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82화: 45,000원의 전선
오전 9시 30분. 안티그라비티 홀딩스의 주가는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를 구르고 있었다.
단 30분 만에 주가는 전일 대비 28%가 폭락하며 56,000원 선마저 붕괴했다. 하한가인 54,600원이 코앞이었다. 시장은 패닉 그 자체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시장가로 내던졌고, 기관 투자자들조차 리스크 관리라는 명목하에 손절매 행렬에 동참했다.
여의도 증권가의 한 대형 빌딩에 위치한 외국계 헤지펀드 한국 지부.
그곳의 트레이딩 룸은 축제 분위기였다. 대형 모니터들 위로 안티그라비티의 주가 차트가 수직 낙하하는 붉은색 궤적을 그리자, 선임 트레이더인 로버트 윌리엄스는 쾌재를 불렀다.
"역시 한국의 신생 기업 따위가 우리 시타델과 블랙스톤의 연합 공격을 견딜 수 있을 리 없지. 한도윤인지 뭔지 하는 풋내기가 우주 동맹이네 뭐네 떠들며 거품을 키우더니, 단 하루 만에 제자리로 돌아가는군."
로버트는 뉴욕 본사에 전화를 걸어 호탕하게 보고했다.
"현재까지 총 6,000억 원 규모의 물량을 투하했습니다. 개인들의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며 하방 압력이 극대화되었습니다. 5만 원 선이 붕괴되는 순간 하한가로 직행할 겁니다."
"훌륭하다, 로버트."
수화기 너머 월가 본사의 펀드 매니저가 차갑게 웃었다.
"하한가에 도달하면 대량의 대차 거래 계약 만기 물량을 헐값에 숏 커버링하여 차익을 실현한다. 그리고 회사를 통째로 흔들어 스페이스Y와의 우주 주파수 계약권을 우리가 저렴하게 인수한다. 계속 밀어붙여라."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안티그라비티 타워 45층 의장실에서 한도윤은 이 모든 호가 움직임과 적들의 대화 내용마저 상태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엿보고 있었다.
[시스템 실시간 연동 정보]
- 시타델 서울 지부 로버트 윌리엄스의 누적 공매도 실탄 소진율: 60%
- 적들의 단기 목표: 주당 45,000원 도달 시 1차 숏 커버링 개시 계획.
- 상태창 권능 분석: 적들은 50,000원 선 밑에서 강한 반발 매수세가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무차입 공매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빠르게 물량을 사들이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도윤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45,000원에서 사들여서 빠져나가겠다? 아주 도둑놈 심보로 가득 찼군. 하지만 내 허락 없이는 먼지 한 톨도 못 들고 나간다."
그는 즉시 정채원 대표에게 신호를 보냈다.
"정 대표님, 준비해 둔 1차 실탄 5,000억 원을 45,000원 가격대에 촘촘히 깔아두십시오. 단 한 주도 위로 튀지 않게, 적들이 매도를 때리는 족족 그 자리에서 조용히 흡수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매수 주문 집행합니다."
정 대표가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 순간, 안티그라비티 홀딩스의 호가창 맨 밑바닥인 45,000원에 비정상적인 규모의 매수 대기 물량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10만 주, 50만 주, 100만 주…… 순식간에 1,100만 주가 넘는 초거대 매수 벽이 호가창에 나타났다. 금액으로 무려 5,000억 원에 달하는 철옹성이었다.
"의장님! 주가가 45,000원에 도달했습니다!"
화면을 보던 트레이딩 팀원이 외쳤다.
파아아앗!
45,000원 선에 도달하자마자, 쏟아져 내리던 공매도 폭탄이 거대한 바위에 부딪힌 파도처럼 힘없이 깨어지며 안티그라비티의 매수 벽 속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수십만 주씩 던져지는 매도 물량이 45,000원이라는 가격대에서 단 1원도 아래로 뚫고 내려가지 못했다.
외국계 헤지펀드의 트레이딩 룸. 로버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45,000원에 이 미친 매수 벽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5,000억 원이라고? 한국의 기관들이 방어에 나선 건가?"
"아닙니다, 지부장님! 기관 창구가 아닙니다. 안티그라비티 홀딩스의 자체 자사주 매입 및 안티그라비티 홀딩스 대주주 특수관계인 명의의 계좌들입니다!"
분석관의 보고에 로버트는 안면을 구겼다.
"미친 짓이군! 자사주 매입으로 우리 매도 물량을 다 받아내겠다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우리 연합의 실탄은 3조 원이다! 저들의 방어벽을 깨부숴라! 45,000원 밑으로 주가를 끌어내려 패닉 셀을 유도해!"
로버트의 명령에 따라 시타델 연합은 보유하고 있던 2차 공매도 실탄을 미친 듯이 퍼붓기 시작했다. 45,000원 전선에서 인류 금융 역사에 남을 격렬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던지는 자와 받는 자의 숨 막히는 머니 게임.
그러나 도윤은 편안한 자세로 상태창을 보며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띵동! '신화급 금융 군주'의 권능 가동!]
- 스킬: '자본 흐름의 절대 정화(Capital Purification)' 발동.
- 효과: 아군 매수 대기 자금의 효율성 15% 증가. 적대 세력의 공매도 이자 비용 실시간 25% 폭등 유도.
- 현재 시타델 연합의 무차입 공매도에 따른 당일 미결제 약정 잔고 폭증 중.
"많이 던져라, 늑대 놈들아."
도윤의 차가운 음성이 나직하게 퍼졌다.
"너희들이 던진 주식은 전부 내 우주 제국의 단단한 주춧돌이 될 테니까."
오후 1시, 장이 중반을 넘어설 무렵. 시타델 연합이 무려 8,000억 원의 공매도 물량을 쏟아부었음에도 안티그라비티 홀딩스의 주가는 단 10원도 45,000원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지쳐버린 공매도 세력의 매도세가 주춤해진 틈을 타, 주가는 조금씩 반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도윤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진정한 반격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 대표님. 지금입니다. 스페이스Y 일론 머스커 의장과의 공동 성명서를 시장에 공표하세요."
드디어 도윤의 진정한 반격이 월가의 심장을 향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