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97화: 우주 영토의 등기부
목요일 오전 10시, 뉴욕 UN 본부 3층 비공개 특별 소회의실.
원형 회의실 테이블에는 프랑스 대통령 로랑 프랑소와(Laurent Francois)를 비롯해 유럽연합(EU)의 핵심 강대국 정상들 대여섯 명이 굳어버린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최종 서명을 대기 중인 '글로벌 단일 통화 전환 협정'과 '우주 금융 제국 헌법' 최종 서류가 놓여 있었다.
"한 의장님. 이건 민주주의 국가들의 기본 시스템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프랑스 대통령 프랑소와가 테이블을 가볍게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주 자산의 소유권과 가치 등록을 전적으로 안티그라비티 우주 신탁(AST)이라는 일개 사기업에만 일임하고, 독점적인 안티-코인 발행 권한을 의장님 개인에게 영구 부여한다는 조항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것은 국가 위의 독재 권력을 인정하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유럽의 다른 국가 수상들 역시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들은 협정 서명 직전, 마지막으로 한도윤과의 협상에서 자신들의 지분과 국가 중앙은행의 지배권을 일부라도 되찾기 위해 조직적인 저항을 시도하고 있었다.
도윤은 그들의 반발을 묵묵히 들으며 다리를 꼰 채 턱을 괸 채 창밖의 이스트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프랑소와 대통령의 성토가 잦아들자, 도윤은 소리 없이 미소 지으며 정면 스크린을 켰다.
"프랑소와 대통령님.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도윤의 차분한 음성이 정적을 깼다.
"프랑스는 현재 국내 인터넷 및 국가 안보 금융망의 85%를 우리 안티링크 위성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테크가 공급하는 상온 초전도 배터리 전력망 없이는 파리와 주요 대도시의 지하철과 전력 유통망이 당장 오늘 밤부터 작동을 멈추게 됩니다. 현재 유럽 전역이 겪고 있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속에서, 안티-코인의 통화 스왑 공급 없이는 프랑스 중앙은행은 3일 이내에 최종 채무 불이행 파산을 선언해야 합니다."
도윤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유럽 정상들의 얼굴에서 조금씩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도윤은 리모컨을 눌러 안티링크 위성 제어 지도 상의 프랑스 영토 노드를 붉은색으로 점멸시켰다.
"저는 협정을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서명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즉시 퇴장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프랑스가 조약 서명을 거부하는 즉시, 오늘 자정부로 프랑스 영토 내의 모든 안티링크 위성 통신 및 초전도 무선 에너지 공급을 무기한 영구 중단하겠습니다. 또한, 달에서 수송되는 헬륨-3 자원 공급 쿼터에서도 프랑스의 이름을 영구 제외하겠습니다."
"이, 이건 주권 국가에 대한 선전포고입니다! UN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프랑소와 대통령이 사르르 떨리는 주먹을 쥐고 외쳤다.
도윤은 나직하게 콧방귀를 꼈다.
"대통령님. UN 회원국의 80%가 넘는 150여 개 국가는 이미 서명을 완료하고 안티-코인을 사용 중입니다. 프랑스가 네트워크에서 차단되는 순간, 프랑스의 시민들이 엘리제궁 앞에 모여 단 몇 시간 만에 정권을 무너뜨릴지, 아니면 저와의 협상 거부를 지지해 줄지 직접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그 말이 끝난 직후, 곁에 있던 서은우 부회장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의장님, 차단 명령은 최후 통첩으로만 남겨두십시오. 실제 집행은 민간 전력망과 병원망을 예외 처리한 뒤 국제 감시단 입회하에 해야 합니다."
도윤은 잠시 침묵했다. 힘을 과시하는 것과 무고한 사람을 끊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굶기려고 여기 온 게 아닙니다. 낡은 화폐 권력을 끝내러 온 겁니다."
도윤의 무서운 일갈 앞에 프랑스 대통령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군사력과 달러가 주권을 규정했지만, 지금의 세상에서는 안티그라비티가 독점한 '안티링크 네트워크'와 '우주 자원' 자체가 곧 국가의 생존을 결정하는 물리적 주권이었다. 네트워크에서 차단당한다는 것은 21세기 문명국가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회의실 안에는 숨 막히는 침묵만이 맴돌았다.
결국 프랑소와 대통령은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린 채 펜을 들어 협정 조서에 서명하기 시작했다. 그를 지켜보던 다른 유럽 국가 정상들 역시 차례대로 포기한 눈빛으로 서명란을 채워나갔다.
그 순간, 도윤의 시야에 황금빛 시스템 알림창이 나타났다.
[시스템 실시간 연동 완료]
- 유럽연합(EU) 핵심국 전원 우주 금융 제국 헌법 동의 완료!
- AST 우주 영토 등기부의 전 글로벌 법적 강제력 100% 발효 성공!
- 플레이어 한도윤 개인 순자산 평가액: 78조 4,500억 원 → 85조 8,200억 원 돌파!
'85조 원인가…….'
전 세계 모든 영토와 금융의 법적 지배력마저 자신의 이름 아래 종속시킨 한도윤. 그의 우주 금융 제국은 이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단 하나의 신화가 되어 최종 대관식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유럽의 마지막 강대국들마저 네트워크 차단이라는 절대적 권능으로 무릎 꿇린 한도윤. 그의 화폐 황제로서의 정식 조인식이 열릴 내일을 향해 맨해튼의 노을이 그 어느 때보다 붉고 찬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