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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68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68화: 주주총회의 학살자

화요일 오전 9시 정각,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정율빌딩 12층 대회의실.

영테크의 운명을 결정지을 임시 주주총회장 안은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찌는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상 위에는 영테크의 창업주 김병선 대표가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그 반대편 귀빈석에는 정율그룹의 3세 조태성 부사장이 거만하게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조태성의 곁에는 대형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들과 비서들이 늘어서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비열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김 대표님. 시간 끌지 말고 빨리 시작합시다. 어차피 오늘 주총에서 김 대표님의 해임안은 가결될 테고, 우리 정율이 추천한 신임 이사진이 이 회사를 접수하게 될 겁니다. 좋게 은퇴할 기회를 줬을 때 잡았어야지,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버티십니까?"

조태성이 비아냥거리자, 김병선 대표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조 부사장! 당신이 내 사촌동생 김병조를 매수하고, 사채업자 박두식을 시켜 내 담보 주식을 반대매매로 털어갔다는 걸 모를 줄 알아?! 이건 명백한 적대적 약탈 행위야!"

"약탈이라니요? 자본주의 시장에서 지분으로 말하는 건 지극히 합법적인 비즈니스입니다."

조태성이 픽 웃으며 자신의 법률대리인에게 눈짓을 했다. 변호사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주주들의 지분 현황판을 가리켰다.

"현재 의결권 기준으로 김병선 대표 및 우호 지분은 28%에 불과합니다. 반면, 조태성 부사장님이 차명으로 확보한 지분 8%와 사촌동생 김병조 주주의 10%, 그리고 명동 대박 파이낸스의 박두식 대표가 보유한 20% 지분을 합쳐 조태성 부사장님 측의 우호 지분은 총 38%에 달합니다. 의결권 구조상 김 대표님의 해임안 가결 및 당사 이사진 선임은 기정사실입니다."

조태성의 사촌동생 김병조는 김 대표와 눈이 마주치자 멋쩍은 듯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조태성에게 거액의 뒷돈을 챙긴 뒤였다. 명동 사채업자 박두식 역시 시가를 물고 건들거리며 조태성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자, 더 볼 것도 없군요. 즉시 의안 상정하시고 표결 들어갑시다!"

조태성이 테이블을 탕 치며 소리쳤다.

바로 그 찰나. 대회의실의 두꺼운 참나무 문이 쾅!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수십 명의 주주들과 기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입구로 향했다. 완벽하게 재단된 네이비 핏 정장을 입은 한도윤 의장이 안티그라비티의 정예 법무팀과 서은우 변호사를 대동하고 회의실 안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왔다.

회의장 내에 순간적인 침묵이 흘렀다. 조태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들 뭐야? 여긴 영테크 주주총회장이다. 잡상인은 당장 경비원 불러서 쫓아내!"

도윤은 조태성의 고함 소리를 가볍게 무시하며 회의장 중앙으로 걸어가 단상 위 김병선 대표에게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 그리고는 품에서 만년필을 꺼내 돌리며 조태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잡상인이라니, 조태성 부사장님. 사람 눈 썰미가 그렇게 없어서야 어떻게 대기업을 이끌겠습니까?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의장 한도윤입니다."

"한도윤……?!"

조태성의 동공이 흔들렸다. 최근 여의도와 뉴욕을 뒤흔들며 3조 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금융 황제 한도윤이 왜 이 중소기업 주총장에 나타났단 말인가.

"당신이 안티그라비티의 한도윤 의장이라고? 그런데 왜 여기 나타난 거지? 당신은 영테크의 주주가 아닐 텐데?"

도윤의 뒤에 서 있던 서은우 변호사가 가죽 바인더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단상 위의 의장대와 조태성 측 변호사들에게 던져 올렸다.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는 어제 오후 4시부로 영테크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금 1,500억 원을 전액 완납 완료했습니다. 이에 따라 안티그라비티는 영테크의 신주 1,500만 주를 취득하여, 지분율 25%를 확보한 신규 2대 주주이자 최종 의결권자로 주주명부에 등재되었습니다."

