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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70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70화: 보이지 않는 덫

금요일 오후 2시 30분, 강남 안티그라비티 타워 43층 자산운용 본부 매매 데스크.

회의실 안은 수십 대의 모니터가 내뿜는 푸른빛과 마우스 클릭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정채원 분석팀장은 헤드셋을 쓴 채 뉴욕, 홍콩, 싱가포르의 대형 외국계 투자은행(IB) 매매 데스크와 핫라인으로 쉴 새 없이 통화하고 있었다.

"골드만생스 홍콩 데스크, 정율코퍼레이션 주식 200만 주 스왑 거래 승인 확인했습니다. 모건스틸 싱가포르 지점에서도 추가로 150만 주 대차 물량 확보 완료되었습니다."

정채원이 보고서를 도윤에게 건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의장님, 지시하신 대로 정율코퍼레이션의 유통 주식 중 약 12%에 달하는 총 450만 주, 시가 기준 약 1,5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대차하여 공매도 포지션을 완벽하게 구축했습니다. 시장에 눈치채지 못하도록 10여 개의 외국계 사모펀드 계좌로 쪼개어 분할 진입했기 때문에, 현재 정율그룹 측 정보망에는 단순한 외국인 패시브 자금 유입으로 찍히고 있을 겁니다."

도윤은 다리를 꼰 채 태블릿 화면을 넘겨보았다. 화면에는 정율코퍼레이션의 대차잔고가 지난 사흘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좋습니다. 조태성이 주말 동안 큰 꿈을 꾸고 있을 텐데, 덫은 완벽하게 깔렸군요. 숏 포지션은 월요일 개장과 동시에 빛을 발할 겁니다."


토요일 저녁 8시, 서울 성북동의 한적한 숲속에 위치한 최고급 프라이빗 한정식집 '청운각'.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정재계 거물들만이 비밀리에 모이는 곳이었다. 청운각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특실 안에는 정율그룹 조태성 부사장과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신용공여 본부장들, 그리고 자산 규모 수백조 원을 굴리는 대형 연기금의 주식/채권 운용본부장들이 모여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상 위에는 최고급 샥스핀 요리와 한우 갈비, 그리고 한 병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발렌타인 40년산 양주가 놓여 있었다.

조태성은 잔을 높이 들어 올리며 기고만장하게 웃었다.

"하하하! 박 본부장님, 이번에 우리 정율코퍼레이션이 인도네시아에서 개발 중인 리튬 광산은 단순한 광산이 아닙니다. 미국 IRA 규제를 완벽하게 우회하는 청정 원자재 기지예요. 다음 달 발행하는 8,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는 연 7.5%의 파격적인 확정 금리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향후 정율그룹이 추진할 신규 배터리 계열사의 우선 청약권까지 패키지로 묶어 드릴 겁니다. 이보다 확실한 투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민국은행의 박 본부장이 껄껄 웃으며 조태성과 잔을 부딪쳤다.

"조 부사장님 말씀대로라면 저희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정율이라는 대기업 신용도가 있는데 8,000억 원 만기 연장이나 회사채 차환 발행 인수 건은 주말 지나고 월요일 아침 내부 승인 결재만 나면 즉시 집행될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연기금 쪽도 이미 포트폴리오 편입 한도를 늘려두었습니다. 이번 딜은 대성공일 겁니다."

연기금 본부장의 확답까지 받아내자, 조태성의 입꼬리는 귀에 걸릴 듯이 찢어졌다.

그는 술을 머금으며 마음속으로 한도윤을 비웃었다.

'한도윤, 네까짓 구멍가게 펀드가 아무리 영테크에서 잔재주를 부려봤자 대기업의 거대한 인맥과 자본줄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월요일에 8,000억 원 회사채 발행 성공 공시가 뜨는 순간, 정율코퍼레이션의 주가는 폭등할 것이고, 너희 안티그라비티는 시장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조태성은 비서에게 속삭였다.

"월요일 아침 9시 정각에 '정율코퍼레이션, 8,000억 원 회사채 완판 성공 및 인도네시아 리튬 광산 본격 양산 돌입' 보도자료 배포 대기시켜 놔."

"예, 부사장님!"

청운각의 밤은 깊어갔고, 조태성은 자신이 파놓은 성공의 단꿈에 취해 연신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들이 밟고 서 있는 바닥 바로 아래에 한도윤이 설치해 둔 폭탄의 도화선이 타들어 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운명의 월요일 아침 8시 30분.

대한민국 주식 시장 개장을 단 30분 앞둔 시점, 전 세계 모든 기관 투자자들과 펀드매니저들의 메신저와 터미널 화면에 시뻘건 긴급 속보 창이 일제히 번쩍였다.

[속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 정율코퍼레이션(002840)에 대한 '1,200억 원 규모 분식회계 혐의' 특별 정밀 감리 전격 착수 발표!

동시에 국내 최대 경제 전문지인 '대한경제신문'의 모바일 메인 페이지와 포털 사이트 1면에 메가톤급 탐사보도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단독] 정율그룹 핵심 지주사 정율코퍼레이션, 인도네시아 페이퍼 컴퍼니 동원한 1,200억 원 가공 매출 적발…… 내부 극비 이중 장부 단독 입수!

기사는 반박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교하고 구체적이었다. 위조된 매출 전표와 실제 은행 송금 내역, 그리고 조태성이 부하 직원에게 분식회계를 강요하며 보낸 이메일 캡처본까지 낱낱이 공개되어 있었다.

시장은 순간적으로 거대한 빙하기를 맞이한 듯 얼어붙었다.

"이게 뭐야?! 정율코퍼레이션이 분식회계를 했다고?!"
"1,200억 원?! 자본금의 절반이 날아갈 판이잖아! 당장 주식 다 던져!"

여의도 펀드매니저들은 비명을 지르며 정율코퍼레이션 매도 주문을 넣기 시작했다. 주말 동안 조태성에게 회사채 인수를 약속했던 시중 은행장들과 연기금 본부장들은 사색이 되어 담당 실무자들에게 고함을 쳤다.

"결재 당장 취소해! 정율 회사채 발행 전면 보류! 신용공여 만기 연장도 당장 취소하고 전액 회수 통보해!"


오전 9시 정각.

주식 시장의 개장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정율코퍼레이션의 차트는 괴물에게 뜯어 먹힌 듯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매수 호가는 완전히 실종된 채, 매도 잔량에만 무려 1,500만 주가 넘는 폭탄 매물이 쌓였다.

개장과 동시에 정율코퍼레이션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0.00%하한가로 직행했다.

[현재가: 24,500원 (▼10,500원, 하한가)]

정율그룹 조태성 부사장의 사무실.

조태성은 모니터 화면에 찍힌 시뻘건 하한가 숫자와 1,500만 주의 매도 잔량을 바라보며 숨을 쉬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은 하얗게 탈색되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때, 의장실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조창식 회장의 비서실장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부, 부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금융감독원 특사경(특별사법경찰)과 서울남부지검 검사들이 지금 본사 1층 로비를 통과해 부사장실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압수수색 및 부사장님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합니다!"

멀리서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경고음이 들려왔다.

조태성은 다리가 풀려 바닥으로 주저앉으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주가 폭락을 예견이라도 한 듯, 상상을 초월하는 공매도 포지션으로 단 5분 만에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두어들이고 있는 안티그라비티의 거대한 숏 낫이 피비린내를 풍기며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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