 아주 쉽게 나와요. 그걸로 카페 지하실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도 바로 도장을 찍어줄 거예요."

오 경장은 벼락을 맞은 듯 굳어졌다.
그는 멍하니 시우를 쳐다보았다.
살인마를 잡기 위해 살인 혐의가 아닌, 영장 발부가 쉽고 물리적 흔적이 확실한 '전파법 위반'으로 우회하여 수색 권한을 획득하는 노련한 수사관 같은 법적 기술.

"시우 너…… 너 진짜…… 국정원에서 파견 나온 요원 아니냐? 아니면 전공이 전파공학이냐?"
오 경장의 목소리가 경외감으로 덜덜 떨렸다.
"아뇨, 그냥 인터넷 뉴스에서 불법 잼머 단속 사례를 봐서요. 빨리 신청해 보세요, 아저씨. 늦으면 잼머를 숨기거나 부숴버릴지도 몰라요."
"그래! 당장 서장님께 보고하고 법원으로 날아가야겠다! 시우야, 넌 오늘 무조건 큰길로만 다니고 유나랑 붙어 있어라!"

오 경장은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글썽이며 순찰차로 뛰어 들어갔다.
시우는 멀어져 가는 순찰차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법의 그물이 마침내 한도진의 목을 조르기 위해 가동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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