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8화: 돈벼락의 습격
주식 시장에서 '세력의 등'에 올라탄다는 것은 참으로 안락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동안, 한길정밀의 주가는 골드파트너스 최 실장의 철저한 통제 아래 매일 3~5%씩 계단식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2대 주주의 투매 사건 이후 유통 물량이 완전히 세력의 손아귀에 들어간 덕분에, 호재 뉴스가 더 이상 터지지 않아도 주가는 가볍게 밀려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수요일 오전 11시.
한길정밀의 주가는 도윤의 눈앞에서 대망의 숫자를 찍었다.
[현재가: 7,490원 (+4.8%)]
도윤이 소환한 상태창에는 드디어 최종 탈출을 경고하는 붉은색 메시지가 떠올랐다.
[한길정밀 목표가 도달!]
[골드파트너스 최 실장 팀이 향후 10분 이내에 보유 물량의 60%를 처분하여 차익 실현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지금 당장 7,470원~7,490원 사이에서 전량 매도하여 수익을 확정하십시오.]
“기다렸습니다, 최 실장 형님.”
도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현물 25,200주를 7,480원에 시장가로 매도 주문을 넣었다.
워낙 호가가 빵빵하게 채워져 있던 터라 주문은 1초 만에 깔끔하게 체결되었다.
[체결 완료: 한길정밀 25,200주 전량 매도 체결. 평균 체결가 7,480원.]
[정산 금액: 188,496,000원]
[기존 보유 현금 포함 총자산: 346,624,000원]
3억 4천 6백만 원.
도윤은 멍하니 스마트폰 화면 속 자산 현황을 내려다보았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신용 대출 이자 몇십만 원에 벌벌 떨고, 28%의 평가 손실에 눈물을 흘리던 흙수저 개미 투자자가 아니었던가.
그랬던 자신이 지금 통장에 3억이 넘는 현금을 쥐고 있는 자산가가 되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실감 나지 않았다.
“내가…… 3억을 벌었다고?”
뺨을 꼬집어 보니 아팠다. 꿈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월급쟁이가 3억 원의 순자산을 모으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최소 7~8년은 일해야 했다.
그 세월을 단 열흘 만에 압축하여 건너뛴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돈벼락에 도윤은 온몸의 힘이 쭉 풀리며 헛웃음이 나왔다.
“우하하…… 으하하하하!”
원룸 방구석에서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젖히는 도윤의 머리 위로 찬란한 황금빛 효과음과 함께 상태창이 번쩍였다.
[레벨 업 완료! Lv. 3 → Lv. 5]
[보유 자산 3억 원 돌파를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초보 개미의 티를 벗고 ‘여의도의 떠오르는 큰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신규 권한 오픈: 고급 정보망 해제 (단순 주식 차트를 넘어 오프라인 실물 자산 및 연계 기업의 정보 스캔 가능)]
도윤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일단은 이 엄청난 성공을 스스로 자축하고 싶었다. 그동안 찌질하게 1,000원짜리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자신에게 상을 줄 때가 된 것이다.
그날 저녁, 도윤은 평소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강남의 최고급 일식 스시 오마카세 전문점을 찾았다.
한 끼에 무려 25만 원이나 하는, 예약조차 힘든 럭셔리 식당이었다.
셰프가 정성스럽게 쥐어주는 신선한 참치 뱃살 스시를 입에 넣자, 고소한 기름기가 혀끝에서 살살 녹아내렸다.
“와…… 이게 돈의 맛이구나.”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도윤은 그동안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식사를 마친 도윤은 오랫동안 미뤄왔던 플렉스를 시작했다.
자취방의 삐걱거리던 5만 원짜리 매트리스를 과감히 버리고, 300만 원 상당의 템퍼 모션 베드를 결제했다.
또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계좌로 300만 원의 현금을 송금했다.
송금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어머니에게서 즉시 전화가 걸려왔다.
― 도윤아! 이게 무슨 돈이냐? 혹시 나쁜 짓 한 거 아니지? 요새 유행하는 보이스피싱이니 뭐니 그런 거에 연루된 건 아니겠지?
어머니의 다급하고도 의심 가득한 목소리에 도윤은 헛기침을 하며 대기업 사원의 지위를 적극 활용했다.
“에이, 엄마. 무슨 소리야. 나 대기업 다니잖아. 이번에 회사에서 프로젝트 성공해서 특별 성과급이 좀 나왔어. 그러니까 걱정 말고 아버지랑 맛있는 거 사 드셔.”
― 어머, 진짜냐? 아이고, 내 새끼 장하다 장해! 우리 아들 대기업 가더니 출세했네!
어머니의 밝아진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돈이 주는 가장 큰 행복은 바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여유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기분 좋게 통화를 마치고 강남 거리를 걷던 도윤의 눈앞에, 갑자기 푸른색 홀로그램 스크린이 요란하게 깜빡였다.
[히든 퀘스트 발생: 빌딩주의 첫걸음]
[퀘스트 내용:
부동산 법원 경매와 연계된 코스닥 상장사 ‘대동개발(KOSDAQ 011300)’의 비밀 작전을 포착하고, 실물 자산과 주식 수익을 동시에 거머쥐십시오.]
[기업 정보 분석:
대동개발은 최근 강남 노른자위 땅에 소유한 빌딩이 부도 위기 소문으로 경매에 넘어가기 직전이며, 주가 역시 연일 폭락 중입니다.
하지만 대외적인 소문과 달리, 대동개발은 이미 정부의 ‘강남 도심 재개발 특별 구역’ 지정 승인을 비밀리에 획득한 상태입니다.
그들이 빌딩을 경매로 넘기려는 척 주가를 떨어뜨리는 것은, 소유주 일가가 차명으로 빌딩을 싼값에 낙찰받음과 동시에 주식을 헐값에 매집하려는 거대한 자작극입니다.]
[상태창의 제안:
내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입찰 법정으로 향하십시오.
세력들이 설계한 경매 가격을 해킹하여 빌딩을 저렴하게 낙찰받고, 동시에 대동개발 주식을 바닥에서 매집해 그들의 재개발 작전을 통째로 집어삼키십시오!]
도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주식 시장을 넘어 부동산 경매 법정까지 얽힌 거대한 작전.
그리고 그 작전의 최종 결과물은 다름 아닌 ‘강남 빌딩’이었다.
“강남 빌딩주…….”
도윤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야망의 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평범한 월급쟁이 개미에서, 이제는 강남 빌딩을 사냥하는 진짜 큰손으로 진화할 시간이었다.
도윤은 템퍼 침대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법원 경매 관련 책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의 진짜 주식 판타지 2막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