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75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75화: 5조 원의 계약 테이블

금요일 오전 10시 정각,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안티그라비티 타워 45층 펜트하우스 특별 접견실.

이중으로 방음 처리가 된 육중한 참나무 문 너머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라 불리는 포드-폭스바겐 모빌리티 연합의 총괄 CEO 헨리 스톤(Henry Stone)과 그의 핵심 경영진, 그리고 수석 엔지니어들이 테이블 한편에 마주 앉았다.

맞은편에는 안티그라비티 홀딩스의 한도윤 의장이 서은우 변호사와 정채원 팀장을 대동한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헨리 스톤 CEO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전용기를 타고 날아오느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의 푸른 눈동자만큼은 맹수처럼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비서가 통역을 준비하기도 전에, 유창한 영어로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냈다.

"한 의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태성SDI의 미국 소송 리스크와 미 법무부의 특별 조사 착수로 인해, 우리 연합이 내년 봄에 전 세계에 출시할 예정인 차세대 플래그십 전기 SUV 라인업의 배터리 공급망이 통째로 붕괴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우리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영테크가 보유한 전고체 배터리를 우리에게 즉시 공급해 줄 수 있습니까? 우리는 연간 100만 대 분량, 총액 50억 달러(한화 약 6조 5,000억 원) 규모의 구매 계약서를 들고 왔습니다."

헨리 스톤이 손짓하자, 비서가 두꺼운 영문 계약서 초안 바인더를 도윤의 앞으로 밀어놓았다.

정채원 팀장은 5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영테크 역사상, 아니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 역사상 단일 계약으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초대형 규모였다.

그러나 도윤은 계약서 바인더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잔에 담긴 홍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는 헨리 스톤을 가만히 응시하며 미소를 지었다.

"스톤 CEO님. 멀리서 오셨는데 차가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희 안티그라비티 홀딩스는 단순히 배터리 셀을 납품하고 마진을 챙기는 단순 하청 제조업체가 아닙니다."

헨리 스톤의 미간이 좁아졌다.

"단순 제조업체가 아니라니요? 영테크의 배터리 기술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말씀입니까?"

"배터리 기술은 당연히 공급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배터리 셀이 아닙니다."

도윤이 리모컨을 누르자, 회의실 벽면을 가득 채운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에 웅장한 3D 하드웨어 모델링이 나타났다.

"우리가 헨리 스톤님이 이끄는 완성차 연합에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배터리와 차량의 뇌, 그리고 구동 플랫폼이 완벽하게 결합된 차세대 통합 드라이브 유닛인 '안티그라비티 스마트 드라이브 팩(ASDP)'입니다."

도윤의 설명에 포드-폭스바겐의 기술 부사장과 수석 엔지니어들이 모니터 앞으로 상체를 바짝 들이밀었다.

"ASDP는 영테크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물리적 심장으로 삼고, 노바 AI의 4단계 자율주행 신경망 칩과 최적화 알고리즘을 뇌로 삼으며, 에이펙스 다이내믹스의 모빌리티 플랫폼 제어 장치를 뼈대로 삼아 하나의 독립된 모듈로 조립된 통합 패키지입니다. 완성차 브랜드는 이 드라이브 팩을 자사 플랫폼에 drop-in(그대로 끼워 넣는 방식) 형태로 탑재하기만 하면 됩니다."

포드-폭스바겐의 수석 엔지니어가 데이터 시트를 확인하더니, 동공을 크게 흔들며 헨리 스톤에게 소리쳤다.

"맙소사, 스톤! 이건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자율주행 제어 보드가 전고체 배터리와 물리적으로 일체화되어 있어서, 전력 손실률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노바 AI의 알고리즘 덕분에 주행 거리가 테스라의 최신 모델 대비 35% 이상 늘어납니다. 이 팩을 도입하면 우리 자체 플랫폼 개발 기간을 최소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습니다!"

회의실 안은 순식간에 기술적 경탄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

헨리 스톤 CEO 역시 노련한 사업가답게 이 제안의 가치를 단 1초 만에 꿰뚫어 보았다. 단순히 배터리를 사오는 수준이 아니었다. 안티그라비티의 기술을 도입하는 순간, 그들은 테스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을 단숨에 무력화하고 세계 시장의 절대적 패권을 쥘 수 있었다.

헨리 스톤은 자리에 일어나 도윤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한 의장님. 계약 조건을 완전히 수정합시다. 향후 5년간 우리 포드-폭스바겐 연합이 생산할 모든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안티그라비티의 스마트 드라이브 팩을 독점 탑재하겠습니다. 규모는 기존 50억 달러의 세 배인 총 150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입니다. 지금 당장 본 계약서에 서명하고 싶습니다."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스톤 CEO님."

도윤은 기분 좋게 그의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의 서명식이 끝난 직후, 미국의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지 1면에는 메가톤급 속보가 타전되었다.

[속보] 안티그라비티 홀딩스, 포드-폭스바겐 연합과 20조 원 규모 차세대 '스마트 드라이브 팩' 독점 공급 계약 정식 체결!
[기획] 한도윤, 태성SDI의 밥그릇을 통째로 강탈하다…… 대한민국 제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글로벌 기술 수출 성공!

이 뉴스가 시장에 전파되자마자 안티그라비티 홀딩스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 폭등 랠리를 달리며 주당 52,000원을 돌파했다. 시가총액은 순식간에 3조 2,000억 원을 넘어섰고, 도윤의 자산 평가액은 역사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태성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 위기를 맞이했다.

태성그룹 총수인 이창회 회장은 미국 정부의 소송 기각 및 20조 원 규모의 포드-폭스바겐 계약 강탈 소식을 접하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 회장은 즉시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여 이번 특허 소송 사태의 원흉인 이진우 사장을 모든 경영 일선에서 전격 경질하고, 그룹 승계 구도에서 영구 퇴출하는 초강수 결정을 발표했다.

한도윤이라는 사냥꾼에게 덤볐던 재벌 3세의 결말은 참혹한 몰락이었다.


[띵동! 메인 퀘스트 '거인 태성그룹과의 기술 패권 전쟁' 최종 대성공!]

안티그라비티 타워 옥상 루프탑.

도윤은 강바람을 맞으며 은빛 상태창의 신화급 히든 권능 이펙트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5조 원 돌파에 태성의 항복 문서라."

그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전세 자금 대출 이자 때문에 한강 다리를 바라보던 방구석 흙수저 개미에서, 이제는 5조 원의 자산과 글로벌 완성차 연합의 목줄을 쥐고 대한민국 최고 재벌의 승계 구도까지 내동댕이치는 세계 최고의 금융 군주가 된 한도윤.

그의 찬란한 상태창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금융 시장의 지도를 새로 그릴 위대한 신화의 완성을 찬란하게 비추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