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74화: 거인의 몰락, 미국의 철퇴
미국 시간 수요일 오전 10시, 워싱턴 D.C. 연방무역위원회(FTC)와 법무부(DOJ) 반독점 특별조사국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 금융 시장에 충격적인 발표를 내놓았다.
― "미 연방정부는 미국의 사법 및 특허 체계를 악용하여 불법 우회 자금으로 자국 기술 기업을 협박하고 글로벌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 혐의로, 특허 관리 회사인 '페가수스 IP'와 그 배후 세력인 한국의 대기업 태성그룹 해외 법인에 대해 정식 반독점 및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긴급 조사에 착수한다."
발표와 동시에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은 페가수스 IP가 제기한 노바 AI 및 에이펙스 다이내믹스에 대한 기술 수출 금지 가처분 신청과 20억 달러 소송을 '재소송 불가능 기각(Dismissal with Prejudice)' 처분으로 단칼에 기각했다.
피고 측인 안티그라비티가 제출한 이면 약정서와 5,000만 달러의 자금 세탁 증거가 너무도 명백했기에 심리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판사의 판결이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역시 페가수스 IP의 모든 자산을 불법 세탁 자금으로 동결 처리했다. 미국 정부의 철퇴가 태성그룹의 소송 동맹을 단 한 시간 만에 가루로 만들어 버린 순간이었다.
목요일 아침 8시 45분, 대한민국 증권 시장 개장 직전.
"의장님! 호가 주문이 마비될 정도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습니다!"
정채원 분석팀장이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미국 정부의 소송 기각 및 태성그룹에 대한 특별 조사 착수 소식이 밤사이 CNBC와 블룸버그를 타고 국내 경제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전날 공포에 질려 주식을 던졌던 개미들과 기관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광분하며 매수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오전 9시 정각. 장이 열리자마자 안티그라비티 홀딩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0.00% 상한가로 직행했다.
[현재가: 33,800원 (▲7,800원, 상한가)]
- 매수 잔량: 12,500,000주 (체결 불능 상태)
"하루 만에 상한가라니……!"
정채원의 손이 떨렸다.
도윤이 전날 주당 19,000원 대의 공포 투매 국면에서 장내에서 매집한 2,000억 원의 주식(지분 8.2%)은 하루 만에 평가 수익률 +77%를 기록하며 단숨에 1,540억 원의 초대형 시세 차익을 거두었다.
안티그라비티 홀딩스의 총 지분율은 기존 23%에서 31.2%로 늘어났고,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콘크리트 철옹성이 되었다.
같은 시각, 서초동 태성타워 사장실.
쨍그랑-!
이진우 사장이 던진 이탈리아제 크리스탈 재떨이가 대형 모니터 화면에 맞아 산산조각 났다. 화면에는 태성의 핵심 계열사인 '태성SDI'의 주가가 하루 만에 -18.5% 폭락해 시가총액 12조 원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는 처참한 차트가 띄워져 있었다.
"부사장님…… 미국 법무부로부터 공식 서한이 접수되었습니다."
비서실장이 이마에 땀을 흘리며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미 법무부가 부사장님을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 피의자로 공식 등재했습니다. 미국 입국 시 즉각 공항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될 것이며, 태성 아메리카 법인 전체에 대한 연방 국세청(IRS)의 특별 세무조사가 즉시 개시된다는 통보입니다."
"미국 정부가…… 나를 체포하겠다고?!"
이진우 사장의 안색이 핏기 없이 새파랗게 질렸다. 단순히 한국 주식 시장의 풋내기를 밟아주려던 소송전이, 자신의 목을 죄어오는 글로벌 외교 및 형사 문제로 번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태성SDI의 최대 고객사이자 연간 10조 원 규모의 배터리를 구매하던 미국의 완성차 거인 '포드-폭스바겐 모빌리티 연합'의 글로벌 본사에서 긴급 성명서가 날아왔다.
― "포드-폭스바겐 연합은 미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 및 특허법 위반 리스크가 발생한 태성SDI와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공동 개발 및 공급 협상을 이 시간부로 무기한 중단한다. 우리는 공급망 리스크가 없는 새로운 기술 파트너를 찾을 것이다."
"포드-폭스바겐마저 우리를 버린다고?!"
이진우 사장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한도윤을 죽이려 쏜 화살이, 태성그룹의 가장 거대한 미래 심장부를 꿰뚫어 버린 꼴이었다.
강남 안티그라비티 타워 의장실.
도윤은 창가에 서서 햇살을 듬뿍 받으며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황금빛 시스템 메시지가 찬란하게 쏟아졌다.
[띵동! '거인 태성그룹과의 기술 패권 전쟁' 1단계 클리어!]
- 페가수스 IP의 미국 소송 완전 기각 및 자산 동결 완료!
- 태성그룹 이진우 사장의 미국 사법 제재 유도 성공!
- 보상: 경험치 3,000 exp 획득, 안티그라비티 홀딩스 시장 지배력 +20% 상승!
그때, 서은우 변호사가 태블릿을 들고 급히 들어왔다.
"의장님! 극비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포드-폭스바겐 연합의 총괄 CEO인 헨리 스톤(Henry Stone)이 오늘 밤 자신의 보잉 747 개인 전용기를 타고 한국 김포공항으로 극비 입국한다고 합니다."
도윤이 눈을 빛냈다.
"헨리 스톤이 직접 한국에 옵니까?"
"네, 그렇습니다. 태성SDI와의 계약이 붕괴되면서 그들이 내년에 출시할 차세대 전기 SUV 라인업에 탑재할 배터리 수급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영테크의 전고체 배터리 핵심 특허 공동 소유권을 가진 한 의장님을 직접 만나, 안티그라비티 배터리 컨소시엄에 5조 원 규모의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해 달라고 애걸하러 오는 것입니다!"
도윤은 입꼬리를 올렸다.
"태성의 밥그릇을 뺏어올 때가 되었군요. 헨리 스톤 CEO를 내일 오전 10시 안티그라비티 타워 펜트하우스 특별 접견실로 모시도록 하세요. 최고의 환대를 준비해야죠."
그의 머리 위에서 빛나는 '글로벌 금융 군주'의 상태창은, 이제 대한민국 최고 재벌인 태성의 멱살을 쥐고 흔들 거대한 글로벌 수확 작전의 최종 승리를 예고하며 그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