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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69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69화: 대기업 사냥법

짝-!

정율그룹 본사 38층 회의실의 무거운 공기를 깨뜨리는 마찰음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조태성 부사장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거칠게 돌아갔다. 볼이 순식간에 붉게 부풀어 올랐지만, 조태성은 신음 한마디 내지 못한 채 바닥만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그의 앞에는 정율그룹을 이끄는 거인, 조창식 회장이 쌕쌕거리는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

"이 머저리 같은 놈!"

조창식 회장의 목소리는 분노로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겨우 시총 3,000억짜리 중소기업 하나 먹겠다고 얄팍한 양아치 짓을 벌이다가, 한도윤이라는 거물을 정면으로 건드려?! 네가 지금 상대한 놈이 누군지 알고나 있는 거냐?!"

"아, 아버지…… 그저 안티그라비티는 여의도에서 갑자기 뜬 신생 펀드일 뿐입니다. 지주사 자금력을 동원하면 충분히 누를 수 있습니다."

조태성이 억울하다는 듯이 변명하자, 조창식 회장이 테이블 위에 놓인 영문 경제 전문지들을 아들의 얼굴에 내던졌다.

"신생 펀드?! 지난주 금요일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 뱅크가 파산했을 때, 월가의 모든 거물들이 공포에 질려 얼어붙어 있을 때 홀로 숏 포지션을 잡아 하루 만에 1조 원이 넘는 현찰을 쥐고 유유히 빠져나온 놈이다! 심지어 미국 재무부 차관보와 연방예금보험공사 부의장이 그놈이랑 다이렉트로 통화하면서 실리콘밸리 핵심 AI 기업들의 지분을 넘겨줬어! 미국 정부조차 우호적 파트너로 대접하는 놈을, 네까짓 재벌 3세 타이틀 하나 믿고 덤벼?!"

조태성은 날아온 서류들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도윤의 자금력과 글로벌 인맥이 이 정도 수준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창식 회장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달이면 우리 정율코퍼레이션의 유동성 회사채 8,000억 원 만기가 돌아온다. 해외 리튬 광산 개발 건이 지지부진하면서 자금줄이 막혀서, 은행권 연장이 안 되면 우리 그룹 전체가 흔들릴 판이야. 그런 와중에 네놈이 저지른 불법 주가 조작이랑 명동 사채 거래 건이 밖으로 새어나가서 검찰 수사라도 시작되면, 회사채 차환 발행은 전면 취소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 달 안에는 조용히 입막음하고 회계 감사를 통과시켜야 해. 알았어?!"

"네…… 명심하겠습니다."

조태성은 고개를 푹 숙였지만, 그의 두 눈은 한도윤을 향한 독기와 살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같은 시각, 강남 테헤란로의 안티그라비티 타워 의장실.

도윤은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속보가 올라오는 경제 뉴스 헤드라인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속보] 안티그라비티, 영테크 유상증자 1,500억 원 전격 납입 완료! 최대 우호 지분 확보!
[특징주] 영테크, 주총 승리 및 안티그라비티 배터리 컨소시엄 출범 소식에 3거래일 연속 상한가 랠리!
[공시] 영테크, 전고체 배터리 핵심 특허 공동 소유권 안티그라비티와 체결. 연내 시제품 생산 돌입!

"주가가 벌써 3배나 올랐군요, 의장님."

정채원 분석팀장이 상기된 얼굴로 보고했다.

"저희가 주당 15,000원에 제3자 배정으로 들어갔는데, 오늘 아침 상한가가 풀리지 않고 45,000원을 돌파했습니다. 1,500억 원을 투자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저희 지분 가치가 4,500억 원으로 폭등했습니다. 미실현 평가 이익만 무려 3,000억 원입니다!"

"시장도 전고체 배터리의 가치를 알아보는 거겠죠. 게다가 미국의 뱅크런 사태가 진정되면서 낙폭 과대주들에 돈이 쏠리는 타이밍과 아주 잘 맞물렸습니다."

도윤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찰나, 시야 한가운데에 장엄한 골드빛 시스템 스크롤이 펼쳐졌다.

[띵동! '글로벌 금융 군주'의 독점적 권능 발동!]

도윤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분식회계 1,200억 원이라…… 대기업이라는 놈들이 겉으로는 번드르르하면서 속은 썩은 동태 눈깔 같았군."

도윤은 즉시 비상 호출 벨을 눌렀다. 5분 만에 서은우 변호사와 정채원 팀장이 의장실로 들어왔다. 도윤은 락이 걸린 특수 USB를 서 변호사에게 건넸다.

"서 변호사님. 정율코퍼레이션의 이중 장부와 분식회계 자료입니다.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을 통해 페이퍼 컴퍼니와 유령 거래를 만들어 1,200억 원의 가공 매출을 올린 물증이 완벽하게 담겨 있습니다."

서 변호사는 자료를 태블릿에 띄워 대략 검토하더니, 사시나무 떨듯 손을 떨었다.

"이, 이건……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검찰 특수부가 바로 압수수색을 나가도 될 만한 스모킹 건입니다! 의장님, 이 자료를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얻는 방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이걸 쓰는 타이밍이죠."

도윤은 정채원 분석팀장을 바라보았다.

"정 팀장. 오늘부터 당장 안티그라비티 미국 법인과 국내 계열사 명의로 정율코퍼레이션의 대차 거래 잔고를 미친 듯이 늘리세요. 외국계 투자은행들과 조용히 접촉해서 정율코퍼레이션 주식에 대한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을 조용히 구축합니다. 우리가 쏠 실탄은 최대 2조 원입니다."

정채원 팀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2조 원 규모의 공매도라니요……! 정율코퍼레이션의 현재 시가총액이 1조 5,000억 원 선인데,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숏 폭탄을 투하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래야 저놈들이 숨도 못 쉬고 한 번에 압사당할 테니까요. 금요일 장 마감 직전까지 포지션 세팅을 끝마쳐 두세요. 월요일 아침, 조태성이 아버지에게 뺨 맞은 자리가 채 식기도 전에 대한민국 증시 역사상 가장 잔인한 '대기업 사냥'이 시작될 겁니다."

도윤의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의장실 안을 서늘하게 가득 채웠다. 정율그룹의 멸망을 알리는 사냥꾼의 덫이, 테헤란로의 높은 빌딩 위에서 소리 없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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