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56화: 기만(欺瞞)의 유가(油價)
수요일 오전 9시 30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
글로벌 유가 지표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거래창은 그야말로 광란의 용광로처럼 들끓어 오르고 있었다. 오펙 플러스(OPEC+) 각료회의가 열리는 비엔나 본부에서 흘러나오는 온갖 자극적인 루머들이 트레이더들의 화면을 실시간으로 도배했다.
"하루 200만 배럴 추가 감산 합의 임박!"
"중동 정유사 공급 물량 대폭 축소 개시!"
가짜 찌라시 뉴스가 금융망을 지배하자, 전 세계 항공사, 해운사, 제조 대기업들이 유가 폭등에 대비해 허겁지겁 원유 선물 매수(Long) 주문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유가는 브레이크가 풀린 폭주 기관차처럼 위를 향해 치솟았다.
[WTI 원유 선물 가격: 배럴당 75달러 -> 88달러 -> 98달러 -> 105달러 돌파!]
단 1시간 만에 유가가 무려 40% 이상 치솟는 역사적인 폭등 장세가 연출되었다.
바로 그 시각, WTI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의 고점을 돌파해 터치하는 그 정점의 순간. 뉴욕 맨해튼 스위트룸에 설치된 안티그라비티 전용 매매 터미널의 체결 시스템에서 경쾌한 알림음이 연사 총소리처럼 울렸다.
타다닥! 타다닥!
"의장님! WTI 원유 선물 배럴당 105.00달러에 대규모 숏(매도) 포지션 150,000계약 전량 체결 완료되었습니다!"
"총 거래 규모 15억 달러, 증거금 10억 달러 레버리지를 감안한 최종 포지션 30억 달러 세팅 완료되었습니다!"
뉴욕 원자재 트레이더의 떨리는 보고에 도윤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오전 11시 정각.
"서 변호사님, 백악관이랑 국제에너지기구(IEA), 그리고 전 세계 경제 언론사에 준비해 둔 비밀 특급 소포를 송출하세요. 뚜껑 열 시간입니다."
"예, 의장님. 즉시 송출합니다!"
오전 11시 5분.
비엔나의 오펙 플러스 공식 미디어 홀에서 알 사우드 왕세자의 대변인이 마이크를 잡고 엄숙하게 200만 배럴 추가 감산 합의문을 낭독하려던 바로 그 순간.
단상 아래 모여 있던 수백 명의 외신 기자들의 노트북과 스마트폰 화면에 동시에 시뻘건 적색 경보의 뉴스가 터져 나왔다.
― [특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긴급 발표: "오펙 플러스의 감산 선언은 사기적 이면 계약에 기초한 불법 유가 조작 행위"
― [단독] 알 사우드 왕세자와 미국 골리앗 에너지 간의 가짜 감산 및 우회 증산 이면 합의서 원본 공개!
― 미국 대통령 긴급 대국민 담화: "글로벌 유가 사기 카르텔에 대응하여 오늘 부로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1억 배럴을 즉각 시장에 긴급 방출하며, 골리앗 에너지 펀드에 대한 FBI 압수수색 및 자산 동결 조치를 가동함!"
"이, 이게 무슨……!"
발표문을 읽던 중동 대변인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렸다. 기자회견장은 단숨에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소란으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생중계되던 외신 카메라들은 검찰과 금융 당국의 수사 발표 화면으로 강제 스위칭되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원유 선물 호가창은 그야말로 지옥의 묵시록이었다.
사기극에 속아 최고점 105달러 근처에서 유가를 받쳐주던 골리앗 에너지 펀드의 2,000억 원대 매수 지지벽은 취소할 틈도 없이 시장의 미친 듯한 패닉 셀 물량에 체결되어 녹아 없어져 버렸다. 매수세가 완전히 소멸한 유가 차트는 끝없는 낭떠러지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WTI 원유 선물 가격: 105달러 -> 92달러 -> 80달러 -> 62달러 (-40% 대폭락)]
단 30분 만에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에서 62달러 선으로 곤두박질치는, 세계 금융 역사상 전무후무한 '유가 대붕괴'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같은 시각, 월가의 골리앗 에너지 본사 오피스.
마이클 로스 대표는 쥐고 있던 펜을 부러뜨리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아아악! 전략비축유 1억 배럴 방출이라니! 우리 이면 계약서가 백악관으로 어떻게 넘어간 거야! 마진콜이다! 마진콜을 막아야 해!"
트레이더들이 절규하듯 비명을 질렀다.
"대, 대표님! 유가가 60달러 선까지 깨졌습니다! 우리 펀드의 평가 손실액만 벌써 4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리스크 관리실에서 포지션 강제 청산(마진콜 청산) 서버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안 돼! 내 펀드가 파산한단 말인가! 아아악!"
그의 처참한 절규가 회의실을 울릴 때, 의장실 문이 거칠게 박차고 열리며 FBI 금융범죄 전담 수사관들과 무장 경찰들이 은색 수갑을 치켜든 채 안으로 돌입했다.
"골리앗 에너지 대표 마이클 로스 씨. 국제 에너지 거래 사기, 불법 자본 유출,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합니다!"
손수갑이 채워져 질질 끌려 나가는 마이클 로스의 처참한 뒷모습 뒤로, 그가 이룩했던 원자재 제국은 단 30분 만에 완벽한 파산 청산 처리되어 공중분해되었다.
동시간, 뉴욕 플라자 호텔의 도윤의 머릿속에서는 세계 금융을 완전히 지배했음을 선포하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황금빛 오케스트라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띵동! 글로벌 메인 퀘스트 '글로벌 에너지의 지배자' 최종 대성공!]
- WTI 원유 선물 105달러 숏 포지션 청산 완료! (평균 청산 단가 62달러)
- 골리앗 에너지 펀드 및 오펙 플러스 비선 카르텔 퇴치 완료!
- 최종 정산 차익: +4억 8,000만 달러 (한화 약 6,240억 원) 순수익 실현 완료!
- 보상: 경험치 8,000 exp를 획득하여 레벨업! (Lv. 37 → Lv. 40)
- 이미 한 차례 한계치를 넘어선 상태창은, 누적 보상까지 반영해 최종 레벨을 Lv. 42로 갱신했다.
- 특별 보상: 글로벌 에너지 거래 독점 라이선스(Crude Oil Trading License) 정식 획득!
- 플레이어 한도윤 최종 개인 자산 평가액: 2조 1,712억 원 돌파!
"2조 1,700억 원 돌파라."
도윤은 컵에 남은 차를 음미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방구석 흙수저 개미에서 시작해, 이제는 한국을 넘어 미국의 월스트리트와 중동의 석유 군주들까지 굴복시키고 2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순자산을 지배하는 진정한 '글로벌 금융 황제'로 거듭난 한도윤.
그의 푸른색 주식 상태창은 이제 인류 금융 역사의 가장 높은 곳에 그의 이름을 지울 수 없는 황금빛 전설로 아로새기고 있었다.
"가자. 이제 온 세상을 내 발아래 무릎 꿇릴 시간이다."
금융 황제 한도윤의 영광스러운 글로벌 제국의 시대가, 마침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