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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81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81화: 공매도 세력의 선제공격

수요일 오전 8시 30분, 여의도 금융가와 테헤란로의 아침은 평소보다 훨씬 차갑고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장 개시를 30분 앞둔 시점, 증권가 사설 정보지(찌라시)와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는 정체불명의 악성 루머와 공포 섞인 비명으로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찌라시: 안티그라비티 홀딩스, 무리한 우주 주파수 및 해외 지분 매입으로 유동성 위기 봉착? 금융당국, 우회 상장 과정에서의 정밀 회계감사 착수 검토 중.]
[속보: 미 헤지펀드 연합, 한국 시장의 고평가 기술주에 대한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 구축 선언.]

인터넷 토론방은 이미 패닉에 빠진 개인 투자자들의 글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오전 8시 50분, 예상 체결가가 뜨기 시작했다. 마이너스 15%. 하한가 직전의 파란색 숫자들이 호가창을 무자비하게 지배하고 있었다.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당 78,000원을 돌파했던 안티그라비티 홀딩스의 주가는 장이 열리기도 전에 폭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같은 시각, 안티그라비티 타워 45층 회의실.
평소 냉철함을 잃지 않던 정채원 대표는 노트북 화면을 주시하며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녀의 옆에 선 서은우 부회장 역시 굳은 표정으로 태블릿 PC의 실시간 금융 데이터를 넘겨보고 있었다.

"의장님, 예상보다 공격 강도가 훨씬 강합니다."
정채원 대표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개장 전 시간외 거래부터 외국계 창구(모건스탠리, CS증권)를 통해 무려 500만 주가 넘는 매도 주문이 대기 중입니다. 시장에 퍼진 회계감사 루머는 전형적인 공매도 세력의 언론 플레이입니다. 금융위 고위 관료들을 포섭해 대차 잔고 규제 완화를 끌어낸 배후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도윤은 회의실 창가에 서서 비서가 타온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고요했다. 오히려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군요. 시타델과 블랙스톤 파트너스가 한국 법을 우습게 보고 무차입 공매도까지 서슴지 않고 들이붓고 있네요."

그의 망막 위로, 핏빛보다 붉고 선명한 S급 퀘스트 창이 다시 한번 점멸했다.

[S급 메인 퀘스트: 공매도 제국의 습격 - 실시간 전황]

서은우 부회장이 긴장된 눈빛으로 물었다.
"의장님, 현재 영테크와 스페이스Y 지분 딜을 통해 확보해 둔 가용 실탄은 총 3조 원입니다. 장 개시와 동시에 즉각 매수 지원에 나설까요? 지금 받아치지 않으면 주가가 무너져 개인 투자자들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

"아니요,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도윤이 단호하게 손을 저었다.
"지금 우리가 매수 벽을 대면, 저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물량을 던질 겁니다. 3조 원이라는 실탄은 엄청난 금액이지만, 무제한이 아닙니다. 저들이 가진 패가 완전히 소모될 때까지, 그리고 스스로 쳐놓은 덫에 깊숙이 걸려들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의장님, 주가가 무참히 깨지면 안티그라비티 홀딩스의 기업 이미지와 신용도에 타격이 올 텐데요."
정채원 대표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도윤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정 대표님, 주식 시장은 이성적인 공간이 아닙니다. 공포와 탐욕이 지배하는 전쟁터죠. 저들은 주가를 떨어뜨려 돈을 벌려는 탐욕에 눈이 멀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탐욕을 최대한 자극해 줘야죠. '안티그라비티가 방어할 힘이 없다'고 믿게 만드는 겁니다."

오전 9시 정각.
요란한 경보음과 함께 시장이 열렸다.

땡-!

시작과 동시에 호가창에는 피가 튀는 듯한 파란색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78,000원이었던 주가는 순식간에 70,000원 선이 무너졌고, 65,000원, 60,000원까지 수직 하강했다. 단 10분 만에 주가는 마이너스 22%를 기록하며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했다.

"CS증권 창구에서 200만 주 추가 매도! 모건스탠리 창구에서도 150만 주 시장가 매도 던집니다!"
정채원 대표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개인들의 투매 물량까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신용 융자로 들어온 물량들이 반대매매 공포로 시장가로 던져지고 있어요!"

화면 속의 주가는 이제 58,000원 선까지 밀려 내려왔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불과 몇 분 만에 1조 원 이상의 가치가 증발한 셈이었다.

월스트리트의 포식자들은 여의도의 대리인들을 통해 안티그라비티를 비웃고 있을 것이 뻔했다. '아시아의 애송이가 우주를 논하더니, 진짜 금융의 맛이 어떤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겠지'라며 축배를 준비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도윤은 여전히 차분했다. 망막 위에 떠 있는 상태창의 숫자들이 분 단위로 바뀌는 것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시스템 실시간 추적 정보]

도윤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라…….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지."

그는 서은우 부회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서 부회장님, 영테크 법무팀과 안티그라비티 홀딩스 컴플라이언스 팀을 총동원해 금융감독원에 외국계 창구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혐의에 대한 공식 조사 요청서를 즉각 접수하세요. 언론사 보도자료 배포도 동시에 진행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의장님.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서 부회장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정 대표님."
도윤이 호가창의 가장 밑바닥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45,000원 선에 5,000억 원 규모의 1차 매수 벽을 대기시켜 놓으세요. 저들이 45,000원까지 주가를 밀어 내리는 순간, 단 한 주도 놓치지 않고 싹 쓸어 담을 겁니다.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도윤의 가슴속에서 차가운 투지가 뜨겁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판 무덤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월가의 늑대들을 향해, 그는 보이지 않는 칼날을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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