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52화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주식창에 상태창이 떴다!

52화: 빅 컷 (Big Cut)

목요일 새벽 2시 50분, 안티그라비티 파트너스 의장실.
방 안에는 불이 꺼진 채, 도윤과 서은우 변호사의 얼굴만이 여러 대의 HTS 모니터가 내뿜는 푸른빛에 물들어 있었다. 모니터에는 나스닥 100 주가지수선물 1분 봉 차트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FOMC 성명서 발표 시각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타이머가 번쩍이고 있었다.
"의장님, 발표 5분 전입니다. 미국 모건스틸 데스크를 통한 선물 롱(매수) 포지션 진입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서은우 변호사의 이마에 긴장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5억 8천만 달러(한화 약 8,0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법인 자금에 나노초 초고속 매매 레버리지를 최대치로 당겨 진입하는 단판 승부. 만약 연준이 시장의 보편적인 예상대로 0.25%p 인하에 그친다면, 미리 매도를 쳐둔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숏 폭탄에 증거금이 강제 청산당하며 수천억 원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는 지옥의 외줄타기였다.
도윤은 여유롭게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켠 뒤 마우스를 잡았다.
"서 변호사님, 쫄지 마세요. 우리 주머니 채워주려고 포웰 의장님이 열심히 연설문 읽고 계실 테니까. 진입합요."

딸깍-!
도윤의 손가락이 움직이자, 8,000억 원의 달러 실탄이 미국 뉴욕 선물거래소(NYMEX) 전산망을 타고 나스닥 100 선물 매수 호가창으로 무자비하게 들이닥쳤다.

[나스닥 100 지수선물 롱 포지션 580,000,000달러 체결 완료.]

오전 3시 정각.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공식 성명서가 언론 통신망을 타고 전 세계 금융가에 송출되었다. 그 순간 호가창은 마치 거대한 번개를 맞은 듯 격렬하게 찢어지며 요동쳤다.

[속보: 미 연준, 기준금리 0.50%p 파격 인하(빅 컷) 단행! 4.75%~5.00%로 결정]
[속보: 연준, 실리콘밸리 중소 벤처 은행의 유동성 방어를 위한 무제한 자금 지원 프로그램(BTFP) 긴급 가동 선언]

"비, 빅 컷이다! 진짜 0.50%를 내렸습니다!"
서은우 변호사가 소리쳤다.
시장의 허를 찌른 연준의 깜짝 빅컷 발표.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가 동결되거나 미세 인하에 그칠 것이라 확신하고 나스닥 선물을 대거 매도 쳐두었던 월가의 거대 헤지펀드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하자, 공매도 포지션을 쥐고 있던 숏 세력들이 파산을 면하기 위해 시장가로 주식을 급하게 사서 갚는 '숏 스퀴즈' 연쇄 반응이 터져 나왔다.
나스닥 지수선물 차트는 수평에 가깝게 누워 있던 차트 선을 수직으로 꺾어 올리며 청공을 향해 로켓처럼 쏘아 올려졌다.

[나스닥 100 선물 지수 급등: 12,200p -> 12,500p -> 12,800p (+4.9% 수직 폭등)]

단 1시간 만에 나스닥 지수가 5% 가까이 수직 상승하는 대기록이 달성되었다. 레버리지를 풀로 당겨둔 도윤의 5억 8천만 달러짜리 포지션의 평가 이익은 매초 수십억 원 단위로 수직 상승했다.

오전 4시 30분.
"의장님! 선물 포지션 평가 이익이 2억 8,000만 달러(한화 약 3,640억 원)를 돌파했습니다! 숏 스퀴즈 매수세가 정점을 찍고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시그널이 감지됩니다!"
정채원 팀장의 보고에 도윤은 주저 없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지금 전량 이익 실현(Profit Take) 하세요. 욕심 부리지 말고 딱 여기까지만 먹습니다."

딸깍.
도윤의 매도 청산 주문이 나가자마자, 최고점 꼭대기에서 2억 8천만 달러의 순수익이 확정되어 안티그라비티 법인 계좌로 깔끔하게 정산 처리되어 꽂혔다. 단 1시간 30분 만에 3,600억 원의 달러 현금을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털어버린 역사적인 대승리였다.

도윤의 머릿속에서 황홀한 황금빛 오케스트라 효과음과 함께 레벨업 알림이 울렸다.

[띵동! 글로벌 메인 퀘스트 '월스트리트의 포식자' 진행률 60% 돌파!]

"레벨 37에 자산 1.5조 돌파라."
도윤은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의장실 통유리창을 열었다. 동이 터 오는 서초동 하늘 아래로 달러의 기운이 가득 느껴지는 듯했다.


그날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VIP 전용 탑승동.
도윤과 서은우 변호사는 뉴욕 JFK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한국항공 보잉 747 일등석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떠올라 태평양 하늘 위로 상승하자, 도윤은 태블릿 PC를 켜고 월가 투자은행 모건 클레이튼의 빅토리아 벨이 보내준 노바 테크놀로지(Nova Tech)의 M&A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의장님, 뉴욕 도착 예정 시간은 현지 시간으로 목요일 오후 1시입니다. 공항에 모건 클레이튼 측에서 보낸 전용 의전 차량이 대기할 예정이며, 오후 4시에 맨해튼 5번가에 위치한 모건 클레이튼 본사 VIP 접견실에서 빅토리아 벨 상무와의 첫 회담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 빅토리아 벨이라는 여자, 어떤 사람입니까?"
서은우 변호사가 안경을 만지며 브리핑했다.
"월가에서 가장 젊은 나이에 매징 디렉터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주로 글로벌 반도체 및 AI 기술 M&A를 성사시켰는데, 협상 테이블에서 눈 한번 깜짝 안 하고 상대의 목을 베어내는 '월가의 얼음 마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닐 겁니다."
"얼음 마녀라."
도윤은 픽 웃으며 등받이에 머리를 눕혔다.
"아무리 차가운 마녀라도, 제 상태창 불꽃 앞에서는 순식간에 녹아내리게 될 테니 걱정 마세요. 비행하는 동안 한잠 자 둡시다."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끝없는 태평양 너머 뉴욕 월스트리트의 심장부를 향해 날아가는 사이, 도윤의 상태창은 이제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벌어질 새로운 퀘스트의 붉은 경고등을 은은하게 밝히며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월가의 최상위 포식자들이 모여 있는 뉴욕의 심장부로, 대한민국에서 온 청년 금융 지배자 한도윤의 진격이 개시되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