주총장 안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가, 이내 폭발적인 웅성거림으로 뒤덮였다.

"1,500억 원 유상증자 완납?!"
"그럼 발행 주식 수가 대폭 늘어났다는 소리잖아?!"

조태성의 변호사가 허겁지겁 태블릿을 두드리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려 조태성의 귓가에 속삭였다.

"부, 부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안티그라비티가 1,500억 원을 유상증자로 전격 납입하면서 신주가 대거 발행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전부 물타기(희석) 되었습니다! 우리 연합의 지분율은 38%에서 24.5%로 대폭 쪼그라들었습니다!"

"뭐, 뭐라고?!"

조태성이 멱살을 잡듯 변호사를 낚아챘다.

"반면, 기존 김병선 대표님의 지분은 희석되어 18%가 되었지만, 새로 취득한 안티그라비티의 지분 25%와 완벽히 결합하여 김병선-안티그라비티 연합의 최종 우호 지분율은 43%로 상승했습니다. 지분 싸움은 이제 저희의 압도적인 승리입니다."

서은우 변호사의 묵직한 선언에 조태성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말도 안 돼! 이사회 결의도 없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야! 법원에 당장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

조태성이 광분하여 소리치자, 도윤이 차가운 비소를 흘렸다.

"조 부사장님, 내가 3조 원을 굴리면서 법적 검토도 안 하고 1,500억 원을 쐈을 것 같습니까? 영테크 사외이사 5명 중 조 부사장님이 매수한 김병조 씨를 제외한 나머지 4명 전원이 어제 긴급 이사회에 참석해 유상증자를 만장일치로 승인했습니다. 회의록 원본과 공시 서류 모두 합법적으로 등록 완료되었습니다."

도윤이 사채업자 박두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박두식 대표님. 조태성 부사장의 꼬드김에 넘어가 불법 차명 계좌를 대여하고 주가 조작 시세 조종에 동참하신 혐의, 오늘 아침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에 고발장 접수 완료되었습니다. 계속 조태성 옆에 서 계시다가 쇠창살 뒤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으신 겁니까?"

도윤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박두식은 소스라치게 놀라 물고 있던 시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남부지검 금조부라는 단어에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아, 아이고! 한 의장님! 오해십니다! 저는 그저 조 부사장이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담보 주식을 넘겨받았을 뿐, 주가 조작 같은 건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저, 저는 오늘 주총 표결에서 김병선 대표님의 연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겠습니다! 조 부사장과의 약정은 전부 파기입니다!"

박두식은 주저 없이 조태성의 등에 칼을 꽂으며 도윤에게 허리를 90도로 꺾어 굽신거렸다.

"이런 배신자 자식이……!"

조태성이 박두식의 멱살을 잡으려 했으나, 도윤의 신호에 안티그라비티 측 경호원들이 조태성의 앞을 단단하게 가로막았다.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김병선 대표가 떨리는 목소리로 선언했다.

"그럼…… 영테크 임시 주주총회 안건 표결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김병선 대표이사 해임의 건은 부결되었으며,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추천 사외이사 선임의 건은 최종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탕! 탕! 탕!

경쾌한 의사봉 소리가 주총장을 울렸다. 조태성이 설계한 적대적 M&A 시도가 단 10분 만에 완전한 먼지가 되어 날아간 순간이었다.

도윤의 시야에 황금빛 시스템 메시지가 쏟아져 내렸다.

[띵동! '영테크의 구원 투수' 퀘스트 최종 대성공!]

"한도윤…… 네가 감히 정율그룹의 앞길을 막아서고도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조태성은 주총장에서 쫓겨나면서 눈에 핏대를 세우고 고함을 질렀다.

도윤은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조 부사장님. 대기업의 얄팍한 간판 믿고 까부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겁니다. 다음 타겟은 정율그룹 본체니까, 목을 깨끗이 씻고 기다리고 계세요."

금융 황제 한도윤의 서늘한 선전포고에, 대기업 정율그룹을 침몰시킬 거대한 금융 폭풍의 전야가 그 막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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