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86화: 우주 영토를 담보로
금요일 오전 10시,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컨벤션 센터 메인 홀.
전 세계의 주요 연기금 자산운용역,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총괄자, 그리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거물들 수백 명이 한자리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무대 중앙의 대형 스크린에는 안티그라비티 홀딩스의 은빛 로고와 함께 '안티그라비티 우주 신탁(Antigravity Space Trust, AST) 출범 및 우주 영토 채권 발행 설명회'라는 장엄한 제목이 띄워져 있었다.
"우주 영토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한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런던에서 날아온 한 투자은행의 고위 임원이 헛웃음을 지으며 옆 사람에게 속삭였다.
"아무리 스페이스Y와 동맹을 맺고 블랙스톤 아시아 지부를 인수했다지만, 아직 달에 가보지도 못한 기업이 달의 자원을 담보로 채권을 팔겠다니요. 현대 금융공학의 선을 넘은 사기 극 아닙니까?"
"글쎄요. 그 상대가 다름 아닌 한도윤 의장입니다."
옆에 앉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투자총괄이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가 여태껏 시장에서 벌여온 신화들을 보십시오. 공매도 세력을 단 하루 만에 파산시키고 블랙스톤 아시아를 삼킨 자입니다. 이번에도 단순한 허풍은 아닐 겁니다."
잠시 후, 완벽한 블랙 슈트 차림의 한도윤 의장이 단상 위로 올라섰다.
수백 명의 거물들이 내뿜는 중압감이 장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도윤의 걸음걸이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마이크 앞에 서서 가볍게 청중을 둘러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안티그라비티 의장 한도윤입니다."
도윤의 차분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홀 내부를 울렸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인류 금융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확실한 안전 자산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달의 '헬륨-3(Helium-3)' 광구 개발권과 스페이스Y가 확보한 우주 저궤도 주파수 영토를 담보로 발행하는 '안티그라비티 우주 영토 채권(Space Territory Bond)'입니다."
도윤이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스크린 위로 스페이스Y의 위성 탐사 데이터와 영테크의 3D 자원 분석 시뮬레이션이 결합된 자료가 표시되었다.
"달 표면의 헬륨-3는 단 1톤만으로 인구 1,000만 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청정 상온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영테크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과 스페이스Y의 스타크루저를 이용한 달 광산 개척 프로젝트는 이미 최종 설계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는 향후 3년 이내에 연간 헬륨-3 50톤을 지구로 수송할 계획이며, 이 자원의 예상 가치는 최소 100조 원 이상입니다. AST는 이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여 20조 원 규모의 우주 영토 채권을 발행합니다."
회의장 안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단순한 개념 설명이 아니었다. 구체적인 과학적 데이터, 스페이스Y 일론 머스커 의장의 기술 보증 서명, 그리고 영테크의 차세대 우주 배터리 원천 기술 특허 코드까지 모두 공개된 완벽한 신용 보강이었다.
도윤의 눈앞에 그 순간, 황금빛 상태창이 나타나 새로운 시나리오 퀘스트를 펼쳐 보였다.
[띵동! 신규 메인 퀘스트 '우주의 연금술' 발생!]
[난이도: SS]
[설명: 인류 최초의 우주 금융 플랫폼 AST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고, 1차 우주 영토 채권을 완판하여 20조 원 규모의 우주 투자 펀드를 조성하십시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스페이스Y와의 1차 상업용 달 광산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해야 합니다.]
[성공 조건: 1차 우주 채권 완판 및 20조 원 자금 유치 성공.]
[보상: 우주 자원 지배 권능 획득, 달 영토 채권 신용 등급 AAA 달성, 경험치 8,000 exp, 플레이어 개인 자산 평가액 폭증.]
도윤은 마음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금융은 결국 '신용'과 '신념'의 게임이다. 사람들에게 무한한 우주의 미래에 대한 확실한 신념을 심어줄 수 있다면, 전 세계의 돈은 알아서 안티그라비티의 금고 속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우주 영토 채권의 만기는 5년, 연 이율은 6.5%를 보장합니다. 또한, 채권 만기 시 달의 헬륨-3 광산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영토 개척에 동참할 기회는 오늘 단 하루뿐입니다."
도윤이 발표를 마침과 동시에 태블릿 PC를 쥐고 있던 투자자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청중석의 분위기는 의심에서 경탄으로, 그리고 다시 탐욕과 초조함으로 빠르게 변해갔다. 달의 무한한 광산 지분을 선점할 기회. 그것은 향후 100년간 지구의 그 어떤 금광이나 유전보다 가치 있는 노다지였다.
설명회가 끝나고 질의응답이 시작되기도 전에, AST 싱가포르 지부의 투자 청약 시스템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의장님! 사우디 국부펀드(PIF)에서 5조 원 규모의 채권을 전액 즉시 인수하겠다고 신청했습니다!"
"테마섹에서 3조 원 인수 신청 완료!"
"유럽 연기금 연합에서 4조 원 유입 중입니다!"
정채원 대표가 흥분된 얼굴로 도윤에게 실시간 청약 현황을 보여주었다.
설명회가 끝난 지 불과 2시간 만에, 목표로 했던 1차 20조 원 규모의 우주 채권 발행 한도가 100% 매진되었고, 추가 청약 요구만 15조 원이 넘게 밀려들고 있었다.
지구를 넘어 무한한 우주의 영토를 담보로 자본을 연금술처럼 창조해내는 한도윤. 그의 손끝에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우주 금융이라는 거대한 신대륙이 마침